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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Author: 꼬미 요괴
“이름이 진... 뭐였더라? 진... 성재. 그래, 진성재야. 경찰이다.”

“진성재가 진성호에게 임시 치안 보조원 일을 소개해 줬다고요?”

허서령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진성호의 알리바이가 갑자기 완벽하게 이어졌다.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촌 동생이 뒤를 봐준다면 알리바이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서령아, 진성호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거냐? 그건 말이 안 돼. 죽은 사람이 자기 아버지잖냐.”

허태하는 그녀의 추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허서령은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사람이 정직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이 세상 범죄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일만 있을 뿐이죠. 아버지도 죄인이 아닌데 감옥에 갇혀 있잖아요. 그런데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허태하는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허서령은 진성호도, 진성재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변호사의 관점에서 사건을 분석해 보면 진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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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04화

    “울심시 특산품 필요하세요? 제가 좀 사 갈게요.”“좋지. 고맙다.”허서령은 기분 좋게 그가 했던 말을 되돌려 줬다.“가족끼리 감사 인사는 됐어요.”지태일이 웃었다.통화를 마친 허서령은 차를 타고 울심시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가 특산품을 찾아다녔다.그러다 첨단 기술의 도시 울심시는 특색이 없는 게 가장 큰 특색이고, 특산품이 없는 게 가장 큰 특산품이라는 사실만 깨달았다. 종일 돌아다닌 그녀는 드론이나 로봇이라도 사 갈까 고민했다.아주버님 부부에게 줄 선물과 은영에게 줄 특별한 선물, 하선희와 지상훈의 선물도 골랐다.다른 사람들의 선물은 쉽게 샀지만 지강산에게 줄 선물을 고를 때는 고민에 빠졌다.지강산이 출장에서 돌아오며 건넨 보석은 5천만 원이나 했다.그러니 그에게 줄 선물도 너무 싸서는 안 됐다. 그렇다고 너무 비싼 건 살 수 없었고, 지나치게 거창하거나 성의 없어 보여도 안 됐다. 취향에 맞는 걸 고르고 싶어도 그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다.지강산과 함께 지낸 건 고작 며칠뿐이라 아직 그를 잘 알지 못했다.결국 모두의 선물은 다 샀는데 그의 것만 정하지 못했다.늦은 밤이 되었는데도 휴대전화에는 지강산의 메시지가 없었다.샤워를 마친 허서령은 침대에 누워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뭐해요?]겨우 세 글자를 보내 놓고도 마음이 뒤숭숭했다.지강산은 종일 연락하지 않았다. 가족들이 말한 것처럼 그가 정말 자신을 깊이 사랑하는 게 맞는지 문득 의심이 들었다.그때 알림음이 두 번 울렸다.허서령은 내려놓았던 휴대전화를 얼른 집어 들고 카톡을 열었다. 가라앉았던 입가에 다시 웃음이 번졌지만, 답장을 본 순간 곧 굳어졌다.[그냥 있어.]허서령은 그 한마디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있어? 그냥... 있어? 정말 말 한마디 더 하기가 그렇게 아까운가?’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휴대전화를 침대에 엎어 놓았다. 불을 끄고 얼른 누워 얇은 이불을 끌어 덮은 뒤 눈을 감았다.하지만 눈을 감자 지강산이 보낸 ‘그냥 있어’라는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03화

