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79 チャプター

#11. [원티어 포수의 이기적인 이타심]

S대 야구부 연습을 위해 교정으로 향하는 장하늘은 택시 뒷좌석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를 위태롭게 배회하고 있었다.“손님, 사범대 앞에 다 왔습니다.”낮게 깔린 택시 기사의 음성이 장하늘의 몽롱한 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사범대 앞. 어느새 도착한 모양이었다.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망막에 맺혔다. 택시는 이미 정지해 있었다.“아, 기사님. 감사합니다.”시트 깊숙이 몸을 묻은 채 짧은 단잠에 빠졌던 모양이다. 독한 감기약 기운 탓인지, 아니면 며칠째 이어온 불면의 여파인지 컨디션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었다. 요금을 결제하고 차에서 내린 장하늘은 찌릿하게 저려오는 몸을 펴며 그라운드를 향해 느릿한 발걸음을 옮겼다.유환이 무심하게, 그러나 강압적으로 병원에 밀어 넣은 덕분에 지독했던 오한은 어느 정도 갈무리된 상태였다. 녀석의 예기치 못한 호의를 곱씹을 때마다 장하늘은 자꾸만 여린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어차피 스무 살, 12월 24일이면 바스러질 목숨이다. 그에게 허락된 하루하루는 모래시계 속 알갱이처럼 속절없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죽음이 예정된 삶에 건강관리라니, 참으로 사치스러운 농담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의 몸을 방치하며 살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지도 모른다.최근 장하늘은 매일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숫자의 늪에 빠져 살았다. 국내와 해외 주식, 펀드, 그리고 변동성이 미쳐 날뛰는 코인 시장까지. 전생의 기억이라는 치트키를 쥔 그에게 자본의 증식은 숨 쉬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부모라는 안식처도, 애틋하게 반추할 기억조차 메마른 삶에서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근간은 활자화된 정보와 숫자였다. 자본주의의 냉혹한 논리 위에서 돈은 곧 권력이자 방패였다. 흙수저로 태어났으나 그는 전생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해 거대한 자산가로 거듭났다. 어제 하루에만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이 그의 계좌에 조용히 찍혔다.곧 죽을 몸이 왜 이토록 숫자에 집착하느냐 묻는다면, 그는 그저 1%의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라 답할 것이다. 만약, 아주 만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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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길들여지지 않는 너]

자신이 흘린 거라니. 뭘 중요한 걸 잃어버린 적은 없었는데.장하늘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유환이 내민 것을 내려다 보았다.“어? 명함?”조기범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힌 황금빛 명함. 장하늘은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아무런 미련 없이 어깨를 으쓱였다.“필요 없는데.”“뭐?”유환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크게 일렁였다. 예상치 못한 반응인 듯 녀석은 얼빠진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장하늘은 혹여 녀석이 오해할까 싶어 서둘러 손을 내밀었다.“미안. 나 대신 쓰레기 치워달라는 꼴이 됐네. 이리 줘, 내가 버릴게.”조기범의 플러팅 따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장하늘에겐 먼지보다 가벼운 소음일 뿐이었다. 유환이라는 거대한 존재를 심장에 담는 것만으로도 그의 영혼은 이미 과부하 상태였으니까.“쓰레기?”유환의 굳어있던 얼굴이 단숨에 환하게 밝아졌다. 녀석은 가느다란 콧방귀를 뀌더니, 턱 끝을 오만하게 치켜올리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됐다. 내가 버려주지. 그리고…… 미안하게 됐다.”장하늘의 사고 회로가 일순간 정지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들은 것인가. 그 오만방자한 유환의 입에서 ‘미안’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다니. 장하늘은 처음 듣는 녀석의 부드러운 음색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유환의 뺨 위로 옅은 홍조가 번졌다. 녀석은 수줍음을 감추려는 듯 연신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장하늘 역시 병원에 데려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유환아! 고마워! 너 덕분에 정말 살았어!”성큼성큼 멀어지던 유환의 너른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했다. 녀석은 돌아보지 않은 채, 그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어 대답을 대신했다. 하지만 장하늘은 보았다. 녀석의 귓바퀴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플레이 볼!”봄 햇살을 머금은 그라운드는 싱그러운 흙냄새를 풍겼다. 비 온 뒤 굳어진 땅은 스파이크를 단단히 지탱해주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유환이 마운드의 중심에 섰고, 장하늘은 운명처럼 홈 플레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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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스트라이크 존의 침입자]

