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날 버린 재벌이 지 아들인줄 모르고 입양한댄다: Chapter 31 - Chapter 40

57 Chapters

제31화: 강 여사의 납치 공작

새벽 1시, 선진의료원 소아 병동 5층 복도의 메인 조명이 일제히 차단되며 어둠이 내려앉았다. 덜컥-! 쾅-!비상계단 방화문이 열리며 시설 점검복 위에 검은 점퍼를 걸친 남자 8명이 복도로 들어왔다. 손에는 삼단봉과 케이블 타이, 접이식 칼이 들려 있었다. 강 여사가 우진을 강제로 데려가려고 고용한 사람들이었다.502호 격리 병실 문이 비상키로 열리며 거칠게 젖혀졌다. 침대 곁에서 우진의 이마를 짚으며 체온을 체크하던 서연이 흠칫 놀라며 침대 앞을 온몸으로 가로막아 섰다."누구야! 여긴 소아 중환자 격리 병실이야! 당장 나가지 못해?!"어둠을 가르고 친칠라 밍크코트를 걸친 강 여사가 황금 지팡이를 짚으며 표독스러운 미소를 띤 채 걸어 들어왔다."한서연, 네 천박한 손에서 내 가문의 유일한 적통 친손자를 넘겨받으러 왔다."강 여사가 지팡이 끝으로 서연의 쇄골을 찌르며 날카롭게 말했다."내 아들 도현이가 미쳐서 날뛰며 어미를 배신한 것도 다 네년의 요망한 수작질 때문이지. 아이는 내가 데려가 선진가의 완벽한 후계자로 세뇌해 키울 테니, 넌 조용히 꺼져라. 거역하면 5년 전 네 아비처럼 산소호흡기 떼이고 시체로 나갈 줄 알아라!"서연은 링거 거치대를 잡아 침대 앞을 막았다."내 아이 몸에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네 늙은 목숨줄부터 끊어놓을 거야, 살인자 년아.""이 건방진 년이 끝까지 주둥이를 놀려?! 당장 저년 머리통을 깨부수고 아이를 보에 싸서 끌고 나와!"서연은 침대 옆 비상 호출기를 눌렀지만 전원이 내려가 반응하지 않았다. 곧바로 개인 휴대폰으로 112에 위치를 전송하고, 우진의 산소 라인이 꺾이지 않도록 침대 머리판을 벽 쪽으로 밀었다."엄마, 나 안 무서워."우진의 목소리가 떨렸다."무서워도 괜찮아. 엄마 목소리만 듣고 천천히 숨 쉬어."강 여사는 그 모습을 비웃으며 남자들에게 병실 문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복도 CCTV와 출입통제 서버는 이미 외부 보안센터에 자동 백업되고 있었다.조폭 두목이 쇠파이프를 치켜들며 서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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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박살 난 사주

