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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련 : 사랑을 탐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117 チャプター

1부 사랑을 탐하다 - 6화 : 오해(誤解) (1)

눈꺼풀이 휘감긴 천 조각 속에서 겨우 떠졌다.무슨 약에 취한 건지 코와 입안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몸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는 이 낯선 고통은… 이후가 전혀 겪어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거지…?’ 혼란스러운 정신을 더듬고 있을 때, 갑자기 낮고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이 드는가.” 서늘한 목소리에, 이후는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날 납치했던 놈의 목소리는 아니야. 설마, 그가 말했던 또 다른 자?’ 그는 두려움을 억누른 채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넌 누구냐!” 그러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 질문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듯 다시 물어왔다. “광명군부와 현궁에 왜 갔느냐.” 짧고 단호한 질문이었다.이후가 대답하지 않자,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냉랭하게 가라앉았다. “무엇 때문에 현궁 경내까지 잠입했느냐고 묻고 있다.”“…너는 대체 누구냐! 내가 네 말에 대답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후는 거칠게 버둥거렸지만, 사지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아무 소용이 없었다.처음 느끼는 무력감이… 그의 자존심을 할퀴었다. “백호족 순혈이 제 발로 상국에, 그것도 현궁까지 들어가 수상쩍은 짓을 벌인 이상, 어차피 넌 이미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선택은 네게 달려 있다.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고통은 줄여줄 수도 있지.” 그 말에 이후는 이를 악물었다. “네 말대로면 어차피 나는 죽을 테니, 차라리 지금 바로 죽여라!” 그의 자조 섞인 외침에, 사내가 조용히 한 이름을 꺼냈다. “랑하군을 죽이러 왔던 게 맞느냐.” 그 이름이 들리는 순간, 이후는 온몸에서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랑하? 그를 아는가? 혹시 너도… 그의 벗이냐?” 그러나 돌아온 것은, 더욱 냉혹한 말뿐이었다. “네 꼴을 봐라. 그런 질문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다시 묻겠다! 랑하 대장군을 죽이려 한 것이 사실이냐?” 이후는 문득 깨달았다.이 사내는 설명을 들으려는 게 아니라, 그저 확인을 하려는 것임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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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6화 : 오해(誤解) (2)

그러던 어느 날 밤.사내가 이후를 품에 안은 채 나지막이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이후는 흠칫하고 절로 입술에 힘을 주었다. “…말하고 싶지 않다.” “네놈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다. 이름 하나 남기지 못한 채, 이대로 썩어 사라지고 싶단 말이냐? …너를 기억해 줄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느냐?” 이후가 그 말에 대꾸하기도 전에, 사내는 그의 옷깃 사이로 드러난 마른 가슴팍을 움켜쥐며 조롱하듯 말을 이었다. “…으읏!”“이 보잘것없는 몸뚱이로 랑하 대장군을 만나, 그의 숨통을 어떻게 끊어놓을 생각이었느냐?​ 백호족이 자랑한다는 그 요상한 술법이라도 쓸 작정이었나? …이토록 위험한 임무를 띠고 단신으로 상국까지 넘어온 너를, 백호족에서는 왜 찾으러 오지 않는 것이냐?” 그 말에 이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어왔다.잔인한 모욕도, 뼈를 긁는 의심도, 그에겐 모두 다 상처였다.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을 정말 뭣도 아닌 존재로 확정 짓는 듯했다.그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돌려 사내를 외면했다.그러자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이름이 무엇이냔 말이다! 당장 대답해라!” 그가 거칠게 턱을 쥐어 잡고 밀어붙이자, 이후는 더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이후’이다….” “…‘이후’….” 사내의 목소리는 뜻밖에도 한없이 다정했다.제 이름을 머금은 그의 숨결이, 귓불을 타고 가슴 깊은 곳까지 그대로 스며들었다.왜 저토록 깊은 감정이 사내의 목소리에 담겼는지… 이후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저자는 대체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저 날 희롱하기 위한 건가?’ 그러나 혼자서는 죽을 수도 없는 걸로 모자라, 자신의 이름조차 지킬 수 없는 비참한 상황 속에서… 이후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흘렸다. ***간절한 랑하의 눈빛을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 염상은 치밀어 오르는 흥분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정말 기막히군. 랑하가 이런 태도를 보이리라고는 정말 생각 못 했는데.’ 그런데 랑하는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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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7화 : 수련(秀蓮) (1)

