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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매끈한 장난감과 엘리트 소위 3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6 12:37:05

레비아탄의 오른손 장갑판 전체가 내 빙정의 통제를 받아, 고주파 진동검의 주파수와 정확히 '반대되는 위상'의 미세 진동을 일으켰다. 이른바 플렉소 일렉트릭을 응용한 카운터 파동.

​파지지직!!

검과 손바닥이 부딪치는 순간, 쇳소리가 아니라 마치 고무공이 튕겨 나가는 듯한 둔탁한 파열음이 울렸다. 발뭉의 고주파 진동이 완벽하게 상쇄되며, 오히려 그 반발력이 놈의 팔 관절을 타고 역류해 들어갔다.

​"큭...! 기체 자세 제어!"

​발뭉이 비틀거리며 스러스터를 뿜어 뒤로 물러섰다.

놈의 오른팔이 과부하로 인해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최유리의 데이터 속에는 '맨손으로 고주파 검을 튕겨내는 장갑판' 따위의 계산식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유, 솜방망이네. 형님, 그냥 한 대 쥐어박자니까.]

"기다려 봐. 저쪽 콧대가 아직 덜 꺾였잖아."

​내 예상대로, 최유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자존심이 패배를 용납하지 못하는 듯했다.

​"에너지 실드 전개! 숄더 캐논, 최대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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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11화: 매끈한 장난감과 엘리트 소위 3

    레비아탄의 오른손 장갑판 전체가 내 빙정의 통제를 받아, 고주파 진동검의 주파수와 정확히 '반대되는 위상'의 미세 진동을 일으켰다. 이른바 플렉소 일렉트릭을 응용한 카운터 파동.​파지지직!!검과 손바닥이 부딪치는 순간, 쇳소리가 아니라 마치 고무공이 튕겨 나가는 듯한 둔탁한 파열음이 울렸다. 발뭉의 고주파 진동이 완벽하게 상쇄되며, 오히려 그 반발력이 놈의 팔 관절을 타고 역류해 들어갔다.​"큭...! 기체 자세 제어!"​발뭉이 비틀거리며 스러스터를 뿜어 뒤로 물러섰다.놈의 오른팔이 과부하로 인해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최유리의 데이터 속에는 '맨손으로 고주파 검을 튕겨내는 장갑판' 따위의 계산식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어유, 솜방망이네. 형님, 그냥 한 대 쥐어박자니까.]"기다려 봐. 저쪽 콧대가 아직 덜 꺾였잖아."​내 예상대로, 최유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자존심이 패배를 용납하지 못하는 듯했다.​"에너지 실드 전개! 숄더 캐논, 최대 출력으로 차징!"​위이잉-!발뭉의 어깨 장갑이 열리며 두 문(門)의 플라즈마 캐논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기체가 눈부신 파란색 마력의 빛으로 휩싸이며 거대한 에너지를 응축하기 시작했다. 한 방 제대로 맞으면 연병장 벽면이 통째로 날아갈 정도의 무식한 화력이었다.​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교과서에 적힌 대로 순서를 밟아가는 답답한 수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전의 괴수들은 캐논이 충전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너무 뻔하잖아, 소위님."​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단전의 냉기를 레비아탄의 오른손 끝으로 쭈욱 끌어올렸다.​슈우우웅- 콰아아앙!!​발뭉의 어깨에서 두 줄기의 굵직한 플라즈마 빔이 굉음을 내며 뿜어져 나왔다. 공기를 태우는 열기가 콕핏 안쪽까지 스며들 정도의 일격.​나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오른손을 들어 올려, 날아오는 광선의 궤적 한가운데를 향해 손바닥을 쫙 펼쳤다.​쩌저저적-!!​순간, 레비아탄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연병장 안의 수분이 급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10화: 매끈한 장난감과 엘리트 소위 2

