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계적인 록스타 남친이 나만 바라본다 (실버라인): Chapter 31 - Chapter 40

120 Chapters

31화- 맨해튼 쇼케이스

금요일 밤의 맨해튼이었다.공연장은 줄리안이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다.조명도 밝지 않았고, 객석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 목소리도 전체적으로 낮게 깔려 있었다.앞쪽에는 의자가 몇 줄 놓여 있었고 뒤쪽에는 서서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었다.대부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누구 하나 크게 웃지 않았고, 길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었다.짧게 보고 판단하는 자리라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백스테이지는 객석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문 하나 차이인데도 바깥이랑은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다.줄리안은 기타를 든 채 벽 쪽에 서 있었다.손가락은 자연스럽게 줄 위에 올라가 있었지만 실제로 연주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노아가 의자에 앉은 채 주변을 둘러봤다.“생각보다 작네.”마커스는 콘솔 쪽을 한 번 바라본 뒤 몸을 돌렸다.“딱 좋지.”“이 정도면 다 보이잖아.”그때 라이언이 안으로 들어왔다.“5분.”짧게 말한 뒤 그대로 다시 나갔다.문 옆에 기대 있던 댄이 시선을 움직였다.그리고 줄리안 쪽에서 멈췄다.“…괜찮냐?”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톤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하지만 기타를 쥔 손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손가락이 줄을 한 번 눌렀다가 금방 풀렸다.노아가 그걸 보고 웃었다.“긴장했네.”줄리안이 슬쩍 돌아봤다.“아니.”마커스가 짧게 말했다.“가자.”줄리안은 문 쪽을 한 번 바라봤다.그리고 기타를 다시 바로 잡은 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공연 시작 전이었다.객석 앞줄에 서 있던 노아가 손을 흔들었다.“여기.”리아가 그쪽으로 걸어왔다.표정은 가벼웠다.“갑자기 왜 불러.”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티켓 남아서.”그리고 장난스럽게 덧붙였다.“버리긴 아깝잖아.”리아가 피식 웃었다.“나 그런 용도야?”“이렇게 아니면 안 올 거잖아.”노아가 바로 받아쳤다.리아는 더 묻지 않고 빈자리에 앉았다.시선은 자연스럽게 무대로 향했다.무대 위에는 스탠딩 마이크가 셋 세워져 있었고 조명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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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햄튼에서 생긴 일

다음날 아침이었다.줄리안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침대에 누워 있긴 했지만 제대로 잠든 시간은 거의 없었다.눈만 감은 채 밤을 버틴 느낌에 가까웠다.그는 한동안 천장만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핸드폰 화면을 켰다가 다시 껐고, 그대로 소파 끝에 던져두었다.생각은 계속 어젯밤에 머물러 있었다.리아가 했던 말.그때의 표정.그리고 자기 자신도 설명하지 못하겠는 기분까지.줄리안은 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짐은 거의 챙기지 않았다.차 키와 지갑만 들고 그대로 집을 나섰다.주차장으로 내려간 그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엔진이 짧게 진동하며 깨어났다.줄리안은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핸들을 잡은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그러다 결국 그대로 차를 몰았다.도시를 빠져나오는 동안에도 목적지는 분명하지 않았다.그냥 뉴욕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사람들한테서.어젯밤 분위기에서.그리고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감정에서.고속도로에 올라선 뒤에야 방향이 정해졌다.햄튼.그냥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었다.***햄튼의 아침 공기는 아직 선선했다.넓은 잔디 위에는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흰 테이블보 위로 접시와 컵, 간단한 음식들이 가지런히 올라가 있었다.가족들은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애리도 말없이 그 자리에 함께했다.“이거 좀 먹어봐.”엄마가 접시를 밀어줬다.“괜찮아. 나 배 안 고파.”“아까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애리는 그제서야 포크를 들었다.대충 한 입 먹었지만 무슨 맛인지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옆에서 서 이사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날씨 좋네요.”아빠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여기 공기 좋죠.”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고, 애리는 거의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때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애리가 화면을 내려다봤다.[지금 햄튼에 왔는데, 너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손끝이 미세하게 멈췄다.애리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그러자 엄마가 물었다.“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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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맨해튼의 하루