관중석의 소음이 소거된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불꽃을 튀기며 충돌했다.유환이 고개를 젓는 회수도 커지고, 장하늘도 이에 지지 않게 고개를 젓고.릴리스 타임이 길어지는 순간이었다.장하늘이 고집스럽게 나가자 유환의 미간이 사납게 구겨졌다.녀석은 짐승 같은 거친 숨을 내뱉더니, 이내 이를 악물고 굴복한 듯 몸을 비틀어 와인드업을 시작했다.장하늘이 하도 끈질기게 구니 일단 유환이 한발 물러난 셈이었다.휙- 퍽!공이 예상치 못한 궤적을 그리며 타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타자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고, 공은 빗맞은 채 내야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굴러갔다. 평범한 땅볼 아웃.유환의 압도적인 구위와 장하늘의 치밀한 설계가 만들어낸 완벽한 합작품이었다.“와, 저 제구 실화냐? 핀포인트로 꽂아 넣네.”“유환 쟤는 진짜 괴물이야. S대에 있기엔 너무 아까운 재능 아니냐?”동료들의 탄성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장하늘은 미트 속으로 파고든 공의 묵직한 진동을 만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손목을 타고 전해지는 이 짜릿한 저림.녀석의 거대한 힘이 내 몸 안으로 난폭하게 파고드는 듯한 이 감각이야말로 장하늘이 그토록 갈구하던 치명적인 유혹이었다.자신이 칭찬받는 것보다 녀석의 위대함이 증명될 때, 장하늘의 가슴은 형언할 수 없는 소유욕과 포만감으로 부풀어 올랐다.이어지는 타자는 3번 최우현. 안타 제조기라 불리는 그의 약점은 명확했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깃든 몸쪽 낮은 코스.장하늘은 가차 없이 그곳을 파고드는 사인을 냈다. 유환은 이번엔 군말 없이 팔을 휘둘렀다.유환의 삼두근이 터질 듯 긴장하며 공을 뿌리는 찰나, 장하늘은 녀석의 뜨거운 숨결이 자신의 목덜미에 닿는 듯한 환각에 휩싸였다.미트에 박히는 공의 충격이 심장 깊은 곳을 가차 없이 흔들었다. 결과는 포수 플라이 아웃.1회는 그렇게 유환의, 그리고 그를 완벽히 포획한 장하늘의 지배 아래 막을 내렸다.6회 초, 스코어보드는 5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승리 투수 요건을 여유롭게 채운 유환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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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폭군의 열병]

