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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늦은 진심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1 - チャプター 20

23 チャプター

제11화

“게 누구 없느냐! 이 거짓말만 늘어놓는 시녀를 임금을 속인 죄로 옥사에 가두고 엄히 다스려라! 한소희가 저 시녀를 위해 선처를 청하면, 한소희 역시 옥사에 가두어라. 앞으로 그 여인의 일로는 짐을 번거롭게 하지 말고, 모든 일에 앞서 한연희의 일을 조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라!”선우익은 조금의 자비도 없이 시녀의 손등을 짓밟고는 차갑게 돌아섰다.“아니! 아니 되옵니다! 폐하! 소인은 왕비 마마의 곁을 모시는 시녀이옵니다. 소인이 아뢴 말씀에는 한마디 거짓도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한 나인이 왕비 마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셨는지는 소인도 알지 못하오니, 부디 진상을 밝혀 주시고 소인을 살려 주시옵소서!”시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목이 터지라 애원했지만, 선우익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결국 시녀는 금군들에게 끌려 나갔고, 바닥에는 길게 핏자국만 남았다.하지만 그 핏자국도 곧 사람들에 의해 깨끗이 치워져,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사흘 동안 선우익은 조정에 나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한순간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얼음관 곁을 지켰다.그러나 사흘이 지나도록 조사 결과는 모두 같은 사실을 가리키고 있었다.한연희의 죽음은 다른 사람과 무관했다.누군가가 해친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었다.단 한 가지, 한연희가 여러 궁녀와 함께 대부분의 장신구를 은전으로 바꾸었고, 불을 지르기 전 이강해에게 거액의 은자를 건넸다는 사실만이 드러났다.그 외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하지만 선우익은 예민하게 이상함을 감지했다.한연희의 성격상 절대로 분신자살을 택할 사람이 아니었다.분명 누군가가 그녀를 도왔을 것이다.그러나 그 이상은 아무리 파고들어도 알아낼 수 없었다.“한연희, 그토록 짐을 증오한 것이냐? 그토록 짐을 떠나고 싶었던 것이냐? 죽음을 택하면서까지 짐을 떠나려 하다니. 짐은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선우익은 얼음관 곁을 지키며 낮게 중얼거렸는데, 그 목소리에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서려 있었다.사흘 동안 그는 거의 눈을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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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 말에 한소희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그녀는 가까스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모르는 척했다.“폐하, 저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연희는 제 여동생입니다. 제가 어찌 그 아이에게 손을 댈 수 있겠습니까? 연희가 여러 번 저를 괴롭혔어도 저는 모두 참았습니다. 만약 제 피가 필요해 연희를 살릴 수 있다면 기꺼이 내어드리겠습니다. 다만 폐하께서 다치시는 것만은 원하지 않을 뿐입니다. 아직도 제 마음을 모르시겠습니까?”“당시 선우진에게 시집간 것도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폐하께서 저를 원망하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지금의 저는 그저 폐하께서 다치시는 것을 원치 않을 뿐입니다. 제가 그리도 미우십니까? 제 여동생은 이 일로 목숨을 잃었고, 아버지께서는 북방의 척박한 변방으로 유배되셨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합니까? 정말 제가 죽어야만 폐하의 마음이 풀리시겠습니까?”“그렇다면 차라리 죽겠습니다. 이 몇 년 동안 받아 온 마음의 고통보다야 차라리 그편이 낫겠습니다!”그 말을 마친 한소희는 눈물을 머금은 채 눈을 감고 결연한 모습으로 기둥을 향해 몸을 던졌다.하지만 기둥에 부딪히기 직전, 누군가의 손이 그녀의 이마 앞을 가로막았다.“폐...”한소희는 눈을 뜨며 선우익의 이름을 부르려 했다.그러나 눈앞의 손은 선우익의 것이 아니었다.도사가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왕비 마마, 방금 한 나인의 친언니라고 하셨지요. 사실 초혼에는 가까운 혈육의 피를 써도 가능합니다. 효과도 나쁘지 않지요. 마마께서 기꺼이 도와주신다면 더없이 좋은 일입니다.”그는 뒤에 서 있던 제자에게 눈짓했다.제자는 즉시 뜻을 알아차리고 은침 하나를 꺼내 한소희의 손가락을 찌르려 했다.그러자 한소희는 재빨리 손을 거두며 도사를 노려보았다.“미쳤느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느냐?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려 하다니!”말을 내뱉은 순간, 한소희는 자신이 실언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황급히 표정을 바꾸고 울먹이며 말했다.“난 원래 아픈 것을 무서워한다. 