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71 - Chapitre 80

100

제71화

“내 방인데 내가 왜...”단미가 바로 거절하려다가 시야 끝에 서 있던 호건의 사업 지인들이 자신을 일제히 바라보는 게 들어왔다.다들 의아한 표정이었다.단미는 말을 삼켰다.도진이 모르는 척 물었다.“왜 그러세요, 제수씨?”“아무것도 아니에요.”단미는 그 자리에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호건과는 밖에서 이혼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자신이 거절하지 않는다고 해도 호건이 오늘 밤 정말 단미의 객실에 들어올 리는 없었다.만약 어느 객실로든 가야 한다면 채림의 객실로 갈 것이다.단미는 어제 호건이 추석 계획을 물었을 때 왜 자신의 일정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는지가 후회됐다.호건이 오늘 자신도 크루즈에 올 거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분명 일부러 피했을 테니까.도진은 단미가 별말 하지 않자 곧바로 직원에게 말했다.“됐습니다. 더 알아보지 말고 가서 일 보세요.”직원이 물러가자 호건에게 인사하러 왔던 두 남자도 눈치를 보고 말했다.“그럼 저희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마자 단미는 딱딱한 표정으로 옆 사람을 노려봤다.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췄다.“손. 치워.”“알았어.”호건은 단미의 허리에 올려 둔 손을 아쉬운 듯 떼어 냈다.단미는 다시 둘만 들을 수 있게 말했다.“당신 친구 데리고 빨리 가.”호건이 이 기회를 타 단미의 귀 가까이 몸을 숙이며 말을 꺼내려 했다.그때 높은 구두 굽이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가까워졌다.“호건아, 여기 있었네?”같은 소파에 앉아 있던 호건과 단미, 여린, 준호가 한꺼번에 고개를 들었다.채림을 본 네 사람은 거의 동시에 미간을 좁혔다.방해받았다는 불쾌함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채림은 네 사람의 반응에 웃음이 어색하게 굳었다. 민망함을 감추려는 듯 도진 쪽을 바라보며 인사했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도진은 입꼬리만 옅게 움직였다.“주 사장.”“여기서 다 만나네요. 정말 우연이다. 저도 동석해도 되죠
Read More

제72화

여린은 팔짱을 낀 채 채림을 바라봤다.“주채림 사장님, 생각보다 계산이 빠르시네요.”채림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의식적으로 호건을 한번 보고는 급히 해명했다.“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호건이랑 이 대표님도 여기 있고, 다 아는 사이니까 다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서...”“미안한데요. 저는 속이 좁아서 싫어요.”여린이 말을 끊고 똑바로 바라봤다.“저랑 우리 단미는... 주채림 사장님이랑 안 친해요.”면전에서 연이어 공격받자 채림의 표정은 더 나빠졌다. 속에서는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채림은 이름 있는 집안의 귀한 딸로 살아왔다.호건에게 가까이 갈 기회를 만들려는 게 아니었다면 이런 수모를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주변 공기가 어색하게 굳었다.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중간에 끼어들었다.“맞습니다. 원래 친구분들끼리 보내시던 자리인데 저희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네요.”도진은 여린과 단미에게 미안한 듯 웃었다.“죄송합니다. 저희는 갈게요. 계속 즐기세요. 오늘 좋은 시간 보내시고요.”말을 끝낸 도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 채림을 바라봤다.“주 사장, 따로 앉을 데 없으시면 제가 저쪽에 자리 하나 마련해 드릴게요. 가시죠.”“친구들끼리 노시는 데 더 방해하지 말자고요.”채림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도진은 반쯤 권하고 반쯤 끌다시피 하며 데리고 갔다.테이블이 조용해졌다.준호와 단미는 동시에 여린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여린은 자랑스럽게 턱을 살짝 들고 여유롭게 다시 앉았다.앉기가 무섭게 양옆의 준호와 단미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준호는 능청스럽게 여린의 어깨를 주물렀고, 단미는 앞에 놓인 차를 들어 입김으로 조금 식힌 뒤 건넸다.“고생했어, 자기야. 목 좀 축여.”옆에서 세 사람의 모습을 보던 호건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단미는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홱 돌렸다. 호건이 아직도 앉아 있는 걸 보자 미간을 좁혔다.“당신 왜 아직 안 가?”“우린 부부로 알려져 있는데 따로 앉아 있는 게 더 이상
Read More

