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수의 건물 앞을 벗어난 뒤에도 도진은 한동안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밤은 깊어졌고, 도시는 이미 하루의 얼굴을 지운 채 다음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호에 걸릴 때마다 차 안의 정적이 더 또렷해졌다.
라디오를 켜지 않은 선택이 괜히 마음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것 같았지만, 도진은 그대로 두었다.![]()
아침은 예고 없이 다가왔다.눈을 뜨는 순간, 도진은 자신이 전날보다 조금 더 가벼운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몸이 아니라 마음이 그랬다.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여전히 도시의 색을 띠고 있었지만,그 빛을 받아들이는 그의 감각은 어제와 미묘하게 달랐다.익숙한 풍경이 조금 덜 낯설고, 조금 덜 차갑게 느껴졌다.도진은 침대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특별한 알림은 없었다.그 사실이 괜히 마음에 들었다.기다림이 아닌 상태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샤워를 마치고 정장을 입으면서도그는 평소보다 옷깃을 천천히
밤은 깊었지만 도진의 잠은 얕았다.눈을 감으면 어둠이 먼저 내려앉았고, 그 어둠 사이로 낮의 장면들이 느리게 스며들었다.강변의 바람, 카페의 유리창,그리고 이수가 남긴 말의 결.겹친 온도.그 표현이 계속해서 마음을 건드렸다.분명 따뜻했는데, 그 온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도진은 새벽녘에 잠에서 깼다.아직 해가 오르기 전, 도시는 잠과 각성의 경계에 머물러 있었다.물 한 컵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깨달았다.자신이 어제보다 더 자주 이수의 시간을 상상하고 있다는 사실을.그 상상은 과
헤어진 뒤에도 도진의 걸음은 한동안 느려졌다.강변을 따라 걷던 이수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그는 곧장 방향을 틀지 않았다.바람이 불었고, 물결이 아주 낮게 부딪혔다.도시는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도진의 안쪽에서는 분명히 무언가가 어제와 다른 온도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가 곧바로 끄고는 한숨처럼 숨을 내쉬었다.오늘은 집으로 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엔진을 다시 켜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정해진 목적지는 없었다.그저 신호가 허락하는 방향으로
도시는 언제나 사람보다 먼저 결정을 내려버린다.도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그날 아침만큼은 도시의 속도가 자신의 호흡보다 느리게 느껴졌다.회사에 도착했을 때, 로비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직원들의 인사, 엘리베이터의 숫자,유리 벽에 반사된 빛까지 모두 익숙한 풍경이었다.그러나 익숙함 속에서 도진은 아주 작은 어긋남을 느꼈다.자신의 시선이 일의 흐름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 잠시씩 머물고 있다는 사실.회의실에서 그는 필요한 말만 했다.결정은 명확했고, 판단도 흔들리지 않았다.주변 사람들은 그가 평소와 같다고 느꼈을 것이다.다만, 도진만이 알고 있었다.자신의 중심이 조금 다른 곳에 놓여 있다는 것을.회의가 끝난 뒤 그는 혼자 창가에 섰다.유리 너머로 보이는 거리에는 사람들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누군가는 목적지를 향해 걷고, 누군가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방향을 틀었다.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다.‘방향.’그 단어가 조용히 마음속에서 떠올랐다.그때, 비서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대표님, 오후 미팅 장소 확정되었습니다.”“어디죠.”“강변 근처입니다. 요청하신 대로 조용한 곳으로 잡았습니다.”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선택이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거리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점심을 건너뛰고 그는 바로 차에 올랐다.차 안은 조용했고, 엔진 소리만이 낮게 울리고 있었다.강변으로 향하는 길에서 도진은 문득 이수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떠올렸다.원고를 쓰고 있을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을지,아니면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마시고 있을지.그녀의 일상이 자신의 상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도착한 곳은 사람이 많지 않은 카페였다.창밖으로 강물이 보였고, 물결은 잔잔했다.그는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기다리는 동안 도진은 휴대폰을 꺼냈다.잠시 망설이다 메시지를 보냈다.지금 강변 근처에 있습니다.문득 생각나서요.보낸 뒤에야 그 문장이 어떤 의미로 읽힐지 잠시
