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10

132 فصول

101화. 판결문보다 먼저

차성혁의 첫 공판은 두 달 뒤로 잡혔다.판결까지는 더 오래 걸릴 예정이었다.서연은 달력을 보고 그 날짜에 별도 표시를 하지 않았다. 출석이 필요하면 변호사가 알려줄 것이고, 그때 일정을 조정하면 됐다.삶을 판결문이 나올 때까지 멈춰둘 생각은 없었다.월요일 오전, 박소현이 다시 루미에르를 찾았다.한 달 전 결혼을 진행할지 결정하지 못해 계약하지 않았던 고객이었다.이번에는 남자친구가 함께 오지 않았다.“결혼 안 하기로 했어요.”소현은 웃으려다 눈시울을 붉혔다.“축하받으러 오던 곳에 이런 말 하러 와도 되나 고민했어요.”서연은 티슈를 내밀었다.“결정을 확인하러 오신 거라면 괜찮습니다.”서연은 소현이 헤어진 이유를 캐묻지 않았다. 폭력이나 강요가 있었는지 안전에 필요한 질문만 조심스럽게 확인했다. 소현은 위험 때문이 아니라, 결혼 뒤 자녀와 경력에 관한 생각이 끝내 맞지 않았다고 했다.“누가 틀린 건 아닌데 계속 미루기만 했어요.”“그럼 취소 연락도 두 분이 합의한 상태인가요?”“네. 그런데 부모님들이 다시 만나보라고 하세요.”서연은 상담기록에 ‘관계 조정’이 아니라 ‘가예약 취소 지원’이라고 적었다. 플래너가 두 사람을 다시 붙이는 역할까지 맡아서는 안 됐다.“제가 겁쟁이 같아요. 식장까지 알아보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준비한 시간이 아깝다고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대표님은 안 아까우세요? 상담도 두 번이나 해주셨잖아요.”“상담비는 받았습니다.”소현이 울다가 웃었다.서연은 이미 예약해둔 촬영 스튜디오와 드레스 숍의 취소 기한을 확인했다. 계약 전 상담 단계에서 잡아둔 가예약이라 손실은 크지 않았다.스튜디오는 예약금을 전액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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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처음 만나는 할머니

시우가 차명희를 만나고 싶다고 다시 말한 것은 운동회 일주일 뒤였다.“사진 말고 진짜로 보고 싶어.”서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왜 만나고 싶어?”“아빠랑 닮았는지 보려고.”“그것뿐이야?”“그리고 왜 엄마한테 나쁜 일 했는지 물어볼 거야.”아이의 목적은 단순했지만 만남이 남길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다.서연은 아동상담가와 먼저 상의했다. 사실을 숨기지 않되 아이가 중재자나 용서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상담가는 시우가 묻고 싶은 말을 그림카드로 정리하게 했다. ‘보고 싶어요’, ‘화나요’, ‘모르겠어요’, ‘집에 갈래요’ 네 장이었다. 말이 막히면 카드만 가리켜도 만남을 멈출 수 있었다.명희에게는 예상 질문과 사용하지 말아야 할 표현을 미리 전달했다. ‘가족을 위해’, ‘너를 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오해해서’ 같은 말은 금지했다. 아이가 어른의 선택을 이해하거나 위로해야 하는 문장이기 때문이었다.서연과 도진도 현장에서 명희의 답을 대신 고치지 않기로 했다. 조건을 어기면 설명을 이어가는 대신 바로 만남을 끝낼 예정이었다.조건은 여섯 가지였다.공공장소.30분.선물 금지.신체접촉은 시우가 먼저 원할 때만.과거 설명은 서연을 탓하지 않는 범위에서.다음 만남을 약속하지 않을 것.도진은 조건을 그대로 명희에게 전달했다.“한 대표도 옵니까?”명희가 물었다.“같은 공간에 있지만 대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내가 사과할 기회는—”“오늘 목적은 어머니 사과를 받는 자리가 아닙니다. 시우가 얼굴을 보고 질문하는 자리입니다.”명희는 한참 침묵했다.“알겠다.”만남 장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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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화요일의 약속