“부군께서 요즘은, 밤에도 말없이 종종 궁을 비우십니다. 외박도 잦으시고….” 수련의 고운 속눈썹 아래로 눈물이 쉼 없이 맺혔다.염상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녀를 품에 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누차 말하지 않았느냐? 은어곡 일 이후로 백호부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랑하가 회복된 이상, 그를 찾는 이들도 많을 수밖에….” “하오나….” 수련은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고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염상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이 오라비가 이렇게 너를 살피러 오는 것이 아니냐.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내가 그를 지켜보고 있을 테니.”“흑… 흑흑….” 수련은 염상의 어깨에 쓰러지듯 몸을 기댔다.수련은 몸종들을 모두 물린 후, 홀로 거울 앞에서 조용히 머리를 빗고 있었다.방 안은 적막하고, 머릿결을 스치는 빗질 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렸다.좀 전에도, 랑하는 돌아오자마자 황급히 옷을 갈아입더니, 어디론가 또 급히 나섰다.말에 오르기 전, 그녀에게 남긴 말은 단 한 마디였다. “…미안하오.” 그 순간, 수련은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꿈틀대는 듯했다. ‘미안하다니….’ 빗질을 멈춘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비취구에서 이곳 현궁으로 온 지 벌써 다섯 해.그녀는 다른 상국의 여인들과 마찬가지로, 지아비의 강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러나 이 넓은 궁 안에서… 그녀는 점점 외로워졌다. 문득, 처음 그를 만났던 날이 떠 올랐다.어린 시절, 아버지 금예의 손을 잡고 따라갔던 광명군부.그리고 그곳에서 당당히 검을 휘두르던, 검은 머리의 앳된 소년 무사.그 만남 이후로, 그녀는 그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하지만 그 눈부시던 소년은… 더 이상 그녀에게 미소 짓지 않았다.더구나 얼마 전, 달빛이 쏟아지던 밤.갑작스레 자신을 밀어내던 그 손길은 너무나도 차가웠다.방년 스물셋.그녀는 후원의 연꽃보다 더 고왔지만, 그 아름다움은 랑하에게 닿지 못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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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7화 : 수련(秀蓮) (2)

“놓지 않으시면… 이 자리에서 제 목을 그을 것입니다.” 염상이 순간 경악하여 손을 떼자, 수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담장 안으로 내달렸다.그리고 벽제가 무거운 표정으로 검집에 손을 올린 채 염상의 앞을 막아섰다. 좁고 긴 복도를 따라 달려가며, 수련은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자신이 곧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를.그리고 복도 끝 방 앞에 닿았을 때… 문틈으로 미약한 신음과 떨림 섞인 울음이 새어 나왔다.그 흐느낌이 누구의 것인지…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그녀는 힘껏 문을 박차고 들어가, 눈앞을 가로막은 붉은 휘장을 거세게 젖혔다.그리고… 결국 그 광경을 목격했다.자신에겐 그토록 냉정하던 랑하가… 감정이라곤 없는 것 같았던 그 남자가… 침상 위의 누군가를 간절하게 품고 있었다.랑하의 격한 숨결과 떨리는 신음.풀어 헤쳐진 옷깃과, 온몸을 흠뻑 적신 땀방울.수련은 그 자리에 선 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세상이 멎은 듯 고요해졌다.그러나 이내… 두 눈동자가 붉게 일렁였다. “…아아아아악!” 차마 인간의 목소리라 믿기 힘든 비명이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급히 몸을 일으킨 랑하는, 놀라움과 혼란이 뒤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인!” 그러나 수련은 더 이상 랑하를 보지 않았다.그녀의 두 눈은, 그가 품고 있던 낯선 존재에게로 향했다.그녀가 뿜어내는 건… 명백한 살기였다. “죽여버릴 것이다!” 수련은 손에 쥔 단도를 휘두르며 침상 위로 달려들었다. “…안 돼!” 랑하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막아섰다.날카로운 단도의 날이 곧바로 그의 가슴 위로 내리꽂혔다. “…윽!” 그 순간, 뒤따라온 염상이 그녀를 뒤에서 힘껏 끌어안았다.거칠게 몸부림치던 수련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염상의 품에서 무너졌다.랑하는 옷자락을 그러모아 상처입은 가슴을 가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밖에서 거친 발소리와 고함이 들려왔다.곧이어 염상의 수하가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염상군! 적의 습격입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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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8화 : 고백(告白) (1)

