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11 - Chapitr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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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주도현의 심장이 쿵쾅거리며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별안간 바짝 타들어 가듯 옥죄어왔다.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목젖을 거칠게 울리며, 초조함과 분노가 가득 섞인 거친 목소리를 내뱉었다.“서은아가 당신 보고 전화하라고 시켰지? 서은아한테 전해. 적당히 굴고 작작 좀 하라고! 내가 오늘 당장 데리러 갈 테니까!”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주도현은 수화기를 내리꽂듯 전화를 끊어버렸다.간신히 숨을 몰아쉬는 찰나, 전화기가 다시 한번 찢어질 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하지만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기를 뚫어지게 노려볼 뿐,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한 번, 두 번, 세 번... 이윽고 벨 소리가 완전히 멎었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슴속을 가득 채운 초조함과 불길한 기운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결국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주도현은 연구소를 뛰쳐나와 차를 몰고 곧장 처가로 향했다.서은아의 부모님은 이미 퇴직한 상태였다. 국방연구소 관사에서 나와 지금은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며 손주를 돌보고 있었다.주도현은 가는 길에 고급 건강보조식품을 몇 상자 사 들고 처가 대문을 두드렸다.문을 연 사람은 안미정이었다. 안미정의 얼굴에 머물던 온화한 미소는 주도현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싸늘하게 굳어졌다.“어머니, 은아 데리러 왔습니다.”그는 태연한 척 준비해 온 선물을 내밀었다.주도현이 아는 서은아라면, 강채희와 관련된 수치스러운 일들을 친정에 시시콜콜 털어놓지 못했을 터였다.그러나 선물을 받으려 뻗은 주도현의 손이 공중에서 민망하게 굳어버렸다. 안미정은 선물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주도현이 선물 가방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안절부절못할 때, 안미정의 등 뒤로 손주를 안은 서재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재윤은 엄숙한 눈빛으로 주도현을 한번 쓱 쳐다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들어오게.”주도현은 들고 온 상자들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공손한 태도를 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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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주정수와 주연수가 집 안으로 마구 뛰어 들어와서 주도현의 곁에 섰다. 녀석들은 흥분이 가득한 눈빛으로 서재윤과 안미정을 바라보았다.“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엄마가 진짜 아빠랑 이혼했어요? 이제 우리 집에 안 돌아와요?”서재윤과 안미정은 기뻐 날뛰는 두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며, 가슴 한쪽이 오싹해지며 소름이 끼쳤다.두 사람은 서은아가 쌍둥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얼마나 뼈를 깎는 고통을 겪었는지, 아이들이 아플 때마다 밤을 지새우며 간호하느라 초췌해졌던 모습을 떠올렸다.또한 집을 떠나기 전,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대성통곡하던 딸의 얼굴과, 이 두 아이에게 느꼈을 깊은 환멸과 절망을 떠올렸다.주정수와 주연수 역시 두 사람이 애지중지 키워낸 손주들이었다. 주씨 가문 부모들보다 오히려 서재윤과 안미정이 아이들을 돌본 시간이 더 많았다.하지만 이 순간, 노부부는 비로소 자신들의 딸이 느꼈을 가슴 아픈 절망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두 사람은 평생 처음으로 손주들에게 차갑게 굳은 얼굴을 보였다.“그래, 너희 엄마는 너희 아빠랑 이혼했다. 이제 그 아이는 너희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우리 역시 너희를 볼 일이 없다!”“너희가 그렇게 좋아하는 강채희더러 새엄마 해달라고 해라.”서재윤과 안미정이 단 한 번도 자신들에게 이런 무서운 말투를 쓴 적이 없었기에, 주정수와 주연수는 곧바로 심술을 부리며 대들었다.“상관없으면 우리도 안 봐요! 채희 이모가 원래 우리 엄마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좋은데 뭐! 우린 무조건 이모를 새엄마로 삼을 거예요.”“그만해!” 주도현이 서슬 퍼렇게 고함을 치며 아이들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강채희가 급히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정수야, 연수야! 그런 철없는 소리 하면 안 돼.”강채희의 얼굴을 마주하자, 노부부는 분노로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랐다. 안미정은 당장 먼지털이를 집어 들고 사정없이 휘두르며 사람들을 몰아냈다.“감히 그 불륜녀까지 이 신성한 집에 발을 들이게 해? 당장 나가!