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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チャプター

제271화

이제 떠나기까지 고작 두세 달 정도 남았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온세아는 이채린과 함께 마트로 향했다. 내일 대성산으로 갈 때 필요한 준비물들을 사기 위해서였다.베이커리 코너를 지나던 중 이채린은 지난 단합대회 때 온세아가 직접 만들어왔던 김치 치즈 주먹밥이 떠올랐다.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침을 삼키는 친구를 보며 온세아가 웃으면서 말했다.“그럼 이번에도 좀 만들어갈까? 가면서 먹게.”이채린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정말? 그럼 좋지.”기쁜 마음에 이채린이 온세아를 와락 껴안았다....집으로 돌아온 온세아가 샤워를 마치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다음 날 알람 소리에 맞춰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이채린과 다른 동료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김치 치즈 주먹밥을 직접 만들었다.다 만든 후 간단히 준비하고 아침 식사까지 한 다음 집에서 나왔다.오늘 단합대회를 떠나는 두 부서의 직원들이 모두 회사 정문 앞에 모이기로 했다.온세아가 도착했을 때 회사 앞에 커다란 고급 버스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채린이 이미 버스에 자리를 잡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세아야, 여기.”버스에 올라타 이채린이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고는 곧장 다가가 빈 창가 자리에 앉으려는데 그녀가 급히 말렸다.“방금 지 과장님이 그러시는데 이 자리는 임원분이 앉으실 자리래.”“임원?”온세아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오늘 단합대회에 임원분도 오셔?”“단합대회 때마다 임원 한 분이 오시잖아. 다만 오늘 단합대회에 참석할 임원이 누구인지는 아직 비밀이래.”버스 안의 좌석이 거의 다 채워졌고 임원만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렇게 약 30분이 더 흐른 뒤에야 임원이 도착했다. 인내심이 바닥나 슬슬 짜증을 내던 사람들이 임원을 본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얼어붙었다.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이 평소 우러러만 보던 대표 권태혁이었기 때문이었다.차올랐던 불만이 순식간에 다 사라졌다.대표가 사내 단합대회에 참석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직원들은 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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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대표님이랑 나란히 앉아 가야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좀 아니잖아.’온세아가 곁에 있던 이채린을 돌아보며 물었다.“나랑 자리 바꿀래?”이채린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싫어. 난 윗사람은 딱 질색이야. 게다가 대표님이 워낙 차가운 분이라 그냥 멀리서만 감상해야지, 가까이 갔다간 감당 못 해.”온세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다른 동료와 자리를 바꾸려는데 그사이 권태혁이 코앞까지 다가왔다.온세아가 입을 떼기도 전에 권태혁이 그녀를 곁눈질조차 하지 않은 채 쓱 지나쳐 맨 뒷줄 창가 자리에 앉았다.온세아와는 겨우 두 칸 떨어진 거리였다. 게다가 두 사람 사이의 빈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았다.그대로 굳어버린 온세아는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권태혁과의 거리가 너무나 가깝게 느껴졌다.버스가 곧 출발했다.온세아는 이동하는 내내 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혹시라도 곁에 있는 남자를 자극하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옆자리의 이채린이 몇 초 간격으로 권태혁을 힐끗거렸다. 마음속의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세상에나. 내가 대표님이랑 같은 버스를 타다니.”“대표님이 내 옆자리에 앉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세아야, 나 좀 꼬집어 봐. 이거 꿈 아니지?”어이가 없었던 온세아가 눈을 흘겼다.“제발 호들갑 좀 떨지 마.”“이렇게 가까이서 대표님 실물을 뵙는 건 처음이란 말이야.”그러고는 온세아에게 바짝 다가갔다.“대표님 잘생긴 얼굴을 찍어도 될까?”잘생긴 남자만 좋아하는 친구 때문에 온세아는 어이는 없었다.“마음대로 해. 도착하려면 몇 시간 남았으니까 난 좀 잘게.”온세아가 가방에서 안대를 꺼내 쓰고 잠을 청했다.그러자 이채린이 눈을 부릅떴다.“참 속도 편해. 대표님이 바로 옆에 계신데 잠이 와?”그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자는 척했다.속이 편한 게 아니라 권태혁이 바로 옆에 있기에 무조건 자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권태혁과 무슨 얘기를 나눈단 말인가?그와 마주할 용기가 도저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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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대표님한테도 하나 드려 보지 그래?”