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자매의 약혼자와 강제로 결혼했다 : Chapter 11 - Chapter 20

90 Chapters

11

제11장에드릭의 시점나는 해변 근처 바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노트북이 펼쳐져 있었다. 파도는 잔잔했고, 공기에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났지만, 내 머릿속은 폭풍 속에 있었다. 내가 원했던 마지막 일은 이 빌어먹을 신혼여행을 하는 것이었다.나는 잔을 한 모금 마시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제안서가 열려 있었지만, 내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숫자와 글자가 뒤섞여 보였다. 이 결혼, 이 모든 연극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아드리안이었다.“그래서.” 그가 웃으며 말했다. “신혼여행은 어때? 얼음은 녹았어?”“닥쳐.” 나는 중얼거렸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너도 알잖아. 고문이나 다름없어.”아드리안이 다시 웃었다. “네가 왜 그러는지 이해해. 그녀가 널 억지로 끌어들인 거잖아. 아직도 네가 결혼식을 끝까지 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물론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교활한 여자였고, 덫을 아주 잘 쳐놓았으며, 나는 그 덫에 걸려들었다.“적어도 아무한테나 함부로 몸을 맡기면 안 된다는 귀중한 교훈은 배웠겠네.” 아드리안은 자신이 한 말이 웃긴지 크게 웃었다.망할 자식. 그래도 그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내가 그렇게 무모하지만 않았더라면, 아리아 도슨과 관계를 맺고 그녀를 임신시키지도 않았을 것이다.나는 피곤한 듯 몸을 뒤로 기대었다.“아버지는?” 나는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어제 사무실에 갔다고 했잖아.”아드리안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 요즘 네 아버지는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처리하려고 해. 이사회에서도 불만이 많아.”고집불통인 사람. 적어도 나를 보내버린 게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는 깨닫게 되겠지.“내가 감시해 달라고 했던 그 빌어먹을 집단은?” 내가 물었다.“아직 파헤치는 중이야.” 아드리안이 말했다. “숨는 데 아주 능숙하더라. 하지만 찾아낼 거야. 그건 내가 약속할게.”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는 볼 수 없었다. 내 시선은 다시 화면으로 향했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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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2장에드릭의 시점몇 초 동안 고민한 끝에, 나는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아버지.”“에드릭.” 그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아내와는 잘 지내고 있느냐?”물론 아리아에 대해 물어볼 것이다. 아버지는 내가 이 결혼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내 시선이 해변으로 향했다. 아리아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햇빛이 마치 그녀를 빛나게 만들겠다는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품은 것처럼 그녀의 몸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었다. 여기서 보니 그녀가 아까 입었던 그 빌어먹을 수영복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얌전한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충분히 얌전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허리선을 잠시 너무 오래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괜찮습니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아버지가 껄껄 웃었다.“좋구나. 그럼 아기는?”나는 얼어붙었다. 잠시 목이 바싹 말랐다. 나는 억지로 침착한 목소리를 냈다.“아기도 괜찮습니다.”나는 이 결혼에 관한 모든 것이 싫다. 하지만 내 아이는 다르다. 내가 여기 있는 유일한 이유다. 나는 아이가 깨진 가정에서 자라게 할 생각이 없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그 말을 들으니 다행이구나.”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네가 회사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거래를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알고 계셨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아버지는 마치 머리 위를 선회하며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지켜보는 매처럼 모든 것을 알아내는 방법이 있었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모르는 척하지 마라, 아들아.” 그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쉬라고 했잖니. 너는 신혼여행 중이다. 당분간 회사 일은 잊어라. 내가 처리하마.”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말다툼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아버지는 항상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그러고 나서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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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3장나는 내 앞에 서 있는 나이 든 여인을 바라보았다. 경외감과 믿기지 않는 마음 사이 어딘가에서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마치 왕실 초상화에서 그대로 걸어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은빛 머리카락은 완벽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자세는 꼿꼿하고 위엄이 넘쳤으며, 모든 움직임은 느리지만 확고했다. 그녀가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는 힘이 있었고, 벽과 영혼까지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에는 우아함이 있었다.그러니까 이 사람이 그 악명 높은 빅토리아 베일이었다.에드릭의 할머니.그리고 어쩐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아름다웠다.내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거나 한마디라도 하기 전에, 그녀의 날카롭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그녀는 두 팔을 벌렸다.“이리 오렴, 얘야.”잠시 동안 나는 얼어붙었다. 그 누구도 나를 그런 식으로 불러준 적이 없었다.