    ​"반갑습니다. 하태수 준위입니다. 그쪽이 저 새하얀 장난감 주인이군요."​내 나른한 대답에, 최유리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장난감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엘리트 적인 자존심을 단단히 긁은 모양이었다.​그녀가 턱을 살짝 치켜들며, 내 등 뒤에 서 있는 레비아탄을 곁눈질했다.​"장난감이라뇨. 발뭉은 삼천 그룹의 최신 마력 공학이 집약된 결정체입니다. 오히려 제 눈에는... 하 준위님의 저 기체가 당장 폐기장으로 가야 할 구형 고철로 보입니다만."​"야야! 최 소위! 말조심해라!"​옆에서 기겁한 철수가 최유리의 팔을 잡아당겼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다.​"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하와이에서 군주를 잡고, 며칠 전 서울에서도 맹활약하셨다고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파일럿의 변칙적인 '이능력'에 의존한 결과물 아닙니까? 정규 군사 교육도 받지 않은 민간인 출신이, 저렇게 안정성 떨어지는 구형 껍데기를 몰고 다닌다는 건 현대 전술의 수치입니다."​따박따박 쏘아붙이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오만함이 절반씩 섞여 있었다.명문 사관학교에서 수천 시간의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오직 '데이터'와 '통제된 스펙'만을 진리로 믿고 자란 범생이의 시선. 그 시선에서 나라는 존재는, 근본도 없이 운 좋게 강력한 장비를 얻어걸린 양아치쯤으로 보이는 게 당연했다.​나는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픽 웃었다.​"그래서요. 수치스러운 고철 덩어리한테 뭘 원하시는데요, 최 소위님."​"실전 데이터입니다. 제 발뭉의 스펙이 저 구형 기체를 상대로 얼마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지, 모의 대련을 통해 증명하고 싶습니다."​최유리가 장갑을 낀 손으로 발뭉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선언했다.​"만약 제가 이긴다면, 하 준위님이 가진 그 비합리적인 특권들... 독립적인 작전권이나 보급 우선순위 등을 정규군인 저희 발뭉 부대 쪽으로 일부 양도해 주셨으면 합니다."​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람.나는 황당하다는 듯 옆에 선 신수지를 쳐다보았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09화: 매끈한 장난감과 엘리트 소위 1

    ​띠링-.​나른한 봄햇살이 거실 유리창을 넘어오던 오후.소파에 길게 누워 귤을 까먹고 있던 내 바지 주머니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짧게 울렸다. 온수 매트의 열기에 취해 반쯤 감겨 있던 눈을 비비며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입금 알림: 아크 부대 특수 작전 대금 및 위약금 정산][입금자: (주)화이트 타이거 길드][금액: 34,500,000,000원]​"......오호라."​화면에 찍힌 0의 개수를 세어보던 나는 절로 실소를 터뜨렸다.삼백사십오억.서울 한강 둔치에서 내 벼락 한 방에 오줌을 지렸던 최무진 이사, 놈이 아주 영혼까지 끌어모아 계좌를 털어 넣은 모양이었다. 아마 화이트 타이거 길드의 올해 순이익 절반은 족히 날아갔으리라.​"이 맛에 특근 뛰는 거지.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선 금융 치료만 한 게 없어."​도망친 죗값을 돈으로 토해낸 그 깍쟁이 놈들의 창백해진 얼굴을 상상하니, 입안의 귤이 유난히 더 달게 느껴졌다. 이 돈이면 하숙집 옥상에 그릴을 새로 하나 놓고, 이모님 주방 싱크대도 최고급으로 싹 다 갈아엎을 수 있겠다.​내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을 때였다.​위이잉- 위잉-!​이번에는 군용 통신망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아크 부대의 사령관님. 휴가 중에 울리는 직장 상사의 전화만큼 불길한 건 없지만, 방금 전 거액의 입금을 확인한 터라 너그러운 마음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예, 하 준위입니다. 사령관님, 방금 부대 쪽으로 입금 꽂힌 거 보셨습니까? 제 수당 떼먹지 말고 칼같이 통장에 넣어주십쇼."​-[하하! 하 준위, 자네 덕분에 우리 부대 예산이 아주 차고 넘치네! 헌데 수당은 수당이고, 지금 당장 부대 지하 연병장으로 좀 출근을 해줘야겠어.]​"저 오늘 비번인데요. 또 어디 앞바다에 미꾸라지 새끼들이라도 튀어나왔습니까?"​-[아니, 괴수가 쳐들어온 건 아니고. 삼천 그룹에서 이번에 새로 뽑아낸 양산형 기체 테스트가 있네. 신수지 소장이 자네의 레비아탄이랑 모의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08화: 서울 구경은 5분이면 족하다 2

