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 - チャプター 30

79 チャプター

#21. [감히, 겁도 없이]

유환은 지금 통제불능이었다.장하늘의 이마에 손을 대고 서서히 손끝을 내려 볼을 스친 뒤 입술에 닿았다.더운 숨이 제 손끝에 닿자 온몸의 소름이 삐죽이 솟아올랐다.그때 바르르 장하늘의 눈꺼풀이 떨렸다.유환은 아예 침대에 걸터 앉아 녀석의 턱을 잡아 들었다.자신을 응시하는 녀석은 눈동자 너머로 농밀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잡아 먹고 싶게 탐스러운 온도였다. “아, 목말라.”갈증이 이는지 장하늘은 입술을 본능적으로 핥아 올렸다.환장할 노릇이었다. 왜 이리 녀석의 붉은 혀를 집어 삼키고 싶은지.자신이 원래 이렇게 발정난 놈이었던가. “왜, 속이 타서 그래? 잠깐만.”당황한 나머지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방으로 향했다. ***누군가를 지극정성으로 돌본 역사가 없는 유환이었다. 그는 지금 무언가에 홀린 듯, 이성적인 판단의 끈을 놓아버린 상태였다.유환은 서둘러 거실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병을 챙겨 돌아왔다. 숙취로 타들어 가는 갈증을 달래주려 녀석의 상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뚜껑을 열어 입가에 대어주자, 녀석은 본능적으로 생수통을 거머쥐고 물을 들이켰다. 꿀꺽, 소리와 함께 녀석의 하얀 목덜미가 물결치듯 꿈틀거렸다. 물을 마시는 그 단순한 행위조차 왜 이리 야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일이었다. 미처 삼키지 못한 물줄기가 입가로 가늘게 흘러내리는 모습이 유환의 시선을 집요하게 붙들었다.장하늘은 몇 모금의 물로 갈증을 씻어내더니, 여전히 술기운이 가득한 눈을 껌뻑이다 유환과 시선을 맞추었다.“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그렇게 마셔?”“그러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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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꿈결 속에서 폭주하다]

유환은 마침내 억눌러왔던 갈증을, 장하늘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다는 노골적인 욕망으로 터뜨렸다.그 파격적인 고백이 농밀한 공기 중에 흩어지는 동안, 장하늘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녀석은 여전히 이 순간이 잔혹하리만큼 아름다운 꿈인지, 아니면 손에 잡히는 현실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듯했다.술에 취해 잠든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상대로 이래도 되는 걸까. 취기에 비틀거리는 도덕심을 붙잡을 틈도 없이, 유환의 본능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서고 있었다. 장하늘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했던 그 애절한 고백만이 유환이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면죄부였다.유환의 선언에 하늘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깜빡였다. 이대로 꿈속에서 허망하게 끝내버린다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는 듯, 장하늘은 희미하지만 황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바라던 바야.”역시 고운 녀석의 입술에서는 그 외모만큼이나 달콤하고 치명적인 승낙이 흘러나왔다. 정말 하자는 건가. 진짜로? 유환은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이것이 정말 꿈이라면, 오늘만큼은 신께 무릎을 꿇고서라도 감사를 올리고 싶다고 장하늘은 생각했다.유환의 손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이 어깨를 타고 짜릿하게 내려앉자, 장하늘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뜨거운 숨을 가파르게 내뱉었다. 너무 행복해서, 이 비현실적인 고양감에 취해버려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진심이 제멋대로 터져 나왔다.“······내가 처음이라 많이 서툴 거야. 꿈에서라도······ 소원을 풀 수 있어서 좋긴 한데. 한편으론 겁도 나네.”유환의 지문이 어깨의 유려한 선을 훑을 때마다 심장이 멎을 듯 조여왔다. 행복에 겨운 속마음이 여과 없이 흘러넘쳤다.“피차 처음이다. ···지금 우린 사랑을 나누는 거야. 맞지?”그의 낮은 속삭임이 귓가를 간지럽히며 파고들 때, 장하늘의 등줄기로 서늘하고도 뜨거운 전율이 사정없이 스쳤다. 유환은 분명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녀석이 저를 얼마나 성심성의껏 대하고 있는지 장하늘은 온몸의 신경으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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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집요한 시선이 향하는 이정표]