랑하는 침상 위에 축 늘어진 이후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이봐, 이후! 정신 차려!”그러나 그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마치 금방이라도 생명이 끊길 것처럼 한동안 움직임조차 없다가, 다행히 미세한 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으으음….”랑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오늘은 어찌 더 약해 보이는구나. 이름을 불러도 대답조차 없고. 이것들이 또 낮에 약을 무리하게 먹인 것이냐….’그때 이후의 가슴팍 위로, 마치 도장을 짓이긴 듯한 묵은 흉터 하나가 랑하의 눈에 들어왔다.‘…이런 게 있었던가….’랑하는 잠시 손끝으로 그 도톨한 자국을 가만히 더듬어 보았다.왠지 모를 아쉬움과 서글픔이, 랑하의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스치듯 올라왔다.그러나 이후의 불규칙한 숨소리가… 금세 랑하의 정신을 다시 붙잡았다.그는 다시 걱정스레 이후를 들여다보았다.핏기 없는 야윈 뺨.갈비뼈가 드러난 앙상한 몸.거칠게 갈라진 입술과 미약한 호흡….‘제발 조금만 더 버텨다오. 네 소식이 지금쯤은, 그들에게 닿았을 것이다.’랑하는 이후의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다, 문득 거칠게 감긴 천으로 눈이 갔다.그 아래로 손가락을 가만히 밀어 넣어 보니, 말라붙은 눈물 자국의 애처로운 감촉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이대로 그가 생명을 놓아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그러나 그 순간, 방 뒤편의 작은 창 너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염상이로구나….’저 눈치 빠른 벗의 의심을 피하려면, 이후를 대하는 태도를 확실히 보여야만 했다.랑하는 별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쉰 후에, 상의 옷고름을 풀어 탄탄한 가슴을 드러내었다.그리고 이후의 몸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몸을 서서히 밀착시켰다.바로 그때.“…아… 랑하군….”랑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그는 자신이 바로 랑하라는 것을, 이후에게 단 한 번도 밝힌 적이 없었다.“…랑하….”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을 애절하게 부르는 이후의 목소리에, 랑하는 순간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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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8화 : 고백(告白) (2)

랑하는 이후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후… 어서 도망쳐라… 다시는 이곳에 오지 말고….”이후의 빛바랜 눈에서 굵은 눈물이 고여 흘러내렸다.“왜…? 왜 당신이… 여기에…?”그는 온 힘을 짜내어 비명을 지르듯 절규했다.“…당신이… 나를…!”그러나 랑하는 대답하지 못했다.그는 피에 젖은 몸으로 비틀거리다, 끝내 침상 위에서 기울어져 바닥으로 떨어졌다.그때 방문이 부서지고, 복면을 쓴 무사들이 들이닥쳤다.“찾았다!”“소군이다! 소군을 구출하라!”검게 변복한 백호부의 무사들이었다.그들은 이후를 억지로 일으켜 등에 업고 재빠르게 사라졌다.우화산의 공기를 찢어낼 듯하던 이후의 비명 또한… 곧 잠잠해졌다.랑하는 그대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채,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백호부의 심장이자, 족장 이명(李明)의 처소인 월전(月殿).침상 위에 누워있던 이후의 닫힌 두 눈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리고는,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소군께서 깨어나셨다!”안도의 외침과 울음소리가 월전을 가득 메웠다.이후의 흐릿한 시야 너머, 희끄무레한 천장이 보였다.“…제가… 아직… 죽지 않았습니까….”백호부 사람들 모두가 이후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연화는 떨리는 손으로 그의 팔을 어루만지고 있었다.“소군! 이제야 정신이 드십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연화의 목소리는 이미 잔뜩 쉬어 있었다.이후는 겨우 숨을 골랐다.마른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말 한마디.“…미안합니다… 제가… 아직 어리고 미련하여….”그러나 족장 이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들의 말을 막았다.“됐다. 나중에 천천히 말해도 된다. 지금은 네가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 충분하다. 일단 그저… 몸부터 회복하여라.”그는 이후에게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사랑하는 본처를 병으로 먼저 잃었던 남자.그녀가 남긴 유일한 아들마저 잃을까 그저 두려운 아버지의 마음이, 모두의 입을 닫게 했다.의원들이 밤낮으로 돌본 뒤, 이후는 비로소 두 눈을 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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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9화 : 이영(李盈) (1)

