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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91 - チャプター 300

378 チャプター

제291화

시력이 좋은 강준우가 마이바흐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구형민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권태혁의 안색이 더욱 험악해지더니 매서운 눈초리로 강준우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강준우가 눈치 없이 계속 혼자 떠들어댔다.“구형민 씨 얼굴을 웬만해서 보기 힘든데. 오늘 세아 씨 데리러 온 모양인데요? 부부 사이가 꽤 좋은가 봐요...”마지막 말을 뱉었을 때쯤에야 강준우는 주변 공기가 살얼음판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는 걸 느꼈다.권태혁이 입술을 꽉 깨물며 경고하듯 말했다.“아주 한가한 모양이야? 아프리카 쪽 새로 지은 공장에 관리직이 비었는데 강 비서를 보내면 아주 딱이겠어.”강준우는 그제야 입을 잘못 놀렸다는 걸 깨달았다.‘젠장. 어떻게 대표님과 세아 씨의 관계를 잊어버리고 그딴 소리를 지껄였지?’강준우가 황급히 말을 바꿨다.“아닙니다. 저 엄청 바빠요. 지금 당장 차 대기시켜 놓겠습니다.”...한편 온세아가 구형민을 보자마자 따져 물었다.“오지 말라고 메시지 보냈잖아. 시간 맞춰서 본가 앞에서 만나자니까.”이혼한 마당에 구형민이 데리러 올 의무 같은 건 없었다. 온세아 역시 구형민의 차를 타고 싶지 않았다.연기를 한다면 구씨 가문 본가 안에서만 하면 될 일이었다. 협조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구형민이 길게 변명하지 않았다.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투로 말했다.“타.”그가 변명하기 귀찮아한다는 걸 온세아도 알고 있었고 그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다.구형민의 장단에 맞춰 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온세아가 군말 없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30분 후 마이바흐가 으리으리한 대저택 안으로 들어섰다.차가 멈추자마자 구형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구형민이 온세아를 보며 짧게 설명했다.“일 때문에 온 전화야.”온세아가 못 들은 척했다. 이 전화가 정말 일에 관한 건지, 아니면 온아정과 관련된 것인지 온세아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이미 이혼했기에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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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입을 연 사람은 구씨 가문의 맏며느리, 구천수의 아내이자 구형민의 형수인 소윤미였다.소씨 가문의 딸인 소윤미에게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구씨 가문에서도 입지가 탄탄했고 시부모 모두 소윤미를 몹시 아꼈다.똑같은 며느리이건만 소윤미와 온세아의 대우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늦는 게 아예 오지 않는 것보다는 낫죠. 효심을 다하는 데 이르고 늦고가 어디 있겠어요.”온세아가 여유롭게 맞받아쳤다.“동서!”소윤미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질투와 원망이 섞인 눈으로 온세아를 노려보았다.그렇다. 소윤미는 줄곧 온세아를 질투해 왔다.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재벌가 딸에 시댁의 인정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소윤미가 시댁에서 안중에도 두지 않는 혼외자 출신 온세아를 질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윤미는 온세아를 뼛속 깊이 질투했다. 주요 원인은 단연 온세아의 외모가 아름답기 때문이었다.소윤미의 집안은 좋았지만 외모는 지극히 평범했다. 물론 여기엔 좀 더 깊고 은밀한 이유가 숨겨져 있었다. 그녀가 구형민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만들 해. 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적당히 얘기하렴.”명혜인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했다.소윤미는 명혜인의 며느리였다. 예전이었더라면 소윤미의 편에 서서 온세아를 함께 깎아내렸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명혜인의 아들 구천수가 불치병에 걸려 몇 년도 버티기 힘들었다.앞으로 구씨 가문의 가주와 후계자 자리는 십중팔구 구형민의 차지가 될 것이다.머리가 좋은 명혜인은 세월이 흐르면 상황도 변한다는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지금 온세아의 심기를 건드리는 건 곧 구형민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었다. 하여 굳이 구씨 가문의 미래 후계자와 척을 질 필요는 없었다.“그래. 세아 너도 그만해.”주현희가 명혜인의 말을 거들며 온세아에게 한마디 했다.아들을 낳은 공으로 구씨 가문에 들어온 주현희는 늘 본처 명혜인의 눈치를 보며 살았다.명혜인이 그만하라고 한 마당에 혹여나 온세아가 한마디 더 보태어 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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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아직 모르지? 아버님이 유언장을 고치셨어. 서방님을 구씨 가문의 후계자로 결정하셨어.”온세아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소윤미가 온세아의 반응을 뚫어지게 살폈다. 그런데 반응이 예상외로 너무나 무덤덤했다. 