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선진의료원 소아 병동 502호 격리실 앞. 달칵.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뜻밖의 차림을 본 서연의 눈이 커졌다. 값비싼 맞춤 수트 대신, 수수한 회색 맨투맨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 그리고 허리에는 알록달록한 꽃무늬 앞치마를 두른 차도현이 서 있었다.남자의 양손에는 병원에서 허용한 고무장갑과 일회용 밀대, 중성 세정제가 들려 있었다."차도현 씨……? 지금 그 꼴로 여기서 대체 뭐 하는 거예요?"서연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자, 도현은 허리를 숙였다."선진그룹 총수가 아니라, 오늘 청소를 배우러 온 차도현입니다. 허락해 주시면 바닥부터 닦겠습니다."도현은 일회용 밀대를 조립하고 서연이 허락한 중성 세정제부터 계량했다. 침대에 앉아 유기농 사과를 씹던 네 살배기 우진이 팔짱을 끼고 도현의 걸레질을 매서운 눈으로 감시했다."어이, 청소부 아저씨."도현이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네, 심사위원님.""거기 침대 밑에 먼지 남았잖아. 끝까지 쭉 넣어서 닦아야지. 아직 초보네."도현은 우진의 지적대로 밀대 각도를 바꿨다.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닦으려다 장갑을 낀 걸 보고 멈췄다."알겠습니다, 심사위원님. 다시 닦겠습니다."도현이 침대 밑으로 엎드려 기어들어가 낑낑거리며 바닥을 닦아내는 모습을 보며, 서연은 고개를 돌려 가까스로 웃음을 감췄다. 바닥을 거울처럼 닦아낸 도현이 땀범벅이 된 얼굴로 우진을 올려다보자, 우진이 턱을 치켜들며 엄격하게 채점표를 내밀었다."청소는 제법 하네. 하지만 아빠 시험은 이제 1단계일 뿐이야. 아저씨는 아직 불합격이야."우진은 채점표 아래에 규칙을 세 줄 더 적었다.[소리 지르지 않기 / 허락 없이 만지지 않기 / 엄마 힘들게 하지 않기]"하나라도 어기면 바로 퇴장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