    “이름이 진... 뭐였더라? 진... 성재. 그래, 진성재야. 경찰이다.”“진성재가 진성호에게 임시 치안 보조원 일을 소개해 줬다고요?”허서령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진성호의 알리바이가 갑자기 완벽하게 이어졌다.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촌 동생이 뒤를 봐준다면 알리바이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그야말로 완벽했다.“서령아, 진성호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거냐? 그건 말이 안 돼. 죽은 사람이 자기 아버지잖냐.”허태하는 그녀의 추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허서령은 실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사람이 정직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알 수 없었다.“이 세상 범죄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일만 있을 뿐이죠. 아버지도 죄인이 아닌데 감옥에 갇혀 있잖아요. 그런데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허태하는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허서령은 진성호도, 진성재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변호사의 관점에서 사건을 분석해 보면 진성재 역시 핵심 인물이었다.지태일에게 미리 알려 조사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했다.면회 시간이 끝나 갈 무렵, 허서령이 말했다.“제가 반드시 아버지를 구해 내야 하는 건 아버지가 제 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제게 떳떳한 집안 배경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저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출소한 뒤에는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 주세요. 제 배경에 오점을 남기지 말고요. 저는 성별도, 출생도, 집안도, 부모도 선택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미래만큼은 제가 선택하고 싶어요. 언젠가 허태윤이 아버지를 모시지 않겠다면 저를 찾아오세요. 딸로서 아버지가 편안한 노후를 보내도록 책임질게요.”허태하는 눈물 어린 탁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허서령은 미련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교도소 밖으로 나온 그녀는 울심시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다처럼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송이송이 떠 있었고, 따뜻한 햇살은 밝고 눈부셨다.가족 때문에 자신의 삶까지 어두워져서는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02화

    허서령은 그를 바라보며 냉소했다.“자상한 아버지인 척할 필요 없어요. 말해 보세요.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데 이렇게 싫어하는 거예요?”“됐다. 지난 일은 그냥 지난 일로 묻자.”허태하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제가 맞혀 볼게요.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올 사람은 저와 허태윤뿐이니, 그 애가 제 험담을 한 거죠?”허서령은 차분하게 분석했다.“아버지에겐 3층짜리 집이 한 채 있고 자식은 아들과 딸 하나씩이잖아요. 저와 사이가 틀어지면 그 재산이 나중에 전부 허태윤에게 갈 테니까요. 맞죠?”허태하는 원래부터 영리한 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되물었다.“네 엄마 병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죽게 만든 게 너 아니냐? 네가 잊어서 그렇지, 사실은...”허서령이 매섭게 말을 끊었다.“사실은 허태윤이 돈 한 푼 내지 않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엄마가 아팠을 때 돈도 안 냈고 병원에 와서 돌보지도 않았어요. 돈을 낸 것도 저고, 간호한 것도 저예요.”“의사를 알아보러 뛰어다닌 것도, 제산시까지 모시고 가 치료받게 한 것도 전부 저였다고요. 제가 혼자 모든 일을 감당했는데 어떻게 치료를 미뤘다는 거죠? 제가 없었다면 허태윤은 엄마를 요양원 구석에 던져 놓았을 테고, 훨씬 일찍 돌아가셨을 거예요.”허태하가 놀라 물었다.“너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냐?”“저는 기억을 잃었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이 알려 줬어요.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본질을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남의 말만 듣고 돈도 힘도 보태지 않은 아들 말은 믿으면서, 온 힘을 다한 딸은 의심한 거예요?”허태하는 생각에 잠겼다. 야윈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스쳤다.허서령은 한참 그를 바라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정도 없었다. 다만 억울하고 화가 날 뿐이었다.“어릴 때 기억은 남아 있어요. 너무 희미하지만, 대개는 허태윤 때문에 제가 억울한 일을 당했던 것 같아요. 아빠, 제가 남자였다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01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허서령은 지강산이 카톡으로 보낸 두 글자를 확인했다.‘잘 자.’그게 전부였다.허서령은 그가 조금 차갑고 무뚝뚝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뻔뻔하게 먼저 아침 인사를 건네기도 민망해, 씻고 준비한 뒤 밖으로 나갔다.낯선 사람들과 낯선 도시, 낯선 환경을 보고 있자니 기억이 어둠 속 깊이 묻힌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생소했다.그녀는 지하철을 타고 허태윤을 만나러 갔다.남자는 뚱뚱한 데다 옷차림도 지저분하고 꾀죄죄했다. 냉랭한 눈에는 업신여기는 기색까지 어려 있었다. 저런 사람이 자신의 남동생이라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허태윤은 문을 열자마자 무심하게 말했다.“왔어?”집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스쿠터 열쇠와 휴대전화를 챙긴 그는 슬리퍼 차림으로 나서며 두 번째 말을 던졌다.“가자.”허서령은 그를 따라 나가 스쿠터 뒷자리에 올라 철거 보상 사무소로 향했다.사무실은 철거 보상 관련 업무를 처리하러 온 주민들로 북적였다.절차를 모르는 허태윤은 서명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여러 증명서와 보상금을 받을 은행 계좌까지 제출해야 했다. 그가 서류를 가지러 돌아가려 하자, 허서령이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온 서류를 모두 꺼냈다.허태윤은 내키지 않아 했지만 결국 모든 절차가 허서령의 서류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철거 보상금을 받을 계좌가 허서령 명의라는 사실에 그는 속이 뒤틀릴 만큼 분하고 답답했다.사무소를 나온 허태윤이 비꼬았다.“역시 변호사라 이건가? 기억을 잃었어도 돈 받을 서류는 챙겨 왔네.”허서령이 무덤덤하게 받아쳤다.“난 기억을 잃었지, 지능을 잃은 게 아니야. 넌 기억은 멀쩡한데 지능이 모자란 모양이고.”“너...”허태윤은 그녀를 노려보다가 코웃음을 쳤다.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보상금 나오면 나랑 아빠 몫은 내 계좌로 보내.”“미안하지만 네 몫만 보내 줄 거야. 아빠 몫은 아빠 계좌에 넣을 거고.”“아빠 돈도 어차피 나중엔 내 거야.”허태윤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500화

