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남편은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Kabanata 41 - Kabanata 50

76 Kabanata

41화

철창 안, 에다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웅크려 있었다.엘런에게 버림받았다는 충격과,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공포가 번갈아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에다.” 익숙한 부름에 에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들었다. “폐, 폐하….” 에다는 비참하게 기어 와 로제의 발치에 엎드려 오열했다. “죽여주세요…. 제가… 제가 감히… 전하를 믿고….”로제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제 발밑의 시녀를 내려다보았다. 주인을 기만하고 적과 내통한 죄는 죽어 마땅했다. 하지만 지금 로제의 시야에 겹쳐 드는 것은, 눈앞에서 떨고 있는 에다가 아니었다.[황후 폐하… 죄송해요… 더는… 못 견디겠어요….]새벽 안개 속, 후원 구석의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서 대롱거리던 싸늘한 맨발.엘런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버림받아 결국 스스로 목을 맸던 전생의 아이.‘내가…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면.’로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그 끔찍한 무력감과 죄책감이 이번 생에선 다른 형태의 배신으로 돌아왔다.하지만 결말마저 똑같이 둘 수는 없었다.에다는 피가 나도록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울먹였다.“저는…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전하께서… 저를….”“이용한 줄 몰랐다고?”싸늘한 일갈에 에다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엘런 전하께서는… 저를 사랑한다고 하셨습니다. 잠시만 참으면 서연합으로 데려가 주신다고….”초점 잃은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며 필사적으로 환상을 붙잡고 있었다.“약속하셨어요. 신분 따위 상관없이 왕자비로 맞아주겠다고. 그 하얀 성에서, 아무 방해 없이 둘이서만 살자고….”엘런이 속삭였을 그 얄팍하고 달콤한 거짓말들.맹목적으로 매달리는 꼴이 너무도 처참해 로제는 잇새를 꽉 깨물었다.“……하얀 성?”로제의 입술 틈으로 메마른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에다. 정신 차려.”“폐하…?”“서연합의 제 2왕자궁은 붉은 벽돌로 지어졌어. 그 나라에 하얀 성 따위는 없어.”숨 막히는 현실이 내리꽂혔다.“그리고 신분 차별이 가장 끔찍한 곳이 바로 서연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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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벨라리스 공작가의 은밀한 별채는 깊은 밤에도 잠들지 않았다.두꺼운 암막 벨벳 커튼이 창문을 빈틈없이 틀어막고 있었고, 크리스털 샹들리에의 불빛은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조차 비추지 못할 만큼 무겁고 탁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밀폐된 공간에는 최고급 꼬냑의 독한 향기와, 그보다 더 짙고 추악한 욕망의 냄새가 끈적하게 뒤엉켜 있었다.“빌어먹을…!”[쨍그랑!]크리스털 잔이 벽에 처박혀 산산조각이 났다. 붉은 술방울이 핏자국처럼 최고급 카펫 위로 얼룩졌다. 엘런은 실크 넥타이를 거칠게 뜯어내듯 풀어헤치며 소파 위로 쓰러졌다. 늘 단정하게 빗어 넘기던 금발은 엉망으로 헝클어졌고, 충혈된 눈동자에는 살기가 득실거렸다. “형님! 그 계집을 그냥 두실 겁니까?” 그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벨모어를 향해 악을 썼다.“감히 나를 첩자로 몰아? 서연합의 왕자에게 이런 개망신을 줘? 