내가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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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한태원이 한연희를 궁으로 들여보낸 뒤, 선우익은 한동안 자신의 모든 분노를 그녀에게 쏟아부었다.하지만 그녀를 한소희로 착각한 채 처음 품었던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그날 밤, 이성을 완전히 잃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선우익 자신만 알고 있었다.중간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럼에도 그는 그대로 그 순간에 빠져들기를 선택했다.그 뒤로 이어진 수많은 밤들 역시 마찬가지였다.한연희를 품을수록 선우익은 더욱 깊이 빠져들었고, 동시에 점점 두려워졌다.이성은 한연희를 마음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말해주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 말을 따르지 못했다.5년이었다. 그는 그 관계에 깊이 빠져들었다.헌데 어째서 한연희만은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았을까?어째서 그녀는 궁을 떠날 생각만 했을까?어째서 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에게 단 한 번도 마음을 준 적이 없었던 것일까?선우익은 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녀에게 품어서는 안 될 감정을 품게 되었다는 사실이 혐오스러웠다.변방의 열두 성을 수복하는 일은 모두 그의 계획 안에 있었다.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는 더 이상 한소희를 궁으로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한소희를 향했던 감정은 이미 긴 세월 속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한연희를 놓지 못했다.선우익은 이런 자신을 비웃었다.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한때는 분풀이와 고문을 위해 이용하던 존재를, 자신이 연모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는 단검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칼끝을 가슴으로 밀어 넣었다.심장을 베어 내는 듯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텨 냈다.“한연희, 훗날 다시 짐의 곁으로 돌아오면 반드시 지금의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다!”선우익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심두혈 한 방울을 떨어뜨린 직후, 그의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해졌다.그러자 태의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치료를 시작했다.이강해는 한연희가 양심전(養心殿)에 두고 갔던 옷가지를 가져왔고, 곧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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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다음 날은 휴무일이었다.그런데 이른 아침부터 이강해가 전각 밖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고, 죽음을 각오한 결의마저 서려 있었다.“폐하, 반드시 아뢰어야 할 일이 있사옵니다. 한소희와 관련된 일입니다. 오늘 이 일로 소인이 목숨을 잃는다 해도 반드시 말씀드려야 하옵니다!”“한소희는 여러 차례 한 나인을 괴롭히고 모함하였습니다. 소인은 이미 충분한 증거를 찾아냈사옵니다! 중추절 연회 때, 한 나인이 물에 빠진 일도 한소희와 그 시녀의 소행이었으며, 한 나인이 한소희를 때린 적도 없었습니다. 한소희가 스스로 자신의 뺨을 때리고 폐하를 속인 것이옵니다.”“유산하신 뒤, 한소희는 여러 시녀를 거느리고 찾아와 연희 아가씨를 무참히 구타했사옵니다! 평생 아이를 갖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까지 했사옵니다! 이후 옥패 사건과 독살 사건 또한 모두 한소희의 소행이었사옵니다! 한소희는 심성이 지극히 악독하니 왕비의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사옵니다. 부디 폐하께서 한소희를 서인(庶人)으로 강등하시고 옥사에 가두어 엄히 벌해 주시옵소서!”말을 마친 이강해는 모든 공초와 증거를 선우익 앞으로 올렸다.그는 요즘 내내 한연희의 일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는데,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생전에 얻지 못했던 결백을, 이제는 세상을 떠난 그녀를 대신해 누군가가 그녀의 편에 서서 증명해 주어야 했다.선우익이 공초를 넘겨 보기 시작하자, 이강해는 속으로 식은땀을 훔쳤다.솔직히 말해 그 역시 확신은 없었다.게다가 폐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다.어떤 일들은 당시에는 진상을 알지 못해 분노에 휩싸여 한연희를 벌했지만,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리고 나면 사실이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다만 그때까지도 한소희를 향한 정이 남아 있어 저울질 끝에 더는 추궁하지 않기로 했을 뿐이었다.이강해조차 그 사실을 알 정도인데, 폐하가 어찌 몰랐겠는가.