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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مؤلف: 블루
혜니는 인우를 힘껏 밀쳐 내며 소리쳤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인우는 넓은 어깨와 탄탄한 등, 완벽한 역삼각형 몸매로 갑판 위에 서 있었다.

마치 예리하게 깎아 세운 차가운 조각상 같았다.

물빛에 비친 날카로운 윤곽은 더 선명하고 차갑게 보였다.

“후회돼?”

인우가 입을 열었다.

말투에는 묘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후회?’

혜니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인우는 다시 덧붙였다.

“나랑 이혼한 거, 후회 안 하냐고.”

“네가 조금만 더 버텼다면, 이 모든 게 네 것이 됐을 텐데.”

“원하는 건 뭐든 손에 넣고, 누구 앞에서도 고개 숙일 일 없이 살았겠지.”

인우의 눈빛에는 의기양양한 조롱이 어려 있었다.

하지만 혜니는 알아차렸다.

인우는 지금 자신이 이룬 것을 자랑하는 동시에, 혜니를 모욕하고 있었다.

“후회해.”

혜니가 차분하게 세 글자를 뱉었다.

“그래?”

인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 대답이 꽤 마음에 든 듯했다.

혜니는 인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너랑 혼인신고 한 거. 너랑 결혼한 거. 그 소중한 결혼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후회해.”

한 글자 한 글자에 힘이 실려 있었다.

혜니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증오가 어려 있었다.

혜니는 인우를 너무 믿었다.

그래서 완전히 패배했다.

인우가 차갑게 웃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당당했으면 좋겠어.”

혜니는 언제나 인우를 화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렇다면 인우도 더는 혜니를 봐줄 필요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둘이 아름다운 여성 파트너들을 데리고 요트에 올랐다.

“한 대표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왕 대표님, 이 대표님. 안으로 드시죠.”

요트 내부의 호화로운 공간에는 이미 카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남자들은 카드 게임을 하며 수백억 원대 투자 건을 가볍게 주고받았다.

인우는 다리를 꼰 채 혜니를 가리켰다.

“차 따라.”

혜니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고는 찻주전자를 들어 몇몇 대표들 앞에 차례로 차를 따랐다.

술을 채우고, 수건을 건네고, 필요한 것을 챙겼다.

혜니는 감정 없는 직원처럼 옆에서 대기해야 했다.

8cm 굽의 하이힐을 신고 거의 밤새 서 있으니, 종아리가 덜덜 떨렸다.

근육이 뭉쳐 아프고 저렸다.

혜니는 사람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살짝 다리를 굽혀 뻣뻣하게 굳은 종아리를 문질렀다.

바로 그때, 차가운 시선 하나가 날아왔다.

인우가 혜니를 보고 있었다.

남자의 미간이 희미하게 찌푸려졌다.

곧 인우는 짜증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됐어. 나가.”

혜니는 간신히 구원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곧장 몸을 돌려 선실을 빠져나왔다.

갑판 구석으로 간 혜니는 하이힐을 벗어 놓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제야 길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

밤이 깊었다.

요트는 마침내 천천히 선착장에 닿았다.

인우가 두 지인과 인사를 마치고 나오자, 김 기사가 이미 차를 대기시켜 두고 있었다.

인우는 구석에 서 있는 혜니를 힐끗 바라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타.”

혜니는 정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몸의 피로가 모든 감정을 눌러 버린 탓에, 차에 오르자마자 창가에 기대 거의 바로 잠들었다.

차 안은 조용했다.

고른 숨소리만 잔잔하게 이어졌다.

차가 혜니의 아파트 아래에 도착했는데도, 혜니는 깨어나지 않았다.

인우는 김 기사에게 소리 내지 말라는 듯 눈짓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혜니의 평온한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4년이었다.

인우는 이 얼굴을 꿈에서 몇 번이나 보았는지 모른다.

그 얼굴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인우는 홀린 듯 손을 뻗었다.

손끝이 거의 혜니의 뺨에 닿으려던 때였다.