그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인 것처럼 말이다.“동서 남편의 일인데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소윤미가 의아해하며 묻자 온세아가 비아냥거렸다.“제 남편보다는 아주버님이나 걱정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이 말은 소윤미의 남편이 구형민이 아니라 구천수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상기시키는 거나 다름없었다.구형민이 이득을 보면 구천수에게 좋을 게 없었다. 구천수의 아내라는 사람이 남편 대신 슬퍼하기는커녕 도리어 시동생인 구형민을 축하해주다니.소윤미의 시꺼먼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짓이었다.소윤미가 하마터면 뒷목을 잡을 뻔했다. 안색이 눈에 띄게 험악하게 일그러졌다....본가에서 돌아가는 길 내내 온세아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구형민이 이따금 고개를 들어 백미러로 온세아를 힐끗거렸다. 뼈마디가 선명한 오른손으로 넥타이를 천천히 잡아당겼다.차가 인적이 드문 한적한 도로에 접어들었을 무렵 구형민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아까 형수님이랑 무슨 얘기 했어?”“별거 아니야. 네가 곧 구씨 가문 후계자가 될 거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더라고.”온세아에게도 좋은 소식이었다.구형민이 온세아와의 이혼 사실을 당장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이혼이 구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꿰차는 데 악영향을 미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그가 무사히 후계자 자리에 올라 실권과 발언권을 쥐기만 한다면 이혼으로 인한 타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구형민이 어떤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든 아무도 간섭하지 못하게 된다.설령 온세아의 언니를 집안에 들이겠다고 해도 아무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구형민이 잠시 멈칫하더니 짙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온세아를 돌아보며 물었다.“아쉬워? 아니면 후회돼?”온세아는 그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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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온세아가 깜짝 놀란 눈으로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에요?”‘여태껏 집 앞에서 기다렸던 거야?’권태혁의 눈빛이 한없이 어둡고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돌연 고개를 숙이더니 온세아의 부드러운 붉은 입술을 거칠게 집어삼켰다.“읍...”무방비 상태로 당한 온세아가 아름다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곳은 다름 아닌 온세아의 집 문 앞이었다. 바로 옆집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만약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떡한단 말인가?온세아가 비록 이혼한 몸이긴 했지만 아직 세상에 공개한 상태는 아니었다.본능적으로 버둥거렸으나 권태혁이 온세아를 놔줄 기색이 전혀 없었다.권태혁이 복도에서 무려 다섯 시간이나 기다렸다. 온세아의 ‘남편’인 구형민이 뻔뻔하게 온세아를 데리러 온 것을 목격한 직후부터 질투심이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끓어올랐다.오늘 저녁 중요한 접대 자리까지 모두 내팽개치고 곧장 온세아의 집으로 달려와 문 앞에서 기다렸다.온세아가 언제 돌아올지, 오늘 밤에 집에 들어오긴 할 건지 두 눈으로 확인할 참이었다.그렇게 장장 다섯 시간을 기다렸다. 그 긴 시간 동안 온세아와 구형민이 무슨 짓을 했을지 상상만 해도 권태혁은 질투심에 휩싸여 미칠 지경이었다.통제력을 잃은 그가 더욱 사납고 맹렬하게 온세아의 입술을 헤집었다. 당장이라도 집어삼키고 싶은 심정이었다.온세아가 느닷없이 밀어붙이는 권태혁에게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었다. 입술과 혀를 끊임없이 깨물었고 코끝에 권태혁의 뜨거운 숨이 닿았다.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권태혁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녀를 품에 가둔 바람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달리 방법이 없어 권태혁의 입술을 깨물어 버렸다.그런데 권태혁이 피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살짝 흥분한 듯했다.온세아를 살짝 놓아주며 불타는 눈빛으로 내려다보자 그녀가 두 눈을 부릅떴다.“키스 실컷 했어요?”권태혁이 고개를 숙이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부족해. 백 번, 천 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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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뭐 하는 거예요? 이러지 마세요.”권태혁의 짙은 시선이 온세아를 집요하게 얽어맸다.“안에 들어와서 입 맞추자고 한 게 너잖아.”온세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그건 어디까지나 조금 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렇게라도 말하지 않았다면 권태혁이 순순히 집으로 들어왔겠는가?하지만 이제 와서 한 입으로 두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키스만 하면 되죠?”