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계적인 록스타 남친이 나만 바라본다 (실버라인): Chapter 41 - Chapter 50

120 Chapters

41화- 금요일이 시작됐다 2

식사가 거의 끝날 때쯤, 직원이 다시 다가왔다.“실례합니다.”둘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직원 손 위에 작은 케이크가 있었다.촛불이 켜져 있었고, 작은 초가 열일곱 개 꽂혀 있었다.애리가 멈췄다.“…어?”직원이 케이크를 내려놓았다.“생일 축하드립니다.”그리고 조용히 물러났다.촛불이 흔들리며 작은 불빛이 애리 얼굴 위에 번졌다.애리는 케이크를 한 번 보고, 다시 줄리안을 봤다.“언제 준비했어.”“아까.”"아까?”“들어오기 전에.”애리가 웃었다.“…진짜.”그리고 조금 더 조용하게 말했다."고마워.”“응. 소원 빌어.”애리는 촛불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길지는 않았다.숨을 불어 넣자 촛불이 한 번에 꺼졌다.얇은 연기가 올라왔다.“소원 말해도 돼?”“원래 말 안하는 거 아냐?”“그래도. 오늘은 말해도 될 것 같아서.”그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애리는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근데… 비밀.”줄리안이 피식 웃었다.“…뭐야.”그때 줄리안이 손을 뻗었다.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애리가 순간 멈췄다.“이거 뭐야?”“생일선물.”“이미 받은 거 아니야?”“그건 아니지.”그리고 덧붙였다.“이게 진짜야.”애리는 상자를 한 번 보고 천천히 열었다.작은 펜던트가 빛을 받자 안쪽이 깊게 흔들렸다.안쪽에서 푸른빛이 조용히 번졌다.“너무 예뻐…”줄리안이 말했다.“어울릴 것 같아서.”애리가 펜던트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오빠 눈 같아.”그녀의 말에 줄리안이 잠깐 멈췄다.“뭐.”“…색이.”펜던트를 살짝 흔들어 보였다.“…이거.”그는 짧게 웃었다.“그래?”“응.”그녀를 바라보며 줄리안이 말했다.“그럼 이거 볼 때마다 내 생각 해.”그러자 애리가 바로 말했다.“이미 많이 하고 있는데?”그 말에 줄리안은 말없이 웃었다.애리가 펜던트를 손에 쥔 채 다시 말했다.“나 이거 매일 하고 있을 거야.”“왜.”“오빠가 늘 내 옆에 있는 것 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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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선택한 밤

둘은 같이 내렸다.복도는 조용했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 기척도 거의 없었고, 발소리만 작게 울렸다.줄리안이 먼저 걸어가 문 앞에 멈췄다.비밀번호를 누르자 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안쪽에 불이 켜지면서 그가 뒤를 돌아봤다.애리는 아직 문 앞에 서 있었다.망설이던 애리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문이 닫히자 바깥 소리가 완전히 끊겼다.애리는 그대로 서 있었고 줄리안이 천천히 가까이 다가왔다.이번에는 서로 거리를 두지 않았다.손끝이 먼저 닿았고, 애리가 고개를 들자 줄리안이 자연스럽게 입을 맞췄다.애리는 피하지 않았다.그대로 줄리안을 받아들였다.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생각보다 긴 밤이었다.아침이었다.애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낯선 천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한동안 가만히 누워 있던 애리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고개를 돌리자 줄리안이 보였다.그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애리는 움직이지 않은 채 한동안 그 얼굴을 바라봤다.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케이크와 목걸이,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 애리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후회는 없었다.그때 옆에서 줄리안이 조금 움직였다.잠시 후 눈이 천천히 떠졌다.둘의 시선이 마주쳤다.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어났어?”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줄리안이 몸을 조금 일으켰다.“괜찮아?”“응.”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그가 애리를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다.”그러자 애리가 희미하게 웃었다.“나도.”잠깐 숨을 고른 뒤, 애리가 조용히 말했다.“후회 안 해.”줄리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애리가 피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바라봤다.“어제도, 지금도.”그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나도.”그 말이면 충분했다.줄리안은 팔을 뻗어 애리를 가볍게 끌어안았다.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방 안에 길게 번지고 있었다.그는 애리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말했다.“집에는 괜찮아?”애리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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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첫 투어

