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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련 : 사랑을 탐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 - チャプター 30

117 チャプター

1부 사랑을 탐하다 - 11화 : 월광(月光) (2)

순간, 은어곡 입구에 들어서는 상국 군사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그들은 곧바로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이영이 짧은 욕설을 뱉으며 말했다.“…이쪽은 어렵겠군. 역시 경계가 삼엄해졌어. 좀 힘들더라도 산 뒤편으로 돌아가자.”험한 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계곡 반대편.구름 사이로 달빛이 희미하게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보름달이 뜨려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지금 이 아이의 상태로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가까스로 물이 흐르는 계곡 아래에 다다른 이영과 위록은, 급히 이후의 옷을 완전히 벗겼다.이영은 동생의 창백한 나신(裸身)을 번쩍 들어 올려 가슴에 안아 들고는, 차가운 계곡물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가장 잔잔하고 얕은 물 위에 이후의 가냘픈 몸을 눕히자, 그 순간 그믐달이 구름을 걷고 떠올랐다.희미한 달빛이 수면에 번지며 두 사람의 몸 위로 잔잔하게 내려앉았다.“이제는… 모두 너에게 달렸다.”“…형님….”이후가 쥐어짜듯 숨을 모아 이영을 불렀다.이영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 순간, 계곡 건너편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웅성거림.위험을 감지한 위록이 말없이 계곡물을 가로질러 몸을 날리자, 곧 숲속을 헤치고 무장한 상국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수상한 자들이다! 거기 누구냐!”즉시 위록의 검이 푸르른 섬광처럼 빛나며 공중을 가르기 시작했다.그러나 적들은 스무 명이 족히 되어 보였다.이영도 이후를 물 위에 버려둔 채, 곧장 검을 뽑아 들고 위록을 따라 벼락같이 돌진했다.하지만 그가 채 닫기도 전.“…악!”위록의 어깨 위로 병사 하나의 검이 스치고, 그가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위록!”이영의 푸른 눈동자가 얼음이 부서지듯 빛났다.순간 하늘이 검게 가라앉는 듯, 갑작스러운 한기가 골짜기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감히.”쓰러진 위록을 뒤로 하고, 상국 병사 십수 명이 사방에서 그에게로 다가왔다.그러나 이영은 물러서는 대신, 한발을 크게 앞으로 내디뎠다.쿵…!그의 발이 땅을 울린 그 순간, 계곡에 불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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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1화 : 월광(月光) (3)

이영은 피범벅이 된 채 축 늘어진 위록을 부축해 안은 채, 온 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 청운사로 돌아왔다.“깨끗한 천과 금창약(金瘡藥)을 당장 가져와라!”그는 조심스레 위록을 침상에 눕히고 상의를 조심스럽게 벗겼다.“아윽….”위록의 우측 어깨에서부터 가슴까지 길게 찢긴 상처가 드러나자, 이영의 얼굴 또한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말에 오르기 전에 급히 옷을 찢어 단단히 동여매어 두었지만, 깊게 팬 상처에는 아직도 붉은 피가 멈추지 않고 흐르고 있었고, 오른팔에는 아무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아아, 위록… 미안하다… 내가 너를 결국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구나….”이영의 눈에 금세 물기가 맺히더니, 멈추지 않고 뺨을 타고 흘렀다.위록은 남은 왼팔을 겨우 들어, 떨리는 손으로 이영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내었다.“너무 걱정하지 마라… 자책도 하지 마라… 이건 결국 내가 선택한 일이다… 그대가 이렇게 계속 곁에 있어 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이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너지듯 오열했다.며칠 지나 위록이 겨우 말을 탈 수 있게 되자, 그들은 다시 백호부로 복귀하였다.이영은 무거운 마음으로 아버지 이명 앞에 섰다.“아이가… 사라졌습니다. 위록이 다쳐, 제가 홀로 군사들을 막는 사이, 그만….”그의 눈빛은 분노와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이명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긴 숨을 내쉬었다.“그만두어라. 이제는 그 아이의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 살아 돌아온다면 온 부족의 축복이고, 돌아오지 못한다면… 그 또한 그 아이의 명이 다한 탓이다. 너라도 이렇게 무사히 돌아온 게 다행이다. 위록은 좀 어떠하냐?”“상처는 회복 중이나, 오른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합니다. 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이명은 한숨을 쉬며 이영의 어깨를 두드렸다.“저승에서 그의 아비를 볼 낯이 없구나…. 네가 잘 돌보아 주거라. 그 아이가 너를 많이 의지하지 않느냐….”“…예, 아버지….”이영이 부친의 처소를 나오던 그때, 급히 달려온 수하 하나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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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1화 : 월광(月光) (4)

