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Chapter 31 - Chapter 40

105 Chapters

#31. 괜히 건드렸어. 쯧!

같은 시각, 반대 통로 대기실.리허설이 끝나자마자, 녹화를 앞두고 결국 ‘에스텔라’의 무대 의상이 아랍풍의 니캅(Niqab) 같은 얼굴 가리개 스타일로 긴급 변경되었다.리더인 하나는 홧김에 막내 세나에게 손찌검한 것이 뒤늦게 후회로 돌아왔다. 그녀는 조금 전 마스크를 쓰고 대기실을 나가는 세나에게 미안하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내가··· 경솔했어.”하나는 다른 멤버들에게도 연신 고개를 숙였다.“언니는 성격 좀 죽이세요. 이제 우리도 톱스타 반열이잖아요.”나나의 말에 하나는 자신이 과연 톱스타가 맞나 싶었다가, 그나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하는 생각에 씁쓸하게 고개를 떨구었다.데뷔만 하면 마냥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 욕심이 커질수록 내면의 비참함도 함께 늘어갔다.“그래, 앞으로 조심할게.”하지만 옆에 있던 두나는 하나 옆으로 다가와 은근히 부추기듯 한마디 거들었다.“그래도 세나 그 아이가 잘못한 건 맞잖아? 오늘도 대놓고 도국 선배님이 불러서 갔다 온다고 뻔뻔하게 말하는 것 좀 봐.”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던 나나는 그게 뭐 대수냐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하지만 나 같아도 도국 선배님처럼 잘나고 멋진 남자가 얼굴 보자고 하면 당장 뛰어갈 것 같은데요?”나나의 거침없는 말에 다들 부정을 못 하고 입만 꾹 다물었다. 하나 역시 도국의 호출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 JW 연습생 시절, 가장 동경하고 우러러보았던 인물이 바로 도국이었으니까.도국은 여자 연습생들에게 늘 철저하게 거리를 두면서도 다정했고, 행동 역시 반듯한 데다가 톱스타답게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었다. 그러니 JW 소속사 여자들은 자발적으로 그의 팬클럽에 가입할 수밖에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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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거슬리게, 관심 좀 꺼

다음 날.최기범은 강소희로 인해 머리가 복잡했으나, 일단 그 고민은 답이 없어 뒤로 미뤘다.CH-컴퍼니에 스카우트 되어 온 이후, 게임 출시일이 임박이라 매일같이 야근을 반복한 탓에 이마 위로 짙은 피로가 흘러내렸다.홍보와 프로모션은 완벽했고, 특히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파트너십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그 과도한 기대감이 오히려 독이 되어 부담으로 돌아왔다.“실패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일 겁니다.”최기범의 낮은 목소리에 회의실 팀원들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신입 사원 한규련과 김강무 과장이 최적화 실패 사례와 서버 다운 데이터를 가차 없이 들이밀었다.그러자 나정아 대리는 데이터베이스 충돌부터 유저 인터페이스 결함까지 무려 17가지의 문제점을 리스트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회의실을 순식간에 침묵으로 몰아넣었다.“실장님, 그래도 문제만 해결된다면 분명 대성공할 작품이에요.”하지만 완성도를 높이려면 시간과의 싸움이라 금방 명쾌한 답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주효진 과장과 현신 과장의 빈자리가 이리 타격이 큰 겁니까?”최기범의 날카로운 질문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과장 1명은 퇴사 후 창업을 해버렸고, 나머지 1명은 임신으로 휴가를 가버렸으니 개발 TF팀의 컨트롤 타워가 통째로 휘청대는 상태였다.그때 한규련이 불쑥 오류를 지적한 보고서를 볼펜 끝으로 툭툭 두드리면서 말을 이어나갔다.“테스트용 유저를 모집해 버그와 최적화 문제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게임 성능을 다양한 사용자층에 맞추지 못하면 대중화에 실패할 겁니다. 그래서 전문 게이머들이 필요합니다.”한규련에 이어 김강무의 말에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깊은 공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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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마음을 자꾸 속이게 돼