11월 중순이 되었다.실버라인의 첫 투어가 시작됐다.데뷔 앨범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모든 게 아직은 정리되기 전이었다.공연장의 규모는 크지 않았고, 도시마다 이동하는 일정도 빡빡했다.아직은 작은 무대들을 하나씩 돌며 이름을 알려야 할 때였다.첫 공연은 뉴욕 외곽의 작은 라이브 클럽에서 열렸다.무대 뒤는 생각보다 좁았다.장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공간 전체에 긴장감이 어수선하게 떠다니고 있었다.스태프들은 분주하게 케이블을 정리했고,겹쳐 들리는 마이크 테스트 소리 때문에 공간이 계속 울렸다.마커스는 키보드 앞에 선 채 세팅을 다시 확인했다.손끝으로 건반을 눌러 음을 맞춘 뒤, 볼륨을 미세하게 조정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옆에서 노아는 베이스 스트랩을 고쳐 메며 리듬을 가볍게 맞추고 있었다.줄리안은 거울 앞에 서 있었다.기타를 어깨에 걸친 채 줄을 한 번 튕겼다.짧은 기타 소리가 공간 안에 울렸다.그는 잠깐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내렸다.문이 열리고 댄이 들어왔다.“5분.”마커스가 고개를 들었다.“오케이.”그는 멤버들을 한 번씩 바라봤다.더 말할 필요는 없었다.노아가 웃으며 말했다.“드디어다.”줄리안이 짧게 답했다.“그러게.”마커스가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그냥 하던 대로 하자.”담담한 말투였지만 뜻은 분명했다.셋은 무대로 향했다.어두운 통로를 지나자 관객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완전히 가득 찬 공간은 아니었어도 기다리고 있는 공기가 분명히 느껴졌다.무대 위로 올라섰다.조명이 켜지고 시야가 한순간에 밝아졌다.줄리안의 기타 리프가 시작됐다.손이 자연스럽게 기타줄을 튕겼다.첫 음이 울렸다.익숙한 인트로였다.객석 쪽에서 바로 반응이 올라왔다.“실버라인!”그리고 몇몇 목소리가 겹쳤다.노아의 베이스가 얹히고 리듬이 단단하게 잡혔다.줄리안이 마이크를 잡았다.첫 음을 내는 순간, 반응이 더 또렷해졌다.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줄리안의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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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날짜 하나

11월의 학교는 바빴다.복도에는 행사 포스터가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고, 체육관 한쪽에는 기부 물품을 담을 박스들이 쌓여 있었다.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실 불이 꺼지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애리는 체육관 입구에 서서 명단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이건 음식류 먼저 분류해야 해요. 그냥 쌓지 말고요.”상자 하나를 옮기려던 학생이 멈칫하며 방향을 바꿨다.“아, 네.”애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이름을 불렀다.“지금 들어오는 건 이쪽으로 모아 주세요. 라벨 붙일 거예요.”말은 차분했지만, 움직임은 바빴다.학생회 일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줄은 처음 알았다.하나를 정리하면 다른 하나가 밀려 있었고, 잠깐 멈추면 흐름이 끊겼다.결국 계속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애리, 이거 어디다 둬?”옆에서 누군가 물었다.“잠깐만요.”명단에 체크를 하고 고개를 들었다.“그건 뒤쪽 테이블에. 아직 분류 안 된 거예요.”대답을 마치고 나서야 숨을 한 번 고를 수 있었다.체육관 안은 시끄러웠고, 공기는 조금 답답했다.멈출 틈도 없이 움직이다 보니 오히려 정신은 또렷했다.요즘은 학교가 끝나도 바로 집에 가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다.행사 준비가 끝나면 또 다른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시험,활동,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아직 지원서를 쓰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건 분명했다.어떤 걸 선택할지,어디를 목표로 할지,조금씩 방향을 정해야 했다.애리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지금은 이걸 먼저 끝내야 했다.“애리!”뒤쪽에서 누군가 애리를 불렀다.“이거 다 찼어!”애리가 고개를 돌렸다.“금방 갈게요!”애리가 짧게 답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이었다.주머니 안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아주 짧은 진동이었다.애리는 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에는 처음 보는 번호가 떠 있었다.광고 메시지인가 싶어 지나치려다가, 이상하게 한 번 더 눈이 갔다.결국 메시지를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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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28일