한연희가 분신하여 죽지 않았다면, 폐하는 어쩌면 평생 그녀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 깨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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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그 누구도 끝내 황위를 차지한 이가 날마다 한가롭게 떠도는 한량처럼 보였던 선우익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산수를 유람하던 모습을 버리고, 냉혹하고 무자비한 군주로 변했다.그날 밤 벌어진 궁변에서 황궁은 피로 물들었다.결국 그는 선우진의 목숨만은 살려 두었지만, 그의 권세를 빼앗고 무예마저 폐해 버렸다. 그 후 선우진은 완전히 의욕을 잃고 산수를 유람하며 지냈고, 부인 한소희와 일부러 다정한 모습을 보이며 금슬 좋은 부부로 살아갔다.정권이 교체되던 시기 변경의 열두 성이 오랑캐에게 넘어가자, 백성들의 원성은 하늘을 찔렀다. 사람들은 선우익의 수단이 지나치게 잔혹하여 천벌을 받았다며 비난했고, 그가 군주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다. 이렇듯 조정과 민심이 모두 불안정한 상황에서, 선우익은 한소희를 강제로 궁으로 들이려던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더구나 그는 본래 그녀를 원망하고 있었고, 결코 용서한 적도 없었다.그렇게 몇 해의 세월이 흘렀다.세상 사람들은 모두 선우익의 성정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한소희를 궁으로 데려갈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그녀가 이런 결말을 맞게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한때 높은 곳에서 모든 영화를 누리던 한소희는, 이제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음습한 옥사에 갇혀 버렸다.무표정한 옥졸들은 조금의 동정도 없이 그녀에게 형벌을 가했는데, 형벌은 가벼운 것부터 차례로 시작되었다.한소희의 열 손가락은 산 채로 짓눌려 부러졌고, 비정상적으로 축 늘어진 채 피를 뚝뚝 흘렸다.또 붉게 달군 인두가 몸 위에 내려앉을 때마다 지지직 소리가 울렸고, 역겨움을 자아내는 타는 살냄새가 풍겨 왔다.한때 희고 고왔던 피부에는 이제 수없이 많은 채찍 자국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살이 찢겨 나가고 피가 흘러내리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한소희의 온몸은 이미 성한 곳 하나 없이 망가져 있었고, 숨도 겨우 붙어 있었다.식은땀에 젖은 모습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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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 소식이 선우익에게 전해졌을 때, 그는 막 심두혈을 채취하던 참이었다. 소식을 접하자 그의 손길이 순간 멈칫했다. 이내 그는 나직이 한마디를 내뱉었다.“폐하...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어리석은 것.”그리고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속해서 심두혈을 취하기 시작했다.세상 사람들은 그를 한가롭게 세월이나 보내는 왕야로 여겼다.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가면일 뿐이었다.도요새와 조개가 다투면 어부가 이익을 얻는 법.너무 일찍 두각을 드러내는 순간 모든 화살이 자신에게 향하게 된다.또한 선왕의 총애 따위는 애초에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어마마마의 비극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는 황후에게서 태어났지만, 황제의 여섯째 아들에 불과했다.그의 어마마마는 대장군의 딸이었다. 선왕을 황위에 올리는 데 큰 공을 세웠으나, 그 공 때문에 오히려 선왕의 눈엣가시가 되고 말았다.심지어 그의 탄생마저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어마마마는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그를 살려 냈고, 그는 숙비, 즉 지금의 태후 슬하에서 자랐다.선왕의 경계를 피하기 위해 그는 겉으로는 세상사에 관심 없는 한량 같은 왕야를 자처하며 살아갔다.반면 한소희는 눈앞의 이익밖에 보지 못하는 얄팍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붙는 줏대 없는 성정까지 지니고 있었다.설령 그녀가 없었더라도 지금쯤 그는 황제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푹.칼끝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살을 파고들었다.붉은 피가 칼끝을 따라 흘러내려 그릇 안으로 한 방울씩 떨어졌다.도사는 그 피를 받아 든 뒤, 한연희가 생전에 입던 속옷을 불태워 핏물이 담긴 그릇 안에 던져 넣었다.순간 불길이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마당에는 이미 초혼진(招魂阵)이 펼쳐져 있었다. 도사는 수인을 맺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한씨 가문의 한연희여. 천지의 음양과 만물의 영령들이여. 조사님의 명을 받들어 진군께 청하노니, 부적을 증표로 삼고 향을 길잡이로 삼아 이곳에 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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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한연희, 네가 죽었든 살아 있든 상관없다. 짐은 그저 네가 짐의 곁으로 돌아와 주기만 하면 된다.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마. 