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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온 아씨는 돌아가고 싶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91 - チャプター 100

111 チャプター

떠나기 전에 배우는 것

서화가 열어 둔 작은 상자는 며칠이 지나도록 절반 이상 비어 있었다. 처음에는 돌아갈 때 가져갈 물건을 하나씩 넣으면 금세 가득 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손에 잡히는 것마다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북부에 처음 왔을 때 받았던 두꺼운 망토는 조선에서는 지나치게 크고 무거울 것 같았고, 에드윈과 함께 사용한 아르데시아어 연습장은 몇 권이나 되어 전부 가져가기에는 부피가 컸다. 반대로 너무 사소해서 굳이 챙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작은 나무 빗은 마리엘이 서화의 머리를 처음 제대로 정리해주던 날 건넨 것이어서, 한참 손에 들고 있다가 결국 상자 안에 넣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리엘은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처럼 무엇을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며 권하지도 않았고, 자신이 준 물건을 넣었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서화가 빗을 넣었다가 다시 꺼내고, 한참 뒤 또 넣는 것을 세 번째 보고서야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가씨, 그 빗이 오늘 안으로 자리를 정할 수는 있는 겁니까?”서화가 상자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고민 중.”“아까는 가져가신다면서요.”“그런데 여기서 쓰다.”“다른 빗을 쓰시면 되지요.”“이게 편하다.”“그러면 돌아가실 때까지 쓰시다가 마지막 날 넣으시면 되잖아요.”서화의 움직임이 멈췄다.너무 간단한 답이었다.“아.”마리엘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떠나시는 것도 아닌데 벌써 일상용품까지 상자에 넣으시면 그날까지 뭘 쓰시려고 그러십니까.”서화는 머쓱한 얼굴로 빗을 다시 꺼냈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부터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가져갈 물건을 정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지금도 사용하는 물건까지 하나씩 상자에 넣었다가, 필요해지면 다시 꺼냈다. 돌아갈 날을 준비하는 일이 지금의 생활을 미리 접어버리는 일처럼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서화는 상자 안을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그동안 넣어두었던 것 가운데 아르데시아어 연습장도 다시 꺼냈다.마리엘이 물었다. “그것도요?”“공부하다.”“아직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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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법

서화가 전날 밤 적어 둔 목록 가운데 가장 어려운 항목은 뜻밖에도 마지막에서 두 번째였다. 카시안과 평범한 하루를 보낼 것. 아르데시아어 공부는 시간을 정하면 됐고, 헤르만에게 약초를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마리엘에게 북부 음식을 하나 가르쳐 달라고 하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부엌 사용 시간을 잡았으며, 에드윈에게 빌린 책은 서재에서 찾아 돌려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평범한 하루’라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완성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일부러 계획하는 순간 이미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평소처럼 카시안은 집무실에 틀어박혀 하루를 보내고 자신은 에드윈이나 헤르만과 공부하다 저녁 식사 때나 마주칠 가능성이 컸다. 결국 서화는 아침 식사를 하다가 맞은편에 앉은 카시안을 빤히 바라봤다. 카시안은 처음에는 모르는 척 식사를 계속했지만, 서화의 시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포크를 내려놓았다. “할 말 있어?” 서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바쁘다?” 카시안이 잠시 생각했다. “오전에는 보고를 받아야 하고, 오후에는 훈련장에 한번 가봐야 해. 왜?” “저녁?” “특별한 일정은 없어.” 서화는 조금 고민하다 물었다. “그러면 저녁. 같이 있다.”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화가 눈을 가늘게 떴다. “싫다?” “아니.” “그런데 왜 대답 안 하다?” “너무 좋아서 네가 뭘 잘못 말한 건가 생각 중이었어.” 서화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안 잘못 말하다.” “그럼 같이 있자.” 카시안은 웃으며 다시 포크를 들었다. 특별히 무엇을 하자는 질문도, 어디에 가고 싶은지 묻는 말도 없었다. 서화 역시 그것이 마음에 들어 더 설명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는 특별한 것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평소처럼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조금 나누면 됐다. 다만 식사가 끝나기 직전 카시안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 “저녁 식사는 뭐 먹고 싶어?” 서화가 바로 그를 쳐다봤다. “평범하게.” “평범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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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날을 위한 준비

