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래에서는 신하들의 수군거럼이 끊이지 않았다.“황후 자리에 오른들 무슨 소용인가. 폐하께서 애지중지하시는 이는 한 귀비라는 걸 모르는 이가 있는가? 입궁한 지 불과 이 년 만에 귀비가 되고 황자까지 낳았지 않소. 봉인(鳳印)마저 손에 쥐었으니, 후궁에서 누가 감히 그 자리를 넘보겠는가.”“내 말이 그 말일세. 폐하께서 황후 마마를 구할 마음이 있으셨다면 진작에 군사를 보내셨겠지. 즉위하신 지 두 해가 지나도록 모른 척하시다가 이제 와 황후로 책봉하신 걸 보면, 결국 세간의 입을 막으려고 명분만 챙겨 준 셈이지.”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쨍그랑 소리와 함께 한소희의 손에 들려 있던 술잔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이 깨졌다.전각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사람들은 한소희가 끝내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터뜨렸다고 생각했다.아무래도 예전의 한소희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한 번은 가을 사냥 때, 영국공(榮國公)의 세자가 한소희를 두고 이건에게 목매는 꼴이 우습다고 비웃었다가, 그녀가 휘두른 채찍에 관끈이 단번에 잘려 나간 적이 있었다.또 한 번은 연회 때, 태부(太傅)의 여식이 이건의 주변을 맴돌았다는 이유로 술 한 병을 그대로 그녀의 머리 위에 들이붓기도 했다.그런 한소희였으니, 사람들은 이번에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거라 여겼다.그런데 뜻밖에도 다음 순간, 한소희는 황급히 고개부터 들었다. “송구하옵니다... 제가 여러분의 흥을 깨뜨린 것은 아닌지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닙니다.”그러자 이건이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아무도 너를 탓하지 않았다.”그런데도 한소희의 목소리는 한층 더 작아졌다.“허면 신첩, 잠시 물러가 의복을 갈아입고 와도 되겠습니까? 치맛자락이 더러워져서... 폐하의 체면에 누가 될까 염려되옵니다.”이건은 한동안 말없이 한소희를 바라보다가, 미간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이내 그는 곁을 지키던 태감을 향해 명했다.“황후께서 의복을 갈아입도록 편전으로 모시거라.”곧바로 한소희는 태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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