장하늘은 유경호가 하도 어이가 없어 더는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채 입매를 비틀었다.그러거나 말거나 유경호는 계속 혼자 떠들어댔다.“야, 너 지금 네 투수 챙기는 거냐? 너한테 온 일생일대의 기회라는데, 그 상황에서도 쳇, 유환이만 걱정하다니. 됐다, 됐어.”유경호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장하늘은 뒤늦게 깨달은 자신의 본심 때문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그러고 보니 유환의 표정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누가 보면 꼭 사랑 고백이라도 하는 것으로 오해할 법한 발언을 자신이 뱉어버렸다는 걸 이제야 실감한 것이다.자신의 미래보다 녀석의 안위를 먼저 우선시해버린 본능. 이것은 사랑보다 깊고, 집착보다 지독한 배터리의 숙명이었다.***경기는 5대 4, 신입생 팀의 승리로 끝났다. 아슬아슬한 접전 끝에 얻어낸 승리는 신입생 환영회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흙먼지를 털어낸 부원들은 저마다의 흥분을 안고 학교 근처 녹두거리로 향했다.유환의 차에는 장하늘과 최우현이 몸을 실었다. 핸들을 쥔 유환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유리창에 비친 장하늘의 옆모습을 훔쳐보는 그의 시선은 짙고도 어지러웠다.‘곱긴 하네. 정말 사람 미치게 할 정도로.’단순히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장하늘에게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고, 기어이 제 곁으로 끌어당기고 마는 묘한 인력이 깃들어 있었다. 마운드에서 본 녀석의 눈빛은 유환의 영혼을 옭아매는 쇠사슬 같았다.“하하, 우리 환상의 배터리는 정말 어마무시하네! 올해 대학 리그 접수하겠어!”뒷좌석의 최우현이 연신 싱글벙글하며 덕담을 쏟아냈다.“과찬이십니다, 선배님. 유환이가 워낙 잘 던져줘서 가능한 일이었죠.”장하늘의 대꾸를 들으며 유환은 기묘한 이질감에 휩싸였다.“저 녀석 제구며 변화구도 멋지고 스피드 전부 다 퍼펙트야! 하하, 천재!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물건이라고나 할까.”최우현의 칭찬이 이어질수록 유환은 핸들을 쥔 손을 더욱 꽉 맞잡았다.“그럼요. 그래서 유환이의 공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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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맹수의 갈증]

녹두거리 초입, 지글거리는 열기와 닭갈비 익는 냄새가 진동하는 식당에서 ‘마구마구’의 신입생 환영회가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유환은 조기범이 최우현을 통해 장하늘의 안부를 물었던 그 순간부터 줄곧 저기압이었다. 게다가 고기 냄새가 옷감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이 무질서한 회식 자리는 평소 그의 고결한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철판 위에서는 닭갈비와 고구마, 각종 사리가 한데 뒤섞여 원색적인 유혹을 뿜어냈고, 모인 27명의 열기는 식당 안을 뜨겁게 달궜다. 지도 교수의 지루한 훈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유환의 신경은 오직 제 옆에 앉은 장하늘에게 쏠려 있었다.‘몸은 정말 다 나은 건가. 오늘 무리시킨 것 같은데.’자신이 주도한다면 깔끔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골랐겠지만, 단체 회식에선 선택권이 없었다. 유환은 인상을 찌푸린 채 젓가락만 만지작거리다, 문득 곁을 보았다.장하늘은 닭갈비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 철판 구석에서 익어가는 노란 고구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고구마가 다 익기만을 기다리는 그 해사한 얼굴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열기 속에서 비현실적으로 맑게 빛났다. 유환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건배사가 오가고 잔이 비워질 무렵, 지도 교수가 쿨하게 식사비를 선결제하고 자리를 비켜주자 더그아웃처럼 경직됐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교수님, 진짜 최고시네!”장하늘이 아이처럼 웃으며 잘 구워진 고구마 조각을 집어 들었다. 유환은 녀석의 빈 잔에 사이다를 채워주며 그 오물거리는 입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햄스터처럼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고구마를 씹는 모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웠다. 유환의 손가락이 장하늘의 손등 위를 스칠 듯 말 듯 배회하며 묘한 텐션을 만들어냈다.그때, 장하늘이 웬일로 고기가 듬뿍 담긴 접시를 유환의 앞으로 내밀었다.“유환아, 고기 다 익었어. 너 배고프지? 어서 먹어.”유환의 심장이 한순간 엇박자로 뛰었다. 녀석은 다시 고구마를 찾아 양배추 숲을 헤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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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참고 참고 폭발 직전]