순간 랑하는, 그가 마지막으로 온몸을 비틀며 질러대던 비명을, 마치 곁에서 듣는 것처럼 선명히 떠올렸다.그리고 그 소리는 곧 수십, 수백의 울림이 되어… 그의 정신을 다시 한번 무겁게 짓눌렀다.무릎이 힘없이 꺾이고… 가슴 한가운데가 저릿하게 조여왔다.이후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이곳을, 왜 다시 찾아왔단 말인가.…그러나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모든 것이 이미 너무 늦어버렸음을 알면서도…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다음날, 광명군부.“은어곡 주변 상황은 어떠하냐? 혹여, 수상한 자들의 움직임이 있느냐?”랑하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대장군께서 명하신 대로 수색조를 늘여 배치하고 그 일대를 밤낮으로 살피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아무 움직임도 없습니다!”“계곡과 산 주변에서도 사람이 다닌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그래, 알았다. 오늘 밤에는 나도 함께 가겠다.”“예, 대장군!”***구름이 짙게 드리운 밤하늘 아래, 랑하는 말없이 은빛 계곡을 내려다보았다.‘너는 그날, 이곳에서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아니면 은어곡 앞을 그저 우연히 지나던 길이었나…. 이렇게, 네가 남긴 자취를 따라다니는 나 자신이 참으로 우습구나….’어느덧 구름이 달빛을 가리어, 계곡은 모두 어둠 속에 잠겼다.잔잔히 흐르는 물소리.멀리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올 때마다 그리도 편안했던 이 풍경과 모든 소리가, 이제는 그저 외롭고 쓸쓸하게만 느껴졌다.“…밤이… 참 고요하구나….”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너희들은 먼저 저쪽을 살펴라. 나는 이곳에 잠시 남겠다.”“예, 대장군.”홀로 남은 그는, 계곡 아래로 나 있는 비탈길을 따라 내려갔다.몸을 가만히 두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다 보니, 결국 한 장소에 도착하였다.…그가 이후의 눈동자를 처음 본 후 맥없이 쓰러졌던 곳.바람이 불어와 서서히 구름을 걷어내자, 그믐달이 어렴풋하게 모습을 보였다.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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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2화 : 해빙(解氷) (1)

“…일어났느냐?”목소리의 주인공이 천천히 다가오자, 이후는 순간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죽었다고 믿었던 랑하가… 피를 토해 가며 원망하고, 또 애도했던 바로 그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이후는 마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몇 번이고 깜빡였다.그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그리고는, 조용히 입술을 떨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뭐야… 나… 죽은 거야?”눈을 비벼 대는 손끝이 떨렸다.이후는 지금 자신이 정말로 저승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의 검은 눈동자, 굳건한 입매.그리고 그늘진 턱선.정신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얼굴과 정확히 같았다.그의 잿빛 머리카락은 흠뻑 젖어 있었고, 머리 위로 뜨겁게 김이 오르고 있었다.또한 그의 몸으로부터, 젖은 소나무 향기가 물씬 풍겨오고 있었다.…그는 정말로, 살아 있는 랑하였다.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후는 더욱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어? 어떻게…?”그는 떨리는 눈으로 랑하의 온몸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그러고는 다시 한번 그의 체취를 확인하려는 듯, 코로 숨을 여러 번 깊게 들이쉬었다.그런 이후를 바라보던 랑하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아, 고개를 살짝 틀어 그의 시선을 피했다.“…뭘 그렇게 킁킁대며 보느냐?”그의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그 속에서 미묘한 떨림이 묻어났다.“그때처럼, 그 눈빛으로 나를 또 한 번 쓰러뜨리려고?”이후는 그의 말을 이해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그러다 문득, 자신이 지금 어떠한 상태인지를 깨달았다.벌거벗은 몸 위에 군청색 도포 자락 하나만 덮고 있다는 사실도.그는 얼굴이 확 달아올라,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쓰러뜨리다니, 누굴… 지금은 혼자 일어설 힘도 없소….”이후는 그 몇 마디조차 간신히 한마디씩 뱉어냈다.랑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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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2화 : 해빙(解氷) (2)