“유환아, 이거 꿈이야. 휴-. 걱정마.”장하늘은 그저 웃으며 무아지경의 상태를 즐겼다. 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지막 채워지지 않은 1%의 감각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었다. 단순히 서로를 만져주는 행위만으로도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하는 짜릿함이 밀려왔다.“그래. 뭐가 되었든 즐거우면 됐지.” “유환아, 젤 같은 것 있어?”장하늘의 입술 사이로 달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실전 경험은 전무했으나, 글로 익힌 상상력은 이미 위험한 수위를 넘나들고 있었다.“뭐?”손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공백을 느낀 장하늘은, 더 깊은 결합을 향한 본능적인 갈망을 넌지시 내비쳤다.“콘돔은?” “하?”유환의 얼굴이 폭발할 듯 붉게 달아올랐다. 꿈이라기엔 너무나 생생한 반응이었다. 장하늘은 비록 이번 생이 고달팠을지언정, 몇 번의 삶을 거듭하며 남자들 간의 사랑에 대해 어렴풋이 아는 바가 있었다.놀란 유환은 로봇처럼 굳어버렸다. 먼저 하고 싶다고 달려든 주제에 정작 준비물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꼴이라니. 하긴, 유환 역시 모든 것이 처음이라 하지 않았던가.장하늘의 말에 유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한층 더 짙은 열기를 머금었다.“장하늘··· 너 꽤 이쪽으로 능숙한가 보지?”아는 거야 많지. 단지 실전 경험이 없을 뿐. “그냥··· 요즘 그런 소설들이 유행하니까··· 실제론··· 처음이야. 꿈인데 뭐 어때?” “하, 돌겠네.”유환은 입술을 비틀면서도 손놀림은 빨라졌고, 거친 신음으로 서로의 한계를 가늠하며 절정을 향해 최선을 다해 치달았다.비록 지금은 서로의 은밀한 곳을 만져주는 것이 전부였으나, 사랑하는 이와 나누는 스킨십은 그 자체로 완성형이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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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휘발된 기억의 잔상]

다음 날.해가 중천에 걸려 방 안 가득 눈부신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눈을 뜬 장하늘의 머릿속은 마치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의 숲처럼 흐릿하기만 했다. 주변의 풍경이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가차 없이 지워버렸다. 오직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상태로 낯선 공간에 던져져 있다는 사실만이, 서늘한 공기가 되어 피부에 차갑게 와닿을 뿐이었다.지독하게 밀려오는 메슥거림과 깨질 듯한 두통에 초점을 맞추려 애쓰며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미 정오를 훌쩍 넘겨 있었다.“여기가······ 어디지?”머릿속은 흡사 거대한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의 백지장처럼 아무런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니, 몸에 감기는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몸을 짓누르는 고급스러운 침구의 무게감이 남달랐다. 킹사이즈를 압도하는 거대한 침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장하늘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위압적이었다.넓은 테라스와 시원하게 뻗은 통창 너머로는 서울 시내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었다. 멀리 굽이치며 흐르는 한강의 물줄기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강남의 노른자위임은 틀림없었다. 장하늘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떨리는 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 쥐었다.대체 누가 자신을 이런 호화로운 곳으로 데려온 걸까.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인가 싶어 급히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시야가 심하게 흔들리며 세상이 뒤집혔다.“으윽-! 머리야!”갈라진 목소리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마터면 바닥으로 고꾸라질 뻔한 장하늘은 간신히 침대 프레임을 생명줄처럼 붙잡아 추락을 면했다. 어떻게 땅과 하늘이 이토록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는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다게다가 민망한 알몸을 가릴 속옷이라도 찾아 입어야겠다 싶어 잔뜩 몸을 움츠리는데.“으윽······!”위장이 한 바퀴 뒤틀리는 듯한 통증에 짧은 신음을 내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침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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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금기된 페이지를 넘기다]

