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네가 이대로 잠든다면 나는 네가 지킨 이 제국을 내 손으로 멸망시킬 것이다.”
그것은 협박이자 애원이었다. “네가 사랑하던 백성들, 네가 아끼던 유모, 그리고 너를 이렇게 만든 이 북부의 요새까지 전부 피로 씻어내 버릴 거야.” 그의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 “그러니 제발…… 나를 혼자 두지 마라.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고 가지 마.” 그때였다. 칼리안의 손안에 있던 엘로라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경련했다.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엘로라?” 감겨 있던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마침내 그 안의 투명한 벽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여 칼리안의 얼굴을 찾았다.형 집행일이 정해진 다음 날이었다.선황 시해에 길을 터 준 죄, 재무청 횡령, 그레고르 살해.칼리안은 판결문 끝에 이름을 적는 동안 펜 끝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서명을 마치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곁에 선 세드릭을 오래 보았다.세드릭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제 아비의 죽음에 서명하는 친구를, 그는 원망하지 않았다.그날 밤, 간수가 서쪽 별채로 전갈을 들고 왔다.에반디스 후작이 아들을 찾는다고."같이 가.""혼자 가겠습니다.""세드릭.""이번엔 칼로 가는 게 아니니까요."칼리안이 입을 다물었다.문가에서 그 등을 지켜보던 엘로라는, 세드릭의 걸음이 평소보다 반 박자 느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세드릭은 횃불 하나만 들고 내려갔다.계단은 늘 그 자리에 있던 계단이었다.한 칸 한 칸이 이십 년보다 길었다.감옥 맨 밑바닥 칸.후작은 짚더미 위에 있지 않았다.철창 앞에 서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왔구나.""부르셨습니다."철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섰다.원로원에서 서로를 고발하고 고발당한 지 두 달.옆 칸에서 율리안이 벽에 등을 붙인 채 그들을 보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천장의 물방울만이 이따금 둘 사이로 떨어졌다."사흘 뒤면 나는 죽는다."후작의 목소리는 남의 장례 날짜를 읊듯 담담했다."네 증언 덕분이지. 아비로서 그게 자랑스럽다 하면, 믿겠느냐.""아니요.""그래. 나도 안 믿는다."후작
금고 안이 가라앉았다.쏟아진 장부들 위로 촛농이 똑똑 떨어져 굳었다.깨진 유리 조각을 누군가 밟았는지, 바스락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났다.칼리안은 동생을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다만 그 팔이 돌처럼 굳었다."……누가 그래.""반지가요."에녹이 검게 변한 반지를 내려다보았다."해독제가 넘어올 때 들렸어요. 반지가 형님 손에 닿아 있었거든요.""뭐가 들렸는데.""약방에서요. 그 종이 보셨을 때.""…….""정말 짧았죠. 눈 한 번 깜빡할 만큼. 근데 형님은 생각하셨어요."에녹이 고개를 들었다."이 녀석이 또, 라고."엘로라는 손끝이 차갑게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그녀가 반지 너머로 칼리안의 마음을 엿들었듯, 에녹도 들은 것이다.반지는 마음을 잇는다.숨기고 싶은 마음까지 가리지 않고.독이 처음 삼킨 것이 하필 그 한순간이었다.칼리안이 팔을 풀었다.동생을 바닥에 기대 앉히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눈높이가 같아졌다."그래. 의심했어."에녹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 종이 보는 순간. 네가 침대 맡에서 해독제 쥐고 서명하라던 얼굴이 떠올랐어.""…….""그래서 생각했지. 이 녀석이 또.""……변명 안 하세요?""할 거야. 들어."칼리안이 숨을 한 번 골랐다."그다음 순간에 엘로라가 말렸어. 레이너드 피 글씨 기억하라고.""…….""그
세라피나가 은바늘로 제 검지 끝을 찔렀다.맺힌 핏방울이 잔 위로 떨어졌다.첫 방울에 호박색 액체가 희미하게 빛을 머금었고, 두 번째에 그 빛이 짙어졌다.세 번째 방울이 닿자 잔 속이 맑은 은빛으로 뒤집혔다.칼리안을 살렸던 그 밤과 같은 빛이었다.엘로라가 잔을 받아 에녹의 입술에 댔다.손이 덜덜 떨려 잔 가장자리가 그의 이에 딱딱 부딪혔다.칼리안이 그녀의 손목 밑을 받쳤다.에녹의 입술이 조금 벌어졌다.은빛 액체가 그의 목울대를 타고 넘어갔다.칼리안이 숫자를 셌다.엘로라가 따라 셌다.세라피나가, 율리안이, 세드릭이 차례로 입을 보탰다.금고 안 모든 입술이 같은 숫자를 밀어냈다."열.""……열하나."에녹의 입술에서 푸른 기가 걷히기 시작했다."열둘."엘로라가 쥔 손가락 끝에 피가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열셋."에녹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켁, 하고 기침이 터졌다.눈꺼풀이 들렸다.갈색 눈이 초점을 더듬다가 형의 얼굴에 가 박혔다.칼리안이 동생을 끌어안았다.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등을 감싼 팔뚝과 어깨만이 떨렸다.엘로라는 그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세라피나가 그녀의 손을 더듬어 잡았다.동생의 손이 차가웠다.바늘 자국 난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엘로라는 그 손을 두 손바닥 사이에 넣고 호, 입김을 불었다.칼리안이 늘 그녀에게 해 주던 것처럼.배 속의 두 맥이 그제야 한숨 돌린 듯 느슨해졌다."언니, 그거 폐하가 하시는 거잖아요."
