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날 버린 재벌이 지 아들인줄 모르고 입양한댄다: Chapter 41 - Chapter 50

57 Chapters

제41화: 몸을 던진 방패

경기도 파주 추모공원 납골당 앞 야외 대리석 계단. 쏴아아아-! 세찬 가을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는 빗속에서, 검은 우비를 뒤집어쓴 괴한이 품속에서 긴 회칼을 꺼내 들었다."강순옥 회장님을 감방에 처넣은 대가다! 네놈 아들 새끼 목부터 따주마!"괴한은 서연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던 우진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우진아-!"서연이 우진을 감싸 안으려 몸을 돌렸지만 괴한이 더 가까웠다. 도현은 우진의 어깨를 끌어당기고 서연을 옆으로 밀어내며 두 사람 앞을 몸으로 막았다.푸욱-! 칼날이 도현의 왼쪽 옆구리를 깊게 파고들었다가 괴한의 손과 함께 빠져나왔다."컥……!"도현의 입에서 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도현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도 상처를 한 손으로 누르고 어깨로 괴한을 밀어냈다. 서연이 우진을 끌어안고 계단 아래로 물러나는 사이, 추모공원 보안요원과 뒤따라온 경호팀이 괴한을 바닥에 제압했다."칼 치워요! 119 불렀습니다!"서연의 외침과 함께 한 요원이 떨어진 흉기를 발로 밀어냈다. 쿵. 도현은 피로 물든 복부를 부여잡은 채 빗물 고인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시야가 하얗게 탈색되어 가는 극심한 저혈압 쇼크 와중에도, 떨리는 피 묻은 손을 뻗어 우진의 뺨을 더듬었다."우진아…… 우리 아들…… 다친 데는 없니……?"아이의 작은 볼을 어루만진 도현의 고개가 맥없이 꺾이며 빗물 위로 쓰러졌다. 서연은 도현의 옆구리에 접은 천을 대고 두 손으로 압박했다."눈 감지 마요. 구급차 올 때까지 나 봐요."도현은 대답 대신 우진이 있는 쪽으로 눈을 움직였다. 아이는 울음을 참지 못한 채 도현의 손가락을 붙잡았다."없어. 그러니까 아저씨도 자면 안 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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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녹아내린 얼음

선진의료원 권역외상센터 응급 수술실의 붉은 수술등이 켜졌다."환자 혈압 50에 30! 복강 내 과다 출혈과 간 손상이 의심됩니다. 긴급 개복 지혈술을 시작합니다!"수술실 문이 닫히자 서연은 복도 의자에 주저앉았다. 도현이 흘린 피가 하얀 셔츠와 떨리는 손바닥에 말라붙어 있었다."바보같이…… 왜 또 목숨을 걸어요……."우진도 수술실 문 앞에서 작은 주먹을 꼭 쥐었다."아저씨…… 죽으면 안 돼. 나 아직 아빠라고 제대로 안 불러줬단 말이야."수술을 기다리는 6시간 동안 서연은 같은 복도를 수십 번 걸었다. 우진은 정 실장 곁에 앉아 있다가도 문이 열리는 소리만 나면 고개를 들었다."엄마, 아저씨가 죽으면 어떡해?"서연은 쉽게 괜찮다고 말하지 못했다."의사 선생님들이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우리도 여기서 기다리자."우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도현의 꽃무늬 앞치마를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주머니 안에는 구겨진 채점표가 들어 있었다.서연은 수술 동의서와 경과 설명서를 손에 든 채 의료진의 말을 한 줄씩 되물었다. 두려움 때문에 놓친 내용이 없도록 간 손상 범위와 수혈 가능성, 회복 뒤 위험까지 적었다. 정 실장이 물과 담요를 건넸지만 서연은 수술실 불이 꺼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정 실장이 흉기와 휴대폰이 경찰에 인계됐다고 보고하자 서연은 우진 앞에서는 사건 이야기를 멈춰 달라고 했다.우진이 앞치마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나 때문에 아저씨가 다친 거야?"서연은 아이 앞에 무릎을 굽혔다."아니야. 잘못한 어른의 책임이야. 우진이는 아무 잘못 없어.""그럼 아저씨가 깨어나면 오늘만 감점 안 할게."서연이 아이를 안자 참았던 몸의 떨림이 뒤늦게 전해졌다.***6시간에 걸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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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광기의 최후

