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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같은 높이

작가: 데이지
last update 게시일: 2026-08-15 17:04:09

작은 회의실에는 단상이 없었다.

전날까지 로스테 도시평의회가 행정 조정에 쓰던 방이었다.

긴 탁자 하나와 의자 열네 개, 벽면 기록판 두 장이 전부였다.

창문 아래에는 겨울 난로가 있었고, 출입문 옆에는 외투를 거는 못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황제의 원격 통신판도 벽 위에서 내려왔다.

평소라면 사람이 서 있어도 올려다봐야 할 높이에 설치되는 장치였으나,

오늘은 맞은편 의자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위치에 세워졌다.

의전 담당자는 처음에 받침대를 하나 더 가져왔다.

로스테 법무관이 이유를 물었다.

“황제 폐하의 화면이 참석자보다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

“지금 높이가 몇입니까?”

“좌석 기준으로 거의 같습니다.”

“그럼 그대로 두세요.”

받침대는 밖으로 나갔다.

엘리시아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 자신의 의자를 확인했다.

다른 것과 같은 나무 의자였다.

등받이에 성녀 문장이 없고, 좌판에 쿠션도 따로 없었다.

대신전 조사단의 마티아스 케른 역시 같은 의자에 앉았다.

로스테 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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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회의실에는 단상이 없었다.전날까지 로스테 도시평의회가 행정 조정에 쓰던 방이었다. 긴 탁자 하나와 의자 열네 개, 벽면 기록판 두 장이 전부였다. 창문 아래에는 겨울 난로가 있었고, 출입문 옆에는 외투를 거는 못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황제의 원격 통신판도 벽 위에서 내려왔다.평소라면 사람이 서 있어도 올려다봐야 할 높이에 설치되는 장치였으나, 오늘은 맞은편 의자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위치에 세워졌다.의전 담당자는 처음에 받침대를 하나 더 가져왔다.로스테 법무관이 이유를 물었다.“황제 폐하의 화면이 참석자보다 낮아 보일 수 있습니다.”“지금 높이가 몇입니까?”“좌석 기준으로 거의 같습니다.”“그럼 그대로 두세요.”받침대는 밖으로 나갔다.엘리시아는 그 과정을 지켜보다 자신의 의자를 확인했다.다른 것과 같은 나무 의자였다.등받이에 성녀 문장이 없고, 좌판에 쿠션도 따로 없었다.대신전 조사단의 마티아스 케른 역시 같은 의자에 앉았다.로스테 법무관.도시 기록관.주민 관찰인.열두 번째 마르셀.모두 같은 높이였다.다만 이레나는 앉지 않았다.호위 임무 때문에 출입문이 보이는 자리에 서 있었다.엘리시아가 그녀를 바라봤다.“계속 서 계실 겁니까?”“근무 중입니다.”“어제부터 꽤 오래 서 계시는데요.”이레나가 문가의 작은 접이식 의자를 봤다.“필요하면 앉겠습니다.”“필요한지 제가 정하지는 않겠습니다.”“알고 있습니다.”이레나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잠시 뒤 황실 통신이 연결됐다.금빛 문장이 번쩍이는 대신, 법무청의 회색 연결 표시가 먼저 떴다. 칼릭스는 황좌가 아니라 법무청 기록실의 평범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통신판 높이가 맞춰지자 그의 얼굴은 엘리시아보다 위에 있지 않았다.칼릭스가 가장 먼저 물었다.“음성이 잘 들립니까?”로스테 기록관이 답했다.“들립니다.”“화면 높이는?”“합의된 위치입니다.”칼릭스는 더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다.황제의 문장을 화면 위에 띄우라는 요구도 없었다.

  • 성녀의 침실에는 죄 많은 황제가 산다   210. 같은 높이의 의자

    통신이 끊겼다.그녀는 검은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사건철을 닫았다.용서하지 않았다.그래도 이전과 달라진 행동은 이전과 다르다고 남길 수 있었다.그 차이를 지우지 않는 것도 기록이었다.로스테의 의자는 다음 날 아침까지 원래 방에 남았다.새벽 동안 세 차례 더 ‘관측자 부재’ 신호가 발생했다.대상은 돌아오지 않았다.황도에서는 아무 응답도 보내지 않았다.관측석은 결국 자동 절전 상태로 들어갔다.그 뒤에야 법무관과 감정관들이 방 안으로 들어갔다.의자를 바로 들어내지 않았다.먼저 위치를 측정했다.침대와의 거리.문까지의 거리.창문 시야.좌판 높이.사람이 앉았을 때 침대에 누운 사람을 내려다보게 되는 각도.모든 수치가 기록됐다.마지막으로 등받이 안쪽의 황동판을 꺼냈다.판 뒤에는 지금까지 나무에 가려져 있던 문장이 하나 더 있었다.‘관측자의 시선은 대상보다 높게 유지한다.’테사가 읽었다.이레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의자 높이까지 규정한 이유가 있었군요.”엘리시아는 침실 문밖에 서 있었다.방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그녀가 물었다.“의자를 증거실로 옮기면 방을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까?”법무관이 답했다.“바닥과 벽에 추가 선이 없는지 확인한 뒤 가능합니다.”“오늘 밤까지 끝납니까?”“가능합니다.”이레나가 말했다.“다른 방을 계속 사용하셔도 됩니다.”엘리시아는 잠시 생각했다.독립을 증명하려고 원래 방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반대로 누군가 장치를 넣었다는 이유로 영원히 그 방을 버릴 필요도 없었다.“감정이 끝난 뒤 제가 보고 정하겠습니다.”자신의 방에 돌아갈지조차 남이 대신 결정하게 하지 않았다.의자가 투명 증거함에 들어갔다.사람 네 명이 들지 않았다.바닥판째 작은 운반수레에 올렸다.의자가 빠진 자리에 눌린 자국이 남았다.침대보다 반 뼘 높은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을 기다리던 자리.엘리시아는 그 자국을 내려다보다 로스테 법무관에게 말했다.“다음 공개 심리 장소를 바꾸고 싶습니다.”“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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