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대표님과 헤어지겠습니다.: Kapitel 21 – Kapitel 30

49 Kapitel

21. 과거(4)

지연이 곧장 전화를 건 곳은 엄마인 민정이었다. 최대한 화나는 감정을 누르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지났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니깐. ​"여보세요?" ​"엄마!!" ​"아! 깜짝이야. 이지연이 맞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내가 엄마 뒷바라지하는 천사인 줄 알아? 왜 나한테 자꾸 그래.. 왜!!" ​"그깟 돈 하나 갚아줬다고 이래? 아님 내가 계속 회사에 시비 걸어서 남자친구가 잘려서 그래?" ​'그깟'이라니. 지연에게는 민정의 말투 자체에 화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 올라 버렸다. ​".. 당신 이제 내 엄마 아니야. 그리고 아빠랑 나한테 더 이상 연락할 생각하지 마. 당신이 먼저 우리 버렸고, 당신이 먼저 버림받을 짓했어"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지연은 민정의 전화를 끊고 민정의 번호를 차단해 버렸다.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어떻게" ​지연은 공원 분수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그 울음과 함께 분수가 쏟아져 나와 지연을 적셔버렸다. ​그때, 누군가 양산을 지연에게 씌어주며 그녀를 흔들었다. 하성이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지연은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제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 가슴이 쿵쾅거림과 동시에 부끄러움과 당혹감이 밀려왔다. ​"여기서 뭐 하는 겁니까? 샤워라도 하려고 이래요?" ​"대표..님?" ​"얼른 나와요. 감기 걸리겠어요" ​지연은 하성의 손에 이끌려 분수 사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지연은 자신을 챙기느라 옷이 흠뻑 젖어버린 하성의 모습에 미안함이 느껴져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그의 이마와 볼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하필이면 이 가장 비참한 순간에 나타난 사람이 왜 하필 그일까. 원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예상치 못한 한 줄기 빛을 만난 것처럼 묘한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당당하던 이지연씨는 어디 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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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과거(5)

​"어? 대표님 결혼하셨었나? 서류상 부모님 말고는 없었는데.. 설마 숨겨진 아들 뭐 그런 건가?"​지연은 아까 공원에서 보았던 광경을 곱씹으며 머릿속을 엉뚱한 상상으로 채워나갔다. 칼같이 냉정하던 하성의 이미지와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있던 다정한 모습이 도무지 매치되지 않아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띠링띠링​스마트폰 화면에 뜬 익숙한 해외 번호를 본 지연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지연~ 나 수진이!"​"아 뭐야 국제번호라 설마설마했더니. 캐나다에서는 어때? 잘 지내?"​"응~ 잘 지내지! 너는? 아직 프러포즈 못 받았어?"​".. 못 받기는커녕 헤어졌어"​"엥? 진짜? 왜?"​"엄마 때문이지 뭐"​"또? 이번엔 뭔데? 또 돈이야?"​"그게.."​지연은 한숨을 내쉬며 어제 엄마 민정과 벌인 지독한 다툼부터, 절연을 선언하고 번호를 차단해 버린 일련의 과정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던 수진은 혀를 차며 같이 분노하다가, 이내 화제를 어제 공원에서 만난 하성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대표와의 해프닝을 듣자마자 혼자서 김칫국을 거하게 마시기 시작했다.​"야, 그 대표가 너 좋아하나 보다."​"그럴 리가. 맨날 업무 방향 다를 때마다 티격태격 싸우는데?"​"애초에 마음에 없으면 그렇게 신경도 안 써. 근데 너 안 잘리고 꿋꿋이 붙어 있잖아~ 그게 바로 증거란다 이 순진한 친구야."​"헛소리 마. 근데 대표님 아까 어떤 남자애기랑 다정하게 나갔다니깐?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그건 뭐 조카 아니겠어?"​"대표님 외동이라서 조카도 없어."​"아? 음... 그럼 뭐 숨겨진 아들이라든가? 아니면 어머니나 아버님 친척 중에 어딘가 먼 친척 아이겠지!"​"그런가? 아 몰라. 내가 이걸 왜 생각해야 해. 수진아, 나 이만 끊을게. 머리 복잡해."​"그래, 밥 잘 챙겨 먹고 연락해~ 잘 지내라!"​전화를 끊은 뒤에도 지연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몇 분 전 분수대 앞에서 양산을 쓰고 자신을 구원(?)하듯 나타났던 하성의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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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거(6)