“너야말로 기억상실이야? 최기범, 내 머릿속에는 네가 원하는 답이 없어. 자, 빨리 가서 일이나 해.”차준호는 낮게 읊조리며 시선을 돌려버렸다. 자신이 과거에 신하늘을 직접 스카우트하자마자 제 비서실로 들였다는 사실을 두고, 언급하는 최기범의 태도가 그리 거슬릴 수가 없었다.그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치켜들며 화제를 전환해 버렸다. 어린 시절부터 치고받으며 함께해온 세월이 얼마인데, 최기범의 페이스에 말려들 순 없었다. 과거의 자신이 왜 최기범을 이 자리에 앉혀두었는지, 또 자신이 얼마나 그에게 의지했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최기범은 차준호를 뚫어지라 노려보며 몸을 돌려 나가려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그건 그렇고, 너 소희 언제까지 그렇게 함부로 대할 거야?”이번에는 또 다른 여자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차준호의 미간이 한층 더 깊게 좁혀졌다. 역시 최기범이 대표실까지 들이닥친 데에는, 업무 외에도 강소희에 대해 확실하게 한마디 얹으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신하늘이 한 자 한 자 정교하게 적어 내린 보고서를 쥔 차준호의 손가락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하얗게 질린 손등 위로 붉은 핏줄이 거칠게 불거져, 머릿속까지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 복잡하게 날뛰었다. 그래도 최소한 강소희와의 관계만큼은 기억을 잃기 전이나 후나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었기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글쎄. 강소희는 나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서 말이지. 최기범, 남의 걱정 할 시간에 너야말로 행동 조심해. 엄한 여자들 상처 주지 말고.”그 순간, 최기범의 강렬한 시선이 차준호의 얼굴을 통째로 뚫어버릴 듯이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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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젠 움직일 때야. 맞지?

1월도 중순에 접어들어 겨울의 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한낮인데도 내뱉는 숨결마다 허얗게 부서져 내릴 정도로 오늘따라 날씨가 매서웠다.“하늘이 너 코끝이 아주 빨갛다. 빨리 갈비탕부터 끓여야겠어.”도국의 말에 손을 올려 얼굴을 문질러 보니, 뺨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안 그래도 집에서 학교 운동장까지의 거리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벌써 몸이 안팎으로 얼어붙는 기분이었다.“그나저나 김희주 의원은 너 쫓아내려고 아직도 난리야?”“항상 그렇지 뭐.”김희주. 세종동을 지역구로 둔 그 국회의원은 무려 10년 전부터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인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 이곳에서 보육원을 운영하며 소외된 이들을 돌보던 우리 부모님을 사사건건 경멸하고 배척하던 정치인이었다. 이 따뜻한 봉사마저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파묻혀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갈비탕이 가득 담긴 카트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차라리 잘됐어. 너도 이제 그만 떠날 준비 해.”언제 나타났는지 이아준도 한마디 거들었다. 나 역시 이곳에 머무를 날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강남과 서초를 잇는 황금 노선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탓에 끊임없이 재개발 압력에 시달려온 이 동네의 마지막 빈민가.한편으로는 차라리 보상금을 받아 팍팍한 생활고를 해결하고 싶다가도, 막상 그 순간이 오면 갈 곳을 잃고 쫓겨나야 할 이 동네의 수많은 세입자 어르신들이 눈에 밟혔다. 그리 복합적인 감정을 품은 채, 나는 이아준이 사람들을 진두지휘하며 분주하게 지시를 내리는 장면을 가만히 응시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학교 운동장 저편으로 이 허름한 풍경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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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안 참는 남자

허기찬은 어이없다는 듯 차준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내렸다.“그걸 하라고요? 오늘, 바로 지금? 당장요?”“시끄러워, 명령이야.”“그거 아십니까? 3년 전에도 이러셨습니다.”이건 좀 놀랄 일이었다. 차준호는 3년 전 자신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기억 저편의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게임 개발자로 합격시켜 놓고 비서에 앉힌 데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 취향으로 꾸민 그 속내를 말이다.“내가 왜 신하늘을 졸졸 쫓아다닌 거지?”“그건 저도 모르죠.”현재 호텔 지배인에게 물어봐도 허기찬이 아닌 신하늘만 자신이 기거하는 스위트룸 객실에 다닌 것을 확인했다.3년 전에도 이리 신하늘의 모습을 지켜봤다니.“신 비서 옆에 저 둘은 뭐야?”그때 허기찬이 다시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뱉었다.“그냥 기억상실은 제가 걸리고 싶네요. 아이고, 지겨워라. 3년 전 질문과 이리 똑같다니.”허기찬은 대꾸하기 귀찮다는 듯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차준호는 팔짱을 낀 채 신하늘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3년 전 연봉으로 감봉해 줄까? 빨리 설명해.”“연봉에 손대시면 반칙이죠! JW엔터 소속의 슈퍼스타 도국, L-DS 사장 이아준! 셋 모두 라온초 출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알려진 정보가 없습니다! 됐죠?”차준호를 시선은 계속 천막 안에서 웃으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신하늘에게 닿았다.“점심 배식은 종종 하나 보지?”허기찬은 차준호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인권 변호사이자 사회사업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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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짐승들의 영역 다툼