내 손으로 그년의 머리채를 질질 끌고 와, 내 발밑에 발가벗겨 놓고 비명을 지르게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하지만 벨모어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그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새 와인잔의 스템을 우아하게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숨 막히는 침묵이, 엘런의 발악보다 수십 배는 더한 압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닥쳐.”벨모어의 얇은 입술이 달싹였다.높지도 낮지도 않은, 지독하게 건조한 목소리.“천박하게 짖어대는 건 아르센의 황궁에서 이미 충분히 했을 텐데.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울 셈인가?”“하지만…!”“네놈의 그 하반신 통제 못 하는 버릇 때문에 명분을 잃었어.”[탁.]벨모어가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가벼운 마찰음이었지만, 엘런의 목을 옥죄는 단두대 칼날 소리처럼 들렸다.“외교적 압박으로 아르센의 목을 서서히 조이려던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반역 혐의를 뒤집어쓴 멍청한 왕자를 구하기 위해, 내가 오늘 드라켄 황제 앞에서 치른 수모가 얼마인지 아느냐?”엘런은 억울함에 입술을 깨물었지만, 더는 대꾸하지 못했다.형의 잿빛 눈동자가, 마치 쓸모가 다한 폐기물을 내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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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황후전의 깊은 밤.로제는 창가에 서서, 내일 새벽 적국으로 끌려갈 에다의 짐을 꾸리는 시녀들을 무감각하게 지켜보고 있었다.그녀의 허벅지 안쪽에는 여전히 카시안이 헤집고 간 끈적한 쾌락의 잔향이 수치스럽게 배어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완벽하게 얼어붙어 있었다.[쾅!]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모두 다 꺼져!”사색이 된 시녀들이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성난 표정의 레온이 들어섰고, 그 뒤로 시종들이 그를 말리지도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다.로제는 천천히 돌아섰다.“예법도 없이, 이 밤중에 무슨 행패십니까.”“행패?”레온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왔다. 그의 금빛 눈동자는 핏발이 서 있었다.“행패는 당신이 부리고 있지. 감히 내 명을 어기고 죄인을 빼돌리려 하다니.”[툭.]그는 탁자 위에 서류 뭉치를 내동댕이쳤다. 드라켄의 붉은 인장이 찍힌 [죄인 인도 요청서]였다.“설명해 보시오. 분명 아르센의 국법대로 처단하라고 명했을 텐데, 왜 그 계집이 드라켄으로 넘어가는 거요!”로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카시안 폐하의 공식 요청이었습니다. 당신의 군사 기밀 구역에서 벌어진 일이니, 직접 신병을 인도받아 심문하시겠다고요.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는….”“가증스러운 거짓말 마!”레온이 소리쳤다. 그는 로제의 여린 어깨를 거칠게 잡아챘다.“그 오만방자한 놈이 고작 시녀 년 하나 심문하겠다고 나설 리가 없어. 네가 찾아간 거지? 그놈의 침실로 기어 들어가서, 내 명을 거역하고 살려달라고 빌었잖아!”로제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곡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 흔들림을 지독하게 차가운 분노로 덮어버렸다.[탁!]로제가 레온의 손을 매몰차게 쳐냈다.“그래서요?”“……뭐?”“제가 제 발로 찾아가 빌었습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로제의 서릿발 같은 음성이 방 안을 울렸다.“폐하께서 제 청을 짓밟으셨잖습니까. 같잖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제 수족을 베어내려 하셨으니까요. 남편이 들어주지 않으니, 제 청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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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시간은 무심하게 흘렀다.