화요일은 시우 일정표에 파란색으로 표시됐다.도진이 오는 날이었다.처음 몇 주는 블록을 만들었다.그다음에는 한글 숙제를 봤고, 날이 추워진 뒤에는 함께 붕어빵을 사러 갔다.특별한 사건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방문기록표의 칸도 점점 짧아졌다. ‘숙제’, ‘저녁’, ‘블록 정리’. 처음에는 모든 표정을 증명하듯 적던 도진도 상담가의 조언을 받아 필요한 사실만 남겼다. 시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기록하면 아이가 관찰받는다고 느낄 수 있었다.서연은 방문 시간 동안 사무실에 남기도 하고 장을 보기도 했다. 도진이 잘하는지 지켜보는 두 시간이 아니라, 자신도 자기 시간을 쓰는 두 시간이 되어갔다.시우가 감기에 걸린 화요일에는 도진이 현관 앞에 약과 죽을 놓고 돌아갔다. 방문을 취소한 아이가 미안해하지 않도록 영상통화도 먼저 요구하지 않았다.도진이 해외 출장에 간 화요일에는 공항에서 20분 동안 영상통화를 했다. 시우는 비행기보다 호텔 방 변기 모양을 더 궁금해했다.한 번은 도진이 12분 늦었다.회의가 길어졌다는 말을 먼저 하지 않고 아이에게 사과했다. 이후 화요일 마지막 회의를 30분 일찍 끝내도록 일정 자체를 바꿨다.다음 달에는 해외 출장 일정이 화요일과 겹쳤다. 도진은 출장을 취소하겠다고 하지 않고 서연과 시우에게 먼저 선택지를 물었다. 월요일에 직접 만나거나, 화요일에 영상통화를 하고 주말에 보충하는 방법이었다.시우는 화요일 파란색 칸을 지우기 싫다며 영상통화를 골랐다. 주말 보충은 필요 없다고 했다.“왜?”“그날 공룡 박물관 가.”도진은 자기가 빠진 일정에 서운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의 빈 시간을 모두 아버지 몫으로 채우지 않는 것도 관계였다.서연은 그 변화를 따로 칭찬하지 않았다.시우도 몇 번 지켜본 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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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데이트를 신청합니다

서연이 고른 장소는 회사 근처 작은 국숫집이었다.예약도 받지 않고, 테이블 간격도 좁았다. 도진이 경영하던 호텔 레스토랑과는 가장 먼 곳이었다.그는 약속 시간 15분 전에 도착해 밖에서 기다렸다.“안에 자리 잡지 않았어요?”“서연 씨가 장소를 정했으니 자리도 같이 고르는 게 나을 것 같았습니다.”“줄 서야 해요.”“괜찮습니다.”두 사람은 입구 번호표를 뽑았다.앞에는 열한 팀이 있었다. 도진은 근처 카페로 옮기자고 하지 않았고, 돈을 더 내고 순서를 앞당길 방법을 찾지도 않았다. 플라스틱 의자 하나가 비자 서연에게 먼저 앉으라고 했다가 자신도 옆 난간에 기대 섰다.“기다리는 거 싫어했잖아요.”“지금도 좋아하진 않습니다.”“그런데 잘 기다리네요.”“싫은 것과 못 하는 건 다르니까요.”서연은 번호표를 접었다 폈다. 예전에는 도진의 조급함에 모두가 길을 비켜야 했다. 오늘은 숫자가 줄어드는 속도를 같이 보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도진은 휴대전화를 여러 번 확인하지 않았다. 서연도 업무 메신저 알림을 껐다.“긴장해요?”서연이 묻자 도진은 솔직하게 답했다.“네.”“이사회보다?”“훨씬.”“왜요?”“이사회는 자료가 있고, 잘못 말해도 다음 안건이 있습니다.”“오늘은 없고요?”“오늘 잘못 말하면 다음 식사가 없을 수 있으니까요.”서연은 피식 웃었다.“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게 더 불편해.”“알겠습니다.”번호가 불려 두 사람은 벽 쪽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도진은 서연이 먹던 메뉴를 기억한다고 아는 척하지 않았다.“뭘 먹을 겁니까?”“비빔국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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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처음으로 돌아간 자리