제73화

“임신해서 힘든 건 네가 다 감당하고 있는데, 아이 아빠가 옆에서 조금 챙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여린은 단미 귀에 바짝 다가가 속삭였다.“신경 쓰지 마. 자기가 남겠다고 우기는 거잖아. 오늘 하루 그냥 심부름꾼처럼 부려.”채림이 굳이 와서 자리에 앉은 이유도 단미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뻔했다.‘그래. 지호건을 단미 옆에 붙여서 시중이나 들게 하면 주채림도 속 좀 쓰리겠지.’여린은 단미 앞의 스테이크 접시를 호건 쪽으로 밀었다.“지 대표, 단미 챙기겠다고 하셨죠? 얘 배고프대요. 고기 좀 썰어주세요.”호건은 괴롭힘당한다고 생각하기는커녕 고맙다는 듯 여린에게 웃었다.“알겠습니다.”단미가 거절할 틈도 없이 호건은 벌써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먹기 좋게 자르기 시작했다.여린은 아직 서 있는 경남을 봤다.“경남아, 왜 멍하니 서 있어. 앉아.”“아, 네.”경남은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과일 한 조각을 먹다가 하나를 더 찍어 단미에게 내밀었다.“단미 누나, 이 사과 달아요. 하나 드세요.”조금 지나서는 또 다른 접시를 밀었다.“이 감자샐러드도 괜찮은데 한번 드셔 보실래요?”호건은 경남이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기고도 계속 단미를 챙기는 모습을 봤다.경남이 샐러드 접시까지 건네려 하자 호건이 먼저 받아 옆에 내려놓았다.이어 잘라 둔 스테이크를 단미 앞으로 밀었다.“고기부터 먹어. 이것저것 너무 많이 섞어 먹지 말고.”“고마워.”단미는 호건을 한번 보고 습관처럼 말한 뒤 포크를 들어 스테이크를 먹었다.저녁 바람이 꽤 세게 불었다. 단미가 고개를 숙일 때 긴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면서 몇 가닥이 입가를 스쳤다.먹는 데 거슬려 단미가 고개를 움직이며 손으로 넘기려 했다.그보다 먼저 길고 반듯한 손가락이 얼굴 앞의 머리카락을 걷어 냈다.맞은편의 경남은 고개를 들었다가 호건이 몸을 기울여 단미의 머리를 정리해 주는 모습을 보게 됐다.손길은 조금 서툴렀지만 눈은 부드러웠다. 표정도 꽤 진지하고 참을성 있었다.머리카락을 한데 모
Read More

제74화

호건은 말없이 단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오늘 단미는 옅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호건이 묶어 준 머리 덕분에 작고 또렷한 얼굴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단미가 웃자 맑은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뒤편 바다 위로 석양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풍경도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 들어간 단미가 더 눈부셔 보였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틈에 호건은 조용히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5분쯤 뒤.단미가 여린과 준호에게 말했다.“너희 둘도 커플 사진 좀 찍어.”다음에는 단미와 준호가 자리를 바꿨다.몇 장을 찍고 나자 여린은 삼촌과 이모도 아기와 같이 찍어야 한다며 단미를 불렀다. 단미는 카메라를 경남에게 넘기고 여린 옆으로 가 사진 안에 들어갔다.세 사람은 계속 위치를 바꿨다.단미가 가운데에 서기도 했고 준호가 중앙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음에는 여린이 가운데에 서서 오른쪽의 단미와 팔을 붙이고 손으로 하트를 만들었다.잠시 뒤 경남도 자기도 같이 찍겠다며 끼어들었다.네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쪽에 앉아 있던 호건에게 향했다.경남이 웃으며 말했다.“지 대표님, 어차피 지금 한가하시잖아요. 사진기사 노릇 좀 해 주세요.”‘한가하긴 누가 한가해?’호건이 바로 받아치려던 때 단미가 먼저 물었다.“해 줄 수 있어?”호건은 목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단미에게는 부드럽게 웃었다.“그래.”경남은 바로 들고 있던 카메라를 호건에게 넘겼다. 눈썹까지 장난스럽게 한번 움직였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지 대표님.”호건은 카메라를 받아 들고 경남이 웃으며 은근히 놀린다는 생각이 들자 불쾌해졌다.경남이 돌아서 단미 옆에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며 호건의 눈이 가늘어졌다.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카메라를 들었다.단미는 호건이 예상보다 꽤 진지하게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을 바라봤다.가끔은 포즈와 위치까지 세심하게 알려 줬다.그렇게 십여 장 넘게 찍고서야 촬영이 끝났다.경남은 들뜬 얼굴로 호건에게서 카메라를 받아 갔다.“빨리 주세요. 어떻게 나
Read More