그러고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가 나를 품에 안도록 내버려두었다.그녀에게서는 부드럽고 꽃향기가 나는 고급스러운 향수 냄새가 났다. 그녀의 손길은 따뜻하고 확신에 차 있었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녹아버리게 만드는 종류의 손길이었다. 그녀는 내 귀에 짧은 축복의 말을 속삭인 뒤,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만 몸을 뒤로 뺐다.“빛이 나는구나.” 그녀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결혼이 너에게 잘 어울리는구나.”나는 미소를 돌려주려 했지만, 그녀가 내 배에 손을 얹자 그 미소가 흔들렸다.“그리고 아기는.” 그녀가 잠시 눈을 감으며 중얼거렸다.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기를.”그녀의 말은 깊이 파고들어 내 가슴에 죄책감을 새겼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했던 모든 거짓말이 갑자기 더 무겁게 느껴졌다. 이 여자, 이렇게 순수하고 진실한 영혼이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나는 무언가 말하려고 입술을 열었지만, 그때 뒤에서 에드릭이 헛기침을 했다.“할머니, 피곤하시겠어요. 자리를 잡으시게 하죠.”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내 손을 마지막으로 한 번 꼭 쥐어준 뒤 식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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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장그 후 7일은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계획하고 강제로 참석하고 참여하게 만든, 지칠 만큼 힘든 커플 활동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점을 제외하면 할머니는 다정한 분이었다. 권위가 있는 다정한 분. 그녀에게는 감히 싫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에드릭이라는 고집 세고 짜증 나는 인간조차도 그녀에게는 절대 맞설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통제당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묘한 성취감마저 들었다.오늘의 활동은 ‘유대감 강화’라는 것이었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고문’을 고상하게 표현한 것뿐이었다.우리는 또 해변에 있었다. 직원들은 장애물 코스를 설치해 놓았다. 밧줄이며 대나무 장대며 그물 터널까지 잔뜩 있었다. 도전 과제는? ‘한 팀으로 협력해서 통과하기.’에드릭이 자신이 책임자인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빨리 움직여.” 내가 그물 하나를 기어가려고 하자 그가 쏘아붙였다.“내 목이라도 부러뜨리라는 거야? 그러면 당신이 행복하겠네.” 내가 맞받아쳤다.그가 눈을 굴렸다. “따라올 수 없으면 빠지는 게 좋겠는데.”나는 멈춰서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천재님, 나 없이는 이거 완주 못 해. 커플 도전이라고.”그가 가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서둘러, 파트너.”그가 그 단어를 말하는 방식이 나를 때리고 싶게 만들었다.우리는 처음 몇 단계부터 비틀거리며 나아갔다. 누가 먼저 가야 하는지부터 내가 밧줄을 잡는 방식까지 모든 걸 두고 다퉜다. 하지만 티격태격하고 소리를 지르는 사이, 무언가가 달라졌다.그는 내가 빔을 건너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나는 망설이며 그 손을 바라보았다. 그와 손을 잡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떨어질 거야.”나는 그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사실 필요했다. 그래서 그의 손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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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제15장알리나의 시점스파는 섬 반대편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본관 빌라의 혼란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야자수는 산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고,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이곳이 시간의 흐름과 동떨어진 곳처럼 느껴지게 했다.나는 벌써 이곳의 향기에 푹 빠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재스민과 코코넛, 그리고 정확히 무엇인지 이름 붙일 수 없는 은은한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 천국 같았다. 이 향기를 병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고 싶을 정도였다.할머니는 내 앞을 걸어갔다. 가운을 입은 모습에서도 놀라울 만큼 우아했고, 이곳에서조차 그녀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이 마사지 받을 준비는 됐니?” 그녀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이 스파는 대충 하지 않는단다.”나는 웃었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제 등도 언젠가는 저를 용서해줄 것 같고요.”우리는 전신 스크럽부터 시작했다. 테라피스트의 손은 능숙하게 긴장된 근육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내가 짊어지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던 피로를 씻어냈다. 피부 위에서 느껴지는 스크럽의 까끌까끌한 감촉은 이상하게 만족스러웠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게를 벗어던지는 것 같았다.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오일 향이 폐 속을 가득 채웠고, 부드러운 음악은 따뜻한 담요처럼 내 주변을 감쌌다.옆에서 할머니가 만족스러운 소리를 냈다. 부드러운 한숨이었다. 거의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이런 건 좀 더 자주 받아야겠구나.” 그녀가 중얼거렸다.나는 호기심이 생겨 그녀를 바라보았다.“할머니는 원래 이렇게 자신을 잘 챙기셨어요?”그녀가 웃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웃음이었다.“아, 바쁜 일정이 허락할 때마다 그랬지. 인생은 이런 작은 사치도 없이 모든 걸 견디기에는 너무 짧단다.”“정말 짧죠.” 나는 미소 지었다.할머니가 작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이 한동안 내게 머물렀다. 마치 나를 읽으려는 것 같았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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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장알리나의 시점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에 잠에서 깼다.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오늘이야말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날이었다.