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야말로 기억상실이야? 최기범, 내 머릿속에는 네가 원하는 답이 없어. 자, 빨리 가서 일이나 해.”차준호는 낮게 읊조리며 시선을 돌려버렸다. 자신이 과거에 신하늘을 직접 스카우트하자마자 제 비서실로 들였다는 사실을 두고, 언급하는 최기범의 태도가 그리 거슬릴 수가 없었다.그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턱을 치켜들며 화제를 전환해 버렸다. 어린 시절부터 치고받으며 함께해온 세월이 얼마인데, 최기범의 페이스에 말려들 순 없었다. 과거의 자신이 왜 최기범을 이 자리에 앉혀두었는지, 또 자신이 얼마나 그에게 의지했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최기범은 차준호를 뚫어지라 노려보며 몸을 돌려 나가려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그건 그렇고, 너 소희 언제까지 그렇게 함부로 대할 거야?”이번에는 또 다른 여자의 이름이 그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차준호의 미간이 한층 더 깊게 좁혀졌다. 역시 최기범이 대표실까지 들이닥친 데에는, 업무 외에도 강소희에 대해 확실하게 한마디 얹으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신하늘이 한 자 한 자 정교하게 적어 내린 보고서를 쥔 차준호의 손가락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하얗게 질린 손등 위로 붉은 핏줄이 거칠게 불거져, 머릿속까지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 복잡하게 날뛰었다. 그래도 최소한 강소희와의 관계만큼은 기억을 잃기 전이나 후나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었기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글쎄. 강소희는 나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서 말이지. 최기범, 남의 걱정 할 시간에 너야말로 행동 조심해. 엄한 여자들 상처 주지 말고.”그 순간, 최기범의 강렬한 시선이 차준호의 얼굴을 통째로 뚫어버릴 듯이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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