워싱턴의 밤이었다.공연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클럽이었다.입구는 좁았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무대가 나오는 구조였다.천장이 낮아서 조명이 가까웠고, 그만큼 열기도 금방 올라왔다.이미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벽 쪽까지 바짝 붙어 서서 무대 앞은 빈틈이 없었다.앰프에서 울리는 저음 위로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 흐르고 있었다.조명이 한 번 어두워졌다.그리고 바로 환호가 터졌다.노아가 먼저 무대 위로 뛰어 들어왔고, 마커스가 뒤를 따라 올라왔다.마지막으로 줄리안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기타를 어깨에 걸고 마이크 앞에 선 그는 고개를 한 번 숙였다가 들었다.짧게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첫 음이 흘렀다.곡은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첫 곡이 끝나기도 전에 공기가 더 뜨거워졌고, 사람들은 점점 앞으로 밀려들었다.손이 올라가고 이름이 불렸다.“줄리안!”“실버라인!”소리가 뒤엉켜 올라왔다.줄리안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시선은 마이크 너머를 향해 있었고, 손은 일정한 리듬으로 기타를 쳤다.목소리도 흔들림 없이 이어졌다.두 번째 곡이 시작되자 후렴에서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박자는 조금씩 어긋났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그 자체로 분위기가 완성되어 있었다.줄리안은 시선을 들어 앞줄을 스쳤다가 다시 내려왔다.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그대로 다음 구절로 넘어갔다.세 번째 곡까지 이어졌을 때는 이미 열기가 정점에 가까웠다.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의 얼굴이 번져 보였고, 바닥은 발소리로 미세하게 울렸다.마커스가 웃으면서 마이크를 들었다.“워싱턴!”환호가 다시 터졌다.노아가 베이스 위에 손을 올리고 다음 곡을 이어갔다.줄리안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숨을 고르고 마이크를 조금 더 가까이 당겼다.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조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짧은 순간, 공기가 한 번 가라앉았다가 다시 올라왔다.마지막 곡이었다.리듬이 단순했고, 후렴이 반복됐다.그래서 더 쉽게 퍼졌다.사람들은 같이 뛰었고, 바닥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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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방학의 시작

12월의 공기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애리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그걸 느꼈다.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번졌고, 손끝은 금방 차가워졌다.학교 안은 그보다 더 빨리 바뀌고 있었다.복도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하나둘 걸리기 시작했고 교실 문마다 종이 리스가 붙어 있었다.누군가는 산타 모자를 쓰고 복도를 돌아다녔다.여기저기서 시험 얘기와 방학 계획이 뒤섞여 들렸다.수업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분위기는 이미 끝난 쪽에 가까웠다.애리는 사물함 앞에 서 있었다.문을 열고 책을 하나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오늘은 거의 필요 없을 것 같았다.옆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너 방학 때 뭐 해?”애리는 잠깐 생각하다가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그냥… 집에 있을 것 같은데.”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그렇게 말해두는 게 편했다.“나 여행 가는데.”“어디?”“플로리다.”“좋겠다.”짧게 인사를 나눈 뒤 애리는 사물함 문을 닫았다.애리는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복도를 걸었다.그때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걸음을 조금 늦춘 애리가 화면을 확인했다.[시험 끝났어?]줄리안이었다.애리는 메시지를 읽고 작게 웃었다.바쁠 시간인데도 메시지가 온 게 이상하게 반가웠다.그녀는 그대로 답장을 입력했다.[아직 하나 남았어.]보내고 나서 화면을 내려다보던 애리는 한 줄을 더 덧붙였다.[오빠는?]답장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리허설.]짧은 메시지였다.곧이어 하나가 더 도착했다.[아직 세팅 중.][좀 커.]애리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뉴욕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천천히 떠올랐다.줄리안이 지금 그곳 어딘가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실감났다.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이 애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누군가는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종이를 들고 시험 범위를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그 사이에서 애리는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때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너 시험 언제 끝나.]애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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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공연의 밤

