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윤이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시선을 옮기니, 대략 스물넷 남짓으로 보이는 앳된 아가씨가 서 있었다.귀티 나는 딥그린 벨벳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목에는 아무런 장신구도 걸치지 않았지만 귓가에는 앙증맞은 진주 귀걸이가 은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첫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볼수록 은은한 매력이 풍기는 얼굴이었다.부드러운 눈썹 아래로 크진 않지만 총명하게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입꼬리를 올릴 때 살짝 지어지는 호선이 인상적이었다.“안목이 없으신 게 아니라, 애초에 이 브랜드를 알아볼 수준이 안되시는 것 같네요. 아틀리에 자크는 주로 유럽 왕실 전용으로 옷을 짓는 브랜드인데, 이곳 의상을 두고 저렴하다고 깎아내리시다니. 풋...”강하린이 입을 가리며 가볍게 실소를 터뜨렸다.“제가 보기엔 드레스가 저렴한 게 아니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으스대는 그쪽 안목이 참 저렴해 보이네요.”청천벽력 같은 노골적인 독설에, 잔뜩 치장한 영애의 얼굴이 순식간에 수치심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럼에도 감히 말 한마디 받아치지 못한 채 입술만 바르르 떨 따름이었다.눈앞의 아가씨가 다름 아닌 조세혁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상대였기에 결국 여자는 무안함을 참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트집을 잡던 여자가 사라지자 서다윤은 강하린을 향해 고마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아니에요. 저도 쥐뿔도 없으면서 남 깎아내리며 우월감 느끼는 부류들이 제일 꼴불견이더라고요.”서다윤은 그녀의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강하린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와, 언니. 몸에서 나는 향이 진짜 좋네요. 무슨 향수 쓰세요?”“이건 정말 대중적이지 않은 건데... 브랜드제품은 아니고, 제가 직접 조향해서 쓰는 거예요.”서다윤이 멋쩍은 듯 대답했다.“언니가 직접 향수를 만드신다고요?”강하린이 눈을 빛내며 흥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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