칼을 든 남자가 도현의 팔을 뿌리치고 병실로 뛰어들려 했다. 도현은 몸을 비틀어 칼 든 손목을 벽에 눌렀다. 병원 보안요원들이 방패로 나머지 침입자들을 갈라놓았고, 뒤따라온 경찰이 한 명씩 수갑을 채웠다."환자 구역입니다! 무기 버리고 바닥에 엎드리십시오!"고함과 발소리가 뒤섞였지만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8명의 침입자는 모두 제압됐고, 병실 문간에 선 강 여사는 지팡이를 놓친 채 뒤로 물러섰다."도, 도현아! 내가 네 어미다! 감히 경찰에 넘기겠다는 거냐?!"도현은 강 여사와 병실 사이를 막은 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5년 전 서연이 아버지의 치료를 끊게 만들고, 오늘 내 아들을 납치하려 사람을 보낸 순간부터 당신은 보호해야 할 가족이 아니라 조사받아야 할 피의자입니다."그때, 계단을 올라온 경찰관들과 아동전담 수사관들이 5층 복도로 들어왔다."강순옥 씨, 특수주거침입과 미성년자 약취유인 미수 교사 혐의로 긴급체포합니다!"형사들이 강 여사에게 수갑을 채우자 그녀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도현아! 날 살려라! 내가 네 친모야! 선진그룹의 안주인이라고-!"도현은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게 CCTV 보존 위치와 목격자 명단부터 설명했다. 강 여사가 질질 끌려나간 뒤, 도현은 피 묻은 손을 알코올 솜으로 닦아내고 조심스럽게 서연과 우진에게 다가갔다.서연은 긴장이 풀려 비틀거렸지만 침대 난간을 붙잡고 버텼다. 도현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다 멈추고 먼저 물었다."다친 데 없어? 둘 다?"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현은 그제야 벽을 짚고 숨을 골랐다. 우진은 도현의 수트 자락을 놓지 않았다."아저씨…… 이번엔 눈빛 안 멍청했어. 조금 멋있었어."도현은 웃다가 눈가를 눌렀다. 경찰이 강 여사를 데리고 사라진 뒤에도 세 사람은 한동안 병실 문 앞에 그대로 서 있었다. 현장 수사관은 도현에게 직접 제압한 경위와 사용한 힘의 정도를 확인했다. 도현은 숨기지 않고 그대로 진술했다. 서연은 우진의 산소포화도가 96%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뒤 병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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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살인자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선진그룹 본사 50층 대회의실. 선진그룹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들과 국내외 대형 기관투자자 50여 명이 숨을 죽인 채 긴급 임시 이사회장에 모여 있었다. 차도현이 상석에서 참석자 명단과 의결 정족수를 확인했다."지금부터 강순옥 씨의 그룹 내 이사직·명예직 박탈과 특수관계인 거래 중단,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 위임 해지 및 법원 가압류 지원 안건을 상정합니다."도현의 말이 끝나자 스크린에 근거 자료가 차례로 띄워졌다. 5년 전 서연 부친의 산소호흡기 차단을 직접 지시한 강 여사의 차가운 육성 녹취록, 오유라를 통해 건넨 30억 차트 조작 자금 세탁 내역, 그리고 어젯밤 소아 병동 502호를 습격한 침입자 8명의 사주 계약서와 자금 입금증.이사진들과 주주들의 입에서 경악에 찬 신음과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사람이 어떻게 제 친손자한테 저런 짓을……!"강 여사 측 대리인 변호사가 얼굴이 하얘져 자리에서 일어났다."차 총수님! 아무리 그래도 친어머니이십니다! 가문의 체면과 지분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상법상 문제가 있습니다!"도현은 변호사를 바라봤다."어머니?"도현이 짧게 되물었다."한 가족의 삶을 망가뜨리고 자기 손자까지 납치하려 한 사람입니다. 친어머니라고 회사 권한까지 남겨둘 수는 없습니다."도현은 안건 문구를 다시 읽고 표결에 부쳤다."강순옥의 모든 명예직과 고문직을 박탈하고, 회사가 위임받은 의결권을 즉시 회수하겠습니다. 보유 지분 15%에는 법원 가압류와 처분금지를 신청합니다. 피해자 지원기금 500억 원은 제 개인 재산으로 출연하겠습니다. 찬성하시는 분은 거수하십시오."참석 이사 전원이 손을 들었다. 안건은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유치장에서 결정문을 전달받은 강순옥은 종이를 찢으려다 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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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무인도 요양원

남해안의 작은 섬, 법무부가 지정한 폐쇄 의료병동. 구치소에서 뇌혈관 이상 증세를 보인 강순옥은 법원의 감정유치 결정에 따라 이곳으로 임시 이송됐다. 끼익-! 쾅! 육중한 철제 문이 열리고, 안전벨트로 몸을 고정한 휠체어에 앉은 강순옥이 환자복 차림으로 들어왔다.강순옥은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내가 선진그룹 사모님이야…… 도현아, 내 다이아몬드 목걸이 가져와라……."혈관성 인지장애 의심 소견은 있었지만 형사책임 능력과 치료 필요성은 법원의 정식 감정을 거쳐 판단될 예정이었다. 그때, 헬기를 타고 섬에 도착한 차도현이 요양원 면회실 철창 앞에 섰다. 도현은 휠체어에 묶인 친모의 처참한 몰골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어머니."강순옥이 흠칫하며 입가에 묻은 침도 닦지 못한 채 고개를 들었다."도, 도현이니?! 날 여기서 꺼내다오! 내가 네 어미잖아! 선진가의 안주인이라고!"도현은 감정을 누르고 말했다."재판과 치료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당신이 한 일을 마주하십시오. 판결은 법원이 내릴 겁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죄를 덮지 않겠습니다."도현은 면회실 밖에서 담당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수사관의 설명을 들었다. 강순옥은 뇌혈관 질환과 급성 혼란 증세를 보였지만, 범행 당시 책임능력은 별도 감정이 필요했다."치료 결과와 상관없이 제가 의견을 넣지는 않겠습니다. 수사에 필요한 자료만 제출하겠습니다."도현은 면회 기록에 서명하고 시설을 나왔다. 친모의 고함이 복도 끝까지 따라왔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처벌도 치료도 자신의 손으로 정할 일이 아니었다.오유라는 구속 기소됐고, 강순옥은 감정유치 상태에서 살인교사와 약취유인 교사 혐의를 조사받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선진그룹의 자금과 인력을 다시 움직일 통로는 끊겼다.시설을 나오는 길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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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완전한 청소

