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이제 다 끝났습니다.”
이헌은 품속의 판결문을 꽉 움켜쥐었다.
이 종이 한 장만 보여주면, 그녀가 복수의 완성에 기뻐하며 자신을 조금은 용서해 주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기대감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방 안에서 흘러나온 그녀의 대답은, 이헌의 심장을 수만 개의 유리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두렵사옵니다.”
“……아가씨.”“자가의 그 서늘한 율법과 정치가…… 결국 이 세상 모든 사람을 피바다로 만들고 나서야 멈출 것 같아, 저는 매일 밤 숨을 쉴 수가 없사옵니다.”문 너머로 흑흑거리는 억눌린 울음소리가 번져 나왔다.
“제 아버님의 복수를 핑계 삼아,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를 뿌리셔야 만족하시겠습니까. 그 피비린내가 저를
취선당의 창호지 너머로 푸르스름한 새벽 여명이 스며들었으나, 집무실 안을 밝히는 촛불은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이 장부는 틀렸다. 평안도에서 올라온 징세 내역과 호조의 재고가 정확히 오백 냥이 비어.”이헌의 서늘하고 건조한 목소리가 텅 빈 집무실을 울렸다.“다시 계산해서 가져와. 그리고 평안도 관찰사에게 경고장을 띄워. 한 번만 더 이따위 구멍 뚫린 장부를 올리면, 그 즉시 직첩을 회수하고 옥에 가두겠다고.”“예…… 예! 섭정 대감!”호조 좌랑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장부를 빼앗아 들고 쫓기듯 뒷걸음질을 쳤다.그가 물러가자마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형조 참의가 산더미 같은 판결문 다발을 이헌의 서안 위로 조심스레 밀어 올렸다.이헌은 눈조차 깜빡이지 않고 그 서류들을 미친 듯이 훑어 내리기 시작했다.“살인 사건의 증거가 명백한데 형량이 고작 장형 삼십 대? 이따위 판결을 내린 고을 수령이 누구냐.”“그, 그것이…… 가해자가 양반가의 자제인지라, 수령이 관대한 율법을 적용한 듯하옵니다.”“관대?”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가 뱀처럼 흉흉하게 번뜩였다.“율법에 양반과 상놈의 잣대가 따로 있다고 궐에서 가르치더냐. 당장 그 수령을 파직하고, 가해자는 대명률에 따라 참수형에 처해라. 다시 한 번 내 앞에서 관대라는 헛소리를 지껄이면, 네놈의 목부터 칠 것이다.”“명, 명심하겠사옵니다!”대신들이 숨을 죽인 채 벌벌 떨며 물러났다.서연의 처소 앞에 사면 복권 서류를 남겨두고 돌아선 그 밤 이후.이헌은 말 그대로 국정에
“……아가씨.”이헌의 입술 사이로 형편없이 억눌린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방 안에서는 바스락거리는 옷깃 스치는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완벽한 침묵.하지만 이헌은 그녀가 숨을 죽인 채, 문밖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그는 덜덜 떨리는 두 손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꽉 쥐었다.손톱이 살갗을 파고들어 피가 배어 나왔지만, 지금 그의 가슴을 후벼 파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십 년 전, 당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었던 자들.”이헌은 가쁜 숨을 삼키며, 자신이 이 밤을 위해 짐승처럼 질주하며 이뤄낸 핏빛 결과물들을 하나하나 읊조리기 시작했다.“우의정 김윤합과 훈구파의 수족들, 그리고 지방에서 백성의 피를 빨던 토호들까지. 그 원수들의 목은…… 모두 율법으로 완벽하게 끊어놓았습니다.”“…….”“조정의 만조백관이 엎드려 아가씨 가문의 무죄를 보증하는 수결을 하였고, 국왕의 옥새가 찍힌 사면 복권 교서가 반포되었습니다. 잃어버리셨던 가문의 명예와 터전은, 과거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번듯하게…… 완벽히 되돌려 놓았습니다.”이헌의 시선이 바닥에 놓인 오동나무 상자로 향했다.이 상자 안에 든 서류 한 장 한 장이, 그가 피를 토하며 엮어낸 구원의 방패였다.이제 이 서류만 있으면 그녀는 더 이상 천민이 아니었다. 누구도 감히 그녀를 노비라 멸시할 수 없는, 조선 최고의 양반가 영애로서의 삶이 온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ld