온세아가 권태혁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조심스레 떠보았다. 그가 또 다른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의 눈빛이 그윽해졌고 뜨거운 숨결이 온세아의 얼굴 위로 흩어졌다.“혹시 하고 싶어?”‘그럴 리가.’온세아가 미처 반박하기도 전에 권태혁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그런 거 아니... 읍...”권태혁의 잘생긴 얼굴을 밀어내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그가 입을 맞추도록 잠시 내버려 두었다.권태혁 특유의 짙고 익숙한 냄새가 순식간에 온세아의 미각과 후각을 휩쓸었다.키스가 무척이나 거칠었다. 그녀의 닫힌 입술을 기어이 비집고 들어가 달콤한 숨결을 탐했다. 그녀는 언제나 권태혁을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다.결국 참지 못하고 커다란 손으로 온세아의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를 어루만졌다. 그러다가 옷 안으로 파고들어 희고 매끄러운 살결을 만졌다.몸속에서 권태혁이 지핀 끈적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른 걸 느낀 온세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가 계속 이대로 키스하고 어루만졌다가는 병이 도지지 않더라도 여자의 본능적인 생리 욕구 때문에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이거 놔요. 안 할 거란 말이에요.”수치심에 권태혁의 가슴팍을 두드렸다. 만약 권태혁이 놓아주지 않는다면 발로 차버릴 생각이었다.권태혁의 표정이 날카로워졌고 눈빛도 가라앉았다.“남편한테서 실컷 만족하고 온 모양이지?”순간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네?”그의 눈동자에 질투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아까 남편이랑 했어?”권태혁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직설적으로 물었다.아까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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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온세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내가 이곳에 살고 있는 걸 엄마가 어떻게 아셨지?’처음엔 헛것을 들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곧이어 굳게 닫힌 문 너머로 성해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세아야, 안에 있니?”정말 성해연이었다.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내리누르고 있는 권태혁을 쳐다봤다. 순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망했다, 망했어.’성해연이 온세아가 구형민과 이혼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만약 이렇게 늦은 밤에 집에 외간 남자가 있다는 걸, 게다가 그 남자 밑에 옴짝달싹 못 하고 깔려 있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기라도 한다면 설명할 길이 없었다.그리고 구형민과의 이혼 사실이 밝혀지면 성해연은 무조건 온세아의 잘못으로만 몰아갈 것이다.구형민과 온아정의 잘못을 대신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던 온세아가 다급하게 권태혁에게 말했다.“우선 제 방에 가서 숨어 있어요. 절대 나오면 안 돼요.”‘숨어 있으라고?’그 말에 권태혁이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그렇게 남들 눈에 띄어선 안 되는 존재야?’온세아가 대답이 없자 문밖의 성해연이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렸다.“세아야? 안에 있어?”그녀가 목청을 가다듬고 대답했다.“네, 있어요. 잠깐만요.”그러고는 권태혁을 밀어버렸다.“빨리 방으로 들어가라니까요.”권태혁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어머님한테 소개시켜드리지 않고?”온세아는 멍해졌다.“뭘 소개해요?”그가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봤다.“날 어머님한테 소개 안 시켜줄 거냐고.”화가 난 나머지 온세아의 이마에 핏줄이 다 튀어 나왔다.“지금 장난해요?”만약 한밤중에 외간 남자를 집에 숨겨둔 걸 성해연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온세아가 불륜을 저질러 구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정략결혼을 파탄 냈다는 누명을 고스란히 쓰게 될 것이다.먼저 온세아를 배신한 건 구형민과 온아정이기에 누명을 뒤집어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권태혁은 온세아가 그를 성해연에게 소개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가슴이 쿵 가라앉았다.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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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하여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성해연이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쏟아냈다.“결혼했으면 매사에 남편 말을 들어야지, 툭하면 어린애처럼 고집부리면 안 돼. 구씨 가문 큰아들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형민이가 구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겠네, 그럼. 