허니 제발 돌아와 다오?”“자유를 원한다면 수시로 궁 밖에 데리고 나가 주겠다. 지위를 원한다면 돌아오는 즉시 너를 황후로 책봉할 것이다. 짐이 네게 잘하길 바란다면 무엇이든 그렇게 하겠다. 예전 일로 짐을 미워한다면,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갚아도 좋다.”“짐이 정말 잘못했다. 너를 괴롭혔던 한소희에게는 이미 백 배, 천 배로 되갚아 주었다. 허니 제발... 짐의 곁으로 돌아와 다오.”그는 뼛속까지 시린 얼음관에 이마를 기댄 채, 갈라진 목소리로 흐느꼈다.평생 누구 앞에서도 고개 숙인 적 없던 군왕이 처음으로 오만한 고개를 떨구었다.하지만 한연희는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우익은 마침내 냉정을 되찾았다.그는 산송장처럼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궁인들은 여전히 분주히 오가고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더없는 외로움을 느꼈다.가슴은 텅 빈 듯 허전했고, 그 빈자리가 이따금씩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선우익은 마른 입술을 움직여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한연희가 스스로 불을 지르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철저히 조사하라.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말고 빠짐없이 짐에게 고하라.”“내일 초혼 의식을 다시 준비하거라.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이라도 좋다. 수없이 반복해서라도 반드시 한연희를 찾아내고야 말겠다!”사람들은 이미 선우익의 집요함이 어디까지 치달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말려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 서둘러 다시 조사에 착수했다.그 여파로 궁 안은 뒤숭숭해졌다. 조금이라도 아는 것이 있는 자들은 혹여 화를 입을까 두려워 앞다투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우익은 상소문을 넘겨 보았지만, 마음속 짜증과 초조함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가슴의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벌어졌다 아물기를 반복하던 살점은 이미 짓무를 대로 짓물러 있었다.그런데도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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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어느덧 3년의 세월이 흘렀다.한연희는 변방의 작은 성에서 주막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이때 덩치가 크고 피부가 거무스름한 대장장이가 심부름꾼에게 은자 한 조각을 툭 던지며 말했다.“늘 마시던 청화주 세 병 가져다주게. 집사람이 그 술을 가장 좋아해서 말일세.”주막 1층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술잔을 기울이는 남녀들은 격식 따위는 개의치 않은 채 웃고 떠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만옥아, 자네 서방님은 아직도 물건을 호송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는가? 벌써 얼마나 됐지? 한 달 가까이는 된 것 같은데. 이토록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혹시 밖에서 무슨 변고라도 당한 건 아닌지 걱정되는군.”“내가 보기엔 자네도 참 아까운 사람이네. 피부도 희고 인물도 곱지 않은가. 빼어난 절세미인은 아니라 해도 착실한 사내 만나 한평생 의지하고 살기엔 부족함이 없지. 서방은 늘 집을 비우는데, 혹 재가할 생각은 정녕 없는 겐가?”“그래.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자네도 기댈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청상과부나 다름없이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사람들은 웃으며 농을 건넸지만, 그 말에는 진심 어린 걱정도 담겨 있었다.그들 사이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중매쟁이는 며칠째 이 주막를 드나들고 있었다.근처 관청의 하급 관리 하나가 만옥, 즉 한연희를 눈여겨본 탓에 중매를 서 보려는 것이었다.한연희는 무심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변장 가면이 여전히 제대로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저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때 주막 문이 열리며 검은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안으로 들어섰다.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한 그는 들어서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온몸에서는 서늘한 살기가 흘러나왔다.“그럴 것 없소. 만옥에겐 나 하나면 충분하오.”무연의 목소리는 사람만큼이나 차가웠다. 그 말이 떨어지자 시끌벅적하던 주막 안이 순식간에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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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그 말이 떨어지자 한연희는 숨이 턱 막혔다. 