나는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하녀 한 명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모두가 이미 갈라 행사장에 가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나를 행사장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행사장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황금빛 조명.새하얀 장미.바다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할머니는 장식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몇 가지를 직접 수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몸을 돌려 나를 발견하자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나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우리는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내가 잘 잤는지 물었다.나는 거짓말로 그렇다고 대답했다.아직 저녁에 입을 드레스조차 입지 않았는데도 할머니는 내 드레스 색깔이 정말 예쁘다고 칭찬해 주셨다.따뜻했다.편안했다.부드러웠다.그러다 그를 보았다.에드릭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를 지나치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나를 붙잡았다.“좋은 아침.”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걸었다.아직도 어제의 일이 가슴에 남아 있었다.그와 릴라.그 모습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던 것까지.우리는 몇 시간 동안 행사 준비를 계속했다. 그러다 할머니가 이제 빌라로 돌아가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빌라로 돌아오자 하녀들이 내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드레스는 고급스럽고 피부에 닿는 감촉도 부드러웠다.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에드릭은 이미 정장을 입고 있었다.그가 나를 바라보았다.눈이 살짝 커졌다. 입술이 조금 벌어졌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열기를 느끼지 못한 척 고개를 돌렸다.잠시 후 그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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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장에드릭의 시점그녀의 목소리가 여전히 내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날카롭고, 떨리고 있었다.하지만 이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내 눈에는 그녀의 입술만 들어왔다.부드럽고.분홍빛이고.화가 나 있었다.분노했을 때 키스하고 싶어지는 그런 입술.그녀는 계속 말을 멈추지 않았다.나를 파렴치하고, 무례하고, 남편으로서 최악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었다.하지만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내가 보고 있는 건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 모습뿐이었다.내가 느끼는 건 오직 하나였다.강한 끌림.뜨겁고.무모하고.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녀가 그대로 굳었다.눈이 커졌다.숨이 멎듯 가빠졌다.나는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그녀의 목소리가 즉시 끊겼다.침묵.무겁고.팽팽한 침묵.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몸을 기울였다.더 가까이.세상은 우리 입술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줄어들었다.그녀의 숨결이 내 피부에 닿았다.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그녀는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움직이지도 않았다.그녀의 입술이 바로 앞에 있었다.닿지 않았는데도 느껴질 만큼 가까웠다.젠장.나는 이 여자가 정말 싫었다.그런데 지금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그녀에게 키스하는 것뿐이었다.나는 고개를 숙였다.우리의 입술이 닿았다.아주 잠깐.거의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었다.하지만 날카로운 불꽃처럼 강렬했다.마른 방 안에 갑자기 타오른 불꽃처럼.그리고 그때,내 휴대폰이 울렸다.벨소리가 모든 것을 산산이 깨뜨렸다.나는 그녀에게서 거칠게, 너무 급하게 떨어졌다.그녀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마치 숨 쉬는 법을 잊었던 사람처럼.그녀의 눈은 밝게 빛났고, 흔들리고 있었다.그러다 그녀는 순식간에 모든 감정을 닫아버렸다.마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당신이 싫어.”그녀가 말했다.그리고 곧장 욕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나는 그 자리에 서서 숨을 몰아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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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장갈라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섬 전체가 하루가 다르게 바빠지고 있었다.직원들은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오갔고, 각종 물품들이 들어왔으며, 장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갔다.마치 섬 전체가 갈라를 준비하며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나는 스파에 다녀온 날 이후로 빅토리아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와 내가 말을 할 때마다 내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던 손길이 그립기는 했다.하지만 그녀와 가까이 있을수록 거짓말의 무게가 가슴을 짓눌렀다.나는 이미 죄책감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그녀와 가까워졌다가는 더 깊이 빠져버릴 것 같았다.그리고 에드릭도 있었다.그 거의 키스할 뻔했던 순간.가끔 아직도 그 순간이 느껴졌다.내 입술을 스쳐 지나가는 따뜻한 유령처럼.이제 그를 바라보는 건 이상했다.예전처럼 ‘당장 죽여버리고 싶다’는 의미의 이상함이 아니었다.그보다 훨씬 심각했다.정말 그가 나에게 키스했다면 어땠을까.그 생각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싫었다.정말 너무 싫었다.하지만 에드릭이 내게 다가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그날 밤 이후로 그는 나와 거리를 두었다.차갑고.무뚝뚝하고.일과 계획, 그리고 긴장된 목소리가 느껴지는 전화에 파묻혀 있었다.방 건너편에서도 그의 통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질 정도였다.