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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왕은 세작을 총애한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81 - チャプター 290

328 チャプター

281화. 돌아온 성

수레바퀴가 얼어붙은 흙고랑에 빠졌다.열흘 동안 비와 진눈깨비를 번갈아 맞은 관도였다. 가마를 받친 나무가 기울자 진묵의 팔이 주렴 안으로 들어왔다. 보요의 몸이 흔들리기 전에 허리와 어깨가 단단한 품에 고정되었다."놀랐나.""아이만요.""너는.""조금요."진묵이 가마 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들기 전 제 검은 겉옷으로 틈부터 막았다. 그는 보요를 안아 길가 객점의 평상으로 옮기고, 노강과 군사들에게 수레를 맡겼다.평상 위에는 누런 볏짚 방석이 깔렸고 화로에서는 군밤이 익었다. 객점 노파가 생강을 띄운 뜨거운 배물을 가져왔다. 보요가 잔을 들자 손가락 마디에 온기가 스몄다.열흘 길 동안 하루도 해가 지고 움직이지 않았다. 역참마다 가마 바닥의 짚을 갈고, 한 시진마다 내려 발을 쉬었다. 진묵은 속이 느리다며 투덜거렸으나 해가 기울면 누구보다 먼저 숙소를 찾았다."왕야께서는 북강에 빨리 가고 싶지 않으세요?""성이 도망가나.""곽문 장군과 상엄 총관은 목이 빠지게 기다릴 텐데요.""붙어 있을 거다."보요가 웃자 그가 배물 잔을 받아 입술 가까이 다시 기울였다. 한 모금을 더 마시라는 손이었다.수레가 고랑에서 빠진 뒤 관도는 서서히 높아졌다. 오후가 되자 먼 능선 위로 검은 성벽이 나타났다. 첫 혼례 가마가 닿던 날에는 눈보라 속 칼날처럼 보였던 성이었다. 이제는 성루마다 새로 빨아 말린 삭왕기가 걸려 있었다.그러나 성문 앞 군사들은 깃발보다 먼저 검은 말 위의 사내를 알아보았다."전하께서 돌아오신다!"북이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왕호를 잃고 압송되어 떠난 사람을 맞는 소리가 성 안 골목까지 번졌다. 군사들은 무릎을 꿇지 않고 창을 가슴 앞에 세웠다. 북강에서 살아 돌아온 장수를 맞는 군례였다.진묵은 곧장 성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보요의 가마 곁으로 말을 붙였다.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말에 태우려다 둥근 배를 보고 멎었다."가마로 들어가도 됩니다.""같이 들어간다."그는 말에서 내려 가마 옆을 걸었다. 삭왕기를 든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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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화. 뜨거운 물

시비의 물병에서는 하얀 김이 올랐다.처음 북강에 왔던 아침, 방어멈이 찬물을 돌려보내고 제 손으로 물을 데웠다. 그때 빈 대야를 들고 울던 아이가 두 손으로 물병을 받쳐 들고 있었다. 손등에는 부엌 불에 덴 작은 자국이 생겼다."이번에는 식지 않았사옵니다."아이가 말했다.보요가 손을 내밀어 물병 겉을 만졌다. 뜨거웠다. 고운 천을 두 겹 둘러 손도 데지 않게 했다."고맙구나.""왕부의 물은 모두 데워 두었사옵니다. 마마께서 쓰실 것과 아기씨 옷을 삶을 것까지요."뒤에 선 시비들이 웃음을 참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물부터 차지한 것이 민망한 듯 어린 시비의 귀가 붉어졌다.진묵은 고맙다는 말 대신 손을 휘휘 저었다. 시비들이 익숙하게 물러났다. 보요가 그를 보았다."말로 칭찬해 주시면 안 됩니까.""뜨거운 물을 데운 게 당연하지.""처음에는 당연하지 않았잖아요."진묵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돌아서던 시비의 어깨가 작게 떨렸다."잘했다."낮고 퉁명스러운 두 글자에 아이가 뒤를 돌아 크게 절했다. 이번에는 왕부 시비들의 웃음이 터졌다.침소에는 남쪽 혼수 궤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원앙 금침은 햇볕에 널어 묵은 향을 뺐고, 다리 짧은 목각 말은 창가에 놓였다. 보요가 검은 실로 마저 놓은 원앙 눈도 한 쌍이 되었다.방어멈은 온가에 남았으나 북강 늙은 찬모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상에는 좁쌀죽과 부드럽게 찐 달걀, 살을 발라낸 강물고기가 올랐다. 생강 향이 약한 국물과 신맛이 덜한 절임채까지 보요가 먼 길 뒤 먹을 만한 것으로 골랐다.보요가 죽을 반 그릇 비우는 동안 진묵은 제 상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녀가 숟가락을 놓자 남은 달걀찜을 한 술 떠 입술 앞에 내밀었다."한 술만 더.""배부릅니다.""아이는 안 찼다.""아이가 왕야께 말했습니까?""방금 찼다고 했어."보요는 웃으며 한 술을 더 받아먹었다. 그제야 진묵도 식은 죽을 두 술 삼켰다.진묵은 보요를 침상에 앉힌 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긴 길에 부은 발목을 뜨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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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화. 서른여섯 그릇