온세아가 잠시 망설였다. 도시락통까지 꺼냈는데 그녀들끼리만 먹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 권태혁을 직접 마주하기가 껄끄러워 이채린에게 도시락을 넘겼다.“네가 여쭤봐.”이채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너 대표님 무서워해?”상식적으로 권태혁의 비서인 온세아가 평소 그와 더 자주 대면해서 훨씬 가까울 텐데 그녀를 시키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런 거 아니야.”온세아가 무의식적으로 부인하자 이채린이 캐물었다.“아니라면서 왜 직접 안 드리는 건데?”머리를 빠르게 굴린 끝에 드디어 핑곗거리를 찾아냈다.“너한테 대표님을 가까이서 뵐 기회를 주려는 거잖아.”그 말에 이채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좋은 생각이네.”이채린이 용기를 내어 도시락통을 들고 권태혁의 곁으로 다가갔다.“대표님, 혹시 출출하지 않으세요? 이거 하나 드셔 보실래요?”권태혁이 조각상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괜찮아요.”그가 차갑게 거절했다. 목소리에 위엄이 서려 있었다.이채린은 못내 실망했지만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권했다.“이거 세아가 직접 만든 건데 정말 맛있어요.”빈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주먹밥 하나를 입에 쏙 넣고 오물거렸다.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맛있어하는 표정이었다.그러나 권태혁은 여전히 무관심했다. 옆모습이 한없이 차갑기만 했다.이채린이 결국 포기하고 아쉬운 듯 자리로 돌아갔다.온세아는 권태혁이 먹지 않을 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그가 주먹밥을 먹을지 말지는 둘째치고 조금 전 이채린이 온세아가 만든 주먹밥이라고 했다. 권태혁과 관계를 정리한 상황에서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을 리가 없었다.“이렇게 맛있는 주먹밥을 안 드시다니.”이채린이 낮게 중얼거렸다.온세아는 더는 뭐라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버스가 한참을 달린 끝에 어느 휴게소에 멈춰 섰다.사람들 모두 차에서 내려 휴식을 취했고 이채린이 온세아를 끌고 화장실로 향했다.볼일을 보고 나온 이채린이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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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주먹밥의 맛이 의외로 훌륭했다. 치즈 외에도 김치와 게맛살, 특제 소스 등이 어우러져 풍부한 맛을 냈다.하나를 순식간에 해치운 권태혁이 또 하나를 집어 들었다.마침 버스에 올라탄 온세아가 권태혁이 그녀가 만든 김치 치즈 주먹밥을 우아하고 느긋하게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아까는 거절하더니 지금 몰래 먹고 있는 거야?’권태혁도 온세아가 이 타이밍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황한 나머지 사레들리고 말았다.“콜록콜록...”온세아가 생수 한 병을 건네자 권태혁이 길쭉한 손으로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입안의 주먹밥을 겨우 삼키고 나서야 상태가 조금 진정되었다.“괜찮으세요?”그녀가 권태혁을 보며 묻다가 멈칫했다. 권태혁의 양쪽 귓불이 벌게진 걸 보고는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대표님도 얼굴이 붉어질 때가 있다니.’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아까보다 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어찌할 바를 몰랐던 온세아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대표님의 얼굴이 빨개진 걸 내가 처음 본 것 같은데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더는 머무를 수 없어 재빨리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를 돌아보며 달리다가 그만 누군가와 쾅 하고 부딪히고 말았다.“괜찮아요?”귓가에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프로젝트팀의 신임 과장 지영민이었다.지영민이 원래 온세아와 같은 프로젝트팀 동료였으나 전임 과장 하이솔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난 뒤 뛰어난 실적을 인정받아 그 자리를 꿰찼다.해외 명문대 출신의 수재인 데다 젊고 잘생긴 외모를 갖춘 미혼남이라 사내 여직원들 사이에서 늘 인기가 많았다.“죄송해요. 제가 앞을 못 봤네요. 괜찮으세요?”온세아가 사과를 건넸다.“괜찮아요. 저도 앞을 제대로 못 본걸요.”지영민이 비난하는 기색 없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오늘 등산해야 했기에 온세아는 화장하지 않았다. 생얼임에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고 이목구비도 뚜렷했다.블랙과 화이트가 섞인 체크 무늬 원피스를 입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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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온세아의 도시락통에서 주먹밥 두 개가 사라진 것을 이채린이 금세 알아챘다.“어? 이거 왜 두 개가 비지?”“그게...”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대표가 몰래 훔쳐 먹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설령 사실대로 말한다 해도 이채린이 믿어줄 리 만무했다.