하지만 지금 이 처소 문앞에 선 이헌의 뒷모습에는 그 어떤 권력자의 위엄이나 오만함도 남아 있지 않았다.그의 어깨는 죄인처럼 처져 있었고, 상자를 받쳐 든 두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것은 세상을 호령하는 군주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초라한 종이 자신의 유일한 신(神)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아가씨.’이헌은 굳게 닫힌 창호지 문을 향해 가쁜 숨을 삼켰다.“……접니다.”이헌의 목소리는 형편없이 억눌려, 마치 짐승이 앓는 소리처럼 갈라져 나왔다.방 안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그녀가 자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공포에 질려 숨을 죽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이헌은 굳이 대답을 바라지 않았다.스윽.이헌이 무릎을 굽혀, 차가운 툇마루 위에 오동나무 상자를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깨지기 쉬운 보물을 다루듯, 상자가 바닥에 닿는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문은 열지 않겠습니다. 그저…… 두고 갈 것이 있어 왔습니다.”이헌의 시선이 창호지 문고리에 애처롭게 머물렀다.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억누르며 자신이 이뤄낸 핏빛 결과물들을 하나하나 읊조리기 시작했다.“아가씨의 아버님을 모함했던 자들은…… 제가 율법으로 모두 끊어놓았습니다.”“…….”“조정의 대신들도, 궐의 율법도, 더 이상 아가씨를 옭아맬 수 없습니다.”이헌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당장 이놈을 형틀에 묶어라.”도성 외곽, 서상서의 옛 영지를 복구하는 대규모 공사 현장.먼지가 뽀얗게 날리는 공터 한가운데서 이헌의 서늘한 하명이 떨어졌다.흑위대 무사들이 거칠게 달려들어, 호조 소속의 공조 좌랑을 형틀에 패대기치고 붉은 오라줄로 꽁꽁 묶었다.“서, 섭정 대감! 소인은 억울하옵니다! 소인은 그저 목재의 단가가 올라 예산을 조금 조정한 것뿐이옵니다!”공조 좌랑이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돼지 멱따는 소리로 울부짖었다.이헌은 그 꼴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손에 쥐고 있던 회계 장부를 그의 정수리에 툭 던졌다.“금강송(金剛松)으로 올려야 할 대들보를 싼 잡목으로 빼돌리고, 그 차액 이천 냥을 네놈의 기방 장부에 달아놓은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이헌의 핏발 선 눈동자가 공사판에 도열한 수백 명의 관료와 인부들을 향해 매섭게 번뜩였다.“이 공사가 뉘 집을 짓는 공사인지 똑똑히 새겨두어라.”그의 짐승 같은 사자후에 공사판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이곳은 억울하게 멸문당했던 서상서 가문의 옛 영지이자, 이제 조선에서 가장 고귀한 여인이 머물게 될 성역(聖域)이다! 감히 이 공사 자금을 단 한 닢이라도 횡령하거나 자재를 속이는 놈이 있다면.”이헌의 손가락이 형틀에 묶인 공조 좌랑을 가리켰다.“그놈의 껍질을 벗겨 저 대들보에 매달아 버릴 것이다. 쳐라! 저놈의 살갗이 다 터져 죽을 때까지 곤장 백 대를 가차 없이 내리쳐라!”짜악-! 콰아악-!무시무시한 파열음과 함께 공조 좌랑의 비명이 공사판을 찢어놓았다.이헌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형벌의 현장을 눈 하나 깜빡