시집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갔어...”온세아의 고운 미간이 찌푸려졌다.성해연의 한마디 한마디에 온세아가 구형민과 결혼해서 엄청난 득을 봤다는 식의 뉘앙스가 가득했다.정작 딸이 왜 ‘남편’과 별거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었다.어차피 모든 게 온세아의 탓이고 잘난 사위에 무조건 굽히고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엄마, 내가 여기로 이사 온 건 어떻게 알았어요?”온세아가 성해연의 말을 가로채고 물었다.이혼 후 새로 구한 집 주소는 구형민도 모르는데 성해연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그거야 뭐... 네 아빠한테서 들었지.”성해연이 눈동자를 굴리며 얼버무렸다.온세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아빠가요?”온철환은 그 누구보다도 온세아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온세아가 지금 어디에 사는지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성해연이 난처한 기색을 띠며 실토했다.“사실 오늘 밤에 널 찾아가 보라고 시킨 사람도 네 아빠야...”온세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성해연의 말을 듣자마자 오늘 밤 불쑥 찾아온 진짜 목적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지난번에 온세아가 거절하자 이번에는 성해연을 보내 그녀를 설득하려 한 게 틀림없었다. 권상진을 대신해 권태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끄나풀 노릇을 수락하라고 말이다.“엄마,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요. 난 절대 동의 안 할 거니까.”성해연이 더는 뭐라 하지 못하도록 싹둑 잘라버렸다.지금 권태혁이 온세아의 방에 있다.성해연의 입에서 ‘권’자라도 나오는 날에는 그 상대가 권상진이든 권태혁이든 잔뜩 경계심을 세울 게 분명했다.그렇게 되면 설령 온세아가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권태혁이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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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온세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성해연이 침실에 들어가게 해선 안 되었다. 만약 권태혁을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엄마, 안 돼요.”그녀가 다급하게 가로막자 성해연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안 되다니? 뭐가?”성해연이 온세아를 어릴 적부터 키웠다. 그녀의 표정만 봐도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아챘다.“방이 너무 지저분해서 그래요. 들어가지 마세요. 그리고 제가 키우는 고양이가 좀 사나워서 엄마를 할퀴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온세아가 필사적으로 핑곗거리를 찾았지만 성해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엄마가 고양이 한 마리 못 잡을까 봐? 방이 지저분하면 내가 좀 치워주면 되지.”고집스레 고양이를 잡으러 들어가겠다는 성해연을 보며 온세아는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길에서 구조한 길고양이를 너무나 키우고 싶어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성해연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심미란과 온철환 역시 집에서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그런데 나중에 온아정이 값비싼 품종묘를 갖고 싶어 하자 심미란은 군말 없이 거금을 들여 고양이를 사주었고 집안에서 키우게 했다.성해연과 온철환은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온아정의 고양이가 참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때 온세아는 깨달았다. 집안에서의 지위가 낮으면 애완동물조차 마음대로 키울 자격이 없다는 것을.오늘 성해연이 방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고양이를 핑계 삼았다. 그런데 성해연은 여전히 온세아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었고 제멋대로 행동하려 했다.이곳이 엄연히 온세아의 집이었지만 온씨 가문 본가인 것처럼 딸의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하려 들었다.“정말 괜찮다니까요!”온세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지더니 불쾌감을 드러냈다.하지만 성해연은 무시한 채 기어코 문을 열려고 했다. 온세아의 말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소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볍게 여겼다.“엄마!”참다못한 온세아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그 소리에 성해연이 움찔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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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온세아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 권태혁을 쳐다보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요.”