28일 밤이었다.공연장 앞은 생각보다 더 밝았다.입구 위로 걸린 조명이 눈에 들어왔고 문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티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사진을 찍는 플래시가 번쩍였고, 여기저기서 서로를 부르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애리는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입구를 한 번 바라봤다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손끝이 차가웠다.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하얗게 번졌다.처음이었다.이런 공연장 앞에 서 있는 것도, 공연 시작 전의 공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느껴보는 것도.코트 주머니에 넣어 둔 손끝에 휴대폰이 닿았다.무의식적으로 꺼내려다가, 애리는 다시 손을 넣었다.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애리.”애리가 고개를 들었다.긴 코트 차림의 레이첼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머리는 대충 묶은 상태였는데도 이상하게 자연스러웠다.애리는 그제야 조금 안심한 듯 웃었다.“왔네.”레이첼이 가까이 오며 말했다.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둘 다 동시에 입구를 한 번 올려다봤다.사람들 사이로 안쪽이 어렴풋이 보였다.레이첼이 입을 열었다.“생각보다 크다.”애리가 작게 웃었다.“…그러게요.”“…이런 데, 처음이에요.”레이첼이 입구를 보다가 말했다.“나도.”다시 입구 쪽을 바라본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웃고 있지는 않았지만, 묘하게 비슷한 표정이었다.레이첼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패스.”애리는 가방 안에서 출입 패스를 꺼냈다.검은 스트랩이 달린 작은 카드였다.잠깐 내려다보던 애리는 조용히 목에 걸었고, 레이첼도 자신의 패스를 꺼내 따라 걸었다.“가자.”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줄 서 있는 사람들 옆을 지나 그대로 입구 쪽으로 향했다.지나가는 동안 몇몇 시선이 스쳐 갔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입구 앞에 서 있던 직원이 손을 들었다.“패스 확인할게요.”레이첼이 먼저 카드를 내밀었고, 애리도 뒤따라 자신의 패스를 보여줬다.카드를 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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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윈터 라이트

좌석에 앉은 뒤였다.사람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이제 빈자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앞쪽은 이미 꽉 차 있었고, 뒤쪽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애리는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무대를 보고 있었다.조명이 아직 완전히 켜지지 않은 상태였다.공간이 어둡게 눌려 있었고, 그 위로 사람들의 기대감이 천천히 쌓이고 있었다.레이첼이 옆에서 몸을 조금 숙이며 말했다.“…이거 기대 이상인데?”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때였다.조명이 한 번 흔들리듯 깜빡였다.웅성거리던 소리가 조금씩 가라앉고 무대 위에 빛이 떨어졌다.한 사람이 걸어나오며 마이크를 들었다.“안녕하세요.”목소리가 공간을 채웠다.“오늘 ‘윈터 라이트 콘서트’에 와주신 여러분, 환영합니다.”진행자의 말에 박수가 퍼지고 점점 넓어졌다.애리는 그 소리를 그대로 듣고 있었다.“오늘 이 공연은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자리입니다.”잠깐 숨을 고르고,“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그게 음악이 되고, 또 하나의 시간이 됩니다.”“그럼 바로 시작해 보겠습니다.”진행자가 말을 마치자 조명이 조금 더 밝아졌고, 객석에서는 다시 박수가 터져 나왔다.무대 뒤편에서 스태프들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잠시 후 기타 소리가 짧게 울렸고, 이어 드럼 비트가 들어오며 박자가 맞춰졌다.첫 번째 팀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애리에게는 아직 낯선 얼굴들이었다.레이첼이 작게 중얼거렸다.“…누구지?”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시선이 무대에 고정돼 있었다.보컬이 마이크를 잡았다.“하나, 둘.“음악이 시작되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사운드가 공연장을 채웠다.베이스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오면서 가슴까지 울리는 느낌이었다.애리는 무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낯선 팀이었지만 분위기는 분명 올라오고 있었다.옆에서 레이첼이 작게 감탄했다.“오…”리아는 어느새 말을 멈춘 채 무대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애리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앞으로 옮겼다.손을 가볍게 쥔 채 객석과 무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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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남겨진 자리