​"어제도 말했지만 비서인 이지연 씨가 빠지면 일정 관리도, 결재 서류 전달도 마비되잖아요. 그래서 걱정했죠. 철저히 일 때문에."​하성은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그저 일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공원 분수대 앞에서 넋을 잃고 울던 그녀의 모습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지연이 대표실을 나가고, 하성은 혼자 남은 의자에 깊게 기대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참... 어이가 없지. 면접날부터 떨어지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굴더니. 근데 나도 참 유별나지, 왜 하필 그런 여자한테 마음을 뺏겼을까."​하성은 창밖 빌딩 숲 사이로 뉘엿뉘엿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신기하단 말이야.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자꾸 엄마 생각이 나. 툭하면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말투도 그렇고, 직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나한테 잔소리를 퍼붓는 것도 그렇고. 이게... 정말 좋아하는 거라는 감정인가."​여태껏 일에만 미쳐 살아오며 가족 외에는 제대로 마음을 준 적 없는 그였다. 하지만 어제, 분수대 앞에서 양산을 건네며 눈물을 떨구던 지연을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울고 있는 그녀를 볼 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던 그 감정, 차라리 내 마음이 더 아프고 말지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빌었던 그 간절함이 결국 진심이었음을.​그날 이후로 두 사람의 시간은 완전히 다른 궤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이지연 씨, 이거 마셔요. 밤샘 작업하려면 당 떨어집니다.""아, 유자차네요? 감사합니다."​야근 끝에 사무실에 단둘이 남겨진 새벽, 하성이 무심하게 건네던 따뜻한 유자차 한 잔. 회사가 기울어질 뻔했던 거대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지연이 사흘 밤을 꼬박 새워 가며 완벽한 대안 자료를 만들어 하성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 주었던 밤.​지방 출장길에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나 둘 다 어깨를 쫄딱 적신 채 빗속을 뛰어오다 서로를 보며 빵 터졌던 웃음소리까지.​"푸하하하! 대표님 이게 무슨 꼴이에요!""웃음이 나와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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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과거(7)

지연은 혹시라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 하성이 미리 선을 그으려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며, 저녁 약속 시간까지 바늘방석에 앉은 마음으로 피를 말렸다. ​저녁이 되자 하성은 지연을 이끌고 미리 예약해 둔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지연은 이것이 사내 비서로서 함께하는 마지막 만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 연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아, 혹시 스테이크나 파스타 안 좋아해요? 다른 곳으로 갈까요?" "예? 아… 아니요! 좋아해요. 하하하…" ​반대로 하성은 하성대로 긴장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심을 고백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하성의 그런 애타는 걱정과 달리, 침묵을 먼저 깨고 돌직구를 날린 것은 다름 아닌 지연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 테이블 위로 손을 얹은 지연이 먼저 마음을 털어놓았다. ​"저… 대표님! 오늘이 그냥 우리 관계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할 말이 있습니다." "뭔데요?" "저… 대표님 좋아합니다. 그것도 좀… 많이요. 그러니까 자르지만 말아 주세요!" ​하성은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진 채 당차게 고백하는 지연을 보며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대로 너무 쉽게 받아주기에는 그녀의 반응이 너무 귀여워, 저도 모르게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하고 말았다. ​"음… 어쩌죠. 저한테 숨겨둔 아들이 있어서요. 지연 씨도 공원에서 몇 번 봤을 텐데." "네…? ㄱ… 그럼 그때 공원에서 같이 있던 그 남자아이가 설마 조카가 아니었던 거예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지연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눈치 없이 고백했다는 생각에 없는 사모님에게 죄송했기 때문이었다.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 조카인 줄 알고! 사모님께도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어, 어? 지연 씨! 왜 울컥해요. 장난인데! 조카 맞아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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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과거(8)