화요일 아침이 밝았다.어제까지만 해도 숙취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엉망인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냈던 장하늘은, 오늘이 되어서야 겨우 인간다운 몰골을 갖추고 오후 수업에 나설 수 있었다. 거울 속의 창백한 얼굴을 마주하며 그는 습관적으로 유환을 떠올렸다. 우연한 계기가 아니라면 동아리 활동 시간 외에는 유환과 마주칠 일이 전무했기에, 그 당연한 사실이 못내 가슴 한구석을 시리게 훑고 지나갔다. 월요일은 공식적인 훈련이 없는 날이었다. 유환이 없는 그라운드라면 굳이 그 따가운 뙤약볕 아래 발을 들일 수고로움조차 감수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장하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리하여 오늘은 수업이 끝난 후 녀석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저편에서는 이름 모를 옅은 설렘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지금 수강 중인 과목은 교양 수업인 『종교학 개론』이다. 수차례의 생을 반복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수히 넘나들었던 장하늘로서는, 이 불합리한 세상의 신비로운 섭리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물리학의 『평행 이론』이나 『타임 루프』 같은 이성적이고 수치화된 학문을 파고들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처지가 과학적인 기적보다는 잔혹하고 미스터리한 '신의 장난'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그 끝에 종교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어쩌면 이 초현실적인 현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기대감이 장하늘의 마음을 채웠다.그때, 정적을 깨고 강의실 뒷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더니 장하늘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우와! 장하늘! 여기서 다 보네?”강의실의 고요를 깨트리고 울려 퍼진 제 이름에 장하늘은 흠칫 놀라 어깨를 떨었다.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아오며 누군가와 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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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독점욕의 변주곡]

유환은 오늘따라 심사가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어제, 아무리 공식 훈련이 없는 날이라 해도 정말 코빼기도 보이지 않은 장하늘의 태도가 못내 괘씸해 속이 뒤틀렸다.그리고 오늘 오후, 장하늘은 넋이 나간 듯한 몰골로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평소보다 유독 핼쑥해 보이는 안색에 유환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아팠던 건가? 그래서 어제 나오지 못한 건가? 숙취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녀석이 말했던 그 지병이 악화된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어떤 중병이든 술을 그렇게 들이붓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을 텐데. 녀석이 정말 시한부라면 약을 달고 살아야 할 텐데, 술을 마시면 약도 못 먹지 않나? 유환은 이 상황이 심각한 결함처럼 느껴져 초조해졌다.배팅 연습을 하고 피칭 기계에 몸을 맡기면서도, 유환의 시선은 집요하게 더그아웃에 앉아 있는 장하늘에게 머물렀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미트를 든 채 그라운드로 들어서던 장하늘은, 유환을 발견하자마자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아, 유환···.”흔들리는 눈동자, 잔뜩 위축된 어깨. 녀석은 유환과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혼란을 겪는 듯 보였다.“그래. 무리하지 마라. 몸도 안 좋을 텐데.”걱정 반, 질책 반 섞인 목소리가 유환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갔다. 장하늘은 당황한 듯 어버버하며 대답을 건넸지만, 그 뒤론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막상 훈련이 시작되자 장하늘의 눈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녀석은 영락없는 선수였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에선 다행히 큰 병색이 느껴지지 않았다.“괜찮아?”조심스러운 물음에 장하늘은 입꼬리를 예쁘게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ld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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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거래하는 그들]