“유환아, 잠깐만. 그래도 좋은 자리니까 조금만 더 즐기다 가자.”장하늘은 그저 기분이 좋았다. 유환이 잡아주는 이 손도 좋았고, 선배들의 고양된 분위기도 기뻤다.들뜬 목소리들이 기름진 공기와 왁자지껄한 소음이 뒤섞인 식당 안을 가득 채웠다.승리의 고취감과 알싸한 소주 향이 섞여 부원들의 고막을 자극했지만, 그 활기찬 풍경 속에서 오직 한 사람, 유환만은 여전히 기분이 저조해 보였다. 마운드 위를 지배하는 투수 아니랄까봐 빳빳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유환아, 피곤하지? 걱정 마. 내가 흑기사 할 거야.”장하늘은 유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예민한 것이라 자체 판단했다. 녀석이 아무리 짐승 같은 체력이라 한들, 오늘 같은 경기를 치렀으니 얼마나 고단했겠는가. “뭐? 술 더 마시려고?”“아주 조금만.”장하늘은 잔뜩 날이 선 유환을 슬쩍 곁눈질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듯 흐물흐물하게 풀어진 미소를 지었다.어쨌든 행복한 날이었다. 녀석과 나란히 앉아 잔을 기울이는 밤이라니. 전생의 비극적 결말을 떠올리면 이 찰나의 평화는 독배처럼 달콤하고도 위태로웠다. 서정우는 흥미롭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살피며 넉살 좋게 폭탄주를 말아 건넸다.“하늘이 너, 술 좀 하는구나? 근데 지난번 회식 다음 날 어떻게 됐더라? 너희 둘, 분위기가 묘한데. 진짜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냐?”현실의 기억은 평범했으나, 장하늘의 뇌리에는 불펜의 습한 공기 속에서 유환과 질척하게 엉겨 붙던 꿈의 잔상이 섬광처럼 스쳤다.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왜 녀석만 보면 그 음란하고도 처절한 꿈이 현실의 경계를 침범하는지 알 수 없었다.“뭐 그라운드에서 만났는데 비가 와서 바로 헤어졌어. 하하.”장하늘은 서둘러 말을 얼버무리며 폭탄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데 기분 탓일까.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은 유환의 얼굴이 장하늘의 고백 아닌 고백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녀석은 헛기침을 내뱉더니 서정우에게 사이다 캔을 내밀며 거칠게 말을 돌렸다.“영양가 없는 소리 그만하고 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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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영역의 선포]

유환이 장하늘을 데리고 나가려다 조기범과 눈이 마주쳤다. 조기범은 최우현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곧장 유환과 장하늘의 테이블로 향했다.“잠깐만, 너희들 할 말 있어. 감기 때문에 고생했다며? 몸은 좀 어때?”조기범의 다정한 물음에 장하늘이 꾸벅꾸벅 졸며 대답했다.“유환이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양치했더니··· 졸음이 더 쏟아지네요.”유환은 차 안에서 녀석을 구박했던 기억이 떠올라 속으로 낯을 붉혔다. 그러고 보니 장하늘은 정말 배려심 있는 성격인지 항상 누군가 덕분이라는 말을 자주 내뱉었다. 특히 장하늘의 입에서 나온 ‘유환이 덕분에’라는 말에 자신은 묘하게 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너 나랑 나중에 좀 따로 만날까? 더 큰 무대나 다른 곳에서 야구 하고 싶지 않아?”“야! 조기범! 설마 진짜 우리 천재 포수 군침 흘리는 거냐?”조기범의 노골적인 제안에 최우현까지 거들자, 장하늘은 당황해 쭈뼛거리게 되었다. 유환은 옆에서 주먹을 꽉 쥐었지만, 장하늘은 졸음이 쏟아지는 눈을 껌벅거리다 다시 환하게 웃었다.“전 참고로 유환이 배터리만 할 거예요. 다른 데 갈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술김이라 심장이 더 커졌나, 아니면 간이 부었나. 장하늘은 대단한 말이 입에서 잘도 술술 나와 본인도 배시시 웃음만 나왔다. 조기범은 그런 두 사람을 흥미롭다는 듯 관찰하다가, 이내 잠든 장하늘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유환은 조기범을 절로 노려보게 되었다. 추측이 사실이 된 순간이었다. 포수가 발도 빠르고 장타력도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타자를 농락하는 볼 배합까지 완벽하다면 그건 어느 구단 어느 팀에서도 각광받을 재주일 터. 그 능력을 이렇게 일찍 간파하고 스카우트하려 하다니. 군침 흘리는 동족인 투수를 마주하니 절로 경계심이 치밀어 올랐다. 이 와중에 장하늘은 이제 유환의 어깨에 고개를 툭 떨군 채 규칙적인 숨을 내뱉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뺨과 보들보들한 피부가 조명 아래서 유혹적으로 빛났다.“왜 이 녀석에게 이토록 집착하는 겁니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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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금단의 유혹에 휘둘려]

