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결혼식 때 입었던 드레스를 아직 보관 중인데, 장기 보관을 계속할지 아니면 처분할지 결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메일을 한참 보다가 업체에 드레스를 보내 달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날 오후. 커다란 드레스 박스가 집으로 도착했다. 뚜껑을 열자 익숙한 천이 보였다. 결혼식 당일보다 조금 차분해 보였다. 조명도 없고. 꽃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그런지. 그냥 한 벌의 드레스 같았다. 나는 한참 내려다보다가 결국 꺼냈다. 그리고 입어봤다. 지퍼를 올리고 거울 앞에 섰다. “아직 맞네.” 조금 놀라웠다. 결혼식 날 이후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 그날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 보지도 못했다. 반지를 끼고.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도현 손을 잡고. 서약하고. 사진 찍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거울 속 나와 드레스뿐이었다. 나는 치맛자락을 한번 정리했다. 그때 방문이 열렸다. 도현이었다. “서윤, 혹시—” 말이 멈췄다. 나는 거울로 그의 얼굴을 봤다. 정말 그대로 굳어 있었다. “왜요?” 대답이 없었다. 나는 몸을 돌렸다. “왜 입었습니까?” “맞나 보려고.” 도현의 시선이 아주 천천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지금도.” 그가 말을 멈췄다. 나는 일부러 기다렸다. “지금도 뭐?” 도현이 나를 바라봤다. “아름답습니다.” 너무 단순한 말이었다. 평소 같으면 조금 더 길게 말했을 사람. 왜 좋은지. 어디가 달라 보이는지. 그런 설명이 붙었을 텐데. 이번에는 그냥. 아름답습니다.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 나는 웃었다. “말이 그것뿐이에요?” “네.” “왜?” “더 말하면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도현은 잠시 나를 봤다. “지금은 그냥 보는 게 좋습니다.” 나는 거울을 다시 봤다. “결혼식 때보다 지금이 더 어색
Last Updated : 2026-08-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