제75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채림은 호건이 단미의 주변을 맴돌며 거의 비위를 맞추듯 챙기는 모습을 지켜봤다.평소의 냉정하고 무거운 분위기도, 사람을 쉽게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는 거리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채림은 양손을 꽉 쥐며 속에서 차오르는 서러움과 질투를 억눌렀다.돌아온 뒤 지금까지 채림은 늘 일을 핑계로 삼아야 호건에게 가까이 갈 수 있었다.업무와 관련 없는 일이라면 호건은 제대로 상대조차 해 주지 않았다.홍주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경매 행사에 갔을 때도 그랬다. 채림의 아버지가 직접 부탁하지 않았다면 같은 차에 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생일을 핑계로 식사를 제안했을 때도 호건은 단칼에 거절했다.채림에게는 그만큼 냉정했다.그런데 단미에게는 이렇게 다정했다.프로젝트 연구 회의까지 이틀 미뤄 시간을 비우고, 단미와 함께 이 크루즈에 와서 추석을 보내고 있었다.‘윤단미가 뭔데 저런 대접을 받아?’‘아니야. 이 모든 건 원래 내 것이었어!’‘호건이의 사랑도, 다정함도 전부...’채림이 질투 어린 눈으로 단미를 노려보는 앞에 와인잔 하나가 불쑥 들어왔다.채림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옆에 도진이 서 있었다.“주 사장. 사람 사이에는 시절 인연이 있다잖아요.”도진이 웃었다.“아무리 원해도 손에 안 들어오는 거면 애초에 인연이 아니었던 거죠. 억지로 붙잡는다고 될 일도 아니고. 안 그래요?”도진은 말하며 손에 든 와인을 채림 쪽으로 조금 더 내밀었다.도진의 말에 찔린 채림은 굳은 손으로 잔을 받아 들었다.도진이 다시 말했다.“호건이 모처럼 일을 내려놓고 아내랑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요. 누가 방해하면 기분이 꽤 안 좋을 겁니다.”도진은 멀리 단미에게 뭔가를 챙겨 먹이는 호건을 한번 보고 채림에게 시선을 돌렸다.“주 사장은 눈치 빠른 사람이니까 굳이 환영받지 못하는 데 두 번이나 끼어드는 일은 없겠죠.”채림은 와인잔을 꽉 쥐며 억지로 웃었다.“저 오늘은 추석 파티 즐기러 온 거예요. 이 대표님이 너무 앞서
Read More

제76화

단미는 호건을 한번 쳐다봤다. 별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호건이 내미는 음식을 받아먹었다.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어느새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무대 공연은 갈수록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주최 측은 유명 록 밴드까지 초청해 라이브 무대를 준비해 뒀다.록 음악이 시작되자 흥이 많은 경남은 바로 무대 앞쪽으로 달려가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테이블이 무대와 가까운 탓에 의자와 잔까지 울리는 것 같았다. 단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배 위에 올렸다.그때 옆에서 호건이 말했다.“여기 너무 시끄럽다. 저쪽 조용한 데로 가서 달 볼래? 나랑 같이 가자.”단미도 이 정도로 큰 음악과 진동은 몸에 좋지 않을 것 같았다. 고개를 돌리니 여린과 준호는 서로 붙어 앉아 공연을 보고 있었다.단미가 두 사람에게 가려 하자 호건이 손을 잡았다.“둘만 있을 시간도 좀 줘.”단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호건을 봤다.그저 먼저 가겠다고 말하려던 것뿐이었다. 둘의 데이트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단미도 알고 있었다. 여린과 준호는 단미가 명절에 혼자 있는 걸 걱정하지 않았다면 오늘 둘이 따로 데이트했을 것이다.결국 단미는 호건에게 손을 잡힌 채 무대에서 멀어졌다.음악 소리가 한참 잦아든 곳에 도착하자 단미는 정신을 차린 듯 손을 뿌리쳤다.“나 당신이랑 같이 있을 필요 없어.”단미가 무심히 쳐다봤다.“오늘 같이 온 사람이랑 있으면 되지.”호건은 말이 막혔다.‘나더러 도진이한테 가라는 건가?’“걔는 내가 옆에 있어 줄 필요 없어.”단미가 눈을 들어 바라봤다.“나도 필요 없어.”“하지만 내 아이는 아빠랑 같이 있어야지.”달빛 아래서 호건은 부드러운 눈으로 단미를 봤다.“내가 아이랑 같이 보내는 첫 추석이야. 이것까지 거절하면 안 돼.”단미는 입을 다물었다.이걸 거절했다가는 또 ‘아버지로서 누릴 권리’라는 말을 꺼낼 게 뻔했다.두 사람이 이혼할 때 한 약속도 있었다. 호건이 양육권을 다투지 않는 대신 단미도 아버지로서 호건에게 있
Read More