S대 입구에서 강남까지, 유환은 단숨에 차를 몰았다. 조수석에 깊숙이 파묻혀 고롱고롱 잠든 장하늘은 천사처럼 평온해 보였다. 녀석의 숨결 끝에 묻어나는 은은한 민트 향이 좁은 차 안을 밀도 있게 채웠다. 유환은 신호 대기 중 웅크린 녀석의 실루엣을 가만히 훑었다. 체격도 작은 녀석이 그 거친 포수 마스크를 어떻게 쓰고 견디는 건지. 외모만 보면 영락없이 날렵한 유격수인데 말이다. 투명할 정도로 하얀 살결 아래로 가느다란 정맥이 비쳐 보였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창백하고 병약해 보이는 그 목덜미를 보고 있자니, 기묘한 갈증이 일었다. 남의 손에 타기 전에 내 품에 가두고 으스러뜨리고 싶다는, 지독한 보호 본능을 가장한 가학심이었다.강남의 펜트하우스. 건물 자체가 제 소유였기에 프라이빗 주차장에 차를 거칠게 처박듯 세운 유환은 장하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손안에 잡히는 허리가 지나치게 가늘었다. 제대로 먹고는 다니는 건지 걱정이 앞섰다. 운동선수 특유의 투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매끄럽고 이질적인 선이었다.“유환아, 어디 가?”“집에.”“아하···.”녀석은 무엇을 납득한 건지 나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 집에 가는 줄은 알겠지. 유환의 눈동자에는 이미 짙은 소유욕이 번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돌아가겠다는 소리를 해도 보내줄 마음 따윈 추호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매끄러운 벽면에 비친 녀석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긴 속눈썹이 뺨 위로 그늘을 드리웠고, 발그스레한 볼은 손대면 터질 듯 탐스러웠다. 투명한 피부 위로 흐르는 묘한 열기. 그리고 마침내 깨달아버린, 이 들쑤셔진 마음의 실체를 유환은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뻗어 장하늘의 뺨을 느릿하게 훑었다. 차가운 엘리베이터 조명 아래서 더욱 창백하게 질린 녀석의 얼굴이 묘하게 색정적이었다. 당장이라도 품어주지 않으면 금세 사라져버릴 것 같은 연약함이 유환의 인내심을 난폭하게 갉아먹었다.“내가 언제부터 취향이 이랬을까.”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대수인가 싶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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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잡아 먹고 싶게]