엘런의 추문과 에다의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황궁은, 다가오는 거대한 행사 덕분에 기괴할 정도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아르센 건국 300주년 기념제]대륙 각국에서 사절단이 모이고,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제국 최대의 축제.황궁 곳곳은 오색 깃발과 화려한 꽃장식으로 뒤덮여 축제 분위기에 취해 있었지만, 로제만은 웃을 수 없었다.‘벨모어는 왜 아직도 쥐죽은 듯이 있는 거지?’ 화려한 축제용 드레스로 단장한 로제는 거울 앞을 서성이며 아랫입술을 짓이기듯 깨물었다.벨라리스와 벨모어.그 독사 같은 자들이 축제를 얌전히 즐길 리 없었다. 폭풍 전야의 끔찍한 고요함이 로제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왔다.분명히 움직일 것이다.그런데 언제? 어디서?[스윽.]그때, 굳게 닫혀 있던 발코니의 묵직한 커튼이 흔들리며 거대한 그림자가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로제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허리를 거칠게 낚아챘다.익숙하고 짙은 체향. 카시안이었다.하지만 평소의 나른한 모습이 아니었다. 화려한 연회복 대신 칠흑 같은 전투용 제복을 입고, 허리에는 진검을 찬 완전 무장 상태였다.“쉬이. 남편을 부르기엔 상황이 좀 촉박해서 말입니다.”카시안이 로제의 귓가에 낮게 속삭이며 손을 떼어냈다.“폐하? 그 복장은 대체… 설마, 지금 궁을 빠져나가시는 겁니까?”“사냥감들이 마음 놓고 굴 밖으로 기어 나오게 하려면, 거슬리는 맹수가 자리를 비워줘야 하니까.”카시안은 로제의 당황한 얼굴을 느릿하게 훑어내렸다. 그의 붉은 눈동자 깊은 곳에 짙은 살기와 묘한 흥미가 뒤엉켜 있었다.“소문을 흘려두었지. 내가 급한 전갈을 받고 본국으로 회항했다고. 아마 오늘 밤, 축제가 절정에 달했을 때 이 황궁은 불바다가 될 겁니다.”로제의 숨이 턱 막혔다. 카시안은 벨모어의 계획을 전부 꿰뚫고 있었고, 그걸 역이용해 아르센을 통째로 집어삼킬 판을 짜둔 것이 분명했다.“그럼… 저는 어찌 됩니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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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레온의 발소리가 붉은 카펫 위에서 묵직하게 죽어들었다. “……아름답구려.”레온이 다가와 로제의 드러난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칭찬이었으나, 목소리에는 일말의 온기도 없었다. 그것은 마치 금이 가버린 값비싼 도자기를 감정하는 주인의 불안한 말투 같았다.“연회 준비는 다 끝나셨습니까.”로제는 거울을 통해 그와 시선을 맞추며 건조하게 물었다.레온은 대답 대신, 화장대 위에 놓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이걸 잊었군.”그는 로제의 등 뒤로 바짝 다가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차가운 금속이 쇄골에 닿았다. 레온의 손이 로제의 목덜미를 스치듯 머무르다, 서서히 조이듯 여린 어깨를 꽉 감싸 쥐었다.“요즘… 당신을 보면 낯설어.”레온이 로제의 귓가에 낮게 중얼거렸다.“내 아내가 아니라, 날카롭게 날이 선 검을 마주하는 것 같아. 함부로 닿으면 베일 것 같아서… 안고 싶으면서도 끔찍하게 겁이 나. 당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단 말이야.”자신을 품에 안고서도 두려움에 떠는 남편.그러나 로제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그녀가 변한 이유는 오직 그녀 자신,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회귀자만이 아는 지독한 진실이었다.“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날을 세운 겁니다. 폐하께서 저를 방치하고 무뎌지신 동안에요.”“무뎌졌다?”레온의 손에 지독한 힘이 들어갔다. 거울 속 그의 표정이 추악하게 일그러졌다.“그래. 나는 무능하고, 카시안은 유능하지. 당신 눈엔 그렇게 보이겠지. 그래서 감히 내 명도 어기고 그놈의 방으로 달려가 다리를 벌렸겠지!”또 그 이야기였다. 로제는 피로감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만하시죠. 오늘은 건국 기념제입니다. 귀족들 앞에서 완벽하게 웃어야 하는 날이에요.”