혜니가 갑자기 눈을 떴다.

방금 깨어나 또렷하게 뜬 눈동자가 그대로 인우의 시선과 마주쳤다.

인우의 손이 허공에서 굳었다.

그는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

표정은 삽시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도착했어.”

“내려.”

혜니는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쾅!

차 문이 거칠게 닫혔다.

김 기사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팠다.

이 차는 무려 40억 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 한정판이었다.

인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저 독한 요물...’

그는 담담하게 김 기사에게 말했다.

“내일 차 감정 맡겨. 저 여자가 몇 번 더 세게 닫으면, 그때 청구서 보내면 되겠군.”

김 기사는 가슴이 철렁했다.

“대표님, 윤 비서님이 감당 못 하실 것 같습니다.”

인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감당할 수 있어.”

그 목소리는 지나치게 태연했다.

“전남편이 돈이 많으니까. 윤혜니가 입만 열면 돼.”

“네.”

김 기사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대표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교묘해진 거지?’

...

다음 날.

회사로 돌아온 혜니의 눈 밑은 푸르스름하게 그늘져 있었다.

어젯밤 집에 돌아가 씻고 나니 시간은 이미 새벽 3시였다.

그런데 아침 7시에 또 정확히 일어났다.

이건 사무직이 아니라 공사판을 뛰는 것보다 더 사람 잡는 일정이었다.

지금 혜니는 서류를 봐도 글자가 두 개로 겹쳐 보일 지경이었다.

반면 인우는 멀쩡하다 못해 기운이 넘쳐 보였다.

오전 8시 반.

인우는 군더더기 없이 재단된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정확한 시간에 사무실로 들어섰다.

곧게 뻗은 큰 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고급 맞춤 정장 팬츠가 긴 다리를 감싸며, 매끄럽고 힘 있는 선을 드러냈다.

그때 혜니의 내선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날카로운 벨 소리에 혜니의 심장이 한 박자 내려앉았다.

“윤 비서. 커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맑았다.

명령조였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인우가 경고하듯 덧붙였다.

“이번에도 설탕 함부로 넣으면, 가만 안 있을 거야.”

얼마 뒤, 혜니는 뜨거운 블랙커피 한 잔을 들고 대표실로 들어갔다.

손에는 오늘 일정을 보고할 태블릿도 들려 있었다.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혜니는 커피를 인우의 손이 닿는 곳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바르게 섰다.

“오전 10시에는 코영컴퍼니 성 대표님이 계약 건으로 방문 예정입니다.”

“오후 12시 30분에는 세만호텔에서 오찬 미팅이 있습니다.”

“오후 4시에는 계약식이 하나 있고...”

그때 인우가 손을 들어 혜니의 말을 멈췄다.

인우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진한 쓴맛이 공기 중으로 은은하게 퍼졌다.

그는 보고를 다 듣고 나서야 짧게 말했다.

“다른 일정은 박 비서와 소 비서가 따라가게 해. 저녁 7시 일정은 네가 나랑 가.”

‘뭐?’

‘또 나라고?’

혜니의 표정이 곧바로 굳었다.

온몸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일부러 이러는 거지.’

‘나를 과로사시키려고 작정한 거야.’

인우는 혜니의 표정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차렸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리고 문신사도 하나 예약해.”

혜니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문신사는 왜요?”

인우가 들고 있던 펜을 툭 내려놓았다.

값비싼 만년필이 책상 위를 두어 바퀴 구르다가 멈췄다.

인우는 넓은 가죽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두 팔을 느긋하게 가슴 앞에서 포갰다.

자세는 한가로워 보였지만, 묘한 압박감이 흘러나왔다.

그가 가볍게 입을 열었다.

“이마에 ‘내가 대표다’라고 새기려고.”

“그래야 내 비서가 내가 자기 상사라는 걸 기억할 테니까.”

“그래야 업무 지시도 제대로 따를 테고.”

그 비꼬는 말투에 혜니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슴 한가운데가 꽉 막힌 듯 답답했다.