눈물이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고, 온몸은 저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무연, 저 그 사람한테 붙잡혀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또다시 그런 고초를 겪고 싶지 않습니다.”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궁에서 보낸 날들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아무리 떨쳐 내도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었다.그날, 그녀는 무연과 함께 황궁을 빠져나왔다.두 사람은 내내 몸을 숨기며 도망쳤고, 변장 가면도 몇 번이나 바꿔 써야 했다.그렇게 어렵사리 경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그제야 한연희는 뒤늦게 깨달았다.자신이 얼마나 불안했고, 얼마나 막막했는지를.그녀는 비록 승상부에서 사랑받지 못하던 서녀였고, 고된 나날을 보내며 자랐지만 한 번도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 본 적은 없었다.계례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궁으로 보내졌고, 궁 안에서는 남을 시중드는 일만 하며 살았다.수없이 다치고 상처받았지만, 적어도 먹고사는 걱정은 없었다.자유를 얻기는 했으나, 정작 갈 곳도 없었다.그래서 한연희는 무연 곁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았고,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다.도망치던 길에서 무연은 거의 내내 그녀를 안고 다녔다.끼니때가 되면 꼬박꼬박 먹을 것을 챙겨 주고, 물도 먹여 주었다.어느새 곁에 붙어 있는 그녀가 익숙해졌는지, 무연도 더 이상 그녀를 쫓아내지 않았다.그저 예쁜 짐승 한 마리쯤 거둔 셈이라 여긴 듯했다.시간이 흐르며 한연희는 조금씩 홀로 서는 법을 배웠다.그녀는 무연에게서 무예를 배웠고, 손에 쥔 은자와 예전에 익혀 두었던 재주를 바탕으로 장사 수완까지 하나하나 익혀 나갔다.한편 무연은 이따금 의뢰를 받고 떠났다가 상처를 입고 돌아오곤 했다.그럴 때면 한동안 그녀 곁에 머물며 몸을 추슬렀고, 변장 가면을 만드는 일도 도와주었다.세월이 흐르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부부로 여겼다.한연희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혼인한 여인이라는 신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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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두 사람은 주막 일을 모두 정리한 뒤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그런데 꽃잎이 흩날리는 작은 마당에는 뜻밖의 손님이 와 있었다.준수한 용모에 비범한 기품을 지닌 사내가 싸늘한 얼굴로 서 있었다. 품에는 아이 하나를 안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아이가 목이 터져라 울고 있다는 것이었다.아이를 안은 사내의 손길은 몹시 서툴렀고, 달래는 모습 또한 어색하기 짝이 없어 우스울 정도였다.반면 아이는 옥처럼 곱고 사랑스럽게 생겼으나, 좀처럼 울음을 그칠 기미가 없었다.선우익을 마주한 순간, 한연희는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 내리는 듯했다.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리고, 몸은 저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어째서 이자가 이곳에 있는 것인가? 심지어 자신의 아들을 안은 채로.한연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억누를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안고 도망치고 싶었다.“만옥아, 괜찮소?”무연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그녀를 부축하며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마당 안으로 걸어갔다.“대인, 송고하오나 저와 만옥의 아이를 내려놓아 주시겠습니까? 아이가 낯을 많이 가리는 터라 낯선 사람 품에 안기면 저리 울어 대곤 합니다.”한연희도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바꾸어 말했다.“예, 진호가 워낙 낯을 가려서요. 저러다 목이 쉴까 걱정됩니다. 아이를 제게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하, 낯을 가린다고?”선우익은 비웃음을 흘렸다.마음속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침착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적막과도 같았다. “나는 이 아이의 아비나 다름없는데, 어찌 낯을 가린단 말이냐? 내 말이 틀렸느냐, 한연희?”“대인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의 서방님은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 더구나 저는 한연희가 아닙니다. 사람을 잘못 보셨습니다.”한연희는 얼굴을 굳힌 채 끝까지 부인했다.무연은 더 이상 선우익과 말다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 아이를 빼앗아 왔다.“진호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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