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족 부족장 이명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미간 깊숙이 패인 주름이 떨리고, 짙푸른 두 눈은 살기를 품은 채 번뜩였다.겨우 숨죽인 침묵도 잠시, 결국 참다못한 분노가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저 몸을 보아라!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있더냐? 도대체 어떤 놈들이, 대체 무슨 이유로, 내 아들을 저 꼴로 만들었느냐!”한 자 한 자 갈라지는 목소리.그의 숨 끝마다 원한이 칼날처럼 서려 나왔다.“내가… 그자들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겠다!”월전 안의 공기가 더욱 무겁게 가라앉고, 모두가 그의 앞에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그때, 그의 뒤에 서 있던 장신의 남자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이명의 장남이자 이후의 이복형.그리고 백호족과 상국을 넘어, 대동 땅 최고의 무사라 불리는 자.…이영.그는 매끈한 이마를 드러낸 채, 은백색 머리칼을 하나로 땋아 틀어 내리고 있었다.허리에는 칠흑 같은 장검이 매여 있었고, 서늘한 하늘색 눈동자에는 고고한 빛이 서려 있었다.그는 이명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그 아이의 눈을 보셨습니까.”이영은 미간을 찡그린 채 말을 이었다.“충만했던 달의 기운이, 이미 다 빠져나간 듯합니다. 다시 성스러운 달의 정기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상국의 경계가 이번 일로 더욱 삼엄해질 터라, 은어곡까지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이명은 말없이 두 주먹을 틀어쥐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이영은 그런 부친을 조용히 응시할 뿐,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며칠 전.우화산 산 중턱 안가를 덮친 백호부 정예 무사들의 선두에는 그가 있었다.그러나 그곳엔 하급 무인들만 남아 있었고, 누가 시켰느냐는 물음에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그는 길게 묻지 않았다.그냥 모두 베어버렸을 뿐.그렇게, 마치 보복이라도 하듯 그곳을 피로 물들인 뒤, 혼절한 동생을 데리고 백호부로 돌아왔다.잠시 후, 이명의 목소리가 낮고 단호하게 떨어졌다.“후계자 책봉식은 당분간 미루겠다.”“…예!”주변의 수하들이 다시 한
最終更新日 : 2026-04-03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