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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作者: 블루
인우의 주변 공기가 한껏 낮게 가라앉았다.

그는 나래의 앳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까만 포도알 같은 큰 눈, 눈처럼 흰 피부, 인형처럼 예쁜 얼굴.

이런 유전자가 자기 것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 것이란 말인가?

“하. 대표님, 상상도 참 마음대로 하시네요.”

혜니의 한마디가 인우를 단번에 현실로 끌어내렸다.

혜니는 속으로 치미는 당황을 가까스로 누른 뒤, 품에 안긴 어린아이에게 사뭇 진지하게 물었다.

“말해 봐. 왜 이분한테 아빠라고 했어?”

나래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할머니가 그랬어. 엄청 잘생겼으면 아빠라고 하고, 그냥 잘생긴 사람은 삼촌이라고 하고, 안 잘생겼으면 오빠라고 하랬어.”

이 꼬맹이는 이미 혜니의 어머니 손에서 야무지게 길러졌다.

“그럼 이렇게 힘들게 너를 데리러 온 나한테는 왜 안 불러 줘?”

“언니, 오늘 언니한테 좋은 냄새 나.”

입이 단 나래는 혜니의 볼에 쪽 입을 맞췄다.

혜니는 그제야 인우를 돌아보며 진지한 얼굴로 설명했다.

“대표님, 나래는 저희 엄마가 데려다 키우는 아이예요. 가족관계도 엄마 쪽으로 정리돼 있고요. 그래서 저한테 언니라고 부릅니다.”

이어 혜니는 담담하게 덧붙였다.

“아이가 좋으시면, 다른 분과 낳으시면 됩니다.”

인우는 혜니가 자신 몰래 아이를 낳은 줄 알았다.

그런데 한순간 말문이 막혀, 비꼬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저는 먼저 나래를 집에 데려다주겠습니다. 대표님은 편하신 대로 하세요.”

혜니는 두 걸음쯤 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참고로, 미행은 매우 교양 없는 행동입니다.”

혜니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좌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채운 뒤, 차를 몰고 그대로 떠났다.

인우의 잘생긴 얼굴은 금방이라도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번호 하나를 눌렀다.

“윤혜니의 지난 4년간 연애 이력 전부 조사해. 출산으로 병원에 입원한 기록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혜니는 룸미러로 멀어지는 인우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 엄마가 앞을 내다본 덕분이야.’

아이 때문에 혜니의 인생이 더 무거워질까 봐, 혜니의 어머니는 남동생의 도움을 받아 나래를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딸로 올렸다.

나래에게도 밖에서는 혜니를 절대 엄마라고 부르지 말고, 언니라고 부르라고 계속 가르쳤다.

처음에는 혜니도 그게 못마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게 오늘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혜니는 죽어도 인우에게 아이를 빼앗길 수 없었다.

...

그해, 인우가 떠난 뒤 백씨 가문 사람들은 혜니와 어머니를 N시에서 쫓아냈다.

거의 아버지의 묘까지 파헤치려 들었다.

혜니와 어머니는 결국 외진 시골 마을로 갔다.

혜니는 그곳 논밭 옆에서 나래를 낳았다.

그때 출혈이 너무 심했다.

피가 멈추지 않아, 거의 저승길 문턱까지 갈 뻔했다.

마을 의료 시설은 열악했고, 전산도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병원에 보유한 혈액도 부족했다.

시내 큰 병원으로 가려면 차로 두 시간은 걸렸다.

그때 혜니의 상태로는 버티기 어려웠다.

그런데 산 위에 침술이 뛰어난 한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은 혜니의 어머니는... 비를 맞으며 산길을 뛰어올라갔다.

어머니가 돌아왔을 땐 온몸이 흙탕물범벅이었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때 혜니는 피 묻은 손으로 인우가 남기고 간 남 홍마노 팔찌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순간, 인우는 어디에 있었을까?

혜니가 생각하기엔, 아마 그는 백조라와 함께 즐겁게 지내고 있었을 거다.

나중에 혜니는 그 한의사의 침술 덕분에 겨우 출혈을 멈출 수 있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셈이었다.

그런데 손목에 있던 팔찌도 변해 있었다.

처음에 절반이 흰색이었던 남홍마노 팔찌가... 그날 이후 붉게 물들었다.

이제 팔찌 전체가 붉은색이었다.

처음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든 일을 떠올리자, 혜니의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

그때 나래가 갑자기 물었다.

“엄마, 그 잘생긴 아저씨가 내 아빠 하면 안 돼?”

나래는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만 혜니를 엄마라고 불렀다.

“안 돼!”

혜니는 차갑게 말했다.

나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깝다!”

‘그건 내가 지금까지 본 아저씨 중에서 가장 잘생긴 아저씨였는데...’

...