그러다 문득 혜니가 웃었다.

“대표님, 그럼 세 글자 더 새기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뭔데?”

인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혜니가 또렷하게 말했다.

“인간임.”

공기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인우가 천천히 눈을 들어 혜니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말 끝났나?”

혜니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다 끝났습니다.”

“나가.”

...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혜니는 인우가 갑자기 요구한 ‘프로젝트 투자 의향서’를 겨우 완성했다.

혜니는 완성한 서류를 인우의 책상 위에 올려놓자마자 그대로 도망치듯 회사를 빠져나왔다.

오늘은 나래를 봐주는 외할머니가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고 있었다.

그래서 혜니는 나래를 경서에게 맡겨야 했다.

가엾은 나래는 이미 어린이집에서 한 시간 넘게 목이 빠져라 혜니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혜니는 가장 빠른 시속으로 ‘딸기 전기차’를 몰고 어린이집으로 달렸다.

하지만 혜니는 알지 못했다.

차 뒤로 또 한 대의 롤스로이스가 조용히 따라붙었다는 것을.

혜니는 어린이집에서 나래를 안아 올리자마자, 딸의 얼굴에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잘생긴 아빠!”

그때 나래가 또 외쳤다.

혜니의 두피가 바짝 조이는 기분이었다.

혜니가 고개를 돌리자, 역시 그곳에는 인우의 지긋지긋한 얼음장 같은 얼굴이 서 있었다.

‘이 남자, 시간이 남아도나? 미행하는 데 재미라도 붙였나?’

“조용히 해. 아무한테나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혜니가 낮게 타이르자, 나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혜니는 억지로 웃으며 인우를 바라보았다.

“대표님, 참 우연이네요. 대표님도 아이 데리러 오셨나 봐요?”

“그래.”

인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네 동생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네 동생은 무슨... 거짓말...’

혜니는 속으로 바로 받아쳤다.

그때 인우가 빙 돌려 말하지 않고 곧장 입을 열었다.

“아이 머리카락 한 올이 필요해.”

한번 심어진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었다.

마지막 그날, 피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이 몇 번이나 선을 넘었던 일을 인우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뒤 혜니가 약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혜니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역시... 친자 확인을 하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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أحدث فصل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30화

    “강제후 본부장, 본인이 직접 정예 인력으로 팀원 다섯 명 더 뽑으면 돼.”제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정은 진지했다.“네, 대표님.”인우의 시선이 이번에는 새연에게 향했다.“소 비서는 프로젝트팀 지원을 맡아. 모든 진행 상황은 대표실로 직접 보고하고.”“네, 대표님.”새연의 마음속에는 기쁨이 확 번졌다.회의실 안은 조용했다.남성도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만 수천억 원대에 달하는 사업이었다. 인우가 태유그룹을 맡은 뒤 처음으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였으니, 중요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혜니는 인우가 제후를 밀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중책을 맡길 줄은 몰랐다.마지막으로 인우가 발표했다.“이달 말, 프로젝트팀 전원은 남성도로 현장 답사를 간다.”회의가 끝나자 혜니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래도 회사 일에 사감은 안 섞었네. 그 정도 그릇은 되나 보지.’...비서실로 돌아오자 새연은 행복한 새처럼 거의 뛰어오를 기세였다.“너무 좋아! 앞으로 강제후 본부장이랑 마주칠 일이 많아지겠네!”새연은 들뜬 얼굴로 혜니의 팔을 붙잡았다.“혜니야, 화 안 나지?”새연은 옆에 있던 미나도 바라보았다.“미나야, 너도 화 안 나지?”새연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사무실에 제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혜니는 웃었다.“화 안 나. 프로젝트 잘 따라가.”미나는 아쉬운 얼굴로 턱을 괴었다.“대표님... 완전 사랑의 큐피드 아니야? 사람들 인연 이어주려고 내려오신 줄 알았네. 내 인연은 언제쯤 이어주시려나?”혜니의 가슴이 세게 움츠러들었다.‘아, 속셈이 여기 있었구나.’인우는 새연과 제후를 엮어 주려는 것이었다.‘쯧쯧, 그 미친놈...’미나가 다시 물었다.“혜니야, 내일 네 생일이잖아. 어떻게 보낼 거야?”“다 같이 회전식 레스토랑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살게.”혜니가 웃으며 말했다.“진짜?”새연이 맨 먼저 벌떡 일어났다. 손발 다 들어 찬성하는 표정이었다.그때 내선 전화가 울렸다.혜니는 전화를 받았다. “네, 알겠습니다.”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9화

