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열한 시가 넘어서야 강재헌은 강성 본사 대표실로 돌아왔다.오세진은 기다렸다는 듯 태블릿과 결재판을 들고 따라 들어왔다. 재헌이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는 동안 오후 전략회의와 미뤄둔 계약 건을 차례로 보고했지만, 재헌은 책상 앞에 서서 휴대전화부터 확인했다.밤사이 쌓인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사이에 서윤의 이름은 없었다.어젯밤까지만 해도 화가 풀리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아침이 지나고 오전 일정까지 끝났는데도 연락 한 통 없다는 게 거슬렸지만, 재헌은 휴대전화를 엎어놓고 의자를 당겼다.“두 시 회의 그대로 진행해.”“네. 미래사업본부 쪽에서 하나 더 올라왔습니다.”오세진이 결재판 아래 보고서를 꺼냈다.“도원에너지테크에서 공동개발 관련 자료를 보내왔습니다. 국가과학전략청 연계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 프로젝트입니다.”재헌은 별다른 관심 없이 첫 장을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보고서 중앙에 익숙한 이름이 있었다.[총괄책임연구자: 한서윤]“……한서윤?”오세진도 이름을 확인하고 태블릿을 내려놓았다.“형수님 연구 분야였네요. 첨부 자료도 있습니다.”회사 안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부르던 그가 둘만 남자 자연스럽게 예전 호칭을 썼지만, 재헌은 지적하지 않았다.태블릿을 끌어당겨 파일을 열자 대표 논문과 원천기술 특허, 국가 연구과제, 해외 공동연구 이력이 연도별로 이어졌다.화면을 내리던 손이 점점 느려졌다.“이게 전부 서윤이 한 거야?”“대표 실적만 추린 것 같은데요.”오세진은 다른 결재서류를 펼쳐 옆에 놓았지만 재헌의 손은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삼 년을 같은 집에서 살았다. 서윤이 연구실에 늦게까지 남는 날이 많다는 건 알았고, 가끔 해외 학회에 간다는 것도 들었다.그 정도였다.무슨 연구를 하는지, 어디에서 발표하는지, 어떤 기술에 자기 이름을 올렸는지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다음 페이지에는 국제포럼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검은색 슈트를 입은 서윤이 넓은 단상 위에서 대형 화면을 가리키고 있었다. 객석에는 연구자와 기업 관계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