혜니는 나래를 데리고 쇼핑몰 안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하경서는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혜니는 나래의 손을 잡고 쇼핑몰 3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창가 자리에는 붉은 슬립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무료한 듯 커피잔을 휘젓고 있었다.

느슨하게 흐른 웨이브 머리, 또렷하고 화려한 이목구비.

혜니의 절친, 하경서였다.

나래의 눈이 반짝였다.

아이는 혜니의 손을 놓자마자 경서에게 달려갔다.

“이모!”

경서는 금세 나른하던 표정을 거두고 활짝 웃었다.

나래를 품에 덥석 안아 들었다.

“아이고, 우리 예쁜이 왔어?”

경서는 나래의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더니, 마술이라도 부리듯 뒤에 놓아둔 쇼핑백들을 줄줄이 꺼냈다.

“이모가 우리 나래 선물 많이 가져왔지.”

경서는 먼저 분홍색 작은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어린이용 스마트워치가 들어 있었다.

이어 풍성한 공주 원피스까지 꺼내 나래 몸에 대 보았다.

나래는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공주 원피스를 꼭 끌어안고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고마워, 이모!”

경서는 이번엔 작은 벨벳 상자 하나를 꺼내 혜니 앞으로 밀었다.

“너 곧 생일이잖아. 그때 혹시 내가 바쁠 수도 있어서, 미리 준다.”

“고마워.”

혜니가 상자를 받아 손끝으로 살짝 열었다.

뚜껑이 열리자마자, 혜니의 눈빛이 굳었다.

C사 최신 컬렉션, ‘내 마음의 별’ 브레이슬릿.

플래티넘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제품이었다.

기안이 보낸 그 팔찌와 똑같은 모델이었다.

경서는 의기양양하게 자기 손목을 들어 보였다.

경서의 손목에도 같은 팔찌가 반짝이고 있었다.

“우정 팔찌.”

경서가 혜니를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했다.

“자, 내가 채워 줄게.”

경서는 상자 안의 팔찌를 꺼내 직접 혜니의 손목에 채워 주었다.

“고마워.”

혜니는 손목 위에 얹힌 수천만 원대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비싼 팔찌 덕에 괜히 손목이 묵직해진 기분이었다.

혜니가 농담처럼 말했다.

“다음부턴 이렇게 돈 쓰지 말고 그냥 현금으로 줘.”

“이 돈이면 나래 대학 등록금까지 보태고도 남겠다.”

하지만 경서는 웃지 않았다.

경서는 진지한 눈으로 혜니를 바라보았다.

“혜니야, 네가 나래 낳을 때 내가 곁에 없었잖아.”

경서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낮게 이어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너 혼자 힘들게 버티게 안 해.”

그러더니 다시 말을 덧붙였다.

“나... 아무나 붙잡고 확 결혼해 버릴까 봐. 우리 아버지 속 뒤집어지게.”

3년 전, 경서는 한 남자를 사랑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두 사람은 억지로 갈라졌다.

그때 경서는 우울증을 앓았고, 끝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런 경서를 발견한 혜니가 바다에 뛰어들어 경서를 끌어냈다.

그 뒤로도 혜니는 경서의 곁을 지키며 함께 치료받게 했고, 경서는 겨우 조금씩 다시 살아났다.

최근 2년 동안 경서는 온라인에서 알게 된 남자와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둘은 아직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았다.

그저 대화만 나눴을 뿐인데, 어느새 이상한 감정이 생긴 듯했다.

경서는 그 남자를 만나면 바로 결혼까지 해 버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충동적으로 굴지 마. 연애는 해도 되지만, 결혼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혜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낮게 말했다.

“한인우가 돌아왔어.”

“태유그룹을 인수했고, 지금은 내 직속 상사야.”

경서의 따뜻하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공기가 몇 초간 조용해졌다.

경서는 이를 악문 채 욕 한 글자를 겨우 뱉었다.

“씨...”

혜니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나래의 책가방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안 되겠다. 한인우가 벌써 나래를 봤어. 엄마한테 빨리 나래 데리고 다른 데로 가 있으라고 해야겠어. 혹시 들키면 아이를 뺏으려고 할지도 몰라.”

“야, 그건 너무 티 나잖아.”

경서가 혜니의 손목을 붙잡아 눌렀다.

“걱정 마. 그 일은 내가 도와줄게.”

...

저녁 7시.

인우는 혜니를 데리고 한적한 프라이빗 선착장으로 갔다.

두 사람은 그곳에 정박해 있던 럭셔리 요트에 올랐다.

혜니는 인우가 중요한 사업 이야기를 바다 위에서 하려나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올라타자마자, 요트는 바로 선착장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요트가... 대표님... 다른 손님들도 온다면서요?”

혜니가 당황해 물었다.

인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천천히 혜니에게 다가왔다.

“뭐가 그렇게 급해. 조금 있으면 알아서 올 거야.”

혜니는 대꾸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난간 옆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았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단단한 두 팔이 혜니를 감싸 안았다.