두 번째 데이트 장소는 오래된 호텔이었다.태강 계열이 아니었다.도진과 서연이 처음 제대로 말을 섞었던 한성호텔 별관. 7년 전 서연은 하청 웨딩업체의 막내 플래너였고, 도진은 호텔 인수를 검토하러 온 태강 전략실 전무였다.“추억 팔이 말라고 했는데요.”서연이 입구에서 말했다.“그래서 취소할까요?”도진은 변명하지 않았다.“아직 들어가기 전이니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서연은 낡은 간판을 올려다봤다.호텔은 다음 달 문을 닫고 리모델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별관 소연회장은 마지막 무료 전시로 개방돼 있었다.전시 제목은 ‘남겨진 행사들’이었다. 호텔에서 치른 결혼식과 돌잔치, 기업행사의 소품을 기증받아 꾸민 작은 기록전이었다. 입장료도 예약도 없었다. 도진은 장소를 고른 뒤 서연에게 전시 안내 링크를 보내고, 불편하면 바꾸겠다고 미리 적었다.서연은 링크를 보고도 올지 말지 하루 더 고민했다. 과거 장소를 다시 찾는 일이 치유처럼 포장되는 것은 싫었다. 그래도 그날 자신이 플래너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들어가요.”둘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올랐다.소연회장 천장 한쪽에는 아직 작은 물자국이 남아 있었다.7년 전 결혼식 당일, 스프링클러 배관에서 물이 새며 신부 대기실이 젖었다. 호텔 직원들은 계약한 업체 책임이라고 미뤘고, 도진은 안전 문제로 행사를 취소하라고 지시했다.막내 플래너였던 서연은 그를 복도에서 막았다.‘취소하실 거면 신랑하고 신부한테 직접 설명하세요.’그 말이 두 사람의 첫 대화였다.“그날 제가 아주 무례했죠.”서연이 빈 홀을 걸으며 말했다.“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당신은 무례한 정도가 아니었어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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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우리가 망친 결혼

세 번째 데이트는 상담실이었다.서연이 제안했다.“다시 만날지 생각하려면 우리 결혼이 왜 끝났는지, 사건 말고 관계도 봐야 해요.”도진은 동의했다.상담사는 두 사람을 부부가 아니라 ‘과거 혼인관계가 있었고 현재 공동양육 중인 성인’이라고 소개했다.“재결합을 목표로 오셨습니까?”서연은 말했다.“아직 아닙니다.”도진은 반박하지 않았다.상담사는 첫 결혼식부터 물었다.첫 과제는 같은 사건을 각자 세 문장으로 적는 일이었다. 사실, 그때 느낀 감정, 상대에게 원했던 행동. 도진은 처음부터 해석을 길게 썼고, 상담사는 ‘서연이 불안했을 것이다’를 지우게 했다.“상대 감정을 대신 쓰지 마세요. 본인이 본 사실만 적으십시오.”도진은 ‘서연이 드레스 소매를 두 번 바꿔달라고 말했다’고 고쳤다. 서연은 ‘도진이 더 좋은 드레스라고 답했다’, ‘내 말이 사라진 것 같아 답답했다’, ‘싫다는 말에서 멈춰주길 원했다’고 썼다.같은 결혼식인데 두 사람이 기억한 중심은 달랐다.서연은 목이 답답했던 드레스와 모르는 하객들, 자신의 친구가 빠진 명단을 말했다.도진은 당시 그것을 ‘가문 행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정리했다고 했다.“한서연 씨는 싫다고 말했습니까?”상담사가 물었다.“몇 번은요. 드레스 소매가 싫다고 했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했어요.”“그때 차도진 씨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더 좋은 걸 골랐으니 믿으라고 했습니다.”도진이 답했다.“싫다는 말을 정보 부족으로 취급했습니다.”“왜 그랬다고 생각합니까?”“제가 더 잘 안다고 믿었으니까요.”상담사는 서연에게 물었다.“그 뒤에는 계속 말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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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소풍 가방