서화가 ‘평범한 하루’를 목록에 적은 뒤로 사흘이 흘렀다. 그동안 북부성에서는 정말 별다른 일이 없었다. 서화는 오전이면 에드윈과 아르데시아어를 공부했고, 점심을 먹은 뒤에는 헤르만에게 약초와 치료 기록을 배웠으며, 저녁에는 자신의 방이나 서재에서 책을 읽었다. 카시안과 마주치는 시간도 특별히 늘리지 않았다. 함께 식사할 수 있으면 식사를 했고, 서로 일이 남아 있으면 각자의 일을 했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화가 더 이상 평범한 하루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날 아침에도 서화는 에드윈과 번역 기록을 정리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조선의 생활 단어보다 아르데시아에서 배운 단어를 조선어로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처음에는 조선을 이곳 사람들에게 설명하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가족에게 아르데시아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북부 대공, 마법사, 신전, 마력 같은 단어는 조선어 한두 마디로 옮기기 어려웠고, 특히 ‘마법’을 단순히 도술이라고 설명하면 자신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했던 오해를 가족들도 그대로 할 가능성이 컸다.“이건 아니다.”서화가 자신이 적은 문장을 지우자 에드윈이 옆에서 고개를 기울였다. “또 뭐가 마음에 안 들어?”“마법. 도술 비슷하다. 그런데 도술 아니다.”“도술이 뭔데?”서화는 잠시 고민했다. 처음 아르데시아에 떨어졌을 때 자신은 마법을 보자마자 도술이라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자신이 아는 가장 가까운 개념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아르데시아의 마법은 특정한 몇 사람이 신비한 재주를 부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연구하는 사람이 있고, 교육하는 기관이 있으며, 치료나 건축처럼 실제 생활에도 쓰였다.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기이한 술법으로만 취급되는 것은 아니었다.“조선 가면. 아버지한테 설명하다. 오라버니는…….”서화가 말을 멈췄다.에드윈이 기다렸다.“오라버니는 먼저 칼 잡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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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지 않고 확인하는 날

에드윈이 만든 귀환 준비 목록은 다음 날 아침 아드리안과 헤르만에게 넘어갔다. 서화가 직접 덧붙인 네 문장까지 포함된 상태였다. 누구도 그것을 지우거나 더 점잖은 표현으로 고치지 않았고, 오히려 헤르만은 가장 먼저 아프면 참지 않을 것이라는 문장 옆에 작은 표시를 했다. 그동안 서화가 몸이 좋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버리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본 사람다운 반응이었다.“왜 이것만 표시하다?”서화가 못마땅한 얼굴로 묻자 헤르만은 종이에서 눈도 들지 않았다. “네가 가장 못 지킬 가능성이 높은 항목이니까.”“나 잘 지키다.”“누가?”“나.”“그 주장을 증명하려면 지난 기록 세 장은 없애야겠군.”서화는 입을 다물었다. 며칠 전 자신이 창피하다고 빼달라던 수면 부족 기록까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에드윈이 웃음을 참자 서화의 시선이 곧장 그쪽으로 돌아갔고, 에드윈은 괜히 종이를 넘기며 아무것도 못 들은 척했다.아드리안은 세 사람의 실랑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준비 목록을 자기 앞으로 당겼다. “이걸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군. 문이 나타난 뒤 처음 읽어보는 목록이라면 의미가 없으니까.”서화가 고개를 기울였다. “어떻게?”“연습해보면 되지.”에드윈이 아드리안을 바라봤다. “문을 열지 않고요?”“당연하지. 우리는 지금 문을 여는 연습을 할 이유가 없어.”아드리안은 목록 첫 장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그가 제안한 것은 의식도 실험도 아니었다. 남쪽의 귀환 경로가 관측되었던 장소까지 실제로 가서, 아무런 힘도 가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위치와 역할, 기록 방식, 서화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만약 훗날 경로가 다시 나타났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에 먼저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했다.헤르만이 가장 먼저 동의했다. “좋습니다. 환자를 눕혀놓고 처음 보는 절차서를 읽는 의원은 없으니까요.”“나 환자 아니다.”“비유다.”“나 보고 말하다.”“그건 맞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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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더 천천히