백호족 부족장 이명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미간 깊숙이 패인 주름이 떨리고, 짙푸른 두 눈은 살기를 품은 채 번뜩였다.겨우 숨죽인 침묵도 잠시, 결국 참다못한 분노가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저 몸을 보아라!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있더냐? 도대체 어떤 놈들이, 대체 무슨 이유로, 내 아들을 저 꼴로 만들었느냐!”한 자 한 자 갈라지는 목소리.그의 숨 끝마다 원한이 칼날처럼 서려 나왔다.“내가… 그자들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겠다!”월전 안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고, 모두가 그의 앞에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그때, 그의 뒤에 서 있던 장신의 남자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이명의 장남이자 이후의 이복형.그리고 백호족과 상국을 넘어, 대동 땅 최고의 무사라 불리는 자.…이영.그는 매끈한 이마를 드러낸 채, 은백색 머리칼을 하나로 땋아 틀어 내리고 있었다.허리에는 칠흑 같은 장검이 매여 있었고, 서늘한 하늘색 눈동자에는 고고한 빛이 서려 있었다.그는 이명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그 아이의 눈을 보셨습니까.”이영은 미간을 찡그린 채 말을 이었다.“충만했던 달의 기운이, 이미 다 빠져나간 듯합니다. 다시 성스러운 달의 정기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국의 경계가 이번 일로 더욱 삼엄해질 터라, 은어곡까지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이명은 말없이 두 주먹을 틀어쥐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이영은 그런 부친을 조용히 응시할 뿐,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며칠 전.우화산 산 중턱 안가를 덮친 백호부 정예 무사들의 선두에는 그가 있었다.그러나 그곳엔 하급 무인들만 남아 있었고, 누가 시켰느냐는 물음에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그는 길게 묻지 않았다.그냥 모두 베어버렸을 뿐.그렇게, 마치 보복이라도 하듯 그곳을 피로 물들인 뒤, 혼절한 동생을 데리고 백호부로 돌아왔다.잠시 후, 이명의 목소리가 낮고 단호하게 떨어졌다.“후계자 책봉식은 당분간 미루겠다.”“…예!”주변의 수하들이 다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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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9화 : 이영(李盈) (2)

이영은 이후를 엄격하게 대했고, 더 멀리하려 했다.상국으로부터 발신자 불명의 서신이 하나 도착했을 때, 이영 또한 반신반의했다.서신의 내용 자체는 외부인이 쉽게 알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그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것 자체가 도무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우화산에서 제 눈으로 직접, 엉망으로 망가지고 무너진 그 아이를 마주한 순간… 이영 본인 또한 엄청난 자괴감에 휩싸였다.그토록 완벽하고 강하던 동생이 이리 쉽게 꺾일 수 있다면, 자신은 도대체 얼마나 더 하찮은 존재란 말인가.복잡한 생각을 가득 안고 처소로 돌아온 이영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오랜 벗이자 정인(情人)인 위록(偉綠)이었다.그는 흑자색 상의를 풀어 매끈한 가슴팍을 드러낸 채, 조용히 침상에 기대 누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검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물결처럼 흘러내렸고, 청록색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는 불빛 아래에서 더욱 눈부셨다.위록은 극동 설표족 족장 위정(偉丁)의 아들이었다.그러나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부족 전체가 산산이 흩어지는 바람에, 위정의 오랜 벗이었던 이명에게 거두어졌다.어린 위록이 슬픔과 절망을 가득 안고 백호부로 들어온 모습을 처음 본 그날부터, 소년 이영은 동생 이후보다 위록을 더 아끼고 사랑했다.“이후가 돌아왔다고 들었네. 그대가 손수 데려왔다고?”위록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고, 그 나른한 눈은 수면처럼 잔잔하게 빛났다.이영은 허리의 검과 외투를 바닥에 내던지고, 즉시 그에게로 향했다.침상까지의 거리는 단 세 걸음이었지만, 그 걸음마다 숨이 깊어졌다.이영의 손이 위록의 허리를 거칠게 움켜쥐었다.숨결이 닿는 곳에 입술이 깊게 내려앉았다.마치 꽃과도 같은 향기가 입안 가득 번졌다.위록은 입술을 댄 채로 느릿하게 웃으며, 이영의 머리끈을 잡아당겼다.단단히 꼬여 있던 은백색 머리카락이 스르르 풀리며, 마치 물결처럼 허리로 흘러내렸다.“ …상상도 못 했어. 정말 그 아이가, 그렇게 무너진 모습을 보일 줄이야….”이영은 짧게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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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0화 : 사념(思念)