군량창 앞에는 빈 그릇 서른여섯 개가 놓였다.황군의 흰 사발 스물일곱, 북강군의 검은 사발 아홉. 허연교의 수레에서 내린 첫 쌀은 창고로 들어가지 않고 그 그릇들에 한 줌씩 담겼다.허 도위는 왼팔을 묶은 채 이름을 불렀다."북강 삼영 전졸, 백송. 어머니 한 분."늙은 여인이 앞으로 나왔다. 백송의 어미였다. 아들의 장례에서 저울을 맡았던 손으로 흰쌀 한 줌을 집었다. 썩은 낟알이 없는지 씹어 본 뒤 검은 사발에 넣었다."다음."허 도위가 목을 가다듬었다."황군 좌영, 진구. 아내와 딸 둘."젊은 과부가 나왔다. 쌀을 받는 대신 허 도위의 뺨을 때렸다.짝.군량창 앞이 고요해졌다. 그의 고개가 돌아갔고 입술 안이 터져 피가 났다. 허연교도, 진묵도 막지 않았다."내 남편은 네 아비의 군량을 지키다 죽었다. 네가 금군패를 들고도 몰랐다 하지.""예.""그 말을 몇 번 할 셈이냐."허 도위는 돌아간 얼굴을 바로 했다."마지막 쌀이 찰 때까지 하겠습니다. 그 뒤에도 물으시면 또 하겠습니다."과부는 두 번째 손을 들지 않았다. 흰 사발에 쌀을 담고 두 딸에게 한 줌씩 쥐여 주었다.이름은 한 시진 넘게 이어졌다. 허 도위는 누구의 집에 늙은 부모가 있는지, 누구의 아이가 병들었는지 하나도 빼지 않고 말했다. 한 번 막힐 때마다 허연교가 장부를 보지 않고 다음 말을 이었다.북강군 전졸 하나의 동생은 쌀을 받지 않았다. 형이 황군 막사를 태운 죄도 함께 적으라며 검은 사발을 엎었다. 허연교는 사발을 바로 세우지 않고 그 곁에 무릎을 꿇었다."적겠습니다.""네 아비 장부에는 승전이라 했더라.""오늘부터는 불을 지른 사람과 그 불에 죽은 사람을 같이 씁니다."동생은 끝내 쌀을 담지 않았으나 사발도 가져가지 않았다. 빈 검은 그릇 하나가 찬 그릇들 사이에 남았다.황군 병사의 어린 딸은 아버지 이름을 듣고도 누구인지 몰랐다. 어머니가 아이 손을 쌀 속에 넣어 주자 작은 손가락 사이로 낟알이 흘렀다. 허 도위는 무릎을 꿇고 그 낟알을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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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화. 첫 겨울 장시