    ​단 5분.수천 마리의 스틸 사하긴 떼가 흔적도 없이 정리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그뿐이었다.​치이이익-.강변을 뒤덮었던 뽀얀 수증기와 먼지구름이 걷히고, 얼어붙은 한강 둔치 위에는 오직 창백한 냉기를 뿜어내는 나의 흑기사, 레비아탄만이 우뚝 서 있었다.​[형님. 주변 반경 10킬로미터 이내 생체 반응 제로. 마력 파장 소멸. 아주 깔끔하게 밀어버렸어.]​"수고했다. 출력 원래대로 낮춰."​나는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상황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이 난장판을 수습하고 밀린 계산서를 청구하는 일뿐.​쿠웅, 쿠웅.레비아탄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마포대교 진입로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방탄 장갑차 옆에 주저앉아, 얼이 빠진 표정으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는 최무진이 있었다.​놈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명품 슈트는 진흙탕에 구른 듯 엉망이었고, 포마드로 깔끔하게 넘겼던 머리는 산발이 되어 이마에 들러붙어 있었다. 가장 압권인 것은 놈의 바짓가랑이 안쪽이 눈에 띄게 젖어 있다는 점이었다.​진짜 쌌네, 저거.​쿵-!레비아탄이 놈의 코앞에 거대한 발을 내려놓았다. 20미터 높이의 거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뇌전의 스파크가 놈의 정수리를 짓눌렀다.​치이익-. 외부 스피커가 다시 켜졌다.​[어이. 서울 깍쟁이.]​"히, 히익...!"​내 무심한 기계음이 울려 퍼지자, 최무진이 발작을 일으키며 엉덩방아를 찧은 채 뒤로 물러섰다.​[입이 있으면 대답을 해야지. 랭킹 1위 길드 간부라는 양반이 벌레 몇 마리 나왔다고 시민들 버리고 빤스런을 치냐? 니들 주특기인 언론 플레이는 어디 가고 흙바닥에 주저앉아서 오줌이나 지리고 있노.]​"그, 그게... 내, 내 화염이 도저히 통하질 않아서... 전략적인 후퇴를..."​[전략적 후퇴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니가 싸지른 똥, 부산에서 올라온 내가 다 치웠다. 봤지?]​최무진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놈의 동공에는 짐승 앞의 초식동물 같은 원초적인 공포가 서려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07화: 서울 구경은 5분이면 족하다 1