선진그룹 법무팀과 비서실의 수사·후속조치 현황 보고서가 차도현의 데스크 위에 올라왔다.[피의자 및 가담자 수사·보전처분 현황]1. 오유라: 특수상해·살인미수 교사·의료기록 위조·횡령 혐의 구속 기소. 주요 계좌 및 부동산 추징보전 결정.2. 오성택: 의료법 위반·배임·리베이트 혐의 구속 기소. 선진의료원 이사장직 해임 및 재단 업무 배제.3. 강순옥: 살인교사·영유아 약취유인 교사 혐의 수사 중. 법원 감정유치 및 보유 지분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결정.4. 5년 전 흥신소 및 차트 조작 가담자 12인: 계좌 추적과 소환 조사 진행, 일부 구속영장 청구.5년 전 서연을 내쫓고 부친의 죽음을 부른 사건은 이제 가문 내부가 아니라 수사기록과 공소장 위에 올라가 있었다. 정 실장이 서류철을 덮었다."총수님, 피해 회복 신탁에 500억 원 출연을 완료했습니다. 수익자는 한서연 님과 한우진 군이지만 수령 여부와 시기는 두 분의 법률대리인이 결정합니다. 의료원은 외부 이사진을 포함한 공익재단 개편 절차에 들어갔습니다."적어도 선진그룹의 이름과 돈으로 서연과 우진에게 직접 위해를 가할 통로는 차단됐다. 도현은 집무실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보고서 아래에는 각 사건의 다음 일정이 붙어 있었다. 오유라 공판준비기일, 강순옥 감정 결과 제출일, 김진수 국내 송환 요청 심사, 의료원 내부감사 중간 발표. 제목은 '완료 보고'였지만 끝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도현은 문서 제목부터 '진행 현황'으로 고치게 했다."판결 전인데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쓰지 마. 피해 회복도 돈을 넣었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오유라와 어머니 상태를 자극적인 표현으로 적은 보고도 빼. 우리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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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병실의 청소부

오전 9시, 선진의료원 소아 병동 502호 격리실 앞. 달칵.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뜻밖의 차림을 본 서연의 눈이 커졌다. 값비싼 맞춤 수트 대신, 수수한 회색 맨투맨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 그리고 허리에는 알록달록한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차도현이 서 있었다.남자의 양손에는 병원에서 허용한 고무장갑과 일회용 밀대, 중성 세정제가 들려 있었다."차도현 씨……? 지금 그 꼴로 여기서 대체 뭐 하는 거예요?"서연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자, 도현은 허리를 숙였다."선진그룹 총수가 아니라, 오늘 청소를 배우러 온 차도현입니다. 허락해 주시면 바닥부터 닦겠습니다."도현은 일회용 밀대를 조립하고 서연이 허락한 중성 세정제부터 계량했다. 침대에 앉아 유기농 사과를 씹던 네 살배기 우진이 팔짱을 끼고 도현의 걸레질을 매서운 눈으로 감시했다."어이, 청소부 아저씨."도현이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네, 심사위원님.""거기 침대 밑에 먼지 남았잖아. 끝까지 쭉 넣어서 닦아야지. 아직 초보네."도현은 우진의 지적대로 밀대 각도를 바꿨다.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으려다 장갑을 낀 걸 보고 멈췄다."알겠습니다, 심사위원님. 다시 닦겠습니다."도현이 침대 밑으로 엎드려 기어들어가 낑낑거리며 바닥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며, 서연은 고개를 돌려 가까스로 웃음을 감췄다. 바닥을 거울처럼 닦아낸 도현이 땀범벅이 된 얼굴로 우진을 올려다보자, 우진이 턱을 치켜들며 엄격하게 채점표를 내밀었다."청소는 제법 하네. 하지만 아빠 시험은 이제 1단계일 뿐이야. 아저씨는 아직 불합격이야."우진은 채점표 아래에 규칙을 세 줄 더 적었다.[소리 지르지 않기 / 허락 없이 만지지 않기 / 엄마 힘들게 하지 않기]"하나라도 어기면 바로 퇴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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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불합격 아저씨

