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메아리는 생각을 멈추었다. 생각을 멈추자 아르나가 빠진 호수는 붉은 빛으로 물들고 화려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고요하던 산 속엔 거센 태풍이 휘몰아쳤으며 그 바람 사이로 ’가이’ 신의 목소리가 메아리에게 흘러들어왔다.“나를 통제하지 말라. 가이. 이 곳은 나의 영역이며 너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메아리는 분노했다. 도르비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을 배우고, 아르나를 통해 부성애한 걸 알게 된 탓에 다른 감정들 또한 자연스럽게 배워버린 것이다. 피처럼 새빨간 빛으로 물든 호수는 성난 황소처럼 파도를 치기 시작했고, 아르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검은 머리와 눈동자는 알트의 눈동자처럼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었다.이 곳은 먼 훗날, ‘저주의 호수.’ 라고 불리게 된다. 평화롭기만 하던 세상에 재앙이 들이닥쳤다.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인간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도 없었기에 군대도 없었기에 슬라브 왕권은 괴물의 횡포에 대응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계급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날아다니는 괴물의 손짓 하나 날개짓 하나로 세상이 새빨간 피로 물들었고,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가득찼다. 그야말로 ‘아비규환.’ 아니, 그 단어로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 때, 구세주처럼 누군가 나타났다. 짙은 초록빛을 담은 머리카락과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 그 여자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하늘에서 번개가 비처럼 쏟아졌고, 그녀가 내린 번개들은 정확하게 괴물들의 몸을 관통했다.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며 감동에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신이다. 우리를 살려주는 신.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힘을 쓰는 아름다운 존재. 자신들을 지켜주는 건 무능한 슬라브가 아닌 저 여자다. 괴물이 출몰하자 제일 먼저 도망을 친 슬라브 왕권은 백성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파멸했고, 여자는 자연스레 왕권을 쥐었다. 여자는 자신을 신의 자손이라 말하며 본인의 이름을 ‘제느 아르나’ 라고 말했다. 아
Huling Na-update : 2026-07-18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