로제가 혐오스럽다는 듯 그의 손을 풀어내려 하자, 레온이 거칠게 그녀의 얇은 손목을 낚아챘다.“피하지 마!”그는 로제를 억지로 돌려세워 자신을 똑바로 보게 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집착과 애증, 그리고 아내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공포가 질척하게 뒤섞여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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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연회장 입구, 굳게 닫힌 거대한 마호가니 문 앞에 홀로 선 로제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무거운 붉은 치맛자락 아래, 카시안이 결박하듯 매어둔 단검이 허벅지 안쪽의 연한 살을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 생경하고 이질적인 감각만이 그녀가 사지에 홀로 섰음을 일깨워주는, 이 미친 연극을 버티게 할 유일한 각성제였다.[타박.]곁으로 다가온 인기척에 로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기계적으로 팔을 살짝 들어 올렸다.방금 전까지 비참하게 오열했던 레온이 말없이 그녀의 팔짱을 꼈다. 그의 눈가에는 아직 붉은 핏발이 서 있었으나, 얼굴만큼은 애써 무감한 척 굳어 있었다.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부부의 맞닿은 팔뚝 사이로 건널 수 없는 심연 같은 침묵이 흘렀다.이윽고 문이 천천히 열렸다.그 너머에서 쏟아지는 것은 눈이 멀 듯한 빛의 홍수였다.천장을 수놓은 수천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별무리처럼 쏟아져 내렸고, 바닥은 대륙 각지에서 공수한 희귀한 꽃잎들로 융단처럼 덮여 있었다.현악기의 경쾌한 선율과 귀족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달콤한 샴페인 향기가 뒤섞인 공기는 화려하다 못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아르센의 태양, 레온하르트 황제 폐하! 그리고 제국의 꽃, 로셀린 황후 폐하 입장하십니다!”시종장의 쩌렁쩌렁한 외침과 함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대연회장을 채운 수백 개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쏠렸다. 그 눈부신 조명 아래, 두 사람이 서 있었다.순백의 정복에 황금 견장을 두른 레온은 더할 나위 없이 위엄 있는 제국의 황제였다.그리고 그 곁의 로제.그녀가 입은 핏빛 드레스는 연회장의 모든 꽃을 시들게 할 만큼 강렬하고 고혹적이었다.“세상에, 정말 완벽한 한 쌍이야.”“황후 폐하의 저 붉은 드레스 좀 봐. 오늘을 위해 태어난 여신 같군.”곳곳에서 찬사가 쏟아졌다.하지만 그 완벽한 그림 속에 숨겨진, 얼음장 같은 온도를 아는 이는 오직 두 사람뿐이었다. ‘손이… 끔찍하게 차갑군.’레온은 자신의 팔짱을 낀 로제의 손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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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황제 폐하, 황후 폐하 만세! 아르센 제국 만세!” 시종장의 선창과 함께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축포 발사!”광장 쪽 하늘에서 피유우― 하는 소리와 함께 오색 불꽃이 쏘아 올려졌다.사람들이 환호하며 창가로 몰려들었다. 로제가 육중한 대리석 기둥 뒤에 바짝 몸을 숨기던 바로 그 찰나였다.[쿠구구구―]그녀의 발밑에서, 소름 끼치는 진동이 느껴졌다.하늘의 축포가 아니었다. 그것은 땅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끔찍한 폭약의 압력이었다.‘왔구나.’[콰아아앙―!]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하늘이 아닌 연회장 정중앙의 바닥이 화산처럼 솟구쳐 올랐다.세상이 완벽하게 뒤집혔다.천장을 수놓던 수천 개의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치명적인 흉기가 되어 사람들의 정수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대리석 바닥이 과자 부스러기처럼 박살 나며 시뻘건 화염이 미친 듯이 혀를 날름거렸다.