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이 유라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 한 후 콜을 받고 병실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무거운 소리와 함께 다시 방 안에는 지독한 고요가 찾아왔다.침대에 덩그러니 남겨진 유라는 멍하니 천장의 미등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을 비워내려 눈을 감았지만, 어둠 속에서 왜인지 모르게 김도진의 잔상이 유령처럼 피어올랐다.그토록 끔찍하게 자신을 유린하고,영혼까지 짓밟았던 잔인한 인간. 자신을 그저 쓰다 버릴 장난감처럼 취급하던 그 차가운 남자가 이 타이밍에 왜 생각나는지 유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증오하고 원망해야 마땅한데도, 가슴 밑바닥에서 고개를 드는 이 기이한 감정은 유라를 비참하게 만들었다.”정말 나는 ...그 사람에게..장난감 그 이상도 ..아니었던 걸까?..“사경을 헤매다 겨우 눈을 떴을 때, 이 넓고 화려한 VIP 병실 안에서 자신을 기다려준 사람은 오직 이도현, 그 한 사람뿐이었다. 도현이 잠시 자리를 비운 방 안에는 서글픈 기계음만이 공허하게 울리고 있었다.도현 외에는 그 누구도 자신을 간절하게 찾지 않았다는, 세상에 철저히 혼자 남겨졌다는 비참한 생각이 들자 가슴 한쪽 구석이 칼로 베인 듯 아려왔다. 내가 사라져도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사람이 없구나, 자신의 존재가 먼지보다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지독한 허무함이 밀려와 참으려 할수록 유라의 눈시울이 뜨겁게 붉어졌다.이도현이 자신 외의 그 어떤 누구도, 이 병실 근처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했다는 사실을 유라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그저 병원 문밖의 세상이 평온하게 흘러가고 있을 거라 믿은 유라는, 김도진에게아무런 가치도 없는, 언제든 쉽게 대체 가능한 소모품에 불과했다는 잔인한 확신에 가슴이 난도질당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음에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도진의 무심함이, 얼음물보다 더 시리게 유라의 가녀린 심장을 얼려버렸다.한편, VIP 병동 복도 구석에서 숨죽인 채 대기하던 매니저는 이도현이 풍기는 묘한 기류에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기회를 노리던 매니저는 도현이 잠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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