"에녹!"칼리안이 의자째 나동그라진 동생에게 몸을 던졌다.세드릭은 그 틈에 율리안의 허리를 낚아채 바닥에 처박았다.유리 조각이 흩어진 금고 바닥 위로 쓴 아몬드 냄새가 번졌다.칼리안의 단검이 결박을 끊었다.눈가리개를 잡아 뜯었다.갈색 눈이 떠 있었다.입술 가장자리가 벌써 푸르스름하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형님…….""말하지 마.""형수님은요…….""말하지 말라고!""……괜찮으세요?""괜찮아. 네가 막았어. 또."에녹의 입꼬리가 비죽 올라갔다.푸른 입술로."맨 앞에서……. 또…….""그래, 잘났다. 그러니까 닥치고 숨이나 쉬어."엘로라가 그 곁에 주저앉았다.배가 무거워 무릎이 꺾이듯 바닥에 떨어졌다.에녹의 손을 붙잡았다.벌써 얼음 같았다.반 시진.율리안이 그렇게 말했다.'해독제.'그 밤의 호박색 병.에녹이 들고 왔던, 마지막 하나가 빠진 병.로이센 왕족의 피 세 방울.병은 여기 없었다.오스발드의 처방은 늦추기만 할 뿐이었다.그걸 끝까지 아는 사람은 지금 세드릭의 무릎 밑에 깔려 있었다.엘로라의 어금니가 딱 맞물렸다.관자놀이에서 맥이 쿵쿵 울렸다."율리안 시의님."율리안이 바닥에 뺨을 댄 채 눈만 굴려 그녀를 보았다.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병이 엉뚱한 사람에게 꽂힐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해독 처방, 알죠.""…….""늦추는
재무청 회랑은 그날 밤과 똑같았다.어둡고, 길고, 발소리가 저 끝까지 굴러갔다가 되돌아오는.다른 게 있다면 사람이었다.에반디스의 사병들은 후작이 붙잡힌 날 모두 흩어졌고, 회랑에는 횃불 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텅 빈 쪽이 더 소름 끼쳤다.칼리안이 앞장섰고 세드릭이 그 뒤를 받쳤다.엘로라는 이번에도 남으라는 말을 들었다.듣기만 했다.에녹의 반지가 대답하는 건 그녀의 반지뿐이었으니까."폐하 등 뒤에만 붙어 있을게요.""그 말 몇 번째야.""이번엔 진짜요.""한 걸음이라도 떨어지면 들쳐 업고 나간다.""……배가 이런데요?""그러니까 떨어지지 말라고."서쪽 별채를 나설 때 세라피나도 따라나서려 했다.칼리안이 단칼에 잘랐다.세라피나는 입술을 깨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문이 닫힐 때까지 그 눈이 그들의 등을 놓지 않았다.지하 두 층.계단 끝에 붉은 문이 있었다.반쯤 열린 틈으로 촛불이 가늘게 새어 나왔다.쑥과 감초의 쓴 냄새가 문틈에서 기어 나와 혀뿌리에 감겼다.칼리안이 문을 밀었다.장부가 빼곡하던 그 방이었다.선반에 꽂혀 있어야 할 장부들은 바닥에 쏟아져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그 한가운데에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에녹이 거기 묶여 있었다.눈은 천으로 가려졌고, 관자놀이에서 흘러내린 피가 뺨에 검게 말라붙어 있었다.문 열리는 소리에 그의 고개가 소리 난 쪽으로 홱 돌아갔다.묶인 발목이 바닥을 더듬어 디뎠다.그 곁에 율리안이 서 있었다.흰 시의복 차림으로, 한 손에 작은 유리병을 쥐고.병 속의 맑은
천장 어딘가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그때였다.똑-돌바닥에 부딪혀 잘게 튀었다.칼리안의 손이 철창을 움켜쥐었다.녹슨 쇠가 손아귀 안에서 끼익 소리를 냈다."꺼내 주면 에녹을 돌려준다.""예. 남부 항구에 배가 닿는 즉시, 율리안에게 전령을 띄우지요.""그 말을 뭘 믿고.""믿으실 필요 없습니다."후작이 어깨를 으쓱했다."안 믿으시면, 폐하의 동생이 죽을 뿐이니까요."그는 다시 짚더미로 돌아가 앉았다.손가락으로 짚 한 올을 집어 비비 꼬았다.늘 지팡이 손잡이를 굴리던 손이, 빈손이 허전한 듯 짚을 굴리고 있었다.감옥이 아니라 제 서재에 앉은 사람 같은 자세였다.세드릭이 철창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아버지.""……세드릭.""저를 받으십시오."칼리안이 고개를 홱 돌렸다."뭐?""에녹 경 대신 저를 잡아 두십시오. 아들 하나에 동생 하나라 하셨습니다. 그럼 아들을 직접 가지시면 됩니다."후작의 손에서 짚이 멈췄다.그는 아들을 올려다보았다.오래.차갑던 눈 밑으로 뭔가 일렁였다가 가라앉았다.놀람인지 비웃음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다."여전히 칼이로구나. 내가 벼린 그대로. 주인을 위해 제 목부터 내미는.""아닙니다.""아니라?""폐하께서 그러셨습니다. 칼 아니어도 된다고. 그냥 세드릭이면 된다고."세드릭의 목소리는 평소 보고하던 그대로 건조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