첫 비활성 관측을 마친 다음 날 아침, 서화는 평소와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남쪽 바다에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몸도 평소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어깨와 목덜미가 뻐근했다. 아픈 정도는 아니었다. 전날 내내 긴장한 채 서 있었고, 마차를 오래 탄 탓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설명되는 정도였다. 그래도 서화는 옷을 갈아입은 뒤 곧장 책상으로 가서 전날 관측 기록의 빈 여백에 작은 글씨를 덧붙였다. 다음 날 아침, 어깨와 목이 조금 뻐근함. 다른 이상 없음.적고 나니 조금 우스웠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것까지 기록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자신이 직접 ‘긴장했을 때와 장소 때문에 몸이 반응했을 때를 구별할 방법’을 적어두었다. 그렇다면 특별하지 않은 변화도 특별하지 않다고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나중에 비슷한 통증이 생겼을 때 모든 것을 경계의 영향으로 생각하지 않으려면 평범한 피로가 어떻게 남는지도 알아야 했다.서화는 종이를 덮고 세수를 한 뒤 식당으로 내려갔다. 카시안은 이미 와 있었지만 서화가 자리에 앉자마자 몸 상태부터 묻지는 않았다. 대신 평소처럼 아침 인사를 하고, 차가 식기 전에 마시라는 말을 한 뒤 자기 앞의 서류를 한쪽으로 치웠다. 서화는 그가 일부러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이 먼저 말하지 않으면 어제 일에 대해 캐묻지 않으려는 모양이었다.“나 오늘 조금 아프다.”결국 서화가 먼저 말하자 카시안의 시선이 즉시 올라왔다. “어디?”“어깨. 목.”“헤르만은?”“아직.”“그럼 식사하고—”“마차 오래 타고 긴장해서 그런 것 같다.”카시안은 잠시 서화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헤르만한테 말해.”“응. 기록도 했다.”“잘했네.”그뿐이었다. 카시안은 당장 의원을 부르지도 않았고, 어제 관측이 위험했던 것 아니냐며 계획을 뒤집지도 않았다. 서화는 빵을 한 조각 뜯다가 문득 그런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 예전의 카시안이었다면 자신의 몸보다 서화의 상태에 더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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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끝난 뒤에 정하는 것

두 번째 비활성 관측의 날짜는 그 뒤로도 나흘 동안 비어 있었다. 서화의 몸에는 첫 관측 이후 특별한 변화가 없었고, 헤르만이 아침저녁으로 확인한 맥박과 체온도 평소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목과 어깨의 뻐근함은 이튿날 완전히 사라졌으며, 흰 옥 역시 특별히 뜨거워지거나 빛을 내지 않았다. 에드윈이 첫 관측에서 얻은 수치를 다시 정리했지만 남쪽 장소에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작은 마력 변화 외에는 의미를 붙일 만한 현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누구도 먼저 빈칸에 날짜를 쓰자고 하지 않았다.서화 역시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평소 생활로 돌아갔다. 오전에는 언어 공부를 했고, 오후에는 헤르만의 약재실에서 조선의 약초와 비슷하게 생긴 식물을 구분했으며, 저녁이면 카시안과 같은 서재에 앉아 각자의 일을 했다. 가끔 자신이 왜 이렇게 태연할 수 있는지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답은 단순했다. 두 번째 관측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날짜를 정할 이유가 생기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날 오전에도 서화는 에드윈의 연구실에서 관측 기록을 읽고 있었다. 첫 번째 기록은 이미 여러 차례 검토했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실제로 현장에서 기록을 얼마나 쉽게 읽고 쓸 수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막상 긴장한 상태에서 보니 긴 문장은 불편했고, 항목 사이가 지나치게 가까우면 한 줄을 건너뛸 수도 있었다.“이거 크게.”서화가 종이 한쪽을 가리키자 에드윈이 고개를 숙였다. “글씨를?”“응. 시간도.”“종이를 더 써야 하는데.”“종이 아끼다가 틀리면?”에드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새 종이를 꺼냈다. “네가 요즘 나보다 연구자 같다.”“아니다.”“왜?”“나는 필요한 것만 보다.”“그 말이 연구자한테 제일 아픈 말인 거 알아?”서화가 웃었다. 에드윈도 투덜거리면서 표를 다시 그렸다. 기록 시간은 굵게 표시하고, 서화가 직접 적는 칸은 손을 움직이기 편하도록 넓혔다. 특별한 변화가 없을 때는 긴 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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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관측에서 달라진 것