오란의 소금 수레가 경계석을 먼저 넘었다.흰 소금 포대마다 갈족의 붉은 매듭이 묶였고, 뒤따른 갈족 약초 수레에는 흑수의 검은 담비털이 달렸다. 흑수 말등의 가죽 아래에는 오란의 푸른 비단이 깔렸다. 어느 수레도 한 부족의 물건만 싣지 않았다.북강 성밖 빈 들판에 천막이 백여 개 섰다. 불에 구운 양고기 냄새와 생강차, 말린 약초, 젖은 털가죽 냄새가 바람 속에서 서로 부딪쳤다. 말 울음과 값을 부르는 소리, 아이들 웃음이 성벽까지 올라왔다.북강 대장장이들은 갈족 말편자를 고쳐 주고 소금으로 값을 받았다. 오란 여인들은 처음 보는 남쪽 비단을 햇빛에 펼쳐 색을 골랐고, 흑수 아이들은 찹쌀엿이 이에 붙자 손가락으로 떼며 웃었다. 류해가 벌써 북강까지 엿판을 보낸 것이었다.말다툼도 있었다. 소금 한 말을 두고 오란 상인과 북강 주모가 서로 손가락을 세워 값을 올렸다. 말이 통하지 않자 노강이 두 사람 사이에서 숫자를 옮겼다. 주모가 끝내 소금 포대 위에 만두 한 접시를 얹었고, 오란 상인은 만두를 먹은 뒤 값을 한 닢 내렸다.진묵은 갑주 대신 검은 기마복을 입었다. 허리에는 되찾은 삭왕 옥인이 달렸으나 병부는 없었다. 장시 군사 절반은 곽문, 절반은 새 북강 도독이 맡았다.보요는 두꺼운 붉은 겉옷을 입고 가마에서 내렸다. 열 걸음 앞에는 등받이 의자와 화로가 이미 놓였다. 진묵이 그녀를 앉히고 무릎 위에 담비 모피를 덮었다."한 바퀴만 보겠습니다.""앉아서 봐.""장시는 걸어야 보이지요.""사람들이 들고 온다."정말로 상인들이 물건을 들고 왔다. 오란 여인은 양젖을 소금에 절여 굳힌 젖떡을, 갈족 노인은 아이 열을 내리는 풀뿌리를, 흑수 소년은 손바닥만 한 담비 가죽을 보요 앞에 펼쳤다. 그녀가 고르기도 전에 진묵이 값을 두 배씩 치렀다.보요는 담비 가죽 대신 작은 뼈딸랑이를 골랐다. 흑수 소년이 제 동생을 재울 때 쓰던 것으로, 흔들면 마른 씨앗이 낮고 부드럽게 울렸다. 진묵은 값을 묻지 않고 허리의 은전을 통째로 내주었다."왕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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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열리는 창

왕부 침소의 남쪽 벽에 창이 생겼다.장시에서 돌아온 보요가 낮잠을 자는 동안 목수 넷이 벽돌을 들어냈다. 진묵은 먼지가 침상으로 들지 않게 천막을 두 겹 치고, 나무 부스러기 하나까지 직접 쓸어 냈다.보요가 눈을 떴을 때 방 안에는 저녁빛이 길게 들어와 있었다. 북강 침소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빛이었다. 창틀에는 선왕비 혼수의 푸른 물결 발이 걸렸고, 다리 짧은 목각 말이 그 아래 놓였다.창 아래에는 낮은 긴 의자도 새로 놓였다. 보요가 앉아 장부를 읽을 자리와 아이가 자라 창밖을 볼 자리를 함께 재어 만든 너비였다. 모서리는 진묵이 칼등으로 직접 둥글게 밀어, 손으로 만지면 거친 가시 하나 없었다.목수들이 돌아간 뒤 바닥 구석에서 붉은 벽돌 한 조각이 나왔다. 진묵은 그것을 버리지 않고 목각 말 아래 받쳤다. 다리 하나 짧던 말이 처음으로 똑바로 섰다."바람이 세다 하셨잖아요.""닫으면 돼."진묵이 그녀 손을 창가로 가져갔다. 빗장과 작은 걸쇠는 앉은 자리에서도 손이 닿는 높이에 달려 있었다. 여닫는 손은 시비도 상엄도 아닌 보요의 손이었다.그녀가 걸쇠를 풀었다.찬바람이 푸른 발을 밀고 들어왔다. 화로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얇은 천이 둥글게 부풀었다. 첫눈 한 송이가 창틀을 넘어 목각 말 등에 내려앉았다가 금세 녹았다."마음에 안 들면 다시 막아.""왜 막습니까.""춥다며."보요는 창을 손가락 둘 너비만 남기고 닫았다. 바람은 줄었으나 저녁빛은 그대로 남았다."이만하면 됩니다."진묵은 창이 아니라 그녀 얼굴을 보았다.상엄이 저녁상을 들였다. 장시에서 산 양고기를 무와 함께 푹 끓인 탕, 소금에 절인 젖떡을 잘게 넣은 밀전병, 붉은 대추밥이었다. 보요가 탕 한 술을 뜨자 아이가 옷 위로 발을 밀었다.진묵이 숟가락을 놓고 손부터 댔다. 작은 움직임이 손바닥을 두 번 두드렸다."성질이 급해.""누굴 닮았을까요.""황제만 아니면 된다."보요가 웃다 탕을 잘못 삼켰다. 진묵은 등을 쓸어 주면서도 진지한 낯이었다.식사 뒤 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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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화. 두 달 남짓 뒤

