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의실에는 단상이 없었다.전날까지 로스테 도시평의회가 행정 조정에 쓰던 방이었다. 긴 탁자 하나와 의자 열네 개, 벽면 기록판 두 장이 전부였다. 창문 아래에는 겨울 난로가 있었고, 출입문 옆에는 외투를 거는 못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황제의 원격 통신판도 벽 위에서 내려왔다.평소라면 사람이 서 있어도 올려다봐야 할 높이에 설치되는 장치였으나, 오늘은 맞은편 의자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위치에 세워졌다.의전 담당자는 처음에 받침대를 하나 더 가져왔다.로스테 법무관이 이유를 물었다.“황제 폐하의 화면이 참석자보다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지금 높이가 몇입니까?”“좌석 기준으로 거의 같습니다.”“그럼 그대로 두세요.”받침대는 밖으로 나갔다.엘리시아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 자신의 의자를 확인했다.다른 것과 같은 나무 의자였다.등받이에 성녀 문장이 없고, 좌판에 쿠션도 따로 없었다.대신전 조사단의 마티아스 케른 역시 같은 의자에 앉았다.로스테 법무관.도시 기록관.주민 관찰인.열두 번째 마르셀.모두 같은 높이였다.다만 이레나는 앉지 않았다.호위 임무 때문에 출입문이 보이는 자리에 서 있었다.엘리시아가 그녀를 바라봤다.“계속 서 계실 겁니까?”“근무 중입니다.”“어제부터 꽤 오래 서 계시는데요.”이레나가 문가의 작은 접이식 의자를 봤다.“필요하면 앉겠습니다.”“필요한지 제가 정하지는 않겠습니다.”“알고 있습니다.”이레나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잠시 뒤 황실 통신이 연결됐다.금빛 문장이 번쩍이는 대신, 법무청의 회색 연결 표시가 먼저 떴다. 칼릭스는 황좌가 아니라 법무청 기록실의 평범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통신판 높이가 맞춰지자 그의 얼굴은 엘리시아보다 위에 있지 않았다.칼릭스가 가장 먼저 물었다.“음성이 잘 들립니까?”로스테 기록관이 답했다.“들립니다.”“화면 높이는?”“합의된 위치입니다.”칼릭스는 더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다.황제의 문장을 화면 위에 띄우라는 요구도 없었다.
Last Updated : 2026-08-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