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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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집으로 돌아왔을 때, 주정수와 주연수는 마당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강채희는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주도현이 안으로 들어서는 걸 본 강채희가 콧소리를 내며 다가와 애교 섞인 손짓을 건넸다.“도현아, 나 아까 손가락 다쳐서 너무 아파. 여기 좀 ‘호’하고 불어줘.”주도현이 시선을 내려서 보니, 이미 거의 다 아물어가는 미세한 상처가 있을 뿐이었다.그 모습을 보는데 문득 서은아의 모습이 불쑥 뇌리를 스쳤다. 주도현의 기억 속 서은아 역시 주방에서 일을 할 때면 늘 크고 작은 상처를 달고 살았었다.어떨 때는 칼에 베이고, 어떨 때는 펄펄 끓는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기도 했다.결혼 초기에는 서은아 역시 상처를 보여주며, 아프다고 ‘호’ 불어달라면서 수줍게 투정을 부린 적이 있었다.하지만 당시 주도현은 그런 서은아의 손을 차갑게 뿌리치며 냉정하게 내뱉었다.‘요리 하나 제대로 못 해서 다칠 거면 애초에 주방에 들어가지도 마.’그 매정한 한마디 이후, 서은아는 다시는 그런 사소한 일로 주도현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매번 혼자 약상자를 찾아와 조용히 상처를 치료했고, 몸이 아프고 손을 다쳐도 단 한 번도 삼시 세끼 식사 준비를 거르는 법이 없었다.주도현은 심장이 송곳으로 찔린 듯 극심하게 아파오는 걸 느꼈다. 걷잡을 수 없는 부채감과 죄책감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서은아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고, 얼마나 큰 빚을 졌는지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주도현은 강채희의 손을 싸늘하게 밀쳐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쏘아보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추궁했다.“서은아가 받아온 이혼 합의서, 네가 날 속여서 사인하게 만든 거지.”순간 강채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이내 처량하고 가련한 표정으로 연기를 시작했다.“맞아.”하얀 뺨 위로 눈물이 기다렸다는 듯 흘러내렸다.“도현아, 지금 날 탓하는 거야? 그건 서은아 씨가 먼저 날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란 말이야. 그 여자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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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실수로 밥상을 다 엎어버렸네. 너희가 지하실에 내려가서 감자 몇 개만 좀 가져다 줄래?”배가 고팠던 주정수와 주연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쌍둥이는 손전등을 하나씩 든 채 나란히 지하실로 내려갔다.지하실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머리 위에서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철컥하고 자물쇠가 잠기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순간 두 아이의 심장이 바짝 조여들었다. 서로의 눈동자 속에는 거대한 공포와 경악이 서려 있었다.번개같이 돌아선 아이들은 지하실 문을 미친 듯이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문 열어주세요! 채희 이모, 우리 좀 내보내 주세요!”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한 아이들은 애걸복걸하며 약속을 늘어놓았다.“채희 이모, 앞으로 이모 말씀 진짜 잘 들을게요! 제발 그러니까 제발 좀 열어주세요! 네? 이모...”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아무리 빌고 소리쳐 불러도, 목이 완전히 쉬어버릴 때까지 아이들을 꺼내 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설상가상으로 원래 수명이 다해가던 손전등마저 몇 번 깜빡거리더니 툭 하고 꺼져버렸다. 지하실은 완벽한 암흑 속에 파묻혔다.배고픔과 공포를 이기지 못한 주정수와 주연수는 서로를 껴안은 채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방이 조용해진 뒤에도 두 아이는 여전히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적막한 어둠 속에서 주연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형, 엄마도 그때 이렇게 무서웠을까?”그 질문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오직 어둠 속에서 다시금 서글픈 흐느낌만이 퍼져 나갈 뿐이었다.쌍둥이는 지하실에 무려 사흘 동안 갇혀 있다가 간신히 풀려났다. 강채희는 녀석들에게 먹다 남은 찌꺼기 음식을 던져주었고, 아이들은 겨우 허기만 채울 수 있었다.강채희는 여전히 교수 사모님이라도 된 양 세련되고 화려한 옷차림을 한 채 소파에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하지만 강채희를 바라보는 두 아이의 눈빛에는 오직 극심한 공포만이 가득했다.그날 이후로 주정수와 주연수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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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주도현은 다급히 달려들어 두 아이를 거칠게 떼어놓았다.한 손에 한 놈씩 붙잡고 들어 올렸지만, 독이 바짝 오른 아이들은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쌍둥이는 주도현을 향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날리고 발길질을 해댔다.“이 나쁜 악마들, 다 때려 죽여버릴 거야! 당신들 같은 사람은 우리 아빠 엄마가 아니야! 진짜 우리 엄마 데려와! 엄마 데려오라고!”