이 남자는 정말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 난 정신이 아찔하기까지 했다.둘러보니 도국은 천막 앞에서 통화 중이었고, 이아준은 저만치 떨어진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나르고 있었다. 친구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회사 대표가 일개 직원의 사적인 일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는데.“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나도 식사 좀 하려고.”차준호는 능글맞은 미소를 띠며 갈비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적인 곳을 다닐 때는 늘 혼자 다니는 그였다. 지난 3년간 몸이 가까운 사이였어도 주말 봉사에 얼굴을 내민 적이 없었건만, 왜 하필 지금 나타난 걸까.너무 황당해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있던 그 순간.땅, 땅!국자가 들통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가 났다.“이 동네 분 아니시면 가주십시오!”이아준은 지금까지의 부드러운 태도를 완전히 버리고, 손가락 하나로 사람을 부리는 오만한 도련님으로 돌변했다. 살얼음판 같은 냉기가 감돌았지만, 차준호는 오히려 여유롭게 권태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나도 여기에 땅이 좀 있는데.”이아준과 차준호 사이에 팽팽한 불꽃이 튀자, 그 숨 막히는 기류 틈으로 내가 끼어들 자리는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차준호 이 남자는 오늘도 얼마나 창조적으로 내 혈압을 높일까. 나만큼이나 이아준도 기가 막힌 듯 콧방귀를 뀌며 질문을 던졌다.“번듯하게 차려입고 뭐 하는 짓입니까?”“구경 왔지.”이아준의 날 선 구박에도 차준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난감할 정도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때 차준호 뒤에 있던 한 할아버지가 손을 휘휘 저으면서 몸을 돌리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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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첫인사가 늦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치명적인 거짓말]읽어주신 독자님들! silver구슬입니다. 반갑습니다!한달 정도 GoodNovel에 글을 써서 플랫폼 사용이 서툽니다.그리고 이 작품을 계약한지는 겨우 보름도 되지 않아, 글 내용도 아직 시작에 불과하네요. 그러나 사랑을 주시고 읽어 주신 분들께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 이제 메모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정길순]님, [babara]님, [장수자]님, [제니142]님, 후원을 주신 분들(아직은 검색이 되지 않아 나중에 확인이 되면 다시 인사드릴게요) 감사 인사는 하고 싶어 오늘 추가 메모 기능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작가 코멘트를 어쩔때 달아도 자꾸 사라지고, 평범하게 가입해서 제가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 작품 데이터에 독자가 아닌데 영향을 주니 그건 민망하여... 이곳으로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1화에 메모를 드렸지만,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잠깐 소개드리고 글은 꾸준하게 이어나가겠습니다.제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이 작품만 전 세계 딱 [굿노벨 플랫폼] 한군데에서 서비스 한다는 것 강조드립니다.그만큼 전 굿노벨에 애정을 갖고 공모전도 성실하게 임해야겠다 결심하여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완결도 이곳에서 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매일 1~2회차는 완결까지 꾸준하게 선보여 드릴게요.전 원래 제가 쓰고 제가 읽기 위해 소설을 썼습니다. 글솜씨가 별로 없는 것 같아 부끄러워 세상에 발표를 차마 하지 못했죠. 하지만 계기가 있습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제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하여 번듯한 직업인이 되라고 하셔서 말이죠.일단 저는 그래서 대한민국 대입 관문을 잘 뚫고 또 사회인이 되기 위해 거대한 산을 넘어 나름 부모님께서 원하는 직업을 가진 당당한 어른이 되었습니다.하지만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다 고속도로에서 엄청난 사고를 당해 차는 폐차되고 내장기관이 엉망이 되어 119 구조대원 분들의 도움을 받아 구급차에 실려 중환자실 신세를 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내가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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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맥락 없는 그 폭군

신하늘 덕분에 더욱 강소희의 주가는 올라가고 있었다.사실 주원형도 차준호와 강소희가 열애를 인정하는 기사 따위는 내고 싶지 않았다. 남녀관계에서 더 좋아하면 지는 법.주원형은 자신이 앉은 소파를 응시했다. 이곳에서 숱하게 뜨거운 밤을 보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옛날부터 강소희가 차준호를 짝사랑해 왔고, 비슷한 배경을 둔 최기범과도 친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욕심 많고 음흉한 강소희의 속셈이 뭔지 진심으로 궁금해진 주원형이었다.“강소희는 퇴원 후 뭐 하고 지내?”“밀린 스케줄 하느라 정신없습니다.”숨 막힐 정도로 바쁜 와중에 반년 동안 차준호와 놀다가 평생 자신에게 온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일까.“6개월 뒤라······.”혼잣말을 되뇌는 주원형에게 김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반문했다.“네?”“아, 아니야.”“일단 강소희 계약 기간은 8개월 남았습니다.”김훈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태블릿을 다시 확인하더니 주원형에게 내밀았다.“계약 만료가 코앞이군.”“재계약이 관건이네요. 강소희도 A급이지만, 도국은 그 이상 S급이라 걱정입니다.”일순 주원형의 눈빛이 살쾡이처럼 번뜩이더니 창밖으로 향했다. 도국은 이미 업계 천장을 뚫은 상태인데. 특히 군대까지 마쳤으니 작사, 작곡, 노래, 춤 다 되고, 미친 연기력까지 가진 도국은 앞으로 10년 이상은 국내 탑으로 훨훨 날아다닐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주원형은 입매를 비틀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조만간 나랑 거래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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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으르렁으르렁! 정글 만찬!