"으아!" ​지연은 화들짝 소리를 지르며 하성의 손에 포개져 있던 자신의 손을 홱 빼버렸다.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에 레스토랑의 다른 테이블을 정리하던 직원들이 놀라서 급히 달려왔다. ​"손님, 무슨 일 있으신가요?" ​당황해서 얼굴이 붉어진 하성과, 어쩔 줄 몰라 굳어버린 지연. 분위기가 순식간에 묘해지자 지연은 급히 손을 내저으며 웃어 보였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그만 깜짝 놀라서요. 죄송합니다, 계속 일 보셔도 돼요." ​직원들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물러간 뒤에도, 지연은 여전히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미안해요.. 너무 놀란 바람에." "아닙니다. 내가 더 미안하죠. 그동안 회사에서 일할 때 서류 전해주거나 할 때 스칠 땐 가만히 있길래, 이 정도 스킨십은 괜찮을 줄 알고. 정말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지연은 저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반응했던 제 모습이 머쓱해져 애꿎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사실 지연이 이렇게 스킨십에 유독 깜짝 놀라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그럴 만한 아픔이 있었다. ​과거, 지연을 지독하게 따라다니던 부모님의 얽힌 어두운 기억들이 있었다. 민정이 가정을 버리고 떠난 후, 누군가 자신을 가볍게 터치하는 것만 해도 깜짝 깜짝 놀랬다. 몇 년후에 알게 된거지만 쉽게 놀라는 것은 우울증 초기 증상 중 하나였다. ​물론 하성만큼은 완전히 믿고 있었기에 마음을 연 것이었지만, 오랜 세월 깊게 박힌 방어 기제는 순간적으로 튀어나오고야 만 터였다. 그런 지연의 복잡한 속사정을 알 리 없는 하성은 미안함에 눈치를 보았다. ​지연은 그런 하성의 눈빛을 읽고는 마음이 쓰여 먼저 살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다시 잡아볼래요? …지금은 마음의 준비가 돼서 괜찮을 거 같은데." ​지연이 먼저 내민 손을 보며 하성은 곧장 그 손을 꽉 잡았고, 이내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진짜로 사귀는 거 같네." "풉..뭐, 손잡기 전에는 안 사귀었어요? 사귀자고 말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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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과거(9)

​"그냥 다 집어치우고 솔직한 지연 씨가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돈 얘기 나올 때 그 살벌한 자본주의 눈빛이 참…" ​"아잇! 대표님, 또 놀려요?" ​"알겠어요, 안 놀릴게요. 흠흠. 우리 이제 그만 일어날까요?" ​두 사람은 레스토랑을 나와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고, 하성의 차에 올라탔다. ​와인 한 잔이 들어가서였을까, 긴장이 풀린 지연은 차에 타자마자 노곤한 피로가 밀려와 백미러를 볼 새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하성은 운전을 해야해서 한 입도 안 먹어서 멀쩡했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운 하성은 조용히 잠든 지연을 바라보다가, 그녀가 안전벨트를 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안전벨트를 당겨 채워주려던 찰나, 차 안의 좁은 공간 때문에 두 사람의 얼굴 사이가 너무 가까워지고 말았다. ​하성의 숨결이 닿을락 말락 한 순간, 깜짝 놀란 지연이 번뜩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쪽! ​"앗!" ​급하게 일어난 바람에 지연의 입술이 하성의 볼에 가볍게 부딪히는 볼뽀뽀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머리가 '쿵'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아야…!" 지연이 머리를 감싸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성 역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붉어진 볼을 만지며 지연을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지연은 트라우마처럼 몸을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하성은 그런 지연의 놀란 눈동자를 마주하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괜찮아요?" "네. 대표님은요? 안 아파요?" "난 아픈 거보다 볼뽀뽀한 게 인상이 더 깊은데." "아? 어… 변태세요?" "허? 이게 왜 변태예요? 그냥 지연 씨가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건데." "그럼 또 해봐도 돼요? 난 좋은 거 잘 모르겠어서요." "그래요. 그럼… 내가 해줘도 돼요?" "네!" ​지연은 하성에게 당당하게 볼을 내밀며 활짝 웃었다. 사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할 말들이었다. 마신 와인의 기운이 온몸을 타고 돌면서 뇌의 필터링 기능이 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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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과거(10), 현재