두 달 남짓 뒤, 남쪽 창의 걸쇠가 보요 손에서 자꾸 미끄러졌다.초겨울 볕을 들이려 몸을 앞으로 기울일 때마다 무거워진 배가 먼저 창틀에 닿았다. 손가락 끝은 걸쇠에 겨우 닿았으나 힘을 줄 수 없었다.침상에서 장계를 읽던 진묵이 곧장 일어났다."부르지.""이것 하나 여는데요?""그러다 넘어져."그는 보요를 긴 의자에 앉히고 창을 열었다. 찬바람이 들자 다시 손가락 셋만큼 닫고, 담비 모피를 무릎 위에 덮었다. 두 달 사이 그가 정한 창의 알맞은 너비였다.마당에는 눈이 종아리까지 쌓였다. 장시 천막은 성 안 빈 창고로 옮겨졌고, 세 부족 수레는 얼어붙은 길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남쪽 창 아래 목각 말에는 아이 털신 한 켤레가 걸려 있었다. 성문에서 받은 것보다 두 치 크게 다시 짠 신이었다.보요가 신을 집으려 하자 진묵이 먼저 건넸다."이번에는 너무 큽니다.""자라면 맞아.""처음 것은 작다 하시고 이것은 크다 하시고.""둘 다 둬."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가 신발 두 켤레를 차지했다. 침소 옆방에는 작은 나무침상과 삶은 무명, 숯 화로와 놋대야가 줄지어 놓였다. 뜨거운 물을 나를 시비들이 밤마다 번을 섰고, 의원과 산파 둘은 왕부 동쪽 방에서 한 달째 살았다.산파가 배를 살피러 들어오자 진묵은 나가지 않았다. 보요 머리 뒤에 베개를 받치고 손목을 잡은 채 앉았다."전하께서는 밖에서 기다리시는 것이······.""여기 있다."산파는 더 말하지 못했다. 손바닥으로 둥근 배의 위와 양옆을 조심스럽게 짚었다. 아이의 등과 머리를 따라가던 손이 아래에서 멎었다."자리를 잘 잡았사옵니다. 산달이 가까우니 오래 서지 마시고, 허리가 일정하게 아파 오면 곧 부르시옵소서."진묵이 물었다."얼마나 아프면.""마마께서 아프다 하시면 됩니다.""그전에는.""전하."보요가 그의 소매를 당겼다."신첩은 아픈 것을 잘 말합니다."진묵은 믿지 않는 눈이었다. 화상을 입고도 숨긴 사람, 형장으로 나가면서 발판도 놓친 사람이었다.산파가 나간 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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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화. 두 켤레

새벽에 나무침상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아이가 누울 작은 침상이었다. 진묵이 무릎으로 눌러 흔들림을 보다가 힘을 지나치게 준 탓이었다. 마른 나무가 딱 갈라지고 옆방의 시비 셋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전하께서 누우실 것이 아니옵니다."상엄이 참다못해 말했다."아이 것이니 더 단단해야지.""아이 무게는 전하 팔 하나보다도 가볍사옵니다."진묵은 부러진 다리를 들고 목수를 불렀다. 목수는 새 다리를 갈아 끼우면서 네 군데에 쇠띠를 둘렀다. 이제 말 한 마리가 올라가도 버틸 침상이 되었다.보요는 남쪽 창 아래 앉아 그 광경을 보았다. 무릎에는 크기가 다른 털신 두 켤레와 작은 배냇옷이 놓였다. 허연교가 장시 수레에 실어 보낸 흰 무명이었다. 바느질은 북강 시비들이 돌아가며 했다. 소매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아, 어느 아이 팔에도 바로 맞지 않을 듯했다.보요가 바늘을 들어 짧은 쪽을 뜯으려 하자 진묵이 빼앗았다."눈 상해.""낮입니다.""손 찔려.""왕야께서 뜯으시려고요?"그는 대답 없이 실 끝을 잡아당겼다. 매듭이 풀리지 않자 작은 칼을 꺼냈다. 전장에서 목을 베던 칼끝이 배냇옷 실밥 하나 앞에서 세 번이나 멎었다.보요가 손을 내밀었다."주세요.""내가 해.""그러다 옷까지 자릅니다.""새로 만들지."실랑이하는 사이 배가 단단하게 뭉쳤다. 보요가 숨을 멈추고 의자 팔걸이를 잡았다. 진묵의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아프냐.""잠시······."허리 안쪽이 둔하게 조여 왔다가 반 각도 되기 전에 풀렸다. 산파가 달려와 맥을 짚고 배를 살폈다. 진묵은 보요 손을 쥔 채 산파의 얼굴만 노려보았다."아직이옵니다. 아이가 내려오며 몸이 길을 여는 것이니 놀라지 마시옵소서.""아픈데 아직이라고.""산고는 이보다 길고 규칙적으로 옵니다."진묵의 낯이 더 굳었다. 보요가 그의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손바닥에 제 손톱 자국이 반달처럼 찍혀 있었다."신첩은 괜찮아요.""그 말을 금한다.""그럼 무엇이라 할까요.""아프면 아프다 해."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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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화. 따뜻한 물 한 줄

