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가장 안쪽.도현의 차 문이 닫히는 순간, 바깥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멀어졌다.낮은 엔진 소리와 에어컨 바람.그리고 우리 둘의 숨소리만 남았다.나는 조수석에 앉은 채 손목의 시계를 내려다봤다.며칠 전 우리가 새로 정한 신호.두 번 두드리는 것은 명령이 아니었다.**지금 나한테 가까워지고 싶어요?**그 질문에 도현은 분명히 대답했었다.그때는 회사였고.우리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도현과 나뿐이었다.“서윤 씨.”운전석에 앉아 있던 도현이 나를 불렀다.“네.”“아까 신호.”나는 그를 바라봤다.“왜요?”“아직 유효합니까?”심장이 조금 빨라졌다.역시 이 남자는 기억하고 있었다.나는 일부러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도현 씨는요?”“유효합니다.”“얼마나요?”그가 안전벨트를 풀었다.찰칵.작은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회사에서는 대답만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도현의 시선이 내게 고정됐다.“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그럼 뭘 원하는데요?”22화에서 만든 두 번째 규칙.원하는 것도 솔직하게 말한다.도현은 더 이상 돌려 말하지 않았다.“당신에게 가까이 가고 싶습니다.”“그리고?”“오늘은 내가 주도하고 싶습니다.”공기가 순간 달라졌다.계약이 있을 때라면 그 말 자체가 명령의 시작이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도현은 기다렸다.내가 선택할 때까지.“조건 있어요.”“말씀하십시오.”“여기 차 안이에요.”“알고 있습니다.”“회사 주차장이고요.”“네.”“그러니까 밖에서 누가 볼 수 있거나, 업무에 문제 생길 만한 건 싫어요.”도현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동의합니다.”“그리고 초록, 노랑, 빨강 그대로.”“당연합니다.”“제가 멈추라고 하면?”“즉시 멈춥니다.”“제가 중간에 마음 바꿔도?”“그것도 당신 선택입니다.”나는 그를 한동안 바라봤다.그제야 웃음이 나왔다.“초록.”도현의 눈빛이 달라졌다.하지만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확
Last Updated : 2026-08-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