혜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인우의 낮고 쉰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자기야.”

“예전에 네가 한 말, 기억 안 나?”

“돈 많이 벌면 큰 요트 하나 사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나랑 미친 듯이 사랑하겠다던 말.”

혜니의 심장이 세게 흔들렸다.

‘지금 이 남자... 나를 여기로 유인한 거야?’

‘나를 흔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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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30화

    “강제후 본부장, 본인이 직접 정예 인력으로 팀원 다섯 명 더 뽑으면 돼.”제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정은 진지했다.“네, 대표님.”인우의 시선이 이번에는 새연에게 향했다.“소 비서는 프로젝트팀 지원을 맡아. 모든 진행 상황은 대표실로 직접 보고하고.”“네, 대표님.”새연의 마음속에는 기쁨이 확 번졌다.회의실 안은 조용했다.남성도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만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사업이었다. 인우가 태유그룹을 맡은 뒤 처음으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였으니, 중요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혜니는 인우가 제후를 밀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중책을 맡길 줄은 몰랐다.마지막으로 인우가 발표했다.“이달 말, 프로젝트팀 전원은 남성도로 현장 답사를 간다.”회의가 끝나자 혜니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래도 회사 일에 사감은 안 섞었네. 그 정도 그릇은 되나 보지.’...비서실로 돌아오자 새연은 행복한 새처럼 거의 뛰어오를 기세였다.“너무 좋아! 앞으로 강제후 본부장이랑 마주칠 일이 많아지겠네!”새연은 들뜬 얼굴로 혜니의 팔을 붙잡았다.“혜니야, 화 안 나지?”새연은 옆에 있던 미나도 바라보았다.“미나야, 너도 화 안 나지?”새연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사무실에 제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혜니는 웃었다.“화 안 나. 프로젝트 잘 따라가.”미나는 아쉬운 얼굴로 턱을 괴었다.“대표님... 완전 사랑의 큐피드 아니야? 사람들 인연 이어주려고 내려오신 줄 알았네. 내 인연은 언제쯤 이어주시려나?”혜니의 가슴이 세게 움츠러들었다.‘아, 속셈이 여기 있었구나.’인우는 새연과 제후를 엮어 주려는 것이었다.‘쯧쯧, 그 미친놈...’미나가 다시 물었다.“혜니야, 내일 네 생일이잖아. 어떻게 보낼 거야?”“다 같이 회전식 레스토랑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살게.”혜니가 웃으며 말했다.“진짜?”새연이 맨 먼저 벌떡 일어났다. 손발 다 들어 찬성하는 표정이었다.그때 내선 전화가 울렸다.혜니는 전화를 받았다. “네, 알겠습니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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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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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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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6화

    옆에 있던 남자 하나가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한 대표님 품에 들어온 분답네요. 정말 보기 드문 미인이십니다.”혜니는 담담하게 한마디했다.“저는 그냥 한 대표님 비서입니다.”혜니는 곧바로 인우와 선을 그었다.인우가 혜니의 허리에 두른 손에 힘을 더했다.“잠시 실례하겠습니다.”인우는 혜니를 데리고 사람이 적은 구석으로 향했다.혜니는 바로 자신의 허리에 두른 인우의 큰 손을 떼어 냈다.“이렇게 붙잡지 마. 불편해.”인우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섞여 있었다.“누가 너한테 이렇게 입으래?”혜니는 어이가 없었다.‘무슨 뜻이야?’“이거 네가 진 비서님 시켜서 보낸 드레스 아니야? 난 또 나가서 접대라도 하라는 줄 알았지.”인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인우는 그저 진정에게 가장 최신 디자인의 드레스 한 벌을 골라 혜니에게 보내라고 했을 뿐이었다.그런데 빌어먹을 진정이 이렇게 몸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옷을 골랐을 줄은 몰랐다.그 시각, 침대 옆에 앉아 나래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정은 갑자기 몸을 떨었다.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인우의 눈이 가늘어졌다.‘이 계집애, 좀 더 성숙해졌네. 나무토막 같던 애가 제법 여자가 됐어.’인우는 외투를 벗었다. 체온과 은은한 시더우드 향기가 배어 있는 재킷이 그대로 혜니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자신감은 어디서 나와?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 누가 널 쳐다본다고.”혜니는 말문이 막혔다.“한 대표는 시력이 꽤 안 좋나 봐. 나한테 한 번에 100억 원을 부르다니.”혜니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쳤다.“윤혜니, 나 지금 네 상사야.”인우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흥.’‘말로 안 되니까 이제 직급으로 누르겠다 이거지.’‘진짜 엿 같네.’“대표님께서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혜니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꼭 혜니여야 한다던 그 급한 일이 대체 뭔지 들어나 보자는 뜻이었다.인우는 느릿하게 소매 끝을 정리했다.“난 다른 여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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