유치원 겨울 소풍 전날, 시우는 거실 바닥에 가방을 펼쳤다.물병, 손수건, 여벌 양말, 간식.서연이 체크할 때마다 시우가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었다.도진의 역할은 도시락 뚜껑이었다.“이번에는 다 있어.”그가 자신 있게 말했다.서연이 도시락통을 확인했다.반찬통 뚜껑은 있었고, 김밥통 뚜껑도 있었다. 대신 수저통이 비어 있었다.“숟가락은요?”도진의 표정이 굳었다.시우가 한숨을 쉬었다.“아빠는 아직 멀었어.”“젓가락은 챙겼는데.”“나는 젓가락 잘 못해.”도진은 편의점으로 뛰어가지 않았다. 주방 서랍에서 어린이용 숟가락을 찾아 씻고, 시우가 보는 앞에서 수저통에 넣었다.“이제 됐어?”“응. 스티커 붙여.”시우는 준비물마다 공룡 스티커를 붙였다.도진의 손등에도 하나를 붙였다.“왜 여기?”“잊어버리지 말라고.”다음 날 보호자들은 아이들과 숲체험장까지 함께 갔다.출발 전 교사는 보호자들에게 아이 한 명만 따라다니지 말고 맡은 조 전체를 보라고 당부했다. 서연과 도진도 시우 조에서 빠졌다. 부모가 둘이나 왔다는 이유로 시우만 특별 관리받지 않게 한 배치였다.도진은 구급가방 품목을 세 번 확인하다 교사에게 제지받았다.“이미 확인했어요. 아이들 이름만 익혀주세요.”그는 명단을 접고 아이 네 명의 모자 색부터 외웠다. 준비를 많이 하는 것과 필요한 사람을 보는 것은 다를 수 있었다.서연과 도진은 같은 조가 아니었다. 유치원에서 보호자를 분산 배치했기 때문이다.서연은 다섯 살 아이 네 명과 나뭇잎 색을 찾았고, 도진은 간식상자와 구급가방을 맡았다.그는 태강 임직원 워크숍보다 더 긴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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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좋은 사람의 퇴장

류하준은 싱가포르 신규 호텔 개관을 맡게 됐다.최소 2년짜리 프로젝트였다.“축하해.”서연이 말하자 하준은 웃지 않았다.“네가 그렇게 쉽게 보내면 섭섭한데.”두 사람은 라온호텔 옥상 정원에 앉아 있었다.루미에르와 체결한 장기 제휴계약 갱신을 마친 뒤였다. 새 담당자는 이미 정해졌고, 하준이 없어도 계약은 그대로 유지됐다.계약에는 하준 개인 승인 없이도 진행되는 실무 연락망이 붙었다. 과거에는 문제가 생기면 서연이 곧바로 하준에게 전화했고, 하준이 자기 권한으로 해결했다. 편했지만 두 회사 관계가 한 사람의 호의에 기대는 구조였다.새 계약은 분쟁 절차와 담당자 대체 기준, 긴급 비용 한도를 적었다. 하준이 떠난 뒤에도 루미에르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상 단가도 공개했다.“이제 나 없어도 잘 굴러가네.”“그게 갱신 조건이었잖아.”“알면서도 서운한 건 별개지.”“안 갈 수도 있어?”“갈 거야.”“그럼 축하해야지.”하준은 따뜻한 커피잔을 돌렸다.“차도진이랑 만나고 있다며.”“누가 그래?”“시우.”서연이 이마를 짚었다.“그 애가 어디까지 말했어?”“엄마랑 아빠가 밥 먹는데 자기는 뺐다고.”“그게 전부야.”“전부는 아니겠지.”하준은 한동안 정원을 봤다.“예전 같았으면 내가 기다리겠다고 했을 거야.”“기다려달라고 한 적 없어.”“알아. 그래서 더 오래 기다렸지.”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준은 이혼 뒤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곁에 있었다. 시우가 아플 때 병원에 함께 갔고, 루미에르 첫 투자자를 소개했고, 도진이 나타난 뒤에도 서연 대신 결정하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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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각자의 다음 행사

