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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作者: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4 00:28:58

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개화여대 육상부의 단거리 에이스, 진아린이었다.

그녀는 스트레칭을 하며 스타팅 블록을 넘어 걸어갔다. 그녀는 이결을 분명히 봤지만, 인사도 하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하며 그냥 스쳐 지나갔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여자. 하지만 스포츠 타이츠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 근육은 갈라질 듯 선명했고, 그 위로 이어진 엉덩이는 폭발적인 스퍼트를 위해 완벽하게 조각된 예술품 같았다. 잘록한 허리와 대조되는 풍만한 가슴, 그리고 땀에 젖어 목선에 달라붙은 머리카락까지. 팬들 앞에서는 살갑게 미소 짓는 그녀가, 왜 동료들에게는 이토록 차가운지 이결은 알 수 없었다.

‘저 가식도 언젠가는 벗겨질 날이 오겠지.’

다른 선수들도 하나둘씩 트랙에 모습을 드러내고, 며칠 남지 않은 전국대회를 향한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후 늦게 훈련이 끝날 무렵, 이결은 선수들이 사용한 아이싱 기구와 마사지 크림 등을 정리하기 위해 컨디션 회복실에 있었다. 그때였다.

“악!”

트랙 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회복실 문이 거칠게 열리고, 다른 선수 두 명의 부축을 받은 진아린이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들어왔다.

“아린 언니, 괜찮아요?”

“아, 씨… 짜증나. 비켜봐.”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동료들을 밀치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결의 눈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발목으로 향했다. 살짝 부어오른 복사뼈. 발을 딛는 각도. 전직 국가대표였던 그의 눈은 그것이 착지를 잘못해 발목을 살짝 접질린 것이라는 걸 금방 알아챘다.

바로 그 순간,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진아린의 발목을 보는 순간, 이결 자신의 왼쪽 발목, 수술 자국이 남은 그 부위에서부터 뜨거운 기운이 훅, 하고 솟구쳤다.

통증이 아닌, 기분 좋은 에너지의 파동이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 믿을 수 없는 정보들이 떠올랐다.

진아린의 발목 인대, 비골과 거골을 잇는 전방거비인대의 미세한 염증 부위가 엑스레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곳을 치료하기 위한 완벽한 방법, 어느 지점을 어떤 강도로 누르고, 어떤 방향으로 관절을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결은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상한 변화와 머릿속에 떠오른 생생한 정보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홀린 듯, 고통스러워하는 진아린의 발목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멍하게 서 있는 이결의 귓전을 찢는 것은 진아린의 날카로운 비명이었다.

“멍청하게 서서 뭐 해! 당신 컨디셔닝 코치라며! 어떻게든 해보라고!”

그녀는 고통과 짜증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를 쏘아붙였다.

이결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평소에는 자신을 벌레 보듯 무시하고, ‘한코치’라는 호칭조차 경멸을 담아 부르던 여자였다. 그러던 그녀가 자신이 급해지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애원해도 모자랄 판에 소리부터 지르고 있었다.

‘미친년.’

이결은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하지만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아까부터 떠오르던 치료법의 청사진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이결은 표정을 갈무리하고, 평소의 무기력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차갑고 권위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일단 그 입 다물고 침대에 누워요.”

“뭐…?”

“치료받고 싶지 않으면 지금 나가요.”

그의 단호한 태도에 진아린은 순간 말을 잃었다. 늘 구석에서 먼지처럼 존재하던 남자가 아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깊고 차가웠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이결은 그녀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녀의 운동화 끈을 풀고, 양말을 벗겨냈다.

땀에 절어 후끈한 열기를 내뿜는 그녀의 발이 드러났다. 테이핑으로 잘 관리된 발이었지만, 복사뼈 주변은 벌써 미세하게 붉은 기운이 돌며 부어오르고 있었다.

“아! 차가워!”

이결의 손이 발목에 닿자, 진아린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그 손이 닿은 부위에서는 반대로 뜨거운 열기가 피어오르는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가만히 있어요. 힘 빼고.”

이결은 머릿속에 그려지는 대로 움직였다.

그는 먼저 부어오른 전방거비인대 주변이 아닌 그와 연결된 비골근과 장딴지근을 먼저 공략했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종아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악! 거기 말고 발목이 아프다니까요! 지금 뭐하는 거예요!”

“통증의 원인은 발목에 있지만, 그 불균형은 종아리에서부터 시작됐으니까! 며칠 전부터 왼쪽 종아리에 미세한 경련이 있었을 텐데, 무시했죠? 그게 누적돼서 오늘 발목으로 터진 겁니다.”

진아린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한 그대로였다. 며칠 전부터 종아리가 뭉치는 느낌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걸 어떻게 이 남자가 알고 있는 거지? 그녀가 혼란에 빠진 사이 이결의 손길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그의 손이 그녀의 종아리를 타고 올라와 오금의 부드러운 살을 지나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 근육을 향했다.

“자, 잠깐…! 어딜 만져요!”

그녀가 기겁하며 다리를 빼려 했지만 이결이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단거리 선수의 엔진은 햄스트링과 둔근입니다. 이 엔진이 식었는데, 바퀴만 고친다고 차가 제대로 굴러갈 것 같아요? 낫고 싶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요.”

그의 논리적인 설명에 그녀는 다시 반박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이 닿는 부위가 너무나 민감했다.

짧은 타이츠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그의 손바닥이 쓸어 올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불쾌감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야릇한 감각이 아랫배를 간질였다.

이결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의 머릿속 청사진은 점점 더 깊고 은밀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관절 내전근의 긴장 완화가 필수적.’ 이라는 알 수 없는 확신이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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