두 번째 비활성 관측일 아침, 서화는 눈을 뜨자마자 날짜부터 떠올리지 않았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보고 날씨가 맑다는 것을 먼저 확인했고,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가볍게 움직여 목과 어깨가 평소와 같은지 살폈다. 첫 관측 다음 날처럼 뻐근한 곳은 없었다. 전날 밤에도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잠들었고 중간에 깨지 않았으니 수면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책상 위에 놓인 관측 기록표를 펼쳤다.첫 줄은 건강 상태였다. 서화는 맥박이나 체온처럼 헤르만이 확인해야 하는 항목은 비워두고 자신이 답할 수 있는 것부터 적었다. 수면 이상 없음. 통증 없음. 어지럼 없음. 식욕 있음. 긴장 있음. 마지막 항목에서는 붓이 잠깐 멈췄다. ‘조금’이라고 적으려다가 자신에게까지 괜찮은 척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 뒤에 한 글자를 더 붙였다. 긴장 많음.적고 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긴장한다고 해서 오늘 가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두렵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준비의 목표도 아니었다. 두려운 상태에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필요하면 멈출 수 있으면 됐다.서화가 기록표를 들고 식당으로 내려갔을 때 카시안은 이미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서화를 보자 자연스럽게 맞은편 의자를 빼주었지만 관측에 대해서는 먼저 묻지 않았다. 서화도 앉자마자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빵과 달걀, 따뜻한 수프가 놓였고 서화는 평소만큼 먹었다. 한참 뒤에야 카시안이 그녀가 접시를 거의 비운 것을 확인하고 차를 건넸다.“잘 잤어?”“응.”“몸은?”“괜찮다.”“긴장은?”서화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솔직하게 대답했다. “많이.”카시안은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래도 오늘 갈 준비는 됐어?”서화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며칠 전 헤르만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와 달리, 오늘은 정말 출발하는 날이었다. 지금 아니라고 말하면 일정은 미뤄질 것이다. 누구도 이유를 캐묻지 않을 것이고, 준비가 부족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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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증상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두 번째 비활성 관측 다음 날 아침, 서화의 왼손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밤사이 열이 오르거나 저린 적도 없었고, 귀 가까이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다시 들리지도 않았다. 잠에서 깬 서화는 일부러 곧장 흰 옥부터 만지지 않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양손을 무릎 위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손가락을 한 번씩 접었다 펴고 손목을 돌려본 뒤 왼손과 오른손의 감각을 비교했지만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전날과 같은 순서로 개인 기록표를 펼쳐 수면 이상 없음, 왼손 열감 없음, 청각 이상 없음, 통증 없음이라고 적었다.아침 식사 뒤 찾아온 헤르만도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양손의 온도는 같았고 맥박과 체온도 평소 범위였으며, 귀 안쪽을 살펴봐도 염증이나 상처처럼 물소리와 연결할 만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검사를 마치고도 곧바로 전날의 증상이 남쪽 관측지와 관계없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 반대로 경계의 영향이었다고 의심하지도 않았다.“오늘은 정상이다. 그게 지금 말할 수 있는 전부야.”서화는 소매를 내리며 물었다. “어제는 왜 그랬다?”“모른다.”너무 빠른 대답에 서화가 눈을 깜빡였다. 헤르만은 태연하게 진료 기록을 정리했다. “한 번 나타났다가 사라진 손의 온도 차이만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긴장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한쪽 손을 더 오래 쥐고 있었을 수도 있고, 날씨 때문일 수도 있고, 장소와 관련됐을 수도 있지. 지금 그중 하나를 고르면 진단이 아니라 짐작이다.”서화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현장에서 자신이 가장 궁금했던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몇 분만 더 서 있으면 왼손의 온기가 사라지는지, 다시 물소리가 들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곳에 더 오래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원인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손이 식었다면 ‘왜 식었는지’를 또 물었을 것이고, 계속 따뜻했다면 ‘왜 계속 따뜻한지’를 물었을 것이다. 궁금증 하나를 해결하려다 더 위험한 상태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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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답을 찾으러 가지 않았다