강채희는 엉망이 된 몸을 웅크린 채,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련하게 울부짖었다.“도현아, 정수랑 연수가 학교도 빼먹고 숙제도 안 해서 담임 선생님한테 경고 전화가 왔어.” “난 그저 엄마 대신 애들을 올바르게 훈육하려던 것뿐인데, 갑자기 아이들이 나한테 달려들어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린 거야.”“이 거짓말쟁이!”아이들이 핏대를 세우며 발악했지만, 오랜 감금 생활로 영양실조에 걸린 데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탓에 이내 기력이 다해서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주도현의 안색이 먹구름이 낀 듯 어둡게 내려앉았다. 손에 쥔 아이들의 몸이 일주일 사이에 터무니없이 앙상해진 데다가,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 있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그는 바닥에 쓰러진 강채희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우선 애들부터 병원으로 옮겨야겠어.”...“아이들 건강에 아주 심각한 이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서 영양실조 증세가 좀 있네요.”의사의 진단이 내려지기 무섭게, 강채희는 기다렸다는 듯 자책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훔쳤다.“다 내 탓이야, 도현아. 내가 요리 솜씨가 서툴러서 정수랑 연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못 해줬어. 그래서 애들이 요 며칠 통 숟가락을 들지 못했나 봐.” “도현아, 난 한 번도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잖아. 앞으로 노력해서 배울게...”주도현은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윽고 주도현이 입원비 정산과 아이들이 먹을 죽을 사 오기 위해 잠시 병실을 비웠다. 고요해진 병실 안에서 주정수와 주연수가 서서히 눈을 떴다.강채희를 발견한 순간, 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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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강채희는 아동 감금 및 학대 혐의로 구속되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주정수와 주연수가 퇴원하자마자, 세 사람은 서둘러 외갓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해 문안으로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주정수와 주연수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서럽게 대성통곡을 했다. 서재윤과 안미정의 눈에 안타까운 기색이 스쳤지만, 딸의 간곡한 당부를 떠올리며 끝내 서은아의 행방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발설하지 않았다.그 후로도 세 사람은 몇 차례나 더 찾아갔지만, 매번 아무런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살림을 도맡던 안주인이 사라진 집안에 고작 열 살짜리 아이 둘만 남겨진 형편이었다. 결국 친척 한 명을 불러와 당장의 살림을 돕게 했고, 아이들은 며칠 동안 몸을 추스른 뒤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한동안 학교를 쉬었던 탓에 아이들은 진도를 따라잡지 못했고, 수업 시간에도 그저 멍을 때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숙제도 거의 해가지 않아서, 담임 선생님의 호출 전화가 주도현의 연구소로 끊임없이 걸려왔다.주도현 역시 연구소 업무에서 잦은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또다시 걸려온 선생님의 타박하는 전화를 끊고, 주도현은 미간을 짚은 채 초조함과 피로감을 억눌렀다.자연스레 서은아가 떠올랐다.처음 서은아가 이혼을 선언하고 떠났을 때만 해도 주도현에겐 오기가 남아 있었다.행방도 알리지 않고 가버린 것에 화가 났고, 아이들마저 팽개쳤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래서 보란 듯이 연구소에 박혀서 온종일 프로젝트에만 매달렸던 것이다.그러나 매일 밤 연구소 침대에 누워도, 예전처럼 곧바로 잠들 수가 없었다.언제나 당연하게 여기며 무심코 지나쳤던 서은아의 잔상이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뇌리를 헤집고 들어왔다.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의 비위를 맞추던 모습, 자신이 화를 내면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보던 얼굴. 살뜰하게 집안일을 하던 현숙한 자태와 아이들을 어르던 다정한 목소리까지.과거에는 무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무수한 순간들이, 이제는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주도현의 심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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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앞에 서 있던 주정수와 주연수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옆 옷가게로 돌진하듯 뛰어 들어가는 주도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두 아이는 망설임 없이 곧장 뒤를 쫓았다.유리문에 달린 종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울리자, 서은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어서 오세...”“은아!”“엄마!”