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새벽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시험한다.
하루를 끝내기에는 너무 솔직해지고, 다음 날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감정이 덜 식어 있는 시간.
도진은 완전히 잠들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잠과 각성의 경계에서 의식은 가볍게 떠 있었고, 그 틈 사이로 낯설지 않은 감각이 스며들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도시는 언제나 빠르다.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그 속도를 늘 따라가지 못한다.이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층수를 확인하다 말고 손을 내렸다.숫자가 바뀌는 동안 자신의 호흡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조용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어제의 점심은 아무런 선언도 없었고, 어떠한 약속도 남기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운은 이상할 만큼 길게 남아 있었다.말하지 않은 것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다는 확신.그것이 관계의 시작인지,아니면 잠시 스쳐 가는 평온인지 아직은 판단할 수 없었다.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켜자 익숙한 업무 화면이 떠올랐다.이수는 의도적으로 집중하려 애썼다.집중은 생각을 밀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니까.그러나 글자 사이로 자꾸만 어제의 장면들이 스며들었다.창가 자리, 낮은 목소리, 잠시 멈췄던 시선.그 모든 것이 일처럼 쌓여 지워지지 않았다.그때 메시지 알림이 짧게 울렸다.도진.‘어제, 불편하진 않으셨죠.’질문은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려는 듯했지만,사실은 자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방식처럼 보였다.이수는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썼다.‘아뇨. 오히려 편했어요.’보내고 나서 한 줄을 더 적을까 잠깐 망설였다. 그러다 멈췄다.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답장은 곧 도착했다.‘그럼 다행입니다.’그 짧은 문장에는 과한 안도도, 불필요한 기대도 없었다.그래서 더 믿음이 갔다.그날 오후, 도진은 회의실 한쪽에 앉아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왔지만, 완전히 남지는 않았다.그는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도 조금 낯설게 느끼고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의 여운은 곧바로 정리했을 것이다.불필요한 감정이라고 결론짓고 깔끔하게 접어두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억지로 서두르지도, 의미를 과대 해석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이 상태를 조금 더 두고 보고 싶었다.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지는 동안 도진은 창가에 잠시 섰다.유리 너머로 보이
아침은 늘 같은 방식으로 시작되지만, 사람의 마음은 결코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이수는 눈을 뜨자마자 천장을 한참 바라보았다.빛이 스며드는 속도와 호흡이 고르게 돌아오는 감각을 의도적으로 느끼며 잠에서 현실로 천천히 옮겨왔다.어젯밤의 메시지는 이미 읽은 문장이었지만, 몸 안 어딘가에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짧았고, 담백했고, 그렇기에 더 오래 머무는 말들.그녀는 이불을 정리하고 조용히 일어났다.아침 루틴은 언제나 정확했지만, 오늘은 손의 움직임이 조금 느렸다.커피를 내리는 동안 창밖을 보았다.도시는 이미 깨어 있었고,사람들은 자신의 방향을 향해 바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새벽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시험한다.하루를 끝내기에는 너무 솔직해지고, 다음 날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감정이 덜 식어 있는 시간.도진은 완전히 잠들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잠과 각성의 경계에서 의식은 가볍게 떠 있었고, 그 틈 사이로 낯설지 않은 감각이 스며들었다.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온기.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심장은 평소보다 느리게 뛰고 있었지만,그 박동 하나하나가 유난히 또렷하게 느껴졌다.이상했다. 불안은 없었다. 악몽도 없었다.가슴을 죄던 그 설명할 수 없는 통증도 오늘은 찾아오지 않았다.
저녁이 지나고 밤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언제나 애매하다.하루가 끝났다고 말하기엔 아직 남아 있고,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고 하기엔 어딘가 미완의 감정들이 공기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도진은 집으로 돌아온 뒤 불을 켜지 않은 채 잠시 현관에 서 있었다.어둠 속에서 자신의 숨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그 숨에는 서두름도, 망설임도 없었지만 정리되지 않은 여운이 섞여 있었다.코트를 벗어 걸고 거실로 들어왔을 때, 창밖의 불빛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도시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그 살아 있음이 오늘은 이상하게 위로처럼 느껴졌다.도진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메시지를 보낼 이유는 없었다.