    혜니의 머리가 3초쯤 정지했다. 눈앞이 새하얘졌다.‘망했어! 사람을 잘못 봤어!”‘왜 하필 제후 씨였어?’혜니는 제후의 젖은 검은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 물방울이 매끄러운 턱선을 따라 굴러내리더니, 물에 젖어 색이 짙어진 셔츠 깃 안으로 스며들었다.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그 존재감은 화면을 뚫고 나올 만큼 강했다.경서는 옆에서 거의 넋을 놓고 있었다.혜니의 뺨이 확 달아올랐다. 뜨거운 기운이 목덜미에서 귓가까지 번졌다.“죄... 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혜니는 겨우 목소리를 되찾고 허둥지둥 손을 내저었다.“저는 다른 사람인 줄 알고...”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들어 얼굴에 묻은 물을 한 번 닦아 냈다. 검은 눈동자는 조용히 혜니를 바라보고 있었다.눈빛은 깊었다. 감정을 읽기 어려웠지만, 혜니는 제후가 분명 화가 났을 거라고 생각했다.누가 갑자기 물벼락을 맞고 기분이 좋겠는가?“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혜니는 그 말만 남기고 곧장 침실로 뛰어갔고, 장롱을 뒤져 새 목욕타월을 꺼냈다. 이어 다시 바람처럼 돌아와 제후의 품에 밀어 넣었다.“빨리 닦으세요! 감기 걸리면 어떡해요!”수건은 크고 부드러웠다. 막 빨아 햇볕에 말린 듯 폭신한 감촉이 느껴졌다.제후는 수건을 받아 들었다. 고개를 숙여 머리카락을 닦는 동작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했다.제후가 움직일 때마다 은은한 향기가 공기 중으로 번졌다.아카시아꽃 향기였다.맑고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향기였다.“괜찮습니다. 오히려 시원하네요. 오늘 밤이 조금 후텁지근했거든요.”제후의 첫마디는 혜니의 죄책감을 절반 이상 씻어 냈다.물기에 젖은 제후의 목소리에는 살짝 낮은 쇳소리가 섞여 있었다.깊고 듣기 좋았다.제후는 머리를 반쯤 말린 뒤, 수건을 팔 위에 걸쳤다. 시선은 혜니에게 닿아 있었다.“혜니 씨가 답장이 없어서 걱정됐어요. 무슨 일 생긴 건 아닌가 해서 올라와 봤고요. 다음부터는 꼭 도어락 화면 확인하고 문 여세요.”“네...”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8화