“세아 네가 먹었어?”이채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묻자 온세아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응.”...두 시간 후 버스가 대성산의 산기슭에 위치한 호텔 주차장에 멈춰 섰다.직원들이 하나둘씩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온세아가 내리자마자 이채린이 그녀를 잡아당기면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봐. 대표님 안 가셨어. 저기 롤스로이스에서 내리고 있어.”이채린이 가리킨 방향을 보니 정말로 권태혁이 롤스로이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롤스로이스를 타고 대성산까지 뒤따라온 모양이었다.‘운전기사가 차를 몰고 왔는데 아까는 왜 버스에 탄 거야? 직원들이랑 소통하려고 서민 체험이라도 했나? 아무튼 나 때문은 아닐 거야.’온세아가 속으로 생각하며 잠시 넋을 놓았다.쏟아지는 햇살 아래 우윳빛처럼 하얀 온세아의 얼굴이 더욱 찬란하게 빛났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옆을 지나던 남자 직원들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는데 그중에는 지영민도 있었다.“짐 들어줄까요?”지영민이 다가와 다정하게 물었다.정신을 차린 온세아가 손사래를 쳤다.“괜찮아요. 감사합니다.”그가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다.“사양할 필요 없어요. 저 짐이 별로 없어서 두 사람 것까지 들어줄 수 있어요.”말을 마치기 무섭게 온세아와 이채린의 캐리어를 들었다.온세아가 다시 거절하려는데 옆에 있던 이채린이 넙죽 고맙다며 인사를 건네는 바람에 결국 그녀도 가만히 있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권태혁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호텔 지배인이 다가와 깍듯하게 대접했다. 그의 옆에 수행 비서 강준우도 함께였다.“대표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가 호텔에서 가장 좋은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준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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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이채린이 눈을 희번덕거렸다.“너 진짜 둔감하구나. 저렇게 티가 나는데 모른다고?”“네가 오해한 거 아니야? 지 과장님이 부임하신 지 얼마 안 돼서 모두에게 친절하신 거겠지...”고작 짐 한 번 들어줬다고 온세아에게 마음이 있다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었다.“아까 과장님이 널 보는 눈빛이 다른 사람들 볼 때랑은 완전히 딴판이었다니까.”이채린의 말에 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지영민에게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전혀 몰랐다.그녀가 온세아에게 묘한 눈빛을 보내며 속삭였다.“넌 예뻐서 누가 대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이제 이혼하고 싱글이 됐으니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어.”온세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새로운 사랑은 무슨. 말했잖아. 당분간 이혼 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구형민이랑 약속했다고.”그 말인즉슨 앞으로 1년 동안 대외적으로 유부녀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그럼 미리 괜찮은 사람을 물색해 뒀다가 1년 지나자마자 바로 재혼해. 구형민 그 인간이 후회하게.”이채린의 제안에도 온세아가 덤덤하게 말했다.“지금은 재혼 같은 거 할 생각이 없어.”결혼 생활이 그녀에게 깊은 상처만 남겼기에 지금은 사랑이나 결혼에 대한 열망이 그리 크지 않았다.설령 재혼을 고려한다 해도 먼 훗날일 것이다.무엇보다 조만간 이곳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새 출발을 할 계획이었기에 지금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는 건 적절치 않았다.이채린이 온세아의 어깨를 다독였다.“그래. 천천히 생각해 봐. 지 과장님 정도면 일등 신랑감 후보로 손색없으니까 일단 지켜보기라도 해...”...30분 후 직원들이 식사하기 위해 호텔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온세아와 이채린이 도착했을 때 다들 와 있었다.권태혁과 강준우가 가장 안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걸 본 순간 온세아가 화들짝 놀랐다.권태혁도 그들과 함께 식사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이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빈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온세아와 이채린이 두리번거리던 그때 강준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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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마침 배가 고팠던 온세아가 별생각 없이 젓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두어 입 먹기도 전에 크고 따뜻한 손이 옆으로 늘어뜨린 그녀의 가녀린 손을 덥석 잡더니 깍지까지 꼈다.