수술 후 보름째, 서울구치소 여성 수용동 조사실.오유라는 변호인과 마주 앉은 채 압수물 목록을 미친 듯이 넘겼다. 병실 CCTV, 차트 위조 로그, 스위스 송금 자료, 흥신소 계약서. 어느 장을 펼쳐도 자신의 서명이나 목소리가 붙어 있었다."전부 조작이에요. 차도현이 마음만 바꾸면 없어질 자료라고요."변호인은 고개를 저었다."고발인이 취하해도 국가가 수사하는 범죄가 대부분입니다.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증거를 없애려 하면 구속 상태가 더 불리해집니다.""도현 씨가 날 버릴 리 없어. 한서연 그년이 세뇌한 거야."오유라는 종이를 구기다 교도관의 제지를 받았다. 접견이 끝난 뒤에도 철문을 두드리며 도현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같은 시각, 법원 지정 감정병동.강순옥은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보며 선진그룹 비서실에 전화하라고 요구했다. 급성 혼란 증세와 혈관성 인지장애 의심 소견은 있었으나, 의료진은 범행 당시 판단 능력을 별도로 평가하고 있었다."내가 선진가 안주인이야. 도현이가 오면 다 정리돼."담당 의사는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우진 군을 병원에서 데려오라고 지시하셨습니까?"강순옥의 눈빛이 순간 또렷해졌다."내 손자니까 내가 데려오는 게 뭐가 잘못이야?"면담 기록기는 그 대답을 그대로 저장했다. 의료진은 수사관에게 원본 파일과 평가표를 인계했다.***선진의료원 회복 병실.정 실장이 수사 진행 요약을 도현에게 건넸다. 오유라와 오성택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준비 중이었고, 강순옥은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사를 재개할 예정이었다.도현은 첫 장만 읽고 서류를 덮었다."두 사람 상태를 매일 보고할 필요는 없어. 법무팀은 서연 씨 대리인과 같은 자료를 공유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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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아빠

수술 후 3주. 지난 일주일 동안 도현은 재활을 한 번도 빼먹지 않았고, 우진에게 아빠라는 말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퇴원 일정을 논의하던 오후, 도현의 회복 병실 창가로 따스한 가을 햇살이 들어왔다. 서연이 도현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 따뜻한 물수건으로 남자의 얼굴과 목덜미를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있었다."이제 통증은 좀 덜해요?""많이 나아졌어. 기침할 때는 아직 좀 당기고."도현이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자, 서연의 입가에도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그때, 병실 문이 쾅 열리며 유치원 모자를 쓴 네 살배기 우진이 가방을 흔들며 씩씩하게 뛰어 들어왔다."엄마! 아저씨! 나 전국 유치원 창의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 상장 탔어!"우진이 가슴을 활짝 펴며 금빛 트로피와 상장을 침대 위에 턱 올려놓았다."우리 아들, 정말 대단하네!"도현이 감격에 겨워 박수를 치자, 우진이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스케치북을 꺼내 도현의 무릎 위에 펼쳤다. 스케치북 한가운데에는, 왕관을 쓴 서연과 로봇을 든 우진, 그리고 멋진 정장을 입고 두 사람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는 도현의 모습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그림 위에는 삐뚤빼뚤하지만 또렷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우리 가족 - 100점 만점에 100점]도현은 그림 위 글자를 읽고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우진이 침대 위로 풀쩍 뛰어올라, 도현의 목을 작은 두 팔로 와락 끌어안았다."아저씨…… 이제 청소부 아니고…… 우리 아빠야."아이의 따뜻한 숨결이 귓가에 닿는 순간 도현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우진아…… 내 아들……."도현은 수술 부위가 눌리지 않도록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고 울었다. 서연도 눈물을 훔치며 두 사람 곁에 앉았다. 도현은 우진을 안은 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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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내 아이의 아빠 (完)