“으윽…!”로제는 기둥을 끌어안고 간신히 버텼으나, 거대한 충격파에 튕겨 나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귀가 먹먹했고, 시야는 온통 매캐한 회색 먼지와 피비린내로 가득 찼다.“꺄아아악!” “살려줘! 내 다리, 내 다리!” 환호성은 0.1초 만에 생지옥의 비명으로 곤두박질쳤다.로제는 쿨럭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화려했던 꽃장식은 시체들과 함께 불타고 있었다.‘미쳤어… 이건 사고가 아니라 완벽한 전쟁이야.’카시안이 말했던 '불바다'가 이런 규모일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버티십시오. 내 전리품이 시체가 되어 뒹구는 건 질색이라서.]숨통이 조여드는 공포 속에서도, 로제는 허벅지 안쪽에 결박된 단검의 감각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이성을 붙잡았다.‘그래, 버텨야 해. 살아남아야 해.’로제가 어떻게든 출구를 향해 몸을 피하려던 그때였다.“로제!”먼지 구름 너머, 붕괴된 단상 쪽에서 짐승 같은 절규가 들려왔다.레온이었다.그는 폭발의 파편에 이마를 찢겨 피를 흘리면서도, 무너진 돌더미를 파헤치며 미친 사람처럼 로제를 찾고 있었다.“로제! 어디 있소! 제발… 제발 대답 좀 해!”하지만 그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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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지하 감옥의 무거운 철문이 열리며 횃불의 붉은빛이 길게 드리워졌다.어둠을 뚫고 들어온 자는 엘런이었다.그는 카시안에게 첩자로 몰려 끌려갔을 때의 그 굴욕적인 몰골을 애써 화려한 옷차림으로 감추고 있었으나, 핏발 선 눈동자에는 벼랑 끝에 몰린 광인의 광기가 번들거리고 있었다.“이런, 이런. 고결하신 황제 부부의 몰골이 말이 아니시군요.”엘런은 혀를 차며 로제의 감방 앞으로 다가왔다. 형인 벨모어에게 철저히 버림받아 서연합으로 압송될 처지였지만, 그는 이 아르센의 황후만큼은 제 전리품으로 끌고 갈 작정이었다.“목소리 큰 걸 보니 처형은 좀 미뤄도 되겠군.”엘런은 레온의 악을 쓰는 소리를 무시한 채, 오직 로제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얇은 드레스 너머를 핥아내리는 듯한, 노골적이고 끈적한 눈빛이었다.“형님은 아르센을 서연합의 속국으로 짓밟고, 황제는 폐위시켜 목을 칠 생각입니다. 하지만….”엘런이 쇠창살 사이로 손을 뻗어, 피하지 않는 로제의 턱을 집요하게 틀어쥐었다.“당신이 내게 온다면, 황제의 목숨만은 살려주지.”레온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무슨 개소리냐! 내 아내에게서 그 더러운 손 떼!”“조용히 해, 폐하. 네 목숨줄을 쥐고 있는 건 나니까.”엘런은 턱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로제의 귓가에 질척하게 속삭였다.“서연합으로 가서 내 전용 창부가 되십시오. 밤마다 내 밑에서 헐떡이며 나를 즐겁게 해준다면, 저 무능한 전남편은 변방의 짐승으로라도 살게 해줄 테니.”로제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전생에 카시안이 했던 제안과 똑같은 구도.하지만 상대는 압도적인 제왕이 아니라, 벼랑 끝에서 발정 난 미친개에 불과했다.‘거절하면 레온은 죽는다. 그가 죽으면 카시안의 심연에 맞서 시간을 벌어줄 유일한 방패이자, 내 복수를 완성할 사냥개가 사라진다. 두 남자가 서로를 갉아먹는 교착 상태가 무너지는 순간, 내 제국을 세우려던 계획도 끝이다.’로제는 분노와 공포로 일그러진 레온을 곁눈질했다. 아직은, 그가 쓸모가 남아 있었다.“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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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탑의 꼭대기 방.육중한 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감옥의 철창 소리보다 더 무겁게 울렸다. “하아….” 엘런은 로제를 침대 기둥으로 몰아붙이며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그는 급하지 않았다. 이미 제 손아귀에 들어온 완벽한 전리품이었으니까. 그는 로제의 얇은 쉬폰 드레스 자락을 손끝으로 느릿하게 훑어 올렸다. “떨고 있군요, 황후.” 그의 손이 로제의 허리를 지나, 맨살이 드러난 어깨를 타고 뱀처럼 미끄러졌다.