아침은 예고 없이 다가왔다.눈을 뜨는 순간, 도진은 자신이 전날보다 조금 더 가벼운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몸이 아니라 마음이 그랬다.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여전히 도시의 색을 띠고 있었지만,그 빛을 받아들이는 그의 감각은 어제와 미묘하게 달랐다.익숙한 풍경이 조금 덜 낯설고, 조금 덜 차갑게 느껴졌다.도진은 침대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특별한 알림은 없었다.그 사실이 괜히 마음에 들었다.기다림이 아닌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샤워를 마치고 정장을 입으면서도그는 평소보다 옷깃을 천천히
밤은 깊었지만 도진의 잠은 얕았다.눈을 감으면 어둠이 먼저 내려앉았고, 그 어둠 사이로 낮의 장면들이 느리게 스며들었다.강변의 바람, 카페의 유리창,그리고 이수가 남긴 말의 결.겹친 온도.그 표현이 계속해서 마음을 건드렸다.분명 따뜻했는데, 그 온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도진은 새벽녘에 잠에서 깼다.아직 해가 오르기 전, 도시는 잠과 각성의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물 한 컵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깨달았다.자신이 어제보다 더 자주 이수의 시간을 상상하고 있다는 사실을.그 상상은 과
밤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달빛은 기와 위에서 희미하게 번졌고,바람은 소리 없이 건물의 모서리를 스쳤다.도진은 이수의 처소에서 멀어질수록오히려 마음 한가운데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자리 잡는 걸 느꼈다.그 감정은 단순한 경계심이 아니었다.호위무사로서 세자빈을 지키려는 의무감도 아니었다.그것은 그녀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가슴을 묘하게 죄어오는 부끄러울 만큼 인간적인 감정.도진은 발걸음을 멈췄다.그는 무사였다.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욕망을 절제하며, 의무를 지키기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오늘 하루 동안
현은 그를 오래 바라보았다.그 시선은 단순한 명령자의 시선이 아니었다.오랜 우정과 굳건한 믿음이 깔려 있으나,그 밑바닥에는 설명할 수 없는 미세한 균열이 보였다.“마마의 밤이니만큼… 혹 무슨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을 더 살펴보아라.”명분 있는 명령이었다.그러나 그 말 속에는 ‘왜 네가 여기에 있었느냐’는 질문보다도 더 깊은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도진은 눈을 내렸다.“…예, 저하.”그는 마지막으로 이수를 향해 아주 조심스럽게 인사를 하고 문 밖으로 사라졌다.그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동안 방 안의 공기는 다시 천
이수는 대답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침묵이 짧게 흘렀다.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많은 말들이 미묘하게 얽혀 있었다.도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하루… 마마께서 많이 지치셨을 듯하여 저하께서도 염려가 깊으셨사옵니다.”그 말은 조심스럽고 공손했다.그러나 그 속에는 세자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감추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이수는 시선을 창호로 옮기며 말했다.“…궁은 생각보다 더 많은 숨을 감추고 있는 곳이더이다.”도진은 그 말에 정답처럼 대답하지 않았다.오히려 아주 짧게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었
그 말은 단순한 배려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먼저 그녀를 품으려는 의지가,그리고 동시에 도진을 묘하게 견제하는 마음이 스며 있었다.전각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그들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다.세상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새소리, 바람 소리, 궁인들의 바쁜 발걸음.이수는 걸음을 옮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거기 호위무사.”도진은 고개를 돌렸다.“예, 마마.”“저하와 내가… 잘 어울리오?”이 질문은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도진의 발걸음이 순간 멈추었다.이수는 그 미묘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