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윤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현관의 잠금장치가 덜컥, 소리를 내며 닫히는 소음이 낯설게 들렸다.집 안은 고요했다. 너무 고요했다.마치 이 공간이 애초에 두 사람의 삶을 품었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시아가 떠난 자리. 그녀의 신발이 사라졌고, 화장대 위에 늘 가지런히 놓여 있던 립스틱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욕실 선반에 걸려 있던 칫솔도 없었다.심지어 세탁기에 돌려놓은 속옷조차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정말, 다 가져갔네.”도윤은 멍하니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그녀의 체취는 아직 집안 곳곳에 남아 있었다.시트에 남은 은은한 향수 냄새,냉장고 안에 덩그러니 남은 그녀가 사다 놓은 맥주 두 캔,테이블 구석에 놓인, 그녀가 메모하다 마른 포스트잇 한 장.그는 손끝으로 그것을 집어들었다.글씨는 없었다. 단 한 줄도 쓰이지 않은 노란색 메모지.그녀는 아무 말 없이 떠났다.이별이란 단어조차 남기지 않은 채.시간이 흐를수록, 도윤은 점점 자신의 감정이 무뎌지는 걸 느꼈다.슬픔도, 분노도, 허무함도 하나로 뭉개진 채,그저… 그녀가 남긴 공백만이 그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었다.회사는 이미 휴직계를 냈다.출근할 수 없었다. 아니, 출근해도 버틸 수가 없었다.그녀가 앉았던 식탁 자리에 불 꺼진 채로 앉아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폰 화면을 내려놓았다.그는 컴퓨터를 켰다.이상하게도, 그가 마주한 모니터 화면이 이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출구처럼 느껴졌다.‘너를 기억해야겠다.’‘그렇지 않으면, 나는 끝없이 무너질 것 같으니까.’그날 밤, 도윤은 한 줄씩 코딩을 시작했다.초라한 비주얼 노벨 형식의 미니 게임.게임 속의 주인공은 이름 없는 여자였고,그녀는 아무 말 없이 어느 날 그의 삶에 들어왔다가 또 조용히 떠났다.그녀가 했던 말, 웃었던 얼굴, 화냈던 목소리.그 모든 기억을 대사로, 스프라이트로, 배경 이미지로 옮겨 담았다.“그쪽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을 텐데?”“1년만 딱. 진짜 결혼은 아니니까.
آخر تحديث : 2026-04-0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