결국 지연이 숨이 찬 듯 하성의 가슴팍을 툭툭 쳐댔다. 그것도 여러 번. 그제야 아쉬운 듯 하성이 입술을 떼며 고개를 들었다. 지연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신음에 가까운 얇은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붉어진 얼굴을 숨기지 않고 하성의 어깨에 폭 기 기대며 팔을 둘렀다. ​"왜 이렇게 키스 잘해요…"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네… 진짜요. 앞으로 다른 사람 말고, 나한테만. 나한테만 해줘요." "알겠어요. 약속할게요." ​하성이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하자, 지연이 피식 웃으며 살짝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한껏 달아오른 차 안의 묘한 분위기 속에서 그 약속을 증명하듯 짧은 입맞춤이 몇 번 더 이어졌고, 두 사람은 결국 주차장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 로비로 향했다. ​카드 키를 받아 올라간 엘리베이터 안, 좁은 공간 속에는 묘한 긴장감과 함께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지연 씨, 내일 아침 되면 엄청 후회할 텐데요." "후회할 일… 절대 없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표님이랑 하는 거잖아요." "정말 사람 홀리, 아니 미치게 하는 데는 도사네요, 아주." ​방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하성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지연의 두 손을 자신의 왼손으로 가볍게 엮어 쥐고는 벽 쪽으로 부드럽게 밀어붙였다. ​쪽, 쭙, 츄읍… ​찰지고 진득한 입맞춤 소리가 고요한 복도를 가득 채웠다. 아까보다 훨씬 짙고 농밀해진 키스 속에서 오직 서로의 숨소리와 입술이 부딪치는 소리만이 방 안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울렸다. ​하성이 지연의 숨을 가쁘게 만들며 옷자락을 천천히 쓸어내리려던 그 순간, 하성은 잠시 멈춰 서서 그녀의 눈을 깊게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거절하면, 그만할게요." ​그 말에 지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오히려 하성의 넥타이를 풀어내리고 그의 셔츠 단추를 능숙하게 밀어내렸다. ​"누가 거절한대요?" ​그 당돌한 대답에 하성은 눈빛이 깊어지며 그녀의 온전한 허락을 받아들였다. 달콤한 숨결과 함께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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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전화

​연락 온 사람은 주영이었다. ​[이비서님! 대표님이 어떤 여자분을 데리고 저희 사무실에 인사시키셨는데 혹시 누군지 아세요?] ​"…여자?" ​지연은 화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헤어진 지 고작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다른 사람이라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주영에게는 자신의 자리에 들어가도 된다고 말한 것이 얼마전인데. 역시 예상하는 것과 일어나는 일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설마… 아니겠지. 그냥 아는 동생이거나 누나일 거야." ​지연은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맥주캔을 땄다. 하성과 사귄 이후 처음으로 혼자 마시는 술이었다. ​'나 말고는 눈에 안 보인다더니, 너무하네.' ​서운함과 씁쓸함이 밀려왔지만, 화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묘하게 솟구치는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지연은 결국 하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더니 하성이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아니 김하성… 너 진짜 너무하다." "여보세요? 지연아?" "나 말고는 눈에 안 보인다며. 거짓말이었어?" ​지연은 그 말을 끝으로 하성의 대답을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술기운에 거듭 울리는 전화기는 무시한 채,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뜬 지연은 머리를 짚으며 일어났다. ​손으로 주변을 더듬거리다 무언가 말캉한 감촉이 느껴져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하성이 평온하게 누워 있었다. ​"……." ​지연은 잠시 멍하니 하성을 바라보다 조용히 이불을 끌어당겼다. ​"일어났어?" "…대표님이 왜 여기에 계세요?" "또 대표라고 그러네. 어젯밤에는 오빠라고 부르더니. 술기운이라 기억 안 나?"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어제 전화로 와 달라고 횡설수설하기에 걱정돼서 와 봤지. 걱정 마,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냥 너 재우다가 나도 피곤해서 같이 잠들었을 뿐이야. 할 일 있으면 이따 연락해, 나 먼저 출근할게." ​하성이 나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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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주영의 계획