평소 우리가 벌이던 사소한 말다툼조차 사라졌다.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어쩌면 이게 더 나은 걸지도 몰랐다.오후의 뜨거운 햇살이 섬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나는 스케치북을 가슴에 꼭 안은 채 해변으로 나갔다.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만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하지만 만들어야 했다.이 동화 같은 섬을 떠나는 순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갈 테니까.내 패션 브랜드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현실로.오늘 바닷바람은 따뜻했고, 파도 소리는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그리고 에드릭이 있었다.라운지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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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알리나의 시점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에 눈을 떴다.오늘은 중요했다.오늘은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날이었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침을 먹으러 갔다.식당은 비어 있었다.하녀 중 한 명이 고개를 숙이며 모두가 이미 갈라 장소로 가서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에게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행사장은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황금빛 조명.새하얀 장미.바다에서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할머니는 장식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몇 가지를 직접 수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를 발견하자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나도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는 내가 잘 잤는지 물었고, 나는 거짓말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직 저녁에 입지도 않은 드레스의 색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칭찬해 주셨다.그 순간만큼은 따뜻했다.편안했다.부드러웠다.그러다 그를 보았다.에드릭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지나쳐 가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좋은 아침.”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계속 걸었다.아직도 어제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그와 릴라.그리고 그 일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던 그 기분.우리는 몇 시간 동안 행사장 준비를 도왔다. 그러다 할머니가 이제 빌라로 돌아가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빌라로 돌아오자 하녀들이 내가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었다.드레스는 고급스러웠고 피부에 닿는 감촉도 부드러웠다.준비를 마친 뒤 나는 밖으로 나왔다.에드릭은 이미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그는 나를 바라보았다.눈이 살짝 커졌다.입술이 조금 벌어졌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나는 그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열기를 느끼지 못한 척 고개를 돌렸다.“가자.”잠시 후 그가 말했다.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나는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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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에드릭의 시점그녀가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녀를 보내주었다.나는 그녀가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더니, 점점 속도를 높였다. 마치 나에게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사람처럼.나는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별것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그때 내 전화가 울렸다.아드리안이었다.지금 여기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전화를 하는 거지?나는 옆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갈라에 있어?”그가 물었다.“응. 넌 어디야?”“비행기가 지연됐어. 하지만 가는 중이야. 들어봐. 조심해야 해. 그 리더가 여기 있어.”가슴이 굳어졌다.“누구?”“진짜 신원은 몰라. 내가 아는 건 그가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것뿐이야.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어. 하지만 확실해. 그는 여기 있어.”내 머릿속에 그동안의 파일들이 스쳐 지나갔다.무기들.파괴된 운송품.내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맹세했던 남자들의 얼굴.내가 그들의 가장 큰 무기 밀수항을 폐쇄한 날부터 그들은 내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만약 그 리더가 정말 이곳에 있다면, 이건 단순한 사업 문제가 아니었다.복수였다.내 시선이 그녀가 사라진 복도로 향했다.아리아.그녀가 그들의 표적이 될 것이다.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움직였다.처음에는 빠르게 걸었다.그러다 뛰기 시작했다.그녀가 화장실 문 손잡이에 손을 뻗는 모습이 보였다.딱 맞춰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그녀가 놀란 얼굴로 돌아섰다.“오늘 밤은 널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어.”내가 말했다.그녀는 내가 미쳤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미쳤어? 나 화장실 가야 한다고.”“알아. 하지만 혼자 갈 수는 없어.”나는 말했다.그녀는 정말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얼굴에는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문 밖에서 기다릴게.”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녀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그녀는 내 시선을 피했다.불안해 보였다.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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