세 번째 비활성 관측일 아침, 서화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다. 아직 시종들이 복도를 오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이른 시간이었고, 창밖은 완전히 밝아지기 전이었다. 첫 번째 관측 때처럼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긴장하지도 않았고, 두 번째 관측 때처럼 눈을 뜨자마자 손바닥의 온도부터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서화는 잠시 그대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제 기록장에 적어둔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내일 본 것을, 오늘 정하지 않는다.서화는 일부러 왼손과 오른손을 맞대지 않았다. 손끝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확인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침대에서 내려와 세수를 하고 옷을 입는 동안 특별히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없었으므로 그것으로 충분했다. 무언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자기 몸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면, 오늘 관측은 남쪽에 도착하기도 전에 시작되어버릴 것 같았다.식사 전에 찾아온 헤르만도 이전보다 간단하게 상태를 확인했다. 체온과 맥박, 수면 상태, 통증 여부를 살핀 뒤 서화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자 더 검사하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으로 오늘 관측을 중단할 조건이 무엇인지 서화에게 직접 말해보게 했다.서화는 잠시 생각한 뒤 차례로 대답했다. “아프면 말하다. 어지럽거나, 가슴 아프거나, 눈 이상하거나, 몸 갑자기 뜨겁거나 차가워지면. 그리고 내가 그냥 그만하고 싶어도.”헤르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이 제일 중요하다.”“이유 없어도?”“없어도.”“에드윈이 울어도?”마침 열린 문으로 들어오던 에드윈이 그대로 멈췄다. “내가 왜 울어?”서화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연구 끝나서.”“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헤르만이 웃음을 참으며 진료 기록을 덮었다. 에드윈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자신은 이제 중단 명령을 누구보다 잘 지킨다고 항변했지만, 서화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웃고 나니 아침부터 굳어 있던 어깨의 힘이 조금 풀렸다.오늘도 문을 여는 날은 아니었다.무언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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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리지 않은 문 앞에서

남쪽 관측지에 상시 감시 인력을 두기로 한 뒤 사흘 동안 아무런 보고도 올라오지 않았다. 수위가 평소보다 조금 높았던 날도 있었고, 새벽 안개가 바다를 뒤덮은 날도 있었지만, 과거에 확인했던 금빛이나 공간의 흔들림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관측자들은 정해진 거리 밖에서 날씨와 수위, 육안으로 확인되는 변화만 기록했고, 마법을 사용하거나 바위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다. 에드윈은 하루 두 번 전달되는 기록을 받아 날짜별로 묶었지만, 그 자료를 들고 서화를 찾아와 의미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았다.서화 역시 먼저 묻지 않았다.정확히는, 묻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첫날에는 오전 공부를 마친 뒤 연구실 근처를 지나다가 발걸음이 느려졌다. 에드윈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아침 보고도 이미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오늘은?’이라고 물으면 몇 마디면 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화는 문 앞에 잠깐 서 있다가 그대로 지나쳤다. 특별한 변화가 있었다면 자신에게 알리기로 이미 정했으니, 소식이 없다는 것 자체가 현재 필요한 답이었다.둘째 날에는 조금 쉬웠다.셋째 날에는 연구실 앞에서 멈추지도 않았다.그렇다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밤이 되면 가끔 조선의 계절을 계산했고, 자신이 사라진 뒤 얼마나 많은 날이 흘렀는지 헤아리다가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 마음 때문에 남쪽 바다에서 일어나지 않은 현상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기다림이 길어진다고 해서 기록되지 않은 빛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그리고 나흘째 아침.처음으로 남쪽에서 긴급 표식이 붙은 보고가 올라왔다.⸻에드윈이 서화를 찾았을 때 그녀는 헤르만의 약재실에서 말린 잎을 분류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에드윈의 표정을 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약초를 천천히 내려놓았다.“남쪽?”에드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한 번의 움직임으로 서화의 심장이 세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드윈은 ‘문이 열렸다’고 말하지 않았다. 먼저 접힌 보고서를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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