한편, 하성은 차를 몰고 출근하며 어젯밤 일을 떠올렸다. 자꾸만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을 겨우 참아내는 중이었다. ​어젯밤, 지연이 퇴사한 후 여파로 새 비서를 뽑지 못하고 있던 하성은,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지인 대표를 회사로 초대해 업무 차 소개를 시켜준 참이었다. 그 일이 끝난 직후, 주영이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주영이 어색한 표정으로 하성 앞에 섰다. 하지만 하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서류만 넘기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주영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제 이 비서님도 그만 잊고… 저랑 만나보는 건 어때요?" "…고 주영 씨, 이 결제 서류 재무팀에 좀 가져다줄래요? 알다시피 지금 비서가 없어서 급해서 그래요." ​하성은 주영의 고백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흘려넘겼다. 그 태도에 울컥한 주영은 결국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 비서님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대표님 가져도 된다고. 그래서-" "내 말 안 들려요? 급한 서류라 부탁하는 겁니다." "대표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왜 이 비서님만 봐요? 저는 안 보여요?" ​주영이 섭섭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지만, 하성은 차분하게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제지했다. ​"고 주영 씨. 내가 이 회사의 대표가 아니었어도, 날 좋아했을 겁니까?" "……." "그게 내 대답입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주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대표실을 나섰다. 복도를 걸어나오며 생각할수록 하성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녀 역시 하성이라는 사람 그 자체를 열렬히 사랑했다기보다는, '대표'라는 완벽한 자리와 그 남자의 빛나는 아우라에 동경을 품었던 것뿐이었다. ​게다가 주영은 평소 회사에서 자신을 살뜰히 챙겨주던 지연에게도 적지 않은 호감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미워하기엔 각자의 매력이 너무나 뚜렷한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도 참 바보네. 이비서님한테 못 할 짓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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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여자친구의 진심

하성은 지연이 머리가 아프다는 말에 덜컥 걱정이 앞서면서도, 이내 그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하성은 지연과 헤어진 이후 줄곧 연락을 할지 말지 수십 번도 더 고민하던 참이었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며 독하게 내뱉었던 그놈의 자존심만 아니었다면 벌써 몇 번이고 손을 내밀었을 터였다. 하지만 자존심이라는 얄궂은 벽에 막혀 망설이다 보니 어느덧 오늘까지 오게 된 것이다. ​'토스트기는 어차피 지연이네도 있으니 됐고… 빵이나 간단한 거라도 좀 챙겨가 볼까.' ​냉장고를 뒤적여 몇 가지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챙긴 하성은 곧장 차에 올랐다.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자, 차오르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몇 번이고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지연의 집 앞에 도착해 무거운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하성은 익숙한 현관문 앞에 섰다. ​-띵동.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문이 열릴 기미가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손이 멈칫했다. 물론 지연의 집 비밀번호는 누르기만 하면 언제든 열 수 있었지만, 이미 헤어진 사정에 무작정 쳐들어갈 만큼 염치없지는 않았다. ​아쉽지만 발길을 돌리려던 그 찰나, 덜컥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어… 오빠다. 흐흐…" ​간신히 문을 연 지연은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하성의 품속으로 고꾸라졌다. ​"어어! 조심해, 지연아."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있던 터라 하성은 품에 안긴 지연을 간신히 받아내고는, 현관 바닥에 짐을 툭 내려놓았다. 이어 지연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어 거실 소파에 눕혀준 뒤에야 비로소 숨을 고르며 짐을 집 안으로 챙겨 넣을 수 있었다. ​"지연아, 침대로 데려다줄까?" "……웅. 오빠도 옆에 누울 거지?" "응? 어… 네가 원한다면." ​하성은 거절해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영영 누울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지연을 다시 품에 안아 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누운 지연은 피식 웃음을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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