제77화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나란히 서서 달을 바라봤다.잔잔한 분위기를 깨뜨린 건 여린의 전화였다.“단미야, 어디 갔어? 무대 쪽에서 소원볼 나눠 주고 있어. 빨리 와.”전화를 끊은 뒤 단미와 호건은 다시 야외 레스토랑 쪽으로 돌아갔다.두 사람이 나타나자 경남이 바로 핑크색 물방울 모양 장식볼 하나를 단미에게 건넸다.“누나, 빨리 소원 적어요. 조금 있다 다 같이 바다에 이 볼을 띄우는 거래요.”단미는 받아 들고 안을 살폈다.투명한 볼 안에 물이 들어 있었고 가운데에는 작은 쪽지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여기 종이랑 펜도 있어요.”경남이 단미에게 펜을 건넸다. 옆에 호건이 서 있는 걸 보고 덤으로 물었다.“지 대표님도 하나 하실래요?”호건은 테이블 위의 알록달록한 소원볼을 봤다.아이들이나 젊은 여자들이 좋아할 법한 장식처럼 보였다.평소라면 바로 됐다고 거절했을 것이다.하지만 단미가 꽤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볼을 살피는 걸 본 뒤에는 말이 달라졌다.“나도 하나 줘.”단미가 조금 놀란 듯 돌아봤다.‘지호건이 이런 걸 한다고?’경남은 호건에게 파란색 소원볼을 하나 건넸다.호건은 단미 옆에 앉았다.단미가 쪽지에 또박또박 적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우리 아기가 무사히 내 곁으로 와 주길.]단미는 아주 소중한 것을 다루듯 쪽지를 접어 안에 넣었다.호건도 펜을 들어 자기 쪽지에 소원을 하나 적었다. 파란 볼 속에 넣은 뒤 조용히 닫았다.난간 쪽으로 사람들이 몰려가기 시작했다.다들 바다 쪽으로 소원볼을 띄우고 있었다.호건은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단미가 설 만큼 넉넉한 자리를 먼저 만들었다.그제야 단미를 조심스럽게 난간 앞까지 데려갔다.단미는 바다 위를 보며 감탄했다.수면 위에 형형색색의 소원볼이 수없이 떠 있었다.단미가 자신의 핑크색 볼을 바다로 던졌을 때였다.옆에서 날아간 파란색 소원볼 하나가 거의 같은 곡선을 그리며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그때 단미의 심장이 괜히 한 박자 흐트러졌다.단미는 바로 옆의 호건을
Read More

제78화

호건은 단미를 보며 말했다.“나도 오늘은 일찍 쉬려고. 더 놀 생각 없어.”단미는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쉬고 싶으면 당신 방으로 가서 쉬어. 왜 나한테 말해?”호건은 단미 뒤의 객실 문을 힐끗 봤다.“네가 문을 안 열면 내가 어떻게 들어가.”단미는 자기 객실을 돌아본 다음 호건을 경악한 눈으로 봤다.“당신 설마 진짜 오늘 밤 여기서 자려고?”“아까 나 여기서 자도 된다고 했잖아.”“그건 사람들 앞에서 우리 관계가 들킬까 봐 그냥 넘어간 거지. 내가 언제 진짜 자도 된다고 했어?”단미는 호건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흘렸다.“좋아. 내가 들어와도 된다고 쳐. 그런데 당신 정말 이 방에서 밤새 버틸 수 있겠어?”‘좋아하는 여자 혼자 두고 밤새 여기 있겠다고?’호건은 오히려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내가 왜 못 있어?”‘끝까지 모르는 척하네.’단미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들었다.호건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그럼 대답해 봐. 오늘 이 파티에는 왜 왔어? 누구랑 같이 왔고?”호건은 단미의 시선에 괜히 뜨끔해 고개를 조금 돌렸다.“도진이 계속 같이 가자고 해서 온 거야. 당연히 걔랑 왔지.”단미를 따라 여기까지 왔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오늘 밤 객실 문턱도 못 넘을 게 분명했다.그래서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단미는 속으로 비웃었다.‘이도진도 참 불쌍하네.’‘지호건이 주채림이랑 있는 걸 숨기려고 방패까지 돼 주다니.’굳이 따져 봐야 피곤하기만 했다.단미는 차갑게 말했다.“그럼 이도진 대표랑 가서 자.”말을 마치고 객실 문을 열었다.호건은 어이가 없었다.‘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멀쩡한 남자 둘이 왜 한 객실에서 자야 해?’단미가 안으로 들어가 곧바로 문을 닫으려 하자 호건은 급히 발끝을 문틈에 넣어 막았다.“뭐 하는 거야?”단미가 눈을 흘겼다.“내 말 좀 들어 봐...”“지 대표님, 사모님.”복도에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직원이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두 사람 쪽으로 걸어오고
Read More