“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그 무능한 황제 놈은 당신의 이 뜨거운 몸을 제대로 다루는 법조차 몰랐던 모양인데….”엘런의 눈동자가 기이한 환희로 번들거렸다.“내가, 진짜 사내가 당신을 어떻게 유린하고 천국으로 보내는지 밤새도록 가르쳐 줄 테니까.”“……손 대지 마.”“쉿. 반항하지 마요. 억지로 꺾으면 꽃이 상하니까.”엘런은 그녀를 침대로 밀어트렸다. 하지만 곧바로 덮치지 않고, 공포에 질린 척 몸을 굳힌 로제를 내려다보며 그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걱정 마요. 한입에 삼키진 않을 테니.” 그의 손가락이 로제의 쇄골을 타고 내려와, 가슴께에서 멈췄다.“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신이 내 발가락 끝부터 핥고 싶어질 때까지 짓밟아 줄 테니까.”수치심을 연기하며 눈물을 글썽였지만, 로제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대신, 마음속으로 차갑게 숫자를 세고 있었다.‘하나… 둘….’아직이다.저 발정 난 짐승의 시야가 오직 쾌락에만 멀어, 완벽하게 무방비해지는 그 찰나의 순간. 목덜미를 끊어낼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그녀는 숨죽인 사냥꾼이 되어야 했다.백을 세는 시간이 억겁처럼 느껴졌다.마침내 엘런의 손이 드레스의 끈을 풀고, 음습한 숨결을 내뱉으며 고개를 완전히 숙인 그 순간이었다. ‘지금이야.’로제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그녀의 눈동자에서 가련한 두려움이 허물처럼 벗겨지고, 서늘한 살기만이 섬뜩하게 빛났다.“전하.”로제가 나직이 불렀다.그 목소리가 묘하게 유혹적으로 들려, 엘런은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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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탑의 꼭대기 방.육중한 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감옥의 철창 소리보다 더 무겁게 울렸다. “하아….” 엘런은 로제를 침대 기둥으로 몰아붙이며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그는 급하지 않았다. 이미 제 손아귀에 들어온 완벽한 전리품이었으니까. 그는 로제의 얇은 쉬폰 드레스 자락을 손끝으로 느릿하게 훑어 올렸다. “떨고 있군요, 황후.” 그의 손이 로제의 허리를 지나, 맨살이 드러난 어깨를 타고 뱀처럼 미끄러졌다.“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그 무능한 황제 놈은 당신의 이 뜨거운 몸을 제대로 다루는 법조차 몰랐던 모양인데….”엘런의 눈동자가 기이한 환희로 번들거렸다.“내가, 진짜 사내가 당신을 어떻게 유린하고 천국으로 보내는지 밤새도록 가르쳐 줄 테니까.”“……손 대지 마.”“쉿. 반항하지 마요. 억지로 꺾으면 꽃이 상하니까.”엘런은 그녀를 침대로 밀어트렸다. 하지만 곧바로 덮치지 않고, 공포에 질린 척 몸을 굳힌 로제를 내려다보며 그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걱정 마요. 한입에 삼키진 않을 테니.” 그의 손가락이 로제의 쇄골을 타고 내려와, 가슴께에서 멈췄다.“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신이 내 발가락 끝부터 핥고 싶어질 때까지 짓밟아 줄 테니까.”수치심을 연기하며 눈물을 글썽였지만, 로제는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대신, 마음속으로 차갑게 숫자를 세고 있었다.‘하나… 둘….’아직이다.저 발정 난 짐승의 시야가 오직 쾌락에만 멀어, 완벽하게 무방비해지는 그 찰나의 순간. 목덜미를 끊어낼 단 한 번의 기회를 위해 그녀는 숨죽인 사냥꾼이 되어야 했다.백을 세는 시간이 억겁처럼 느껴졌다.마침내 엘런의 손이 드레스의 끈을 풀고, 음습한 숨결을 내뱉으며 고개를 완전히 숙인 그 순간이었다. ‘지금이야.’로제는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그녀의 눈동자에서 가련한 두려움이 허물처럼 벗겨지고, 서늘한 살기만이 섬뜩하게 빛났다.“전하.”로제가 나직이 불렀다.그 목소리가 묘하게 유혹적으로 들려, 엘런은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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