유환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오합지졸 S대 야구 동아리가 싫지 않았다. 평생 야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절망에 빠졌을 때, 그래도 재벌가의 엘리트 교육 덕분에 S대 체육학과라는 피난처를 찾을 수 있었다. 야구장도 있고 제대로 된 팀도 있으며, 비록 약체지만 전국 대회에 나갈 의지도 있으니 유환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환경이었다.‘내가 마운드에서 1점도 안 주면 되는 거 아니야?’그리 간단하고 오만한 논리가 야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임을, 유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때, 장하늘은 최우현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1학년 부원들을 향해 모이도록 손을 흔들었다.“자, 우리도 어서 전력을 짜봅시다. OB팀을 확실하게 이겨야 여러분이 주전 자리를 꿰차게 될 겁니다.”어느새 1학년들을 아우르는 리더가 된 장하늘이 외치자, 새내기 부원들은 더욱 들떠서 눈을 빛냈다. 철저한 약육강식과 맹목적인 승부욕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스포츠계에선 주전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당연한 순리였다.잘난 놈이 마운드나 타석에 더 많이 서면 될 것을, 대체 무엇을 짜고 의논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장하늘은 한술 더 떠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야구를 하고 싶으니 포지션에 대한 욕심을 가감 없이 말하라고 부추겼다. 1학년들은 선배들을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싶다는 야심으로 똘똘 뭉쳐, 각자 원하는 포지션과 타순을 열띠게 의논했다.감독도, 코치도, 매니저도, 관중도 없는 그들만의 그라운드.“포수는 장하늘.”유환이 그리 단호하게 말하며 장하늘을 바라보자, 다른 부원들도 이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건 전적으로 동의해.” “장하늘이 포수 마스크를 써야 제대로 그라운드에서 우리를 리드하고 지시해 줄 수 있으니 찬성.”서정우가 동의를 표하자, 유환과 마찬가지로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박천호도 호기롭게 말을 건넸다.“오늘 장하늘이 포수 보면서 3번 타자 어때? 유환이가 4번 타자에 외야수. 그리고 내가 투수를 좀 하고 싶은데······.”무슨 미친 소리를 저렇게 당당하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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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미싱 링크(Missing Link)]

장하늘은 물끄러미 서정우를 응시했다.자신 또한 끝없는 전생을 반복하며 시간을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일단 녀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검증한 뒤에 판단하고 싶었다. 하지만 냉정한 이성과 달리, 장하늘의 심장은 터질 듯 요동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이 지옥 같은 운명의 굴레 속에, 또 다른 ‘전생자’가 존재한다니. 그것은 장하늘의 외롭고 처절한 싸움터에 하늘이 내려준 한 줄기 구원의 빛과도 같았다.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말고 이 무거운 아픔을 나누라고, 신이 소중한 벗을 내려준 것일까. 장하늘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을 이 비극에 몰아넣은 신과 운명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어졌다.네 번의 생을 가로지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 외에 시간을 기억하는 자를 본 적이 없었기에, 서정우의 존재는 장하늘의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 혁명과도 같은 터닝 포인트였다.“오늘 너 투수 마운드에 서게 해줄테니까, 이따가 제대로 이야기해 줘야 해. 약속했다?”서정우가 원하는 것은 투수로 당당하게 제 능력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어느새 장하늘의 목소리엔 기대와 초조함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금지된 고대의 비기를 캐묻는 탐정처럼 비장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반면에 서정우는 소원 성취를 한 어린아이처럼 들뜬 기색으로 글러브를 고쳐 쥐었다.“하하, 장하늘! 기대해. 내 이야기 보따리는 네 상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니까.”당연히 기대가 충만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수업 시간에 놀라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교수로부터 ‘진짜 하늘!’이라는 해괴한 별명까지 얻지 않았던가.야구 선수로 살았던 1회 차의 삶에서 서정우라는 이름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육상 유망주였던 장하늘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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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벼랑끝에서 붙잡은 희망의 끈]