    “한 번만 더 답장해 봐. 내일 바로 강제후를 N시에서 사라지게 만들 테니까.”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파괴력은 엄청났다.혜니는 인우를 바라보았다. 충격과 불신이 눈에 가득 차올랐다. 이어 말없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이 남자가 어떻게 내가 제후 씨랑 메시지 주고받는 걸 안 거지?’혜니는 차 안을 둘러보았다. 숨겨진 카메라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인우의 속셈이 보통 많은 게 아니었다.“설마 그런 식으로 회사 일에 사적인 감정을 섞는 사람은 아니겠지.”“맞아.”인우는 이를 악문 듯 두 글자를 밀어냈다. 눈 밑의 음산한 기운은 더 짙어졌다.“강제후 본부장은 태유그룹의 핵심...”“윤혜니.”인우가 차갑게 혜니를 바라보았다.“강제후 편드는 말 한마디만 더 해 봐.”혜니는 화가 나 온몸이 떨렸다.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개X끼! 나한테만 이러지.’“앞으로 강제후랑 거리 둬.”인우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내가 정한 선 넘을 생각 하지 말고.”“왜?”혜니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 네가 내 뭐라도 돼?”“내가 가졌던 여자는 아무나 건드릴 수 없어.”인우가 차갑게 웃었다.“설령 내가 버렸다고 해도 남들이 주워 갈 자격은 없지.”그 말은 혜니에게 평생 다시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뜻처럼 들렸다.혜니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혜니는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그래? 그런데 어떡하지. 지난 4년 동안, 나... 남자 꽤 많이 만났는데?”인우의 손이 거칠게 뻗어 와 혜니의 손목을 붙잡았다. 눈 안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그 농담 재미없어.”인우는 제대로 화가 나 있었다.차가 갑자기 멈췄다. 김 기사가 또 한 번 큰 싸움을 막아 낸 셈이었다.“놔!”혜니는 힘껏 뿌리쳤지만 빠져나갈 수 없었다.인우가 갑자기 몸을 기울여 다가왔다.고개를 숙인 인우는 혜니의 새하얀 어깨를 그대로 깨물었다.“한인우, 너 변태야? 아프다고!”혜니가 소리쳤다.김 기사는 놀라 허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7화

    “네가 시범 보여 달라며? 행동이 말보다 설득력 있잖아.”인우는 원하는 대로 됐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혜니는 말문이 막혔다.“한 대표님, 안녕하십니까.”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두 사람 뒤에서 들려왔다.인우와 혜니가 함께 고개를 돌렸다. 혜니는 깜짝 놀랐다.‘제후 씨가 왜 여기 있어?’‘혹시 방금 봤나?’제후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팔짱을 낀 채 두 사람 곁에 서 있었다. 여자는 정교한 메이크업에 우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천 대표, 안녕하십니까.”인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한 대표, 보내 주신 투자 계획안은 잘 검토했습니다.”천리야는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인우는 천리야의 말을 성의 있게 들었다. 이어 몇 가지 전문적인 용어로 답했다.혜니는 몹시 민망했다. 지금 이 와중에도 혜니는 여전히 인우의 품 안에 붙잡혀 있었다.마지막에 인우가 제후를 향해 말했다.“천 대표님께 잘 응대해 주세요. 태유그룹의 진심과 성의를 충분히 느끼실 수 있도록.”“네, 대표님.”제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눈동자 깊은 곳에는 억눌린 감정이 스쳤지만, 제후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인우는 혜니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혜니는 뒤돌아볼 용기조차 나지 않고, 뒤통수가 화끈거렸다.인우는 혜니를 테라스로 데려갔다. 이어 난간과 두 팔 사이에 혜니를 가둔 채 내려다보았다.“한인우, 일부러 그런 거지?”“뭘 일부러 해?”인우는 모르는 척 물었다. 인우의 얼굴이 혜니 가까이 다가왔다. 또 기습이라도 할 것 같은 거리였다.혜니는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지. 이 사람... 제후 씨가 나한테 고백한 걸 어떻게 알아?’사실 인우는 혜니가 밤에 국수 한 그릇을 끓였고, 그 위에 청경채가 몇 줄 올라갔는지까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진정이 사진까지 찍어 보냈기 때문이었다.‘감히 다른 남자한테 국수를 끓여 줘?’하나하나 다 기억해 둘 작정이었다.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서 벌을 줄 생각이었다.“놔.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6화