온세아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권태혁이 이런 자리에서 그녀의 손을 잡을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이 테이블에 사람이 적긴 했지만 아무도 없는 건 아니었다. 바로 옆에 이채린이, 맞은편에 강준우가 앉아 있었고 권태혁의 다른 옆자리에 앉은 호텔 지배인이 수시로 그에게 무언가를 묻고 있었다.온세아가 곁눈질로 권태혁을 살폈다. 옆모습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기만 했다. 정말이지 뻔뻔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식탁 아래에서 온세아의 손을 꽉 잡고 있으면서도 티조차 내지 않다니.그녀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다들 식사에 열중하느라 이쪽을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언제까지 들키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손을 테이블 아래에 놓고 있어 쉽게 들킬 수 있었다.만약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온세아는 긴장한 나머지 호흡이 가빠졌고 심장도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다.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권태혁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가 손을 빼내려 할수록 권태혁이 더욱 꽉 잡았다.머릿속이 하얘져 표정까지 굳어졌다.‘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 자리에 동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테이블 밑에서 손을 잡다니. 혹여나 다른 사람한테 들켜서 명예에 흠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한참을 전전긍긍하던 그때 한 직원이 권태혁에게 술을 따르러 다가왔다.권태혁이 처음으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였기에 눈치 빠른 이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보이고 싶어 했다.직원이 다가오는 것을 본 온세아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대표님이 끝까지 손을 놓지 않으면 어떡하지?’다른 이들의 시선이 그들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온세아의 등이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손에 식은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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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온세아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미친 거 아니야? 손을 잡은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대놓고 다리를 만져?’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마음 같아서는 옆에 있는 주스를 권태혁의 얼굴에 끼얹고 싶은 심정이었다.하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수밖에 없었다.만약 갑자기 일어나 권태혁이 그녀를 희롱한다고 했다간 사람들이 오히려 온세아가 대표에게 꼬리를 친다고 생각할 것이 뻔했다.신분 차이가 워낙 컸기에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온세아가 묵묵히 참으며 아무렇지 않게 다리를 꼬고 몸을 옆으로 살짝 비키면서 교묘하게 권태혁의 손길에서 벗어났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권태혁이 다시 그녀 쪽으로 다가오더니 길쭉한 손으로 온세아의 치마 밑을 파고들었다.온세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그대로 굳어버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너무 제멋대로인데?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폭발하려는 충동을 억누르며 권태혁을 노려보았다.권태혁이 여전히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차갑고 날카로운 옆모습은 그녀를 생판 모르는 남 대하듯 무심해 보였다.하지만 테이블 밑에서는 지독하게도 은밀한 짓을 하고 있었다.‘빌어먹을 놈.’화가 난 나머지 온세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권태혁의 손길에 호흡이 가빠지며 견디기 힘든 고통이 밀려왔다. 옆에 앉아 있던 이채린이 마침내 온세아의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챘다.“세아야, 왜 그래?”땀을 뻘뻘 흘리는 온세아를 보며 이채린이 의아해했다.“더워?”온세아가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어색하게 대답했다.“응, 조금.”“에어컨 켜져 있는데?”그녀는 추울 정도인데 온세아는 땀을 뻘뻘 흘렸고 게다가 얼굴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혹시 대표님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긴장했나?’이채린은 그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았다.“나... 다 먹었어. 먼저 들어갈게.”온세아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둘러 식당을 나갔다.