이듬해 봄, 푸른 에메랄드빛 남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프라이빗 가든 하우스. 은은한 라벤더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야외 버진로드 앞에, 단정한 순백의 턱시도를 차려입은 차도현과 앙증맞은 남색 수트에 나비넥타이를 맨 다섯 살배기 우진이 나란히 서 있었다.지난 1년 동안 세 사람은 서연의 집과 도현의 집을 오가며 천천히 일상을 맞췄다. 도현은 재판과 조사에 빠짐없이 출석했고, 우진의 외래 진료와 등원 일정도 서연과 상의한 뒤 움직였다. 몇 달이 지나서야 서연은 다시 만나보자고 했고, 결혼 이야기는 그보다 더 뒤에 나왔다.화려한 재벌가 결혼식도 수천 명의 하객도 없었다. 세 사람과 정 실장, 가까운 지인 몇 명만 자리한 작은 야외 결혼식이었다.화동이자 단독 주례위원을 자처한 우진이 벨벳 반지 상자를 가슴에 품은 채, 팔짱을 끼고 도현을 올려다보았다."어이, 신랑 차도현 씨."도현이 긴장으로 굳어진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씩씩하게 답했다."예, 주례위원장님!""평생 우리 엄마 눈에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게 하고, 매일 아침 특수 맞춤 영양죽 바치고, 청소랑 빨래 군소리 없이 다 할 자신 있어?""평생 두 사람 말을 먼저 듣고, 잘못하면 핑계 대지 않고 사과하겠습니다. 서연이의 남편이자 우진이의 아빠로서 매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도현의 대답을 들은 우진이 만족한 듯 웃으며 반지를 건넸다."합격. 반지 전달 완료."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버진로드 끝에 순백의 실크 드레스를 입은 서연이 나타났다. 도현은 5년 전 비 내리던 대문 앞을 떠올렸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서연이 자신의 뜻으로 걸어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도현은 그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이번에는 네 말을 끝까지 듣고, 네 곁에서 오래 책임질게. 사랑해, 서연아.""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도현 씨."도현이 서연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었고, 두 사람은 따스한 봄 햇살 아래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우진이 두 사람의 손을 번쩍 치켜들며 푸른 바다를 향해 씩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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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신랑 자리는 여기

"아빠, 엄마 데리고 어디 가?"반지 상자를 쥔 우진이 테라스 문 앞을 막았다. 케이크를 나눠 먹고 하객들을 배웅한 뒤였다. 도현은 팔에 걸친 서연의 숄을 내려다봤다."바람이 차서 엄마 방에 가져다주려고.""신혼여행도 간다며. 둘이만."아이는 괜히 상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낮에는 주례까지 봤으면서, 잔디 위 의자가 하나씩 치워지자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 있었다.서연이 드레스 자락을 걷어 올리고 우진 앞에 앉았다."우리 이번에는 셋이 제주도에서 놀다 가기로 했잖아.""서울 가서는? 엄마도 아빠 집에 가?""엄마랑 우진이 살던 집에 아빠 짐을 옮기기로 했어. 우진이 책장 옆에 아빠 책도 꽂았고. 기억나?""알아. 근데 진짜 계속?"도현이 무릎을 굽혔다. 우진은 서연의 드레스 한쪽을 꼭 잡고 있었다."응. 내 칫솔도 가져다 놨어.""출장 가방에 있는 거 말고?""그것까지 꺼냈어."우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도현의 빈손에 반지 상자를 쥐여줬다."그럼 이것도 우리 집에 놔. 잃어버리지 말고.""어디에 놓을까?""엄마 반지 옆."서연이 왼손을 들어 보였다."엄마 반지는 여기 있는데?"아이가 그제야 웃었다.***저녁을 먹고 돌아온 우진은 잠옷을 입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셔츠 단추를 끝까지 풀어놓고도 낮에 못 먹은 케이크를 한 번 더 찾았다."내일 아침에 먹자. 지금은 양치부터."도현이 말하자 우진이 눈을 반쯤 감은 채 입을 벌렸다."아빠가 해줘. 오늘은 주례해서 피곤해.""그렇겠네. 질문을 아주 많이 하셨으니까."욕실에서 들리는 부자의 대화에 서연이 웃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핀을 빼려는데, 목덜미 깊숙한 핀 하나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팔을 두 번 올렸다 내리자 어깨가 뻐근했다.우진을 침대에 눕힌 도현이 다가왔다."내가 뺄게. 어디가 걸렸어?""여기요. 머리카락 당기지 말고."도현의 손이 뒷머리로 들어왔다. 낮에는 반지를 끼우느라 떨리던 손가락이 이번에는 핀 하나를 놓고 한참 애를 썼다."거기 폭탄 없어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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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2. 한우진 아빠

