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봄, 푸른 에메랄드빛 남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프라이빗 가든 하우스.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야외 버진로드 앞에, 단정한 순백의 턱시도를 차려입은 차도현과 앙증맞은 남색 수트에 나비넥타이를 맨 다섯 살배기 우진이 나란히 서 있었다.지난 1년 동안 세 사람은 서연의 집과 도현의 집을 오가며 천천히 일상을 맞췄다. 도현은 재판과 조사에 빠짐없이 출석했고, 우진의 외래 진료와 등원 일정도 서연과 상의한 뒤 움직였다. 몇 달이 지나서야 서연은 다시 만나보자고 했고, 결혼 이야기는 그보다 더 뒤에 나왔다.화려한 재벌가 결혼식도 수천 명의 하객도 없었다. 세 사람과 정 실장, 가까운 지인 몇 명만 자리한 작은 야외 결혼식이었다.화동이자 단독 주례위원을 자처한 우진이 벨벳 반지 상자를 가슴에 품은 채, 팔짱을 끼고 도현을 올려다보았다."어이, 신랑 차도현 씨."도현이 긴장으로 굳어진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씩씩하게 답했다."예, 주례위원장님!""평생 우리 엄마 눈에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게 하고, 매일 아침 특수 맞춤 영양죽 바치고, 청소랑 빨래 군소리 없이 다 할 자신 있어?""평생 두 사람 말을 먼저 듣고, 잘못하면 핑계 대지 않고 사과하겠습니다. 서연이의 남편이자 우진이의 아빠로서 매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도현의 대답을 들은 우진이 만족한 듯 웃으며 반지를 건넸다."합격. 반지 전달 완료."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버진로드 끝에 순백의 실크 드레스를 입은 서연이 나타났다. 도현은 5년 전 비 내리던 대문 앞을 떠올렸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서연이 자신의 뜻으로 걸어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그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이번에는 네 말을 끝까지 듣고, 네 곁에서 오래 책임질게. 사랑해, 서연아.""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도현 씨."도현이 서연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두 사람은 따스한 봄 햇살 아래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우진이 두 사람의 손을 번쩍 치켜들며 푸른 바다를 향해 씩씩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