새로운 체제가 들어선 조정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하고 일사불란했다.혈통과 가문만 내세우며 탁상공론을 일삼던 늙은 대신들의 자리는, 수리와 법리에 능한 젊은 실무 관료들로 완벽하게 채워져 있었다.인사 고과라는 서늘한 잣대 아래, 궐내에는 그 어떤 정쟁이나 파당의 움직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기계처럼 정확하게 숫자를 맞추고 율법을 집행하는 차갑고도 투명한 질서만이 숨 쉬고 있었다.그 숨 막히는 효율의 정점에서, 이헌은 마침내 때가 도래했음을 직감했다.“어전 회의를 소집하라.”이헌의 짧은 하명에 만조백관이 편전으로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다.용상에는 권력을 잃고 허수아비로 전락한 국왕 이도가 초점 없는 눈으로 앉아 있었고, 그 아래 어좌(御座)의 중심에는 섭정 이헌이 거대한 태산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이헌은 품에서 붉은 명주실로 묶인 두꺼운 교서(敎書) 하나를 꺼내 들었다.편전의 모든 시선이 그 종이 뭉치로 쏠렸다.“오늘 본 섭정이 이 자리에 선 것은, 십 년 전 이 조정이 저지른 가장 끔찍하고도 치명적인 율법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함이오.”이헌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편전의 대리석 바닥을 긁고 지나갔다.그는 묶여 있던 명주실을 뜯어내고, 교서를 양옆으로 쫙 펼쳤다.“건원 12년. 훈구파와 지방 토호들의 간악한 모함으로 멸문지화에 처해졌던 고(故) 서 판서와 그 일가. 서씨 가문의 역모 사건을 말하는 것이오.”대신들의 어깨가 흠칫 튀어 올랐다.하지만 누구도 감히 입술을 달싹이지 못했다.이미 우의정 김윤합이 사약을 마시고 죽었으며, 그 사건에 가담했던 모든 이들이 도륙 난 상황이었다.이헌은 핏발 선 눈동자로 어전에 도열한 백관들을 짐승처럼 훑어 내렸다.그의 입술 사이로
우의정 김윤합의 죽음은 조정에 내리친 가장 완벽하고도 거대한 마침표였다.훈구파의 수장부터 말단 관리까지, 서상서를 모함하고 백성의 고혈을 빨았던 거대한 악의 카르텔은 섭정 이헌이 휘두른 율법의 철퇴 아래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다.다음 날 열린 어전 회의.편전의 풍경은 기괴할 정도로 적막했다.항상 목소리를 높이며 파당을 갈라 싸우던 늙은 대신들의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살아남은 소수의 관리들은 이헌의 장화 굽 소리 하나에도 사시나무 떨듯 어깨를 움츠렸다.더 이상의 정쟁이나 반발은 존재할 수 없었다.법리, 자금, 무력. 조선의 모든 통제권을 틀어쥔 이헌 앞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혓바닥을 어떻게 통제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지 뼈저리게 학습한 상태였다.“조정이 참으로 한산하군.”이헌이 텅 빈 훈구파의 자리들을 무심하게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그의 핏기 없는 얼굴에는 여전히 병색이 맴돌았으나, 그 안광만큼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벼려져 있었다.“국정을 운영해야 할 실무자들이 이리도 부족해서야 어찌 백성들의 고혈을 보듬겠는가.”이헌은 옥좌에 앉아 숨죽이고 있는 이도를 한 번 힐끔 쳐다본 뒤, 소매에서 붉은 수결이 찍힌 교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하여, 본 섭정이 오늘부로 육조의 텅 빈 관직을 채울 새로운 인재 등용의 방안을 반포하려 한다.”대신들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권력의 공백기. 새로이 관직을 채운다는 것은 곧 새로운 권력의 줄서기가 시작된다는 뜻이었다.남아있는 양반들은 자신들의 가문 자제나 문객들을 어떻게든 밀어 넣기 위해 머릿속으로 미친 듯이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하지만 이헌의 입에서 튀어나온 다음 말은, 그들의 얄팍한 기대를 처참하게 박살 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