    허서령은 그 이모티콘을 보자 입을 가리고 웃었다. 더는 답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뒤 솥밥을 맛있게 다 먹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SNS에 짧게 글을 올렸다.[울심시에 돌아왔습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심인혜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서령아, 울심시에 왔어? 언제 시간 돼? 내가 밥 살게.]허서령은 심인혜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지강산에게 그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들었다.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이번에 돌아온 이유 중 하나도 예전 친구들을 만나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오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내일은 동생 집에 가서 처리할 일이 있고, 그다음엔 교도소에 아버지 뵈러 가려고 해. 모레 보자.][좋아. 모레 연락할게. 윤성이도 널 보고 싶어 하는데 같이 가도 돼?][강산 씨 말로는 나랑 윤성이 크게 싸워서 지금 사이가 안 좋다던데.][이십 년 넘게 친구로 지냈는데 한두 번 싸웠다고 어떻게 끝나겠어? 네가 다 잊었다니 지난 일은 그냥 넘기자. 윤성이도 널 많이 보고 싶어 해.]허서령은 무슨 일로 사이가 틀어졌는지 전혀 몰랐다. 그렇다고 일부러 우정을 회복하려고 울심시에 온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을 만나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오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었다.상대가 누구든 만나는 걸 굳이 피할 생각은 없었다. 설령 원수였다고 해도 상관없었다.[그래. 같이 데려와.]심인혜와 메시지를 마친 허서령은 침대에 누워 지강산이 챙겨 준 책을 펼쳤다.그런데 이상하게 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울심시의 집이 너무 낯설어서일 수도 있고, 제산시를 떠나오니 누군가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일 수도 있었다.허서령은 누운 채 휴대전화를 들어 지강산의 SNS를 열었다.역시 새 글이 올라와 있었다.비행기가 이륙하는 사진이었다. 기체와 항공편을 보니 자신이 탄 비행기였다.사진 아래에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무사히 다녀와. 기다릴게.]허서령은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댓글도 달지 않은 채 조용히 화면을 나와 지강산과의 대화창에 적었다.[뭐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499화

