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학교는 바빴다.복도에는 행사 포스터가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고, 체육관 한쪽에는 기부 물품을 담을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실 불이 꺼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애리는 체육관 입구에 서서 명단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이건 음식류 먼저 분류해야 해요. 그냥 쌓지 말고요.”상자 하나를 옮기려던 학생이 멈칫하며 방향을 바꿨다.“아, 네.”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이름을 불렀다.“지금 들어오는 건 이쪽으로 모아 주세요. 라벨 붙일 거예요.”말은 차분했지만, 움직임은 바빴다.학생회 일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은 처음 알았다.하나를 정리하면 다른 하나가 밀려 있었고, 잠깐 멈추면 흐름이 끊겼다.결국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애리, 이거 어디다 둬?”옆에서 누군가 물었다.“잠깐만요.”명단에 체크를 하고 고개를 들었다.“그건 뒤쪽 테이블에. 아직 분류 안 된 거예요.”대답을 마치고 나서야 숨을 한 번 고를 수 있었다.체육관 안은 시끄러웠고, 공기는 조금 답답했다.멈출 틈도 없이 움직이다 보니 오히려 정신은 또렷했다.요즘은 학교가 끝나도 바로 집에 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행사 준비가 끝나면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시험,활동,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아직 지원서를 쓰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건 분명했다.어떤 걸 선택할지,어디를 목표로 할지,조금씩 방향을 정해야 했다.애리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지금은 이걸 먼저 끝내야 했다.“애리!”뒤쪽에서 누군가 애리를 불렀다.“이거 다 찼어!”애리가 고개를 돌렸다.“금방 갈게요!”애리가 짧게 답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주머니 안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아주 짧은 진동이었다.애리는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에는 처음 보는 번호가 떠 있었다.광고 메시지인가 싶어 지나치려다가, 이상하게 한 번 더 눈이 갔다.결국 메시지를 열었
Last Updated : 2026-09-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