“대표님, 여기까지 오셔서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데요?”차준호는 또 내 속을 뒤집어놓을 단단한 준비를 하고 온 것 같았다.“혼자 사랑에 빠졌다가 혼자 끝내놓고 기억 왜곡을 주장하는 건 신 비서 같은데, 아니야?”그의 말에 난 온몸이 얼어붙어 발끝부터 저려왔다. 너무 맞는 말이라 무슨 대꾸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뭘 다 아는 사람처럼 말씀하시네요?”순간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져 울컥했지만, 그래도 차준호의 눈을 올곧게 응시했다.“신 비서는 3년 동안 내게 반했었나 봐. 그러니 날 남자로 보고 있는 거 아니겠어?”이건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눈에 비친 나는 영락없이 좋아하는 남자를 원망하는 듯한 여자의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잃은 차준호는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내가 목걸이를 만질 때마다 드러나는 손끝의 미세한 떨림도 주시했고, 병원에서 만났을 때부터 거리감 없이 대하며 계속 연인 사이가 아니라는 신호까지.“넘겨짚지 마세요! 기억도 없으면서!” “그렇게 소리치지 마. 그럼 스캔들이 또 터질 거야. 이번에는 신 비서랑. 아, 대단한 친구들도 놀라겠군.”차준호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굴자,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도국과 이아준에게 이런 모습은 보이기 싫었기에 몸이 굳어버렸다.나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감정이 너무 격앙되어서인지 황급히 몸을 돌리다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차준호는 내 팔을 덥석 잡더니 거칠게 끌어당겼다.“참고로 난 아무하고도 연애 안 해. 과거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머릿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졌던 끈이 끊어져 버린 나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그런데 왜 저에게 이렇게 추근거리시는 건가요?”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차준호도 즉시 대답했다.“그러게 말이야. 그걸 지금 나도 알고 싶어서 온 거야.”순간 내 다른 쪽 팔이 더욱 거세게 잡히며 차준호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이러다 안기게 되는 것 아닌가 싶어, 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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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미묘하게 거슬려, 왜?

길었던 봉사가 끝이 났다.돌아갈 준비를 서두르는 사람들의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이 들려 있었다.“아준아, 도국이는 괜찮을까?”걱정이 앞섰다. S대 출신 얼짱으로 유명했던 세나에게 연예계 진출을 처음 추천한 장본인이 바로 나였기에, 이번 스캔들은 황당함을 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혹여나 도국에게 큰 타격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스캔들거리도 안 돼. 내가 제일 잘 알아.”도국과 통화를 마친 이아준이 가볍게 웃으며 갈 채비를 서둘렀다. 도국도 성인인 이상 누구를 좋아할 수는 있지만,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대놓고 스캔들이 난 적은 없는 녀석이었다.이아준은 차준호를 힐끔 바라보더니, 어느새 자신을 데리러 온 비서 김정규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혹시 도국이 인기를 이용하려고 CH에서 고의로 터트린 건 아니겠죠? 이거 사실이면 저 가만 안 있습니다.”이아준의 대놓고 하는 비아냥에 김정규는 차준호와 허기찬의 눈치를 살피며 작게 속삭였다.“헥! 우리 사장님, 간도 크시지.” “도국이가 여자에게 그럴 여지를 줄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지.”그들의 도발을 귓등으로도 안 듣던 차준호가 느긋하게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반대일 수도 있지. JW는 그러고도 남잖아? 세나는 지금 그 자체로 가장 핫한 키워드인데.”순간 공간 전체에 차가운 정적이 흘렀다. 연예인들의 스캔들 역시 철저히 회사의 실익과 계산 아래 움직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JW에서 일부러 터트린 거라고?’나는 설마 하는 눈빛으로 이아준을 바라보았다. 이아준은 콧방귀를 뀌며 차준호에게 서늘한 시선을 던진 뒤, 내게로 다가왔다.“하늘아, 도국이는 걱정 마.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불장난이 오히려 대중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이거든. 저녁에 게임에서 만나자.”내가 커피 컵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아준은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어수선했던 무리가 떠나자, 차준호가 눈을 흘기며 최기범을 바라보았다.“너도 가. 명령이야.”그러자 최기범은 콧방귀를 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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