랑하는 이후에게 미리 말한 대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동굴로 돌아왔다.“역시 너희 백호족에게, 이 은어곡은 특별한 곳이었구나.”랑하는 이후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시하고 있었다.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초조한 기색도 서려 있었다.“너희가 달을 숭상한다는 소문은 들은 바 있다. 황궁에서도 가까운 이곳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오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되는군.”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그 기묘한 의식도, 너희 부족만의 치유 방식이었던 거겠지? 그렇다면 보름달이 가장 효과가 좋겠구나. 그래서 그 밤에 그렇게…. 그런데 왜 꼭 은어곡이어야 하느냐?”이후는 대답하지 않았다.그것은 백호족 내부의 가장 큰 비밀이었다.“부족의 일은… 당신에게 자세히 말할 수 없소.”랑하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로 잠시 이후를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두 사람이었다.”그의 눈빛이 잠시 가라앉았다.“너를 데려왔던 이들은 누구였지?”짧은 침묵.이후는 잠시 숨을 멈췄다가, 피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중 한 명은 나의 형이오. 다른 한 명은….”말끝을 흐리는 그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랑하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그 짧은 몇 마디 말만으로도, 그는 이미 많은 것을 알아차렸다.“스무 명의 내 부하들이 한꺼번에 죽었지. 단번에 급소를 베였고. 망설임 하나 없이, 정확하고 빠른 검이었다.”그의 눈동자가 점점 날카로워졌다.“그중 하나가 네 형이라면… 그는 정말로 보통 인물이 아니겠군.”이후의 창백한 얼굴에 순간 뿌듯함이 스쳐 지나갔다.“당연하지! 내 형은 백호부, 아니 대동 최고의 무사요. 그를 이긴 자를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소.”랑하의 입꼬리가 살짝 비틀리듯 올라갔다.“…그렇다면, ‘이영’이겠군.”그 이름이 랑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이후는 마른 숨을 꿀꺽하고 삼켰다.“……!”“놀랄 것 없어. 광명군부에서 이영의 이름과 실력을 모르는 이는 없으니. 그리고, 처음부터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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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2화 : 해빙(解氷) (3)

랑하는 광명군부와 은어곡 사이를 밤낮없이 오가며 이후를 돌보았다.처음에 이후는 스스로 옷을 입고 벗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오랫동안 밧줄에 묶여 음식까지 거부해 가며 망가진 몸은, 마치 부서진 인형처럼 비틀린 채 말라붙어 있었다.게다가 반복되는 토혈로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하여, 호흡도 고르지 못했다.심지어 팔을 들어올리는 것조차 버거워했기에, 랑하는 그의 곁에서 모든 것을 일일이 도와야만 했다.앙상한 손목과 발목에 남은 짙은 자국들, 그리고 뼈만 남은 어깨를 볼 때마다, 랑하는 마음이 너무 아파왔다.그런 그의 차가운 몸에 닿을 때마다 매번 그의 손끝이 멈칫했고, 차라리 눈을 돌리고 외면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이후 또한 랑하를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었다.그가 자신의 볼품없는 몸에 손을 댈 때는, 매번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숟가락 하나 들 힘조차 남지 않은 몸으로, 그저 랑하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를 더욱 슬프게 했다.그러나 랑하는, 그런 그를 마치 아이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한없이 다정하게 대했다.한 번도 귀찮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인 적 또한 없었다.마치 이렇게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그리고 그가 이후를 안고 있는 그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듯.랑하는 현궁을 뒤져 이것저것 옷가지들을 챙겨왔다.자신이 예전에 입었던 것들이라며 가져오긴 했지만, 그것들은 비쩍 마른 이후에게는 너무 컸다.옷고름과 허리끈을 암만 조여도, 이상하게 자꾸 흘러내리기만 했다.“어딘가… 더 작은 옷도 분명히 있을 텐데….”이마를 짚고 곤란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또한 랑하는, 이후가 부끄러워하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그래서 옷을 갈아입히거나 몸을 씻길 때면, 절대로 그의 맨몸을 정면으로 보지 않았다.고개를 돌린 채, 그렇게 손끝으로만 조심스럽게 그의 몸을 만졌다.이후는 랑하의 그런 배려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았다.랑하는, 본인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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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3화 : 영검(影劍)

