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무대 위의 정시온이 아니라 렌즈 뒤의 민유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유리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얇은 잠옷이 견딜 수 없이 불편해졌다. 사진 속 자신은 언제나 무방비했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 카메라를 점검하거나, 사람 없는 복도에서 렌즈를 교체하고, 촬영이 끝난 뒤 지친 얼굴로 벽에 기대 있는 모습까지 담겨 있었다. 어느 사진에서도 그녀는 자신을 향한 카메라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리에게 사진은 좋아하는 사람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누군가의 기쁨과 노력, 찬란하게 빛난 한순간을 선명히 남겨 두는 일이었다. 그런데 같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사진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기억이 아니라 감시였다. 애정이 아니라 침범이었다. 정태준은 유리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계속 화면을 넘기던 엄지가 멈추고, 그제야 그녀의 시선도 사진에서 떨어졌다. “더 보지 마십시오.” “사진 속에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요.” “경찰이 확인할 겁니다.” “저도 사진을 오래 찍었어요. 촬영 장소나 각도만 보고 알아볼 수 있는 게 있을 수도 있어요.” “지금은 분석할 상태가 아닙니다.” 태준은 휴대전화를 식탁 위에 뒤집어 놓았다. 유리가 다시 가져가려 하자 그의 손이 먼저 그 위를 덮었다. “민유리 씨.” “괜찮아요.” “그 말을 믿으라고요?” 낮게 가라앉은 질문에 유리는 입을 다물었다. 괜찮다고 말하는 동안에도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키스를 나누며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은 차갑게 식었고, 누군가에게 지켜보인 흔적을 발견한 뒤로는 태준 앞에 서 있는 것조차 불안했다.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범인의 시선은 다르다는 걸 안다. 그런데도 사진 속에 갇힌 자신이 계속 떠올랐다. 태준은 그런 유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소파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왔다. 맨다리가 가려지도록 허리 아래를 감싸고, 벌어진 옷깃도 손으로 조심스럽게 정리해 주었다. “저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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