권태혁은 예전부터 그녀가 온씨 가문의 사생아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마저 딸에게 이토록 매정할 줄은 몰랐다.지난 세월 온세아가 그 집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냈을지 짐작이 갔다.권태혁이 온세아의 곁에 앉아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옆에 있어 줄게. 어깨 빌려줄 테니까 기대.”어머니를 쫓아내긴 했지만 온세아의 마음이 결코 편치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온세아는 그의 어깨에 기대지 않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예전이었더라면 정말 속상했을 텐데 지금은 공허한 것 말고는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이런 상처를 하도 많이 받아서 적응한 모양이었다.권태혁이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봤다.“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고 했어. 마음속에 어머니에 대한 기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구나.”온세아가 흠칫했다.‘정말 엄마한테 이 정도로 절망한 거야?’“그럴지도 모르겠네요.”가끔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해 슬퍼하곤 했다. 하지만 일단 진실을 직시하고 나면 머릿속이 맑아진 것처럼 더 이상 그 일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온세아가 마침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고마워요. 이제 괜찮으니까 얼른 돌아가서 쉬어요.”권태혁이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온세아를 응시했다.“옆에 있어 주겠다고 했잖아. 한 입으로 두말해선 안 되지.”그녀가 그의 속셈을 꿰뚫어 봤다.“설마 여기서 자고 가려는 건 아니죠?”권태혁은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다. 그녀와 단 1분이라도 더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기세였다.하지만 뻔뻔하게 눌러앉으려면 그럴싸한 핑계가 필요했다.“뭐 먹을 거 없어?”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온세아가 물었다.“저녁 안 먹었어요?”“퇴근하자마자 이리로 달려왔는데 먹었을 리가.”온세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퇴근하자마자 와서 기다렸다니. 대체 몇 시간을 기다린 거야?’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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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하지만 권태혁이 소파에 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미 깊은 잠에 빠져든 모양이었다.온세아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권태혁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저도 모르게 그의 입술로 향했다.조금 전 현관문에서부터 소파까지 숨 막히게 입을 맞추던 뜨거운 순간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만약 한밤중에 성해연이 들이닥치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권태혁과 끝까지 갔을 것이다.‘젠장. 왜 매번 자제력을 잃어버리는 거야?’매번 권태혁에게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머릿속에 가득 찬 야한 생각들을 털어버리려고 고개를 젓고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어쩔 수 없지.’이미 단잠에 빠진 사람을 억지로 깨울 수도 없었다.한 기업의 총수인 권태혁은 매일같이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어차피 서로 갈 데까지 간 사이라 하룻밤 재워주는 것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온세아가 장롱에서 깨끗한 얇은 이불을 꺼내와 권태혁에게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피곤이 몰려왔는지 온세아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음 날 아침 온세아는 눈을 뜨자마자 기지개를 켰다.상쾌한 기분으로 암막 커튼을 걷자 창밖으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창문을 활짝 열고 맑은 아침 공기를 들이마셨다.그러다 문득 거실 소파에서 자던 권태혁이 떠올랐다.서둘러 욕실로 가 씻은 뒤 옷장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그런데 권태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어디 갔지? 먼저 돌아갔나?’온세아가 내심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있으니 마음도 더 편하고 자유로웠다.하지만 주방으로 가려다가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권태혁이 식탁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다급히 다가가 보니 권태혁의 앞에 라면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 어젯밤 온세아가 끓여줬던 그 라면이었다.어젯밤 소파에서 잠든 바람에 먹지 못했고 그녀 역시 치우는 것을 깜빡 잊고 말았다. 그런데 권태혁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불어 터진 라면을 아침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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