    ​파아아앗-!!​차가운 강바람이 휘몰아치는 여의도 둔치 위로, 짙은 보랏빛 섬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레비아탄의 양팔에서 길게 뽑혀 나온 것은 단순한 전기의 다발이 아니었다. 베링해협에서 캐온 극소용돌이의 마석이 뿜어내는 '초고압 진공'의 칼바람. 그 칼바람의 궤적을 따라 테라와트급의 플라즈마 뇌전이 얽혀들며, 마치 공간 자체를 찢어발기는 듯한 거대한 두 가닥의 뇌전 채찍이 완성되어 있었다.​"키리리릭...!""키에에엑!"​강변을 새까맣게 뒤덮고 있던 스틸 사하긴 떼가 일제히 기괴한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동족인 대장 개체가 단 한 방에 증발하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 바다 밑바닥의 배후가 불어넣은 살육의 본능은 놈들에게서 도망칠 의지마저 앗아간 모양이었다.​놈들이 양팔의 강철 작살을 치켜든 채, 시커먼 파도처럼 나를 향해 밀려들기 시작했다.​"물량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아냈네. 징그러운 미꾸라지 새끼들."​나는 콧방귀를 뀌며 조종간을 가볍게 쥔 양손의 손목을 바깥쪽으로 스냅을 주어 튕겼다. 나와 신경망이 완벽하게 동기화된 레비아탄의 양팔이 그 미세한 움직임을 증폭시켜 거대한 궤적을 그려냈다.​콰아아앙-!!​허공을 가른 폭풍 뇌전의 채찍이, 몰려드는 사하긴 떼의 선두를 가로로 쓸고 지나갔다.​마법 저항력이 극한에 달했다는 놈들의 시커먼 강철 비늘?그딴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채찍의 겉을 감싸고 있는 진공의 압력이 놈들의 비늘을 종잇장처럼 우그러뜨리며 방어력을 0으로 만들면, 곧바로 뒤따라 들어가는 초고열의 플라즈마가 놈들의 살육과 뼈대 자체를 순식간에 기화시켜버렸다.​퍼퍼퍼펑!!선두에 서 있던 수백 마리의 사하긴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시뻘건 핏물과 잿가루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채찍이 휩쓸고 지나간 아스팔트 바닥은 마치 거대한 레이저 커터로 도려낸 듯 쩍쩍 갈라지며 시뻘건 용암을 토해냈다.​[크하하하! 형님! 이 밸브 진짜 미쳤어! 관절에 무리가 하나도 안 온다고!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출력 뽑을 때 프레

  • EX급 빙신(氷神), 출근합니다   106화: 서울의 봄, 한강의 깍쟁이들 3

    ​콕핏의 관성 제어 시스템이 풀가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장 전체가 뒤로 쏠리는 듯한 엄청난 중력가속도(G-force)가 전신을 짓눌렀다.​시야에 비친 부산항 앞바다가 순식간에 점으로 사라지고, 한반도의 굵직한 산맥들이 흐릿한 선처럼 뒤로 밀려 나갔다. 빙정이 뿜어내는 절대영도의 냉기가 기체의 과열을 실시간으로 식혀주지 않았다면, 비행 마찰열만으로도 장갑판이 녹아내렸을 속도였다.​부산에서 서울까지. 일반 수송기로도 한참이 걸리는 거리를, 저항 제로의 진공 터널을 뚫고 질주하는 흑기사는 단 몇 분 만에 주파해버렸다.​"목표 지점 확인. 강하한다."​[서울 한강 여의도 둔치]​"크아아악!! 살려줘!!""후퇴해라! 장비 버려! 일단 살고 봐야 할 거 아냐!"​서울의 심장부 한강 둔치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콘크리트 제방을 넘어온 수천 마리의 스틸 사하긴 떼가 날카로운 강철 작살로 공원의 조형물들을 부수고, 벚나무들을 꺾어 던지며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었다.​그 난장판의 한가운데, 마포대교 진입로 근처에서 화이트 타이거의 최무진 이사는 호위병들을 고기 방패로 세워둔 채 헐레벌떡 방탄 SUV 차량의 문손잡이를 당기고 있었다.​"이, 이 병신들아! 빨리 안 열어?! 내가 여기서 죽으면 화이트 타이거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된다고!"​언론 앞에서 폼을 잡던 그의 명품 슈트는 진흙과 강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거만했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콧물까지 흘리고 있었다.​키에에엑-!​그때, 사하긴 무리를 이끌던 덩치 큰 대장 개체 하나가 다리 교각을 박차고 뛰어올라 최무진의 차를 향해 작살을 내리꽂았다.​"히, 히익!! 헬 플레어...!"​최무진이 다급하게 시뻘건 화염구를 쏘아 올렸지만, 놈은 콧방귀를 뀌며 입에서 고압의 물줄기를 뿜어내 불꽃을 단숨에 꺼버렸다. 날카로운 강철 작살이 최무진의 머리통을 으깨기 위해 뻗어 내려오는 절체절명의 순간.​그의 머리 위, 잿빛으로 탁한 서울의 하늘이 일순간 쩍- 하고 두 갈래로 갈라졌다.​파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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