윤세아의 자선행사는 결혼식보다 작은 규모였지만 결정할 일은 더 많았다.기부금이 어디로 가는지, 기업 로고를 얼마나 노출할지, 후원자 좌석을 작품 가격과 연결할지.세아는 처음 회의에서 말했다.“신우그룹 이름으로 모금하면 액수는 커질 겁니다.”“대신 행사가 회장님 홍보로 보일 수 있어요.”서연이 답했다.“그게 싫어서 루미에르를 부른 겁니다.”두 사람은 후원자 명단보다 기금 집행위원회를 먼저 확정했다. 청소년 자립 당사자 두 명과 외부 회계사를 위원으로 넣고, 행사 당일 실시간 모금액을 공개하기로 했다.당사자 위원에게 이름만 빌리지 않도록 회의 참석비와 결정권도 보장했다. 한 위원은 ‘자립 청소년의 감동 사연’을 무대에서 소개하자는 초안을 지웠다.“기부받으려면 불행을 증명해야 하는 행사는 싫어요.”세아는 반박하지 않았다. 참여자가 원할 때만 작품 설명에 자기 경험을 덧붙이고, 신상은 행사 뒤에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서연은 촬영동의서를 성인용과 청소년용으로 나눴다. 보호자나 기관이 동의했더라도 본인이 싫다고 하면 얼굴을 촬영하지 않는 조건이었다.“아버지가 싫어하겠네요.”민지수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세아가 웃었다.“그래서 좋습니다.”행사 장소는 신우그룹 호텔이 아니라 폐역을 개조한 전시장으로 정했다.작품 옆에는 작가 이름만 걸었다. 후원 기업 로고는 입구 안내판 아래 한 줄로 줄였다.행사 전날 한 대기업이 로고 크기를 세 배로 키우면 목표액의 절반을 내겠다고 제안했다. 세아는 집행위원회에 안건을 올렸고, 위원들은 거절했다.“돈이 줄어도 괜찮습니까?”서연이 확인하자 세아가 답했다.“괜찮지는 않죠. 대신 오늘 정한 기준을 다음 후원자한테도 설명할 수 있어요.”부족한 금액은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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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물어보고 하는 키스

영화는 30년 전에 만들어진 로맨스였다.극장에는 관객이 열두 명뿐이었다.서연과 도진은 맨 뒤가 아니라 화면이 편한 가운데 자리를 골랐다. 예전에는 도진이 사람을 피하려고 늘 가장 비싼 전용관을 빌렸다. 이번에는 다른 관객과 같은 줄에서 광고가 끝나기를 기다렸다.영화 시작 직전 비서실에서 긴급 표시가 뜬 전화가 왔다. 도진은 화면을 서연에게 보여주며 물었다.“감사위원회 연락입니다. 받아도 됩니까?”“받아요. 시작까지 4분 남았어요.”도진은 복도로 나가 2분 만에 통화를 끝냈다. 내용을 설명하려 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무음 보관함에 넣었다. 서연은 그가 일을 완전히 버리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지 않아서 오히려 편했다.도진은 팝콘을 사도 되는지 물었고, 서연은 영화 보는 동안 소리 내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팝콘이 어떻게 소리를 냅니까?”“당신은 봉지를 계속 접잖아요.”“기억납니까?”“결혼했을 때 영화 한 번 봤어요.”“한 번뿐이었습니까?”“당신이 중간에 회사 전화 받고 나갔죠.”도진의 손이 매점 카드 앞에서 멈췄다.“오늘은 끄겠습니다.”“급한 일이 있으면 받아요. 말하고 나가면 돼.”“네.”영화는 주인공들이 수십 년 동안 오해하다 마지막에 만나는 이야기였다.예전의 서연이라면 답답하다고 했을 것이다.지금도 답답했지만, 말하지 못한 이유가 각자 있었다는 장면에서는 조금 울었다.영화 중간 주인공이 상대를 보호한다며 이별을 통보하는 장면에서 서연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도진이 옆을 보려다 멈추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손을 잡거나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각자 화면을 봤다.불이 켜지고 나서야 서연이 말했다.“저런 걸 왜 낭만이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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