주도현과 주정수, 주연수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세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 뜨겁게 내리꽂혔다. 서은아의 미소가 순간 얼어붙더니, 이내 서서히 사라졌다.세 사람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주도현은 서은아의 손목을 잡으면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은아, 당신 정말 독해.”“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서은아의 시선이 주도현을 빠르게 스치더니, 주정수와 주연수에게 잠시 머물다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없었다. 목소리는 그저 예의 바르고 냉랭할 뿐이었다.“여긴 여성 의류 매장입니다. 나가 주세요.”주정수와 주연수는 온몸을 떨면서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은아를 바라보았다. 주도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복잡한 눈빛을 보냈다.“은아, 너...”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문에 달린 종이 다시 울렸다. 서은아는 세 사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바로 돌아서서 손님을 맞이했다.아이들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주도현이 가로막았다. 세 사람은 구석에 서서 간절한 눈빛으로 서은아를 바라볼 뿐이었다.오픈 첫날이라 가게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고 밀려들었다. 서은아와 두 직원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세 사람은 밀려드는 인파에 결국 가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그럼에도 세 부자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주도현이 간단한 먹거리를 사 왔고, 세 사람은 문밖에서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영업이 끝나고 정리 마친 직원들이 퇴근하자, 서은아 혼자 남아서 오늘 매출을 정산했다. 그때 주도현이 두 아이를 데리고 다시 들어왔다.막상 서은아 앞에 서자, 세 사람은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지금의 서은아는 3년 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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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열 살 안팎의 남자아이가 가게 안으로 들이닥치더니, 주정수를 세차게 밀쳐내고 두 팔을 벌리면서 서은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이는 눈을 부릅뜬 채 눈앞의 세 남자를 노려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러면서도 서은아에게 슬쩍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엄마, 무서워하지 마세요! 조금 있다가 싸움이 나면 엄마는 바로 경찰서로 도망쳐서 신고해요! 나 싸움 엄청 잘해요!”서은아는 자기 앞을 든든하게 막아선 서주영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녀는 서주영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으며 달랬다.“괜찮아, 주영아. 엄마가 아는 사람들이야...”주정수와 주연수는 눈에서 불을 뿜을 듯한 기세로 서주영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너 뭐야! 우리가 엄마 진짜 아들이라고!”주도현 역시 이를 악물고 서주영을 노려보았다. 폭발하기 직전인 주정수와 주연수를 등 뒤로 끌어당긴 그의 굵직한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서은아, 주정수랑 주연수는 당신 친자식이야. 저 녀석은 대체 누구 자식이야?”“당신, 재혼했어?”서주영은 저도 모르게 서은아를 쓱 쳐다보았다. 이들이 바로 엄마가 말했던 전남편과 아이들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다시 한번 서은아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긴 서주영은 기죽지 않고 큰 소리로 외쳤다.“우리 엄마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난 엄마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이고, 앞으로 엄마는 내가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다들 당장 나가요! 다신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시고요!”“엄마! 밖에서 데려온 애는 키우면서, 우린 이제 본체만체하겠다는 거야?”주정수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따져 물었고, 주연수 역시 억울함과 원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서은아를 쏘아보았다. 주도현의 눈빛에도 아픔과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서은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서주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난 주영이가 참 좋아. 앞으로 이 아이가 내 아들이야.”“당신들 세 사람하고 난 이미 남남이니까, 앞으로 다신 내 인생에 참견하지 마.”주정수와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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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서은아의 의류 매장은 브랜드 체인점이었다. 이전에는 주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는데, 이번 시내 중심가 거리에 오픈한 매장은 그녀가 이곳에 처음으로 내디딘 발판이었다.