오후 2시, 선진의료원 소아 병동 502호 병실 안. 바닥 청소를 거울처럼 완벽하게 마친 차도현이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은 채 침대 곁에서 아동용 동화책을 펼쳐 들었다."옛날 옛적에 아기 돼지 삼형제가 살았습니다. 첫째 돼지는 볏짚으로 조립식 가설 건축물을 시공하였고, 이는 외풍 및 풍압 하중에 극히 취약한 구조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도현의 건조하고 차가운 대기업 CEO 실적 프레젠테이션 톤이 병실의 적막을 가득 메웠다. 침대에 누워 있던 네 살배기 우진이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저씨."도현이 흠칫 놀라며 책을 가슴께로 내렸다."네, 심사위원님.""아기 돼지들이 회사 보고서 쓰는 거야? 늑대가 '후우' 하는 건데 왜 그렇게 딱딱하게 읽어. 하나도 안 무서워."우진이 침대 협탁 위의 빨간 색연필을 들어 도현의 꽃무늬 앞치마에 큼지막한 빨간 동그라미를 좍 그었다."동화 구연 점수: 100점 만점에 0점."도현이 땀을 훔치며 고개를 떨궜다. 잠시 후, 우진이 유치원 제출용 스케치북을 꺼내 크레파스로 가족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스케치북 가운데에는 왕관을 쓴 아름다운 서연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멋진 로봇 장난감을 든 우진이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도현의 모습은 침대 밑 구석에 아주 작게 엎드려 걸레를 든 졸라맨으로 그려져 있었다."심사위원님…… 구석에 걸레 든 사람은 누굽니까?""청소부 아저씨잖아. 아직 아빠 자격시험 통과 못 했으니까 침대 밑 바닥에 있는 게 맞지."우진이 새침하게 턱을 치켜들며 엄격하게 채점표를 내밀었다."오늘의 종합 아빠 점수: 0점."도현은 0점이 적힌 채점표를 한동안 내려다봤다. 그래도 책을 덮거나 변명하지는 않았다. 대신 채점표를 곱게 접어 동화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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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지분 80%의 양도

다음 날 오전 11시, 도현의 개인 변호사와 독립 신탁 담당 변호사가 서류 가방을 들고 502호 병실로 들어섰다."요청하신 가족신탁 초안을 정리했습니다. 수익자 동의 전에는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서연의 눈앞에 수십 장의 법적 공증 문서가 펼쳐졌다.[선진그룹 지배구조 지분 가족신탁 설정안]- 증여자: 차도현 (선진그룹 총수)- 수익자 예정: 한서연 (50%), 한우진 (30%)- 신탁 대상: 차도현 개인 보유 선진그룹 지주사 지분 80% (시가 약 4조 5,000억 원 상당)- 조건: 독립 수탁기관 관리, 수익자 동의 전 효력 보류, 차도현의 임의 회수 및 의결권 간섭 금지.서연의 손끝이 작게 떨렸다."차도현 씨, 이걸 왜 아무 말도 없이 가져와요? 돈으로 우리 결정까지 사려는 거라면 당장 치워요."도현은 서류를 서연 쪽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제 앞에 둔 채 말했다."내가 쥐고 있던 권력과 돈은 5년 전 너와 우진이를 지키지 못했고, 오히려 두 사람을 해치는 데 쓰였어.""용서를 사려는 게 아니야. 내가 쥔 지분이 다시 너희를 위협하는 무기가 되지 못하게 묶어두려는 거야. 네 변호사가 검토하고, 싫으면 서명하지 않아도 돼."서연은 계약서와 도현을 번갈아 봤다. 금액보다 그가 자신의 추천권까지 빼겠다고 한 점이 더 낯설었다. 그때, 침대 위의 우진이 증여 서류를 톡톡 두드리며 턱을 괴었다."돈은 아빠 점수에 안 들어가. 돈 많다고 좋은 아빠 되는 거 아니잖아."우진이 도현의 앞치마에 빨간 색연필로 숫자를 고쳐 썼다."그래도 엄마한테 선택하라고 했으니까 10점. 아직 멀었어, 아저씨."아이의 말에 도현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만 끄덕였다."맞아. 돈은 점수에서 빼자."서연은 계약서를 받아 들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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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절대적 복종