    그 뒤로 그는 계속 말이 없었고, 탑승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다.허서령이 일어서자 지강산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탑승해야 해요.”허서령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저 갈게요.”지강산은 두 손을 검은 외투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숙였다. 대답도, 말을 잇지도 않고 그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 허서령은 갑자기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작 며칠 다녀와 일을 처리하고 돌아올 뿐인데 왜 이렇게 이별 분위기가 무거운 걸까?’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고 싶어 말을 꺼냈다.“울심시 특산물 중에 갖고 싶은 거 있어요? 사 올게요.”“너만 돌아오면 돼.”지강산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마주칠 수조차 없었다. 허서령이 무슨 말이라도 더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먼저 지강산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여기까지만 데려다줄게. 간다.”말을 남기고 그는 무거운 걸음으로 떠났다.허서령은 멍하니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봤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보통 배웅은 탑승 직전까지 해 주고 작별인사를 한 뒤 떠나는 것 아닌가? 나는 아직 탑승도 안 했는데 왜 먼저 가 버린 걸까?’지강산의 뒷모습이 공항 로비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허서령은 그가 왜 이렇게 평소와 달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탑승구로 들어갔다. 게이트를 통과한 뒤 다시 한번 뒤를 돌아 지강산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비행기에 오른 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끄기 전 지강산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탑승했어요. 이제 몇 시간 동안 비행기 모드로 해 둘게요.]메시지를 바라봤지만 지강산에게서는 끝내 답이 오지 않았다. 운전 중인 걸까 싶었다.승무원이 안내하러 오고 나서야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꿔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창밖의 계류장을 바라봤다.비행기가 뜬 뒤에는 한숨 푹 잤다.두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3화

    지강산이 몸부림치는 허서령의 손목을 잡고 머리 위 벽에 고정시킨 뒤 이성을 잃은 맹수처럼 키스를 퍼부었다.참아왔던 눈물이 허서령의 감긴 눈꺼풀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지강산은 멈출 기색이 전혀 없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허서령이 그의 아랫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윽.”날카로운 통증에 지강산이 입술을 뗐다.허서령이 기억하는 지강산은 언제나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이토록 사납게 구는 건 분명 그녀를 뼛속 깊이 증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생각에 허서령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지강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2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지강산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워냈다.뽑은 벌칙 대신 술을 택했다. 그 누구와도 키스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선언이었다.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소유하가 티슈를 던지면서 씩씩거렸다.“재미없어, 정말.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지강산이 한숨을 무겁게 내뱉으며 술기운을 눌러 내렸다.게임이 계속되었다. 술병이 여러 번 돌고 돌아 마침내 허서령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벌칙이 지나칠까 봐 두렵기도 했고 술을 이길 자신도 없었다.“진실을 말하는 걸 선택할게요.”그러자 소유하가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1화

    지강산과 함께한 4년은 허서령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이별 후 허서령은 5년을 울며 보냈다.매일같이 눈물을 쏟은 건 아니었지만 지강산을 떠올리기만 하면 마음속에 장마라도 진 것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비가 내렸고 이내 눈시울도 뜨겁게 젖어 들곤 했다.살면서 지강산을 다시 마주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백시욱이 주선한 술자리.떠들썩한 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 허서령의 시선이 익숙한 얼굴에 닿았다.그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말 해일이라도 밀려온 것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제7화

    공기가 얼어붙은 것처럼 정적이 내려앉았다.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고 세상의 색채가 빛을 잃어가는 가운데 오직 지강산만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연한 블루 반팔 셔츠에 블랙 바지 차림의 지강산이 청량하면서도 멋진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평범한 출근룩이었음에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 탄탄한 몸매와 훤칠한 키 덕분에 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쳤다.그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긴장감에 휩싸였다.소유하가 슬리퍼를 가져와 지강산의 앞에 놓으며 살갑게 굴었다.“오빠, 신발 갈아 신어.”하지만 지강산은 아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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