"아빠, 오늘은 나 안아주면 안 돼."제주도에서 돌아온 뒤 처음 맞은 월요일이었다. 도현은 유치원 가방의 어깨끈을 고쳐주다가 손을 멈췄다."다리가 아파도?""그때는 되는데, 문 앞에서는 안 돼. 나 이제 형님 반이야.""알았어. 가방은?"우진이 잠깐 갈등하더니 끈 하나를 도현에게 넘겼다."계단까지만."등원길은 여러 번 함께 다녔어도 지켜야 할 규칙은 자꾸 바뀌었다. 도현은 작은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었다. 뒤에서 현관문을 잠그던 서연이 그의 뒷모습을 보고 웃었다."가방이 좀 작네요.""다행히 어깨에는 들어가.""회사 갈 때도 그렇게 메고 가요. 잘 어울려요."도현이 돌아보자 서연은 모르는 척 차 열쇠를 흔들었다. 오늘은 서연이 먼저 출근하고, 도현이 우진을 데려다주기로 한 날이었다."끝나면 연락할게.""알림장에 적힌 준비물도 봐줘요.""응."우진이 가운데 끼어 손을 흔들었다."엄마, 늦겠다. 아빠 자꾸 쳐다보지 마."***유치원 앞은 아이들과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도현은 차가 오가는 횡단보도에서만 우진을 안았고, 건너편에 닿자 바로 내려놓았다. 아이가 신발에 들어간 작은 돌을 털 때는 어깨를 빌려줬다."우진이 아버님,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담임이 출석판을 정리하다 인사했다. 도현은 가방을 돌려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씀하신 간식은 별도로 넣었습니다.""확인할게요. 오늘은 가족 소개 그림도 가져왔지, 우진아?"우진이 파일에서 종이를 꺼냈다. 서연은 흰 가운을 입고 있었고, 도현은 꽃무늬 앞치마 차림이었다. 옆에는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한서연 엄마. 차도현 아빠."아빠 성이랑 내 성은 달라요. 이름 외울 때 헷갈리면 안 돼요."우진이 선생님에게 설명하자 도현은 아이의 정수리를 내려다봤다. 성을 묻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생각했던 쪽은 자신이었다. 우진은 그림 아래 자기 이름까지 또박또박 적고 있었다."그리고 아빠가 내 죽 끓여줘요. 이제 다른 것도 잘해요. 달걀말이.""아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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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3. 사진 밖의 사람

서연의 휴대폰에는 우진이 가득했다.죽을 먹다 잠든 얼굴, 양말을 짝짝이로 신은 발, 처음 혼자 맞춘 퍼즐. 화면을 넘기던 도현은 어느 순간 손을 멈췄다. 거울에 서연의 반쪽 얼굴이 작게 비친 사진이었다.우진은 활짝 웃고 있었고, 서연은 아이를 놓칠까 봐 한쪽 팔에 힘을 주고 있었다."이날은 어디였어?""집이요. 우진이가 자기 얼굴 보고 웃어서 찍었죠.""너는 왜 반만 나왔어?""혼자 찍으니까 그렇죠. 애가 계속 움직이기도 하고."서연이 아무렇지 않게 화면을 넘겼다. 도현은 다시 보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같은 질문을 길게 하면 저때의 서연보다 자기 기분을 먼저 설명하게 될 것 같았다."앨범 만들 때 이것도 넣자.""초점도 안 맞는데요.""너 웃고 있잖아."서연이 화면을 다시 봤다. 아이의 볼에 가려진 입꼬리가 조금 올라가 있었다.우진이 두 사람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었다."나 이때 왜 머리 없어?""있어. 아주 조금.""아빠 닮아서 없어졌던 거야?"도현이 제 머리카락을 짚었다."아빠는 아직 괜찮은데.""그럼 엄마 닮아서 다시 난 거네."서연이 결국 소리 내 웃었다. 도현은 아이를 붙잡고 따지려다 함께 웃고 말았다.***저녁 식탁을 찍기 위해 도현이 가져온 것은 조명도 카메라도 아닌 휴대폰 거치대였다."사진관 예약하는 줄 알았어요.""그럴까 하다가 네가 분명 집에서 찍자고 할 것 같아서.""잘 생각했어요. 우진이 숙제가 왜 내 미용실 일정이 되겠어요."도현은 찬장 앞에 거치대를 놓고 화면을 확인했다. 식탁과 세 개의 의자가 다 들어왔다. 그사이에 우진은 의자에서 내려와 렌즈를 들여다봤다."이거 벌써 찍는 거야?""아직. 눌러야 찍혀.""그럼 내가 누를래."타이머가 시작됐다. 우진이 달려오는 바람에 의자가 밀렸고, 도현이 잡아주는 동안 서연은 국그릇을 옮겼다. 첫 사진에는 아이의 뒤통수와 도현의 팔, 국을 든 서연만 나왔다."다시."이번에는 도현이 뛰어왔다. 셔터가 눌리기 직전 의자 다리가 걸렸다. 몸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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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4. 아빠도 누워 있어