늦어진 보고 탓에 밤이 깊어지도록 광명군부에 머물러 있던 랑하는, 은어곡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점검을 하듯, 말안장 위에 먹을 것과 옷가지를 차근히 묶고 있었다.언뜻 보기엔 평온한 손놀림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날카로웠다.사실, 그는 이미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다.…스르륵.담장 너머.무언가가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공기마저 바꾸는 서늘한 살기.사람도, 짐승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있을 법한 존재.랑하는 말없이 손을 멈췄다.‘…분명 사람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차갑다.’등골을 타고 흐르는 싸늘한 감각에, 몸이 저절로 굳었다.그런 종류의 살기 앞에서는, 망설임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랑하는 잘 알았다.“…거기 누구냐.”침착한 목소리.그러나 이미 싸움은 시작되고 있었다.어둠 속에서 대답 대신, 다시 한번 서늘한 기척이 흘렀다.밤공기를 울리는 랑하의 목소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무언가가 그늘에서 미끄러지듯 기어 나왔다.사람의 형체.그러나 그것은 인간이라기보다, 모양을 갖춘 그림자 같았다.복면으로 단단히 가린 얼굴.시커먼 옷자락.그리고 그 손에는… 그보다도 더 검은 칼날.‘…암살자?’그러나 무언가가 달랐다.상대는 분명히 검을 들고 있지만, 그것이 정말 칼날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을 만큼 존재가 가벼웠다.그러나 곧, 그의 칼은 망설임 없이 랑하에게로 날아들었다.‘…빠르다! 아니, 너무 빠르다!’랑하는 반사적으로 검집에서 자신의 진무검(鎮武劍)을 꺼내 들었다.육중한 검이 기둥처럼 솟아올라 상대의 검을 막았다.‘…금속음이 없다?’칼날과 칼날이 부딪치는 익숙한 소리 대신 들려온 것은…쉬이익…!마치 가죽을 벗기듯, 바람 같은 검날이 진무검을 타고 미끄러지며, 랑하의 목덜미로 곧장 파고들었다.랑하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내었다.‘이 움직임… 설마…?’그러나 생각을 채 끝내기도 전에, 두 번째 공격이 곧장 몰아쳤다.좌측.후방.다시 정면.마치 그림자 같은 상대의 검기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경로로 날아왔다.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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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4화 : 탐련(耽戀) (1)

“오늘은 많이 늦는구나….”그가 아예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하루쯤은 그래도 괜찮다.이후는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다.그러나 이미 그의 눈과 마음은… 동굴 입구 쪽으로 고정된 지 오래였다.희미한 동굴 안.가늘게 흔들리는 촛불 옆에서, 그는 조용히 벽에 기대어 있었다.멀리서 물 흐르는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간간이 들릴 뿐… 완전한 적막이었다.달빛마저 사라진 깊은 밤.눈꺼풀이 내려오려 할 때마다 도리질 치며, 이후는 가만히 바깥으로 귀를 기울였다.‘오늘은 결국 계곡에 나가지 못했구나….’몸은 분명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었지만, 마음속 어딘가는 한없이 공허했다.‘하루쯤 건너뛰더라도 회복에는 문제없겠지.’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던 중, 멀리서부터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이후는 잠시 숨을 멈췄다.수풀을 헤치며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군화 끝에 돌부리가 다급하게 걸리는 소리.그리고… 동굴 입구로 드리우는 익숙한 그림자.그 사람이었다.“…아!”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숨결.자신이 얼마나 그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그제야 깨달았다.그가… 랑하가, 미소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많이 기다렸느냐?”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낮고 부드러웠다.그러나 이후는 애써 시선을 피하며 무심하게 대꾸했다.“기다리긴 누굴…. 오늘은 달의 정기를 못 받게 되어, 그저 잠시 아쉬웠을 뿐이오.”하지만 이후는 제 마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랑하가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의 체취가 동굴 안에 퍼지기도 전에, 이미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끝마저 떨리고 있었으니까.그러나 곧 이후는,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랑하의 도포 자락 위에 번진 자국들.동굴 안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검붉은 얼룩.소나무 향기에 섞여 풍겨오는, 비릿한 철 냄새.“…피? 다친 것이오?”이후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아니… 어쩌다 이리 다쳤소!”랑하는 멋쩍게 웃으며 자신의 옷자락을 바라봤다.“이런… 대충 싸맸더니 티가 나는구나. 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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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4화 : 탐련(耽戀) (2)