“랑하, 랑하! 이제 좀 정신이 드는가?”초조한 염상의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가르며 울렸다.랑하는 눈을 뜨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눈동자는 여전히 흐릿했지만, 그 안에는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일렁이고 있었다.“…으음….”“겨우 지혈을 해 놓은 상태이니, 당분간은 무리하지 말고 침상에 그대로 누워 있는 게 좋을 거야.”랑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가슴팍에 단단하게 감긴 천 조각을 바라보았다.“피를 많이 흘렸네. 상처가 깊지 않아도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터질 수 있다니, 당분간은 꼼짝 말고 조심하는 게….”염상은 말끝을 조심스레 흐리며 랑하의 얼굴을 살폈다.그는 일어나보려 했지만, 곧 맥없이 몸을 내려놓았다.얼굴은 여전히 빛을 잃은 채 창백했고, 손끝 또한 아직 생기가 돌지 않았다.“수련은, 벽제와 함께 일단 비취구 친정으로 보냈네.”“…그렇군.”랑하의 대답은 짧았다.그 목소리는 마치 마른 나뭇가지처럼 갈라졌다.그는 힘없이 도로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그녀가 나하고도 더 이상 말을 하려 하지 않더군. 많이 놀란 것 같아.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염상은 다시 랑하의 눈치를 살폈다.“자네, 정말 괜찮은가? …혹시, 아직도 그녀에게 화가 많이 나 있는 건가?”염상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미안함이 동시에 배어 있었다.“랑하, 자네도 잘 알잖는가. 수련이 원래 그럴 성정은 못 되는데, 그날은….”“아니네… 정말 괜찮아. 이건 분명 내 잘못이 크니….”랑하의 목소리엔, 깊은 죄책감이 깃들어 있었다.염상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놈들이 우화산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는 않았지만, 움직임과 방식이 딱 백호부 놈들이더군. 역시 그자가 목적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들이 거길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지….”그의 목소리는 점차 격앙되어 갔고, 눈빛이 붉어지며 두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랑하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그 눈빛에는 안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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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사랑을 탐하다 - 11화 : 월광(月光) (1)

늦은 밤, 월전 안은 깊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그러나 백호부 수장의 처소에는 여전히 촛불이 꺼지지 않았다.이영은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부친의 처소를 찾아 들었다.“…후를 살리기 위해선, 달빛의 기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결국은 은어곡으로 다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아버지!”그의 목소리엔 평소답지 않은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영아.”이명의 어조는 무겁고 단호했다.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이미 산산이 부서진 채였다.연일 피를 토하며 점점 빛을 잃어 가는 사랑하는 아들의 모습이, 족장이기 전에 아비로서… 그를 매 순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아이는 이제 물조차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정말 며칠도 더….”이영의 말끝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흔들리고 있었다.“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부디, 아버지…!”그러나 이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나도 안다. 그러나 지금 은어곡 일대는 상국 병사들이 삼엄하게 경계 중이다. 그곳으로 가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야. 아이가 원래대로 회복되리라는… 아니,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고….”이명은 담청색 눈을 질끈 감으며 탄식했다.“하아… 그 아이의 목숨이 귀하듯, 우리 부족 모두의 목숨 또한 귀한 법이다.”족장으로서 그의 말은 모두 옳았다.그러나 이영은 물러서지 않았다.“그러나 후는 다릅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버지! 그 아이가 우리 백호족에게 어떤 의미인지….”“하아…….”이명의 한숨이 깊어졌다.이영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이 상황에서 사람을 많이 움직이는 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와 위록, 이렇게 둘이 함께 아이를 데려가겠습니다. 달이 다시 충만한 밤이 올 때까지, 은어곡과 청운사(靑雲寺)를 오가며 기회를 볼 겁니다.”이명의 두 눈이 다시 천천히 열렸다.아들의 말에 진심이 실려 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이영은 이내 무릎을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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