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벽운은 대나무 숲 너머로 고개를 기울이곤 했다.그런데 요 며칠, 이상하게도 명인이 보이지 않았다.‘…이제 오지 않을 건가.’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부러 무심한 척 연못가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합장하며 가부좌를 틀었지만, 묘하게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그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집요하게… 벽운의 마음 어딘가를 계속 비워내고 있었다.‘내가 설마, 지금 그를…기다리는 건가….’스스로에게 묻다 말고, 그는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승려처럼, 맹인처럼 살아온 시간.그 안에는 스스로 세운 수많은 경계선이 있었다.때때로 감정조차도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다뤄야만 했다.그러기에 성인이 되도록,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누군가를 의식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이 ‘명인’이라는 자의 모든 것은, 모조리 각인되고 있었다.그가 이곳 후원을 찾는 때면, 바람의 결마저 달라졌다.공기를 가로지르는 향이 달라지고, 온기가 달라졌다.가끔은 그가 무심하게 건넨 짧은 말들이, 벽운의 하루를 환하게 밝히곤 했다.하지만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대숲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마저도 왠지 쓸쓸하게 느껴졌다.‘…참 이상하다.’그야말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어머니를 잃은 뒤로는… 처음 마주하는 누군가의 빈 자리.벽운은 마음 어귀 어딘가에 엉긴 감정을 풀어내 보려는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는 홀로 절의 다실(茶室)로 향했다. 그리곤 괜히 찻잔 몇 개를 어루만지며 뒤적거리다, 하나를 골라 찻물을 따랐다.서늘하게 식어가던 마음에, 따뜻한 차향이라도 닿길 바라며.한 모금 찻물을 머금은 순간…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심장이 저도 모르게 철렁 내려앉았다.‘…혹시…?’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기다리던 사람은 아니었다.“스님. 벽운 스님.”익숙하지만, 뭔가 불쾌한 느낌.미소와 냉기를 동시에 머금은 말투.“혼자 이런 평범한 차를 들고 계셨습니까? 제가 좋은 것으로 한잔 대접해 드리지요.”목소리의 주인공은,
最終更新日 : 2026-04-15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