노래가 끝났지만 조명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무대 위에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다.박수 소리도, 함성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그 사이를 가르듯 기타 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짧게.끊기지 않고 이어졌다.애리는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그대로 서 있었다.손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도 모르고, 시선은 계속 무대 위에 머물러 있었다.줄리안이 고개를 들었다.아무 말 없이 마이크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그리고 다음 곡이 시작됐다.‘The Way We Fall Apart.’애리는 첫 음에서 바로 알아봤다.줄리안이 직접 쓴 곡은 아니었다.그리고 그는 이 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애리는 그 사실도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무대 위의 줄리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손끝은 정확했고, 리듬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노아의 베이스가 아래를 단단하게 받치자 마커스의 키보드가 그 위를 자연스럽게 채웠다.박자가 한 번에 맞춰졌다.후렴이 시작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앞쪽에서 누군가 먼저 따라 불렀다.작게.그게 시작이었다.한 명,두 명.앞줄에서 눈을 마주친 채 따라 부르는 목소리가 늘었고, 뒤쪽에서는 늦게 박자가 맞춰졌다.점점 더 많은 목소리가 겹쳐졌다.애리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사람들이 왜 이 곡을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었다.멜로디는 단순했고,쉽게 따라 부를 수 있었고,한 번 들으면 오래 남았다.줄리안이 좋아할 타입의 곡은 아니었다.그런데도 그는 무대 위에서 누구보다 정확하게 그 곡을 부르고 있었다.감정까지도.애리는 순간 숨을 멈췄다.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데.그런데도 지금까지 본 어떤 순간보다 완벽했다.줄리안은 웃지 않았다. 끝까지 눈을 감지도 않았다.대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마이크를 붙잡고 있었다.조명이 그의 눈을 스쳤다.애리는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좋아해서 부르는 게 아니라, 지금은 그걸 해내야 하는 사람이니까.노래가 끝나고, 환호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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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거리의 이유

차 안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도로 위로 엔진 소리만 조용히 이어졌다.애리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빠르게 지나가는 불빛이 유리창에 스쳤다.아까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올랐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만히 있자니 더 신경 쓰였다.그때 줄리안이 먼저 말했다.“배고프지.”애리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조금.”“아까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줄리안이 핸들을 돌리며 말했다.“근처에 아직 하는 데 있어.”차가 다시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차는 형광빛 간판 앞에 멈춰 섰다.네온사인 아래 오래된 다이너였다.애리가 간판을 한번 올려다보자, 줄리안이 먼저 차문을 열고 내렸다.“가자.”둘은 안쪽 부스 자리에 마주 앉았다.메뉴판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애리는 한참 보다가 중얼거렸다.“…뭐가 이렇게 많아.”“그냥 시켜.”줄리안이 피식 웃었다.“엄청 맛없진 않아.”“그럼 이거.”애리가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웨이트리스가 와서 주문을 받아갔다.줄리안이 컵을 손으로 굴리다가 물었다.“오늘 어땠어?”애리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좋았어.”그러다 작게 웃었다.“아니, 그냥…”말을 고치려던 애리가 줄리안을 한번 봤다.“…되게 좋았어.”줄리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둘 사이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줄리안이 컵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계속 보고 있었지?”애리가 눈을 들었다.“…뭘.”줄리안이 웃으며 말했다.“나.”애리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조금 뒤, 작게 말했다.“…응.”음식이 나왔고, 둘은 별다른 말 없이 천천히 먹었다.포크가 접시에 닿는 소리만 가볍게 오갔다.접시가 거의 비워질 때쯤, 줄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늦어도 괜찮아?”애리는 포크를 내려놓았다.손끝이 잠깐 멈추고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응. 괜찮아.”***가게를 나섰을 때는 공기가 더 차가워져 있었다.애리는 코트 깃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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