이번 여름 방학 동안 서은아는 시내에 머물 계획이었다. 초심 매장의 영업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눈여겨보았던 몇몇 좋은 상권과 매장들을 찾아다니며 계약과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스케줄이 워낙 빽빽하다 보니 서은아가 매일 매장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게에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주정수와 주연수가 문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지점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보고했다.“사장님, 저 학생 두 명이 매일 문 앞을 지키고 서서 가라고 해도 가질 않네요. 사장님을 찾으러 온 거라는데 어떡할까요?”서은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갔다.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아이들은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밥도 먹지 않은 채 유리창 너머로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자, 서은아는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아이들 앞으로 걸어갔다.“엄마!”주정수와 주연수의 눈에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밥 먹으러 가자.”서은아는 앞장서서 아이들을 바로 옆의 맥도날드로 데려갔다. 점심시간이라 매장 안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그녀는 겨우 빈자리 두 개를 찾아 아이들을 앉혔다.그리고 카운터로 가 세트 메뉴 두 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주정수가 다가와 같이 앉자고 붙잡았으나 서은아는 거절했다.주문한 음식을 받아 쟁반을 아이들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서은아는, 불안해하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다 먹으면 돌아가렴. 앞으로는 오지 마라.”서은아는 아이들의 반응은 살피지도 않은 채 미련 없이 돌아서서 매장으로 가 버렸다.주정수와 주연수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눈앞의 햄버거를 바라보았다. 목구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주정수가 먼저 햄버거를 집어 들고는 커다란 입으로 베어 물며 억지로 삼켰다. 주연수 역시 서은아가 사준 음식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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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세 사람이 며칠 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서은아의 경일시 두 번째 매장이 오픈하자 축하 화환을 보냈다. 서은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고, 어린 서주영마저 능숙하게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세 사람도 매장 안으로 들어가 돕겠다고 나섰지만, 서은아에게 매정하게 쫓겨나고 말았다.좌절감에 휩싸여 있을 때, 훤칠하게 큰 키에 차가운 아우라를 풍기는 한 남자가 세 사람을 스쳐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주도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은아 씨.”남자가 입을 열었다. 맑고 조용한 목소리에는 다정한 온기가 묻어났다.서은아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오셨어요.”자연스럽게 서은아의 곁으로 다가간 구지혁은 그녀가 하던 상품 정리 일을 건네받았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고, 서은아는 다시 돌아서서 손님들을 맞이했다.서주영은 구지혁을 보자마자 기쁘게 달려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친근하게 굴었다.“지혁 삼촌! 너무 보고 싶었어요!”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지극히 화목하고 자연스러워서, 마치 다정한 세 식구를 보는 듯했다.눈앞의 광경은 주도현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동공이 거칠게 흔들리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정수와 주연수 역시 눈시울이 붉어진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안으로 돌진하려고 했지만, 주도현이 재빨리 아이들을 가로막았다.세 사람은 차 안에서 대기하며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구지혁이 합세하면서 서은아는 한결 여유로워졌고, 손이 빈 어린 서주영은 그녀의 주위를 맴돌았다. 아이는 바쁘게 움직이는 구지혁의 뒷모습을 보더니, 서은아를 아래로 끌어당겨 귓속말로 조숙하게 소곤거렸다.“엄마, 지혁 삼촌 청혼은 언제 받아 줄 거예요? 언제 삼촌이랑 결혼할 거냐고요?”서은아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코끝을 톡 건드렸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지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부드러운 애정이 가득했다.오늘은 서은아의 생일이었다. 구지혁은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해 두고 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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