서로의 체온이 가만히 섞였다.심장 소리가, 서로의 귀에 잡힐 듯 들렸다.랑하는 이후의 이마에 자신의 뺨을 맞대며 속삭였다.“내가…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또 원한다는 걸, 네가 알아주었으면 한다….”이후는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그 말을 가슴으로 들었다.그 말 하나로 충분했다.“지금, 이 순간이… 모두 거짓이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그 떨리는 목소리에, 이후는 가만히 눈을 떴다.랑하는 아직 눈을 감은 채였다.“나 역시… 이 모든 것이 그저 꿈인 줄 알았소….”이후의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일렁였다.“당신이 죽은 줄로만 알았다가, 다시 본 그날부터… 나 또한, 이 모든 게 그저 꿈결 같았으니까….”랑하도 천천히 눈을 떴다.두 사람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포개졌다.그 순간.이후는 조용히 랑하의 가슴팍 위로 고개를 숙이고는… 그의 상처 위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그것은 말 대신 전하는 마음.그 부드러운 입맞춤이, 상처가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랑하는 알 수 있었다.그는 제 상처에 닿았던 이후의 입술을 당겨 부드럽게 입맞춤하였다.그 순간.은어곡 사건 이후, 혼절했던 자신이 깨었을 때 입술에 느껴지던 바로 그 열감과, 비릿하면서도 달콤하던 피 냄새가 떠 올랐다.“설마…?”랑하는 살짝 입술을 떼고는, 이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너 혹시, 이전에 내게…?”이후는 젖은 눈동자를 들어 랑하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의 목을 두 팔로 끌어당기고는 다시 한번 입을 맞추었다.피와 땀이 섞인 체온이, 그 향기가, 서로의 심장을 조용히 물들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온 마음으로 품었다.달빛도 사라진 깊은 동굴 속에서.두 사람은 말없이 그렇게 하나가 되었다.그 어떤 말보다 깊은 속삭임을 시선으로 주고받으며, 마치 아름다운 꿈속처럼, 그렇게 서로를 놓지 않았다.***은어곡으로 향하는 랑하의 발걸음은 숨이 차도록 급했다.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마음이 먼저 앞서고 있었다.계곡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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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5화 : 이별(離別)

포근한 어둠 속.이후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잔뜩 젖어 흘러내린 은빛 머리칼이 뺨을 간질였다.목덜미엔 랑하의 이빨 자국이 아직도 옅게 붉어 있었다.그렇게 서로의 품 안에서 조용한 숨결만이 이어지던 그때, 이후는 한참을 망설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현랑족은, 원래 몸에서 이리 소나무 향기가 나는 것이오?”랑하는 눈을 감은 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뭐, 처음 듣는 얘긴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내 아버지께도 비슷한 향이 났었지. 원래 우리 현랑족의 몸에선 묵은 나무 향이 난다고들 한다. 소나무 말고도 편백, 삼나무….”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미소 지으며 되물었다.“…그런데 그걸 왜 묻는 것이냐?”“실은… 그대에게서 나는 이 향기가, 전혀 낯설지가 않소.”“응? …그래?”“은어곡에서 처음으로 마주쳤을 때도 그랬소. 마치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이미 한 번 맡아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아서….”“설마, 또 다른 현랑족을 만나기라도 했던 것이냐? 그래서, 그에게도 반했던 게야?”랑하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후의 볼을 꼬집었다.“…아니, 그런 건 절대 아니오.”이후는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그저 그의 품에 안긴 채 다시 눈을 감았다.무언가가 그리워지는 아득한 느낌.언제였는지, 누구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옛날의 기억.그저 누군가의 품에서, 그 진한 향기 속에서… 그저 이렇게 편안히 안겨있었던 적이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후는 다시 한번 깊게 숨을 쉬었다.아득한 옛 기억 속, 마치 안식 같았던 그 향기를 따라… 조용히, 천천히, 깊이 가라앉았다.***완연한 보름달이 계곡을 가득 비추고 있었다.맑고 투명한 물결 위로, 풍성한 달빛이 내려앉았다.이후는 그 빛의 중심에 홀로 서 있었다.그의 말간 몸 위로 달빛이 흘러내렸다.랑하는 숨조차 잊고,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그 모습은… 그야말로 신성하고 아름다웠다.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잔잔한 파문처럼 가슴 깊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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