새벽 5시 반, 서울 성북동의 한적한 주택가 서연의 집 앞. 새벽안개가 내려앉은 대문 앞에, 단정한 셔츠 차림의 차도현이 보온 도시락 가방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있었다.남자는 우진이 퇴원한 이후 지난 2주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새벽마다 우진의 면역력 강화와 알레르기 예방을 위한 특수 맞춤 영양죽과 정갈한 밑반찬을 직접 조리해 배달하고 있었다. 철컥-! 대문이 열리며 출근 준비를 마친 서연이 마당으로 나왔다. 문 앞에 꼿꼿이 서 있는 도현을 본 서연의 맑고 차가운 눈매가 가늘어졌다."차도현 씨, 지분 신탁 서류까지 들고 왔으면 됐지, 왜 매일 새벽마다 이 미련한 짓이에요?"서연이 핀잔을 주자 도현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지분과 용서는 별개라는 거 알아. 너희가 날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다만 문밖에서라도 필요한 일을 하게 해줘."그때, 유치원 가방을 멘 네 살배기 우진이 문을 열고 쪼르르 걸어 나왔다."음, 아주 맛있는 냄새!"우진이 보온 도시락 뚜껑을 열고 전복 닭안심죽을 한 숟가락 떠먹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안 짜고 고기도 부드러워. 복숭아 냄새도 없고. 청소부 다음으로 요리사도 합격이야."우진의 엄격하고 당돌한 팩트 평가에 도현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서연은 두 부자의 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들어와요. 밖에서 서 있지 말고 식탁에서 같이 먹어요."5년 만에 처음으로 서연의 집 문턱을 넘는 순간이었다. 우진이 유치원 가방에서 로봇을 꺼내러 방으로 들어간 사이, 서연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내일 아버지 기일이에요. 파주 납골당에 갈 거예요."도현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내가…… 내가 모셔도 될까?"서연은 거절하지 않았다. 대신 찻잔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천천히 돌렸다."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 찧는 건 하지 마요. 그건 나를 위한 사과가 아니라 당신이 편해지려는 행동일 수 있으니까."도현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그냥 사실대로 말해요. 당신이 뭘 믿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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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아버지의 납골당

이튿날 오전, 비가 촉촉이 내리는 경기도 파주 추모공원 납골당. 고(故) 한명석 수석 연구원의 영정 사진 앞에 세 사람이 나란히 섰다. 5년 전, 강 여사가 치료비와 전원 지원을 끊은 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서연의 부친. 서연은 유리관에 손을 얹으며 붉어진 눈으로 속삭였다."아빠…… 서연이 왔어요. 아빠 외손자 우진이도 이렇게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랐어요."네 살배기 우진이 작은 손으로 사진 속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할아버지, 안녕? 난 우진이야. 천재라서 한글도 다 뗐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도현은 젖은 대리석 바닥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짚었다. 영정 사진을 올려다본 뒤 깊이 고개를 숙였다."아버님, 제가 서연이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제가 확인했어야 할 일을 남에게 맡겼고, 그 오만 때문에 서연이와 우진이를 혼자 버티게 했습니다."남자의 목소리가 여러 번 갈라졌다."제가 저지른 일은 평생 사과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도망치지 않고 두 사람 앞에서 책임지겠습니다. 부디 지켜봐 주십시오."도현의 말이 끝나자 서연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서연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도현의 젖은 어깨에 손수건을 올려주었다."그만 일어나요. 아버지도 다 들으셨을 거예요."서연은 영정 앞에 작은 보온병을 내려놓았다."아빠가 병원에 있을 때 제일 좋아하던 보리차예요. 늦었지만 오늘은 우진이랑 같이 가져왔어요."우진은 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 자신과 서연, 그리고 구석에서 걸레를 들고 있던 도현을 그린 그림이었다. 전보다 도현의 키가 조금 커져 있었다."할아버지, 이 아저씨는 아직 시험 중이야. 그래도 요즘은 엄마 말 잘 들어."도현은 준비해 온 사과문을 꺼내지 않았다. 종이보다 직접 말하는 편이 맞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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