“그래, 충동적으로 키스했어. 네가 예뻐서.”유환의 낮고 그윽하게 아랫배를 조여드는 기분 좋은 목소리가 장하늘의 귓전을 스쳤다.꿈을 꾸는 것인지, 취해서 앞에 헛것이 들리는 것인지.이건 꿈일 확률이 대단히 높았다. 현실의 유환이 제게 이토록 다정한 입맞춤을 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와, 영광이네.” “그럼 다행이군.”말은 무심해도 눈빛은 뜨거운 유환이었다.“나··· 빨리 죽으니까··· 불쌍해서··· 신이 내 소원을 들어주셨나 보다.”엘리베이터 홀을 나와 집으로 향하던 유환이 걸음을 멈칫, 멈추고는 장하늘을 빤히 바라보았다.“뭐?”흔들리는 유환의 눈동자엔 믿지 않겠다는 부정과 대단한 의구심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꿈인데 뭐 어때.장하늘은 머리가 터질 듯 어지러웠어도 입은 살아 있었기에 당당하게 헛소리를 뱉었다.“뭐, 12월쯤 죽으니까··· 엄청 빨리 죽는 거지? 네가 키스해줘서 좋았어.”그때, 몸이 툭 고꾸라졌다.하마터면 바닥에 안면을 찧을 뻔한 자신을 유환이 거칠게 잡아챘다.너무 놀란 그는 화들짝 장하늘을 제 품으로 끌어안더니 입을 떡하니 벌렸다.그 잘난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 넋이 나가 보였다.“그거 진짜야?” “하하, 표정 좀 봐. 내가 빨리··· 죽는다는 말에 놀랐어? 아니면 키스해서··· 좋았다는 말에 충격받았어?” “야! 둘 다!”꿈이라도 어쩌면 이렇게 생생한지.녀석은 자신을 거의 안아 올릴 듯 붙잡는 힘이 대단했다.휘청휘청.머리가 깨질 듯 어지러운 와중에도 이토록 행복해도 되나 싶어 의아했다.“너 안 되겠다. 빨리 가서 쉬게 해야지.” “유환아, 고맙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네. ·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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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통제불능]

장하늘은 지금 취기에 잠결까지. 제정신이 아니었다.유환에게 이리 말해도 될까. 사랑받고 싶다고.어차피 현실도 아닌데 뭐 어떤가.녀석은 현실에선 화만 내고, 자신을 함부로 대하기 일쑤지만, 지금은 꿈이 아니던가.썩어 문드러져 가는 제 속내를 이렇게라도 꺼내어 녀석의 따뜻한 온기에 품어내고 싶었다.장하늘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유환에게 다가가 보았다.“너··· 뭐, 뭐냐?”그는 피하지 않았고, 밀쳐내지도 않았다.물론 끌어안아 주지도 않은 채, 놀라서 기함을 토하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장하늘은 천천히 유환의 목을 끌어안고는, 제 입술을 그의 붉은 입술에 포개기 위해 숨을 들이켰다.“···너도 했잖아. 그거···, 나도··· 해보자.”유환은 거의 기절할 듯 놀란 눈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뭐?”뭐긴 뭐겠어. 꿈인데 뭘 못해.“키···스···.”***장하늘의 황당한 선언에 유환은 말문이 턱 막혔다.혼탁해진 의식 속에서도 녀석은 이 순간이 지독히도 달콤한 꿈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지금 이 요망하고도 위태로운 장하늘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아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게 조여왔다.어쨌든 오늘 확실하게 깨달은 사실은 하나였다.장하늘은 유환 자신을 지독하게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마음이 벼랑 끝까지 내몰려 있다는 것.“너, 나중에 이성 돌아오면 그때 제대로 해.”“···싫어. 꿈 깨고 나면 날 원하는 너는 사라진단 말이야.”환장할 노릇이었다. 유환은 제 셔츠깃을 꽉 움켜쥔 녀석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너, 내가 그렇게 좋아?”“···응. 죽어도 좋아. 널 위해서라면 정말··· 그럴 수 있어.”이게 대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싶었다. 자신을 첫눈에 보고 반하기라도 한 걸까. 아니면 제가 모르는 시간 속에서 대체 무엇이 녀석을 이토록 깊은 연모의 늪으로 밀어 넣은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우리, 본 지 얼마나 되었다고.”그때 장하늘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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