    옆에 있던 남자 하나가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한 대표님 품에 들어온 분답네요. 정말 보기 드문 미인이십니다.”혜니는 담담하게 한마디했다.“저는 그냥 한 대표님 비서입니다.”혜니는 곧바로 인우와 선을 그었다.인우가 혜니의 허리에 두른 손에 힘을 더했다.“잠시 실례하겠습니다.”인우는 혜니를 데리고 사람이 적은 구석으로 향했다.혜니는 바로 자신의 허리에 두른 인우의 큰 손을 떼어 냈다.“이렇게 붙잡지 마. 불편해.”인우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섞여 있었다.“누가 너한테 이렇게 입으래?”혜니는 어이가 없었다.‘무슨 뜻이야?’“이거 네가 진 비서님 시켜서 보낸 드레스 아니야? 난 또 나가서 접대라도 하라는 줄 알았지.”인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인우는 그저 진정에게 가장 최신 디자인의 드레스 한 벌을 골라 혜니에게 보내라고 했을 뿐이었다.그런데 빌어먹을 진정이 이렇게 몸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옷을 골랐을 줄은 몰랐다.그 시각, 침대 옆에 앉아 나래가 잠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정은 갑자기 몸을 떨었다.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인우의 눈이 가늘어졌다.‘이 계집애, 좀 더 성숙해졌네. 나무토막 같던 애가 제법 여자가 됐어.’인우는 외투를 벗었다. 체온과 은은한 시더우드 향기가 배어 있는 재킷이 그대로 혜니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자신감은 어디서 나와?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 누가 널 쳐다본다고.”혜니는 말문이 막혔다.“한 대표는 시력이 꽤 안 좋나 봐. 나한테 한 번에 100억 원을 부르다니.”혜니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쳤다.“윤혜니, 나 지금 네 상사야.”인우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흥.’‘말로 안 되니까 이제 직급으로 누르겠다 이거지.’‘진짜 엿 같네.’“대표님께서 이렇게 급하게 부르신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혜니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꼭 혜니여야 한다던 그 급한 일이 대체 뭔지 들어나 보자는 뜻이었다.인우는 느릿하게 소매 끝을 정리했다.“난 다른 여

  • 전남편은 ‘나’바라기   제25화

    혜니는 나래의 머리를 말려 주고 옷까지 입혔다. 그런 뒤 따뜻한 우유를 한 병 데워 나래가 침대에 누워 혼자 안고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그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야 혜니는 체념한 사람처럼 방으로 향했다.10분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 혜니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급스러운 금빛 슬립 드레스는 혜니의 가늘고도 균형 잡힌 몸매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길게 늘어뜨렸던 머리는 느슨하게 틀어 올려져, 곧고 예쁜 어깨와 목선이 드러났다.혜니는 8센티미터 굽의 하이힐을 신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칼끝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혜니는 진정에게 주의할 점을 몇 가지 꼼꼼히 일러 준 뒤에 문을 열고 나갔다.집 아래에는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혜니가 차 문을 열자 김 기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제발 오늘 밤에는 문 세게 닫지 말아 주십시오, 윤 비서님.’‘또 그러시면 제가 수리비 청구서를 받아야 합니다.’‘그때는 정말 보기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겁니다.’혜니는 핸드폰을 꺼내 경서에게 카톡을 보냈다.[나 한인우한테 잡혀서 강제로 끌려가는 중이야. 조금 있다가 집으로 와서 나래 좀 봐 줘.]경서는 곧바로 책상을 뒤엎는 이모티콘을 보냈다.[미친! 그 쓰레기... 사람 맞아? 너 오늘 교통사고 났다며?]혜니는 입꼬리를 희미하게 당긴 뒤 답장을 썼다.[본인이 그러더라. 나 아니면 안 된대.][우웩! 완전 가스라이팅이잖아! 내가 사람 데리고 구하러 갈게!]경서의 답은 바로 도착했다.혜니는 화면을 바라보며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오지 마.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나래나 좀 봐 줘.][알았어.]...차는 결국 한적하고 은밀한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앞에 멈췄다.입구에는 낮고 묵직한 블랙 골드 톤의 대문이 있었다. 간판 하나 없었고, 유니폼을 입은 도어맨들만 양쪽에 공손히 서 있었다.혜니는 도어맨의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부드러운 카펫을 밟고, 구불구불 이어진 복도를 지나갔다.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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