놋대야를 들던 보요의 다리 사이로 따뜻한 물이 흘렀다.대야는 진묵의 손으로 넘어가 바닥에 놓였다. 맑은 물이 치마 안쪽을 적시고 발등을 지나 흰 버선까지 번졌다. 보요가 무엇인지 깨닫기 전에 허리 안쪽이 깊게 조였다."아······."진묵이 그녀를 안아 침상에 눕혔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으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문을 열어 산파를 부르는 목소리만 왕부 지붕을 울렸다."모두 들어와. 지금."산파 둘과 의녀, 뜨거운 물을 든 시비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방 안에 백단 대신 삶은 무명과 쑥 냄새가 찼다. 남쪽 창은 닫히고 푸른 발만 작은 바람에도 떨렸다.산파가 젖은 치마를 갈아입히려 하자 진묵은 침상 곁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전하께서는 밖으로—""안 나간다.""왕야."보요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진묵이 즉시 몸을 낮췄다."왜. 어디가 더 아파.""시비들이 옷을 갈아입혀야 해요. 발 너머로만 가 계세요."그는 침상 발치 세 걸음 밖으로 물러났다. 주렴도 없는 방인데 등을 돌리고 서서, 옷 갈아입히는 소리가 끝날 때까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첫 산고는 한 번 지나간 뒤 오래 돌아오지 않았다. 보요는 베개에 기대 따뜻한 배물을 조금씩 마셨다. 진묵은 잔을 받치고 입술이 마를 때마다 물을 묻혔다.산파는 산고가 올 때마다 숯 조각을 하나씩 흰 접시에 놓았다. 첫 두 조각 사이는 손가락 여섯 너비였고, 다음은 다섯, 다시 네 너비로 좁아졌다. 진묵은 접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숯이 하나 놓일 때마다 물의 온도와 화로 불, 보요의 얼굴빛을 차례로 살폈다.반 시진 뒤 두 번째가 왔다.이번에는 허리에서 시작한 아픔이 아랫배를 단단히 감쌌다. 보요의 손이 그의 손등을 움켜쥐었다. 숨을 길게 내쉬라는 산파의 말이 들렸으나 첫 숨은 목에서 끊겼다."나를 봐."진묵의 목소리가 가까웠다. 그는 침상 곁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췄다."들이쉬고."보요가 그의 숨을 따라 공기를 들이마셨다."천천히 내쉬어."먹빛 눈동자만 보며 숨을 내놓았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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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화. 물린 손