장하늘은 지금 미칠 것만 같은 격정에 휩싸였다.서정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녀석이 기억하는 전생의 장하늘은 프로 무대에서 10년 이상을 더 살았다는 뜻이 된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네 번이나 삶을 되풀이하는 이 기괴한 현실을 살고 있는 판국에 불가능할 것은 없었다. 아니, 장하늘에게 그것은 이제 반드시 가능하다고 믿어야만 하는 절대적인 명제였다.‘프로에서 10년을 함께했다는 건, 내가 서른 살이 넘도록 살아남은 세계가 존재했다는 거잖아!’시간의 축이 반복된다면, 어느 세계관에선 장하늘이 일찍 죽지 않는 결말도 존재할 것이라는 대단한 희망. 그것은 신의 잔혹한 장난 속에 갇혀 매번 죽음의 절벽으로 떠밀리던 장하늘에게 내려진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이었다.서정우 역시 이 지독한 전생을 겪었다면, 녀석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번 생을 마주하고 있는 걸까. 경기를 서둘러 끝내고 녀석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장하늘은 안달이 났다.장하늘이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유환이 성큼성큼 다가왔다.“너 왜 그래?”유환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벼려져 있었다. 표정은 이미 험악하게 일그러진 상태였다. 서정우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다정하게 비밀을 속삭이던 장하늘의 모습이 유환의 신경을 제대로 긁어놓은 모양이었다.“아! 하하, 그러게.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서. 미안, 유환아. 오늘만 좀 참아줘.”유환의 미간이 좁아지며 눈썹이 꿈틀거렸다. 녀석의 눈빛엔 형형한 소유욕이 서려 있었다.“언제는 나랑만 배터리 한다고, 다른 놈은 거부하더니. 서정우랑은 아주 죽이 잘 맞네?”장하늘은 아차 싶었다. 확실히 그랬다. 조기범이 싫어서 유환이 아니면 안 된다고 못 박았던 장본인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런데 서정우와 이렇게 긴밀하게 엮이고 있으니, 유환 입장에서는 배신감이 들 만했다. 장하늘은 다급히 변명을 덧붙였다.“미안, 유환아. 근데 이건 뭐랄까,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해두자. 나, 너랑 정말 오랫동안 배터리 하고 싶어. 이건 진심이야.”유환은 차가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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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데드라인 너머의 세계]

장하늘은 금기된 밀담을 나누기 위해 다시 춘천 닭갈비 식당을 찾았다.식당 문을 열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소주부터 주문하며 서정우와 마주 앉았다. 찰나의 순간, 술을 멀리하라던 유환의 신신당부가 머릿속을 스쳤으나 오늘만큼은 타오르는 갈증을 맨정신으로 견딜 재간이 없었다.소주잔 속에 고인 투명한 액체는 불투명한 장하늘의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그가 품은 가느다란 불안을 조금씩 녹여내고 있었다.“뭐? 진짜? 내가 40살이 넘어서도 야구 선수였다고?”결국 장하늘은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테이블을 거칠게 짚으며 벌떡 일어났다. 식당 안의 정적을 깨는 외침. 이것이야말로 그가 평생을 바쳐 갈구하던 생존의 증거였다. 서른도 아닌, 마흔 살까지 살아남다니. 평생을 지배해온 절망의 패러다임이 산산이 조각나며, 장하늘의 세계가 재정립되는 순간이었다.“쉿! 하늘아, 조용히 해. 하하, 그렇게 좋아?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술기운에 실성한 사람이라도 보는 듯한 시선들이 장하늘을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런 따가운 눈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사그라지던 생명의 불꽃이 기적처럼 다시 피어오르는 감각에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아······ 미, 미안.” “하하, 일단 좀 앉아봐.”벌써 취한 것일까. 아니, 이것은 알코올의 기운이 아니라 진실이 선사한 치명적인 전율이었다. “녀석, 뭐라도 좀 먹으면서 말하자. 고기 다 익었어.”서정우는 살갑게 철판 위를 뒤집으며 연신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닭갈비와 달콤한 향을 풍기는 고구마, 양배추 따위는 지금 장하늘에게 아무런 자극이 되지 못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20살의 크리스마스이브를 인생의 종착역으로 설정하고 달려온 삶이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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