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떨어지자 한연희는 숨이 턱 막혔다. 눈물이 순식간에 시야를 가렸고, 온몸은 저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무연, 저 그 사람한테 붙잡혀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또다시 그런 고초를 겪고 싶지 않습니다.”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궁에서 보낸 날들은 여전히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아무리 떨쳐 내도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었다.그날, 그녀는 무연과 함께 황궁을 빠져나왔다.두 사람은 내내 몸을 숨기며 도망쳤고, 변장 가면도 몇 번이나 바꿔 써야 했다.그렇게 어렵사리 경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그제야 한연희는 뒤늦게 깨달았다.자신이 얼마나 불안했고, 얼마나 막막했는지를.그녀는 비록 승상부에서 사랑받지 못하던 서녀였고, 고된 나날을 보내며 자랐지만 한 번도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 본 적은 없었다.계례를 치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궁으로 보내졌고, 궁 안에서는 남을 시중드는 일만 하며 살았다.수없이 다치고 상처받았지만, 적어도 먹고사는 걱정은 없었다.자유를 얻기는 했으나, 정작 갈 곳도 없었다.그래서 한연희는 무연 곁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았고,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다.도망치던 길에서 무연은 거의 내내 그녀를 안고 다녔다.끼니때가 되면 꼬박꼬박 먹을 것을 챙겨 주고, 물도 먹여 주었다.어느새 곁에 붙어 있는 그녀가 익숙해졌는지, 무연도 더 이상 그녀를 쫓아내지 않았다.그저 예쁜 짐승 한 마리쯤 거둔 셈이라 여긴 듯했다.시간이 흐르며 한연희는 조금씩 홀로 서는 법을 배웠다.그녀는 무연에게서 무예를 배웠고, 손에 쥔 은자와 예전에 익혀 두었던 재주를 바탕으로 장사 수완까지 하나하나 익혀 나갔다.한편 무연은 이따금 의뢰를 받고 떠났다가 상처를 입고 돌아오곤 했다.그럴 때면 한동안 그녀 곁에 머물며 몸을 추슬렀고, 변장 가면을 만드는 일도 도와주었다.세월이 흐르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을 부부로 여겼다.한연희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혼인한 여인이라는 신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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