이채린이 절반 넘게 남은 온세아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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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온세아는 조금 더 진정하면 이 고비를 충분히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구형민과 이혼한 상태라 예전처럼 심리적인 문제가 생길 리도 없었다.이번 발작은 아무래도 욕구 불만인 듯했다. 여자도 생리적인 욕구가 있으니까.전에 권태혁과 관계를 가지며 그 쾌락을 맛본 터라 갑자기 금욕하면 몸이 당연히 반항을 일으킬 것이다.다행히 횟수가 많지 않아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 확신했다.그때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봤더니 이채린이었다. 온세아에게 대성산 등산을 같이 갈 거냐고 물었다.오늘 오후 전 직원이 산에 올라가 정상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 뒤 내일 하산하기로 했다.평소라면 온세아도 당연히 참석했겠지만 지금 발작 증세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무턱대고 동료들과 산에 올랐다가 도중에 사고라도 나거나 증세가 악화되면 큰일이었다. 결국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등산에는 빠지겠다고 답했다.아프다는 소리에 이채린이 옆에 있어 주겠다고 하자 온세아가 거절했다.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이채린이라 이번 활동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진짜 아픈 것이 아니라 발작 때문이었기에 옆에 있으면 오히려 더 불편했다.다행히 설득이 통했다. 이채린이 몇 번이고 당부의 말을 남긴 뒤 동료들과 함께 산으로 향했다.동료들 대부분이 산에 올라간 걸 온세아도 알고 있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는 잡념만 늘어 증상이 더 심해질 것 같아 주의를 돌릴 겸 밖을 둘러보기로 했다....호텔 뒤편에 꽃밭이 있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마침 온갖 꽃들이 만개하는 시기라 이곳을 찾은 휴양객들에게는 필수 코스나 다름없는 곳이었다.온세아가 호텔 뒷문을 나와 꽃밭으로 향했다.정성껏 가꾼 진귀한 품종의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 속에 서 있으니 꿈을 꾸는 것처럼 몽환적이었고 공기마저 향긋했다.온세아가 휴대폰을 들고 꽃 담장을 찍으려던 그때 렌즈 안으로 키 큰 남자가 쑥 들어왔다.화들짝 놀란 그녀가 휴대폰을 내렸다.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곳에 권태혁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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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온세아는 권태혁과 더는 그 어떤 식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 권태혁이 자극한 탓에 끓어오른 몸의 열기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그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거리를 두며 말했다.“대표님은 여기에 어쩐 일이세요?”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온세아의 태도에 권태혁이 얼굴을 찌푸렸다. 두 눈에 서늘한 빛이 어렸다.“대표님? 전에 침대 위에서는 이렇게 부르지 않더니.”온세아의 얼굴에 민망함이 스쳤다.‘침대 위에서는 대표님이 강요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부른 거잖아요. 그거랑 비교해서는 안 되죠.’온세아가 권태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힘껏 버둥거렸지만 권태혁이 오히려 손목에 힘을 더 주며 꽉 쥐었다. 얼굴에 먹구름이 짙게 내려앉았다.“말해!”그가 명령하듯 말했다.권태혁의 굳은 얼굴을 보자마자 온세아는 그가 화가 났음을 알아챘다.하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전에 분명 더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는데. 설마 후회한 거야?’“무슨 말을 하라는 건데요?”온세아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상황에서 권태혁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의 잘생긴 얼굴에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이 소용돌이쳤다.“이혼하기 싫다며?”그녀가 놀란 두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그래서요?”권태혁이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뿜으면서 그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갔다.“내 옆에 있으라고 했을 땐 거절하더니 다른 놈은 괜찮다는 거야?”권태혁의 얼굴이 서릿발처럼 차가웠고 두 눈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빛났다.온세아가 뒷걸음질을 치며 어리둥절해했다.“다른 놈이라니요? 제가 누구를 받아들였다는 거예요?”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다. 권태혁이 더욱 서늘한 기운을 내뿜더니 온세아를 뒤에 있는 커다란 나무로 밀어붙였다.“시치미 떼지 마.”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검은 두 눈에 질투의 불꽃이 타올랐다.“아까 그 자식한테 짐을 들어달라고 했잖아.”온세아가 흠칫했다가 그가 말한 사람이 지영민이라는 걸 깨달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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