아침은 언제나 어제의 감정을 무심하게 밀어낸다.도진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눈을 뜨는 순간, 어젯밤의 온기가 사라져 있을까 잠시 염려했다.그러나 사라지지 않았다.햇빛이 커튼 틈으로 스며들었고, 방 안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몸 어딘가에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각이 남아 있었다.잠에서 깨어났음에도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마음.도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시계를 보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일정은 빽빽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오늘은 조금 늦게 하루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욕실에서 물소리가 울리는 동안
이수의 건물 앞을 벗어난 뒤에도 도진은 한동안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밤은 깊어졌고, 도시는 이미 하루의 얼굴을 지운 채 다음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신호에 걸릴 때마다 차 안의 정적이 더 또렷해졌다.라디오를 켜지 않은 선택이 괜히 마음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것 같았지만, 도진은 그대로 두었다.오늘은 어떤 소리도 이 침묵을 대신할 수 없을 것 같았다.그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이수가 남긴 말들이 정확한 문장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대신 온도만이 남아 있었다.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러나 분명히 사람이 남기고 간 온도.그는 그 감각을 쉽게 잊고 싶지 않았다.
아직 한 마디도 들은 적 없는 사람.이름조차 모르는 남자.하지만 왜인지 모르겠는 떨림이 그의 모습과 함께 가슴 위로 올라왔다.‘저 사람…’그녀는 이유 없이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는 다른 무사들과는 달랐다.기세라기보다, 결이 있었다.그 결은 단단하고 곧았지만 어딘가에 오래된 상처를 품은 듯한 분위기였다.한편, 세자의 곁에 서 있어야 할 자리에 그는 정확히 서 있었다.세자 현. 오늘 그녀가 첫 인사를 올려야 할 사람.혼례를 올릴 예비 남편이자, 나라의 중심이 되어갈 사람.그러나 지금
도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소문은 이미 들었지만, 직접 그의 입에서 들으니 사실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세자가 혼례를 치르는 문제는 나라 전체의 일이며 궁 전체가 흔들리는 날이었다.“좌상댁의 영애라 하더군.”이현이 덧붙였다.“예, 저하.”도진은 짧게 대답했다.그 이상의 말을 할 권리는 그에게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전각의 문 밖에서작은 물방울 하나가 지붕 끝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촛불이 그 작은 소리에 반응하듯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리고, 그 흔들림과 동시에 도진의 머릿속 어딘가가이유 없
그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어딘가 가늘게 떨리는 결이 있었다.그 떨림은 이수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도진 역시 자신 안에서 무언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다.그러나 그 감정의 이름을 알기에는 이 날은 너무 이르고, 운명은 아직 침묵을 지키는 중이었다.둘의 발걸음이 나란히 복도를 따라 이어질 때비 온 뒤의 햇빛이 천천히 두 사람의 그림자를 하나의 긴 선처럼 이어 붙였다.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것 같았으나, 동시에 이미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었다.전각 앞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낮빛
아침 햇살이 기와 위를 얇게 훑으며 지나갔다.비가 그치고 얼마 되지 않은 궁의 공기는 습기와 햇빛이 뒤섞여 묘한 온기를 띠고 있었다.이수는 도진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 걷고 있었다.비단 치마가 발목에 스치는 소리가 궁의 긴 복도에 조용히 흩어졌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종종 그 소리가 마치 자신이 낯선 인생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느껴졌다.도진은 일정한 속도로 걸었다.돌바닥 위에 닿는 그의 발걸음은 군더더기 없이 단정했다.앞서가는 그의 뒷모습은 그가 평생 검을 들어왔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기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