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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첫 번째 밤

Penulis: 데이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01 12:53:47

시아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도윤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등을 돌려 누운 채, 눈만 뜬 채.

도윤의 체온은 따뜻했다.

숨결은 규칙적이었고, 무언가를 믿는 사람처럼 평온했다.

그런 도윤을 보며 시아는 더욱 불안해졌다.

‘내가 이런 걸 가질 수 있는 사람인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건 잠시의 꿈이라는 것을.

이도윤은 결국, 자신의 어둠을 마주하게 될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게 부서질 거라는 것도.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꺼풀 뒤에서 떠오른 것은 이도윤의 얼굴이 아니라, 그날 밤이었다.

2009년 여름. 덥고, 끈적한 밤.

어린 시아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창틀을 붙잡은 손은 떨렸고, 몸은 멍투성이였다.

거실에선 계부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욕설이 섞인 텔레비전 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녀는 조용히 주방으로 갔다. 

칼을 꺼냈다. 작은 과도였다.

떨리는 손. 그러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살인을 했다.

칼을 든 손으로, 자신을 짓밟던 괴물을 찔렀고 붉은 피는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 피 위에, 그녀는 쓰러졌고, 웃지도 울지도 않은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때의 눈. 그때의 침묵. 그때의 냄새. 아직도 잊히지 않았다.

“시아 씨?”

도윤의 목소리에 시아는 돌아왔다.

“…네?”

“무슨 꿈 꿨어요? 갑자기 숨이 거칠어서…”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과거 생각이 좀 났어요.”

도윤은 잠결에도 그녀의 손을 다시 잡았다.

“지금은 괜찮아요. 여긴… 아무도 없어요.”

그 말이 그녀를 더욱 무너뜨렸다.

‘여긴 아무도 없어… 그건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야.’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한편, 경찰서.

진혁은 백시아의 첫 살인을 재조사 중이었다.

당시 사건은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현장 기록에서 수상한 점은 수두룩했다.

그 중 하나. 거실 테이블 위, 장미 한 송이.

붉은 조화.

당시 경찰은 그저 집 안 장식이라 판단했지만 진혁은 알고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어. 붉은 장미는 그 여자의 서명이야.”

그는 부하에게 말했다.

“과거 계부 사건. 유족은 없어.

하지만… 그 이후, 그녀는 4건의 유사 사망사건 인근에서 목격돼.”

“모두 남성. 비슷한 나이대. 그리고, 모두 시체 근처에 조화.”

진혁은 서류를 덮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그녀는 살인을 멈춘 적 없어. 다만, 이번엔 감정을 가졌을 뿐이지.”

“그 감정이 끝나는 순간 그녀는 다시, 칼을 들 거야.”

다음 날 아침. 시아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눈 밑이 부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그러나, 도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웃으면 웃고, 조용하면 조용히 곁에 있었다.

“시아 씨.”

“네?”

“오늘… 집에 같이 있어요.”

그 말에 시아는 의외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은요?”

“연차 냈어요. 그냥… 오늘 하루 당신 옆에 있고 싶어서.”

그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이 사람… 왜 이러지.”

“왜 나한테… 이렇게 다정해.”

그녀는 점점 무서워졌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손을 내민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시아는 오후 내내 불안했다.

이유 없이, 몸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차분하게 내리던 빗줄기가 끊긴 자리엔 무겁고 눅진한 공기가 남아 방 안을 눌렀다.

도윤은 거실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그가 점심도 만들었다.

계란말이, 된장찌개, 그리고 스팸구이.

너무 평범하고 따뜻한 식탁.

하지만, 그 식탁 앞에 선 시아는 어딘가 무서운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와서 앉아요. 배고프죠?”

그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다정했다.

그 다정함이, 그녀의 목줄을 죄는 것 같았다.

그녀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숟가락을 들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돼요.”

도윤은 웃었다.

“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예요.”

“왜요?”

그 질문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윤은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누군지 뭘 숨기고 있는지 다 몰라도 상관없어요.

나는 그냥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이 좋아요.”

그 말은 시아의 심장을 너무 세게 때렸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숟가락을 입에 넣었지만,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음식보다, 그의 말이 더 뜨거웠다.

그날 저녁. 갑작스레 초인종이 울렸다.

시아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도어뷰를 확인했다.

익숙한 얼굴. 지우고 싶었던, 기억 속 하나의 파편.

“오랜만이네. 아직도 그 칼 숨기고 다녀?”

그 남자는 웃고 있었다.

그 미소 안에, 그녀가 견뎌온 시간을 조롱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시아는 현관 손잡이를 움켜쥐며, 손끝을 흰빛으로 질리게 했다.

“여기까지 왜 왔어요.”

“너 소문났더라. 경찰이 널 다시 뒤지고 있다던데?

설마 진짜 사랑 같은 거 하면서 살고 있는 건 아니지?”

그녀의 숨이 가빠졌다. 가슴이 조여왔다.

그 남자의 목소리는 그녀가 묻어둔 시체처럼 다시 파내진 과거였다.

“난 그냥, 네가 얼마나 오래 버티나 궁금해서 온 거야.”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참고로… 그 남자 괜찮아 보이더라.”

문이 닫혔고, 시아는 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두 손은 떨리고 있었다.

숨을 내쉴 수 없을 만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다시… 돌아오려는 거야?’

‘그 안에 있던 내가…’

그날 밤, 시아는 몰래 집을 나섰다.

도윤은 깊은 잠에 들어 있었고,

그녀는 조용히 옷장을 열어 하얀 셔츠 안에 숨겨 두었던 작은 칼 하나를 꺼냈다.

길지 않은 칼날. 하지만 그녀의 심장을 향한 유일한 방패였다.

그녀는 한참 동안 그 칼을 손에 들고 있었다.

손끝이 따뜻해질 때까지.

그리고는 천천히, 칼날을 다시 감쌌다.

‘이도윤은 내 칼에 닿게 하지 않아야 해.’

‘설령… 내가 다시 누군가를 죽이게 되더라도.’

그녀는 그렇게, 다시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은 조용했다.

그녀가 문을 닫는 소리에 도윤이 몸을 뒤척였다.

“시아 씨…?”

그는 일어난 채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말했다.

“…밤산책 좀 다녀왔어요. 잠이 안 와서.”

도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조심히 다녀온거죠? 요즘 뉴스 보면, 밤길 무섭잖아요.”

“응.”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눈빛은 복잡하게 어지러웠다.

그가 다정하게 이불을 넘기며 말했다.

“와요. 이불 안은 따뜻해요.”

그녀는 말없이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그리고,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나는… 당신을 죽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그게… 내 사랑의 방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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