도현은 달걀을 깨다가 기침을 했다.서연은 냉장고 문을 닫고 그의 얼굴을 봤다. 모처럼의 휴무일이라 지원서를 마저 쓰려던 아침이었다. 도현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잠겨 있었다. 그는 괜찮다며 프라이팬을 꺼냈지만, 서연이 먼저 손잡이를 잡았다."열부터 재요.""목만 좀 칼칼해.""그럼 안심하고 재면 되겠네요."체온계는 38.2도를 가리켰다. 도현이 숫자를 보고도 달걀그릇 쪽으로 손을 뻗자 서연이 앞을 막았다."출근 준비하는 거 아니에요. 병원 갔다 와서 쉴 거예요.""아침은 내가 해놓고…….""나 달걀말이 할 줄 알아요. 당신 없을 때도 밥 먹고 살았고요."도현은 머쓱하게 프라이팬을 놓았다. 그날 아침 우진에게 치즈를 넣은 달걀말이를 해준 사람은 서연이었다.***진료를 마치고 돌아온 도현은 방에 누웠다. 급한 업무는 정 실장에게 전달했고, 우진의 하원은 서연이 맡기로 했다. 그러고도 휴대폰으로 장보기 목록을 열자 서연이 화면 위에 손을 얹었다."그건 내가 할게요.""오늘 지원서 마무리해야 하잖아."며칠 전 본 연구직 공고의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서연은 코디네이터 일을 마친 뒤 저녁마다 경력기술서를 고치고 있었다."당신이 자꾸 일어나면 내가 더 늦어요."도현이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미안. 가만히 있는 게 잘 안 돼.""알아요. 그래도 오늘은 해봐요."서연은 커튼을 반쯤 닫고 책상을 가리켰다."나 저기서 쓸 거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요. 혼자 가지러 다니지 말고."키보드 소리가 작게 이어졌다. 도현은 눈을 감았다가 서연이 의자를 끄는 소리에 다시 떴다. 예전 같으면 잠든 척했을 텐데, 이번에는 그대로 말했다."물 좀 줄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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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5. 면접 보는 사람

"왜 다시 연구를 하려 하십니까?"식탁 건너편에서 도현이 물었다. 서연은 노트북을 돌려놓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면접은 다음 날이었다."임상 현장에서 일하면서 환자들이 실제로 어떤 불편을 겪는지 봤습니다. 그 경험을 연구에…….""엄마, 밥 식어."우진의 지적에 두 사람이 동시에 시선을 내렸다. 가운데 놓인 국에서 김이 거의 나지 않았다. 서연이 준비한 답변을 지우듯 손바닥을 저었다."밥부터 먹자. 엄마도 목 마르다."도현이 물컵을 밀어줬다."너무 외우려고 하지 마. 네가 했던 일 그대로 말하면 되잖아.""아는 것하고 잘 말하는 건 다르니까요. 나 연구실을 오래 떠나 있었어요.""그동안 일을 안 한 건 아니고."서연은 숟가락을 쥐고도 바로 먹지 않았다. 도현은 더 격려하지 않고 그녀가 기다리는 말을 골랐다."공백을 물으면 뭐라고 할 거야?""새로 익혀야 할 건 배워야죠. 대신 현장 자료를 읽는 일은 지금도 해요. 그건 자신 있어요."이번에는 서연의 말이 막히지 않았다. 도현이 경력기술서 아래에 작은 표시를 했다."방금 한 말이 훨씬 좋아."우진은 국을 먹다가 제 그릇을 내밀었다."질문 끝났으면 밥 더 줘."***다음 날 아침, 서연은 현관 거울 앞에서 재킷을 두 번 바꿔 입었다. 도현은 아무 말 없이 떨어진 옷걸이를 주웠다."어느 게 더 나아요?""지금 입은 거.""아까 것도 그렇게 말했잖아요.""둘 다 좋은데. 불편한 건 어느 쪽이야?"서연은 팔을 들어봤다. 어제부터 연습하느라 굳은 어깨에 재킷이 조금 끼었다. 결국 먼저 입었던 옷으로 돌아갔다.도현이 접힌 옷깃을 펴줬다. 가까워진 얼굴을 보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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