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살아야 했다. 제아무리 세상이 뒤집히고 심장이 난도질 당했어도, 아침이면 눈을 떠야 했고 지하철의 소음 속으로 비대한 몸뚱어리를 밀어 넣어야 했다. 하지만 그 일상은 이미 깨진 유리 조각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발바닥이 찢기는 통증이 느껴졌지만, 혜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구두를 신고 화장을 했다. 본가에서 겪은 그 처참했던 밤은 혜연의 영혼에 깊은 자상을 남겼다. 엄마의 손바닥이 뺨에 닿던 그 순간의 파열음은 이명처럼 귓가를 맴돌았고, 산산조각 난 액자 유리에 비쳤던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슬픔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평온하게 돌아갔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어깨를 부딪치는 타인들의 무심함, 사무실 천장에서 쏟아지는 건조한 형광등 불빛, 모니터 위로 쏟아지는 무미건조한 업무 메일들. 혜연은 그 익숙한 풍경 속으로 자신을 억지로 밀어 넣으며 하루하루를 기계적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그 위태로운 살얼음판 위에서 혜연을 지탱해 주는 두 개의 기둥이 있었다.점심시간, 북적이는 식당가를 피해 텅 빈 탕비실로 혜연을 불러낸 민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라는 흔한 질문조차 혜연에게는 칼날이 될 수 있음을 민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혜연의 뺨에 남은, 화장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은 옅은 멍 자국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뜻한 유자차 한 잔을 건넸을 뿐이다. "혜연아, 점심 안 먹어도 돼. 속 부대끼잖아. 대신 이거라도 다 마셔. 유자가 비타민이 많아서 기운 차리는 데 좋대. 너 지
آخر تحديث : 2026-08-19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