진묵의 손등에는 보요의 이 자국이 두 줄로 남았다.밤을 넘긴 산고는 새벽이 밝아도 끝나지 않았다. 아픔이 올 때마다 보요는 그의 손을 잡았고, 가장 깊은 순간에는 손등을 물었다. 진묵은 한 번도 빼지 않았다."다른 것을 물리시지요."산파가 접은 무명을 내밀었다."이게 낫다."진묵은 피가 배어난 손을 다시 보요 입술 가까이 내주었다. 보요가 숨 사이로 고개를 저었다."아프잖아요.""너보다 덜해."다음 아픔이 말을 끊었다. 보요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진묵이 등 뒤에 팔을 넣어 받치고, 산파가 힘을 아래로 모으라 외쳤다."하아······ 아, 안 돼······.""된다. 나를 봐.""못 하겠어요.""네가 못 한 걸 본 적 없어."그 말이 위로인지 명인지 가릴 틈이 없었다. 보요는 그의 옷깃을 잡고 다시 힘을 주었다. 이마와 목덜미가 땀에 젖고 풀린 머리칼이 뺨에 붙었다.산파가 찬물에 적신 무명으로 얼굴을 닦으려 하자 진묵이 받아 직접 했다. 눈썹 위, 관자놀이, 입술 가장자리를 한 번씩 눌렀다. 전장 상처를 닦던 손과 달리 천이 살에 닿는 힘조차 두려워하는 듯 가벼웠다.해가 창살 높이까지 올랐다가 다시 기울었다. 보요는 꿀물 두 모금과 묽은 죽 세 술을 겨우 삼켰다. 잠들 틈은 짧았다. 눈을 감자마자 배 안쪽이 다시 단단해졌다.산파들은 침상보를 세 번 갈았다. 따뜻한 물은 붉게 식어 나가고 새 물이 들어왔다. 보요는 산고가 멎는 짧은 틈마다 진묵의 무릎에 뺨을 대고 눈을 감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젖은 머리칼을 귀 뒤에 넘기는 동안만 숨이 고르게 돌아왔다.한 번은 아픔이 지나갔는데도 몸의 떨림이 멎지 않았다. 진묵이 제 검은 겉옷을 가져와 이불 위에 덮었다. 말가죽과 침향 냄새가 남은 옷이었다. 보요는 옷깃을 쥐고 한참 이를 부딪쳤다."춥습니까."산파가 묻자 보요는 고개를 저었다. 진묵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녀 발을 두 손 안에 감쌌다. 얼음 같던 발끝에 체온이 돌아올 때까지 놓지 않았다.진묵은 먹지도 자지도 않았다. 상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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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화. 작은 주먹

울음은 몸보다 컸다.산파의 두 손 위에 놓인 아이는 붉고 작았다. 젖은 검은 머리칼이 이마에 붙었고, 주먹은 단단히 쥔 채였다. 마른 무명으로 감싸자 발 하나가 밖으로 빠져나와 허공을 찼다."따님이옵니다."누군가 말했으나 진묵은 듣지 못한 듯 보요만 보았다."피가 왜 계속 나지."산파가 아이를 의녀에게 넘기고 침상 아래를 살폈다. 진묵의 낯에서 사람을 얼리던 살기가 번졌다. 보요가 힘없는 손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왕야. 산파를 겁주지 마세요.""피가 난다.""아이를 낳았으니까요.""전하, 마마께서는 무사하시옵니다. 뒤따라 나올 것이 남았으니 잠시만 기다리시옵소서."산파의 목소리는 떨렸으나 손은 침착했다. 잠시 뒤 마지막 아픔이 지나가고 피도 차츰 줄었다. 따뜻한 무명이 갈리고, 보요의 몸에는 깨끗한 이불이 덮였다.진묵은 그제야 굽힌 허리를 폈다. 목과 어깨의 힘이 한꺼번에 풀려 침상 기둥을 짚었다. 물린 손에서는 굳은 피가 갈색으로 말라 있었다.의녀가 씻긴 아이를 데려왔다. 흰 배냇옷의 소매는 진묵이 뜯어 다시 맞춘 쪽만 조금 비뚤었다. 큰 털신도 작은 털신도 신기지 않은 맨발이 무명 밖으로 나왔다."전하께서 안아 보시옵소서."진묵의 두 팔이 굳었다."작다.""그래서 안으셔야지요."보요의 목소리는 숨보다 약했다. 진묵은 전장에서 칼을 받듯 두 손을 내밀었다가 산파에게 손 모양부터 고쳐 받았다. 한 팔로 머리와 등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엉덩이를 감쌌다.아이는 그의 품에 놓이자 울음을 멈췄다.산파가 아이 뺨을 보요 가슴 가까이 대 주었다. 작은 입이 몇 번 허공을 찾다가 옷깃 안쪽을 물었다. 처음에는 제대로 빨지 못해 입술만 오물거렸다. 보요가 아픔에 눈썹을 찌푸리자 진묵의 손이 아이를 떼려 했다."두세요. 배고픈가 봅니다.""아프다며.""조금요."산파가 아이 턱을 가볍게 받쳤다. 곧 작고 규칙적인 삼키는 소리가 났다. 진묵은 그 소리에도 숨을 낮추었다.진묵은 숨도 크게 쉬지 않았다. 먹빛 눈썹과 오랜 흉터, 검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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