제79화

결국 호건은 뻔뻔할 정도로 버틴 끝에 단미의 객실에 남는 데 성공했다.단미는 호건을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욕실에서 씻고 나오자마자 침대로 올라갔고, 방 안에 호건이 있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호건도 알아서 조용히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다가 단미가 침대에 누운 뒤에야 일어나 천장 조명을 몇 개 껐다.단미는 소파 쪽에 등을 보인 채 옆으로 누워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머릿속이 어지러워 오늘은 밤새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그런데 눈을 감고 버티다 보니 정말 졸음이 밀려왔다.잔뜩 찌푸려 있던 미간도 서서히 풀렸다.단미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객실에는 부드러운 벽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호건은 희미한 불빛 아래 옆으로 몸을 웅크리고 자는 단미를 오래 바라봤다.얇은 이불 아래 몸에 힘이 빠지고 숨소리가 길고 일정해질 때까지 기다렸다.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뒤에야 옷을 챙겨 조심스럽게 욕실로 갔다.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조금 전까지 옆으로 웅크려 있던 단미는 이불을 걷어찬 채 똑바로 누워 있었다.오른손은 베개 옆에 힘없이 놓여 있었고 왼쪽 다리는 길게 뻗어 있었다.잠옷 치마가 위로 말려 올라가 희고 매끈한 다리가 꽤 드러나 있었다.상체의 잠옷 칼라도 한쪽으로 흐트러져 목 아래의 희고 부드러운 피부가 살짝 보였다.편안하게 숨을 쉴 때마다 가슴께의 얇은 옷감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렸다.호건은 침대 옆에 선 채 한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예전에 두 사람이 서로에게 깊이 빠져 있던 밤들이 머릿속을 스쳤다.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호건은 눈을 감고 몸에 올라오는 열기를 억눌렀다.마음을 가라앉힌 뒤에야 이불을 끌어 올려 단미에게 다시 덮어줬다.희고 부드러운 얼굴을 내려다보던 호건의 시선은 천천히 도톰한 입술에 머물렀다.숨이 조금 거칠어졌다.자신도 모르게 상체를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호건의 입술은 단미의 입술 바로 앞에서 멈췄다.익숙하고 달콤한 향이 코끝에 스며들자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끌렸다.예전
Read More

제80화

단미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호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단미는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왜 또 왔어?’따져 묻기도 전에 호건이 침대 옆까지 걸어왔다.“일어났어?”호건은 손을 뻗어 잠 때문에 잔뜩 흐트러진 단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 줬다.“배고프지? 아침 가져오라고 해 뒀어. 씻고 와.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어.”아침이라는 말을 듣자 단미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요즘은 배고픈 걸 조금도 참기 어려웠다.배가 비었다 싶으면 먹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그래서 호건이 왜 또 방에 있는지는 일단 제쳐 뒀다.먹을 게 곧 온다는 말에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씻고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니 테이블에는 벌써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죽과 계란찜, 간단한 반찬 같은 따뜻한 메뉴도 있었고 빵과 과일, 샐러드처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준비돼 있었다.생각보다 꽤 풍성했다.호건은 테이블에 앉아 삶은 달걀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단미가 서 있는 걸 보고 말했다.“거기 있지 말고 와서 먹어.”단미가 맞은편에 앉자 호건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앞으로 밀었다.단미가 한 모금 마시다가 고개를 들었다.맞은편 남자의 눈에 옅게 충혈된 흔적이 보였다.밤새 제대로 못 잔 게 분명했다.“당신 왜 아침부터 또 내 방에 와 있어?”호건은 껍질을 벗긴 달걀을 단미 접시에 올려 줬다.“나 계속 여기 있었어. 조금 전에 아침 주문하러 잠깐 나갔다 온 거야.”호건은 단미가 평소 몇 시에 아침을 먹는지 알고 있었다.단미가 일어나자마자 배고플까 봐 미리 음식을 준비하러 나갔던 것이다.‘어젯밤 내내 이 방에 있었다고? 왜지?’단미는 우유잔을 든 손을 잠깐 멈췄다.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으로 호건을 한번 본 뒤 더 묻지 않았다.달걀을 집어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호건은 잠을 푹 자 얼굴에 생기가 도는 단미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고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단미는 편하게
Read More
Dernier
1
...
5678910
Scanner le code pour lire sur l'application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