차 안은 조용했다.엔진 소리만 낮게 깔려 있었고, 한동안 둘 다 아무 말이 없었다.먼저 입을 연 건 애리였다.“아빠 엄마도 계시는데.”줄리안은 앞을 본 채 말했다.“그래서 멀리 나온 거잖아.”“들키면 어쩌려고.”“안 들키면 되지.”너무 아무렇지 않은 말투였다.애리는 옆을 한 번 봤다.줄리안은 웃지도 않았다.그게 더 이상했다.“…진짜.”작게 중얼거리자 그제야 줄리안 입가에 웃음이 스쳤다.잠깐 정적이 이어졌다.이번에도 애리가 먼저 물었다.“오늘 뭐 해?”줄리안은 바로 답했다.“맨해튼 관광.”그 말에 애리가 눈을 들었다.“갑자기?”“시켜주기로 했잖아.”“언제.”“방금.”그가 짧게 말한 뒤 덧붙였다.“생각난 김에.”애리는 결국 웃었다.고개를 숙인 채 작게 숨을 내쉬었다.“진짜 계획 없지.”줄리안이 어깨를 으쓱했다.“있으면 이상하지.”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햄튼의 아침 풍경이 차창 밖으로 조금씩 멀어졌다.***도시 안으로 들어오자 차가 조금씩 막히기 시작했다.고속도로를 빠져나오고, 익숙한 건물들이 하나둘 보였다.애리가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진짜 맨해튼 가네.”줄리안이 웃었다.“여기까지 왔는데.”애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지.”차를 세운 뒤 둘은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아직 점심시간 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애리는 메뉴판을 넘기다가 멈췄다.“여기 비싸다.”줄리안이 힐끗 쳐다봤다.“그래?”“응. 이거 봐.”애리가 메뉴판을 돌려주자 줄리안은 대충 한 번 내려다봤다.그리고 다시 밀어놨다.“괜찮아.”너무 쉽게 말했다. “먹고 싶은 거 골라.”애리는 메뉴판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줄리안을 봤다.“…오빠 돈 많아?”줄리안은 슬쩍 웃었다.“오늘은 있는 걸로 하자.”애리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이상한 논리네.”그래도 다시 메뉴판을 들여다봤다.이번에는 조금 편해진 얼굴이었다.***식당을 나온 뒤 둘은 센트럴파크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이 부드럽게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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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각자의 시간

새학기 첫날이었다.여름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학교 분위기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복도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사물함 앞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모여 서 있었다.여기저기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웃음이 겹쳤다.애리는 사물함 앞에 서서 문 안쪽에 붙여둔 시간표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아래에 적어둔 메모들도 눈에 들어왔다.과목 옆에 표시해 둔 체크, 방과 후 일정,그리고 따로 동그라미 쳐 둔 날짜들.손이 잠깐 멈췄다.생각했던 것보다 해야 할 게 많았다."애리.”옆에서 친구가 불렀다.애리가 고개를 들었다.“너 이번에 뭐 들을 거야?”친구가 자기 시간표를 흔들었다.“나 이거 넣을까 말까 고민 중인데.”애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사물함 안쪽에 붙어 있던 종이를 떼어 다시 한 번 내려다봤다.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다.“…두 개 정도?”“두 개?”친구가 눈을 크게 떴다.“야, 그거 대학 수업이라며.”애리는 웃었다.“그래서.”“그래서가 아니라, 너 그거 하면 진짜 바빠질 걸?”“안 그래도 바쁜데 뭐.”가볍게 말했지만, 종이는 여전히 손에 들려 있었다.접어서 사물함에 넣기 전에 다시 펼쳤다.친구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나 하나만 해도 될까 고민인데.”“하나만 해.”“너 때문에 괜히 욕심난다니까.”“내지 마.”애리는 짧게 웃었다.복도는 여전히 시끄러웠다.사람들이 계속 지나가고, 누군가는 어깨를 툭 치고 갔다.그런데 애리는 잠시 그 소리들에서 멀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다시 사물함 안에 붙였다.손바닥으로 한 번 눌러 고정한 다음, 문을 닫았다.점심시간이었다.애리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었고, 앞에 놓인 음식은 거의 손대지 않은 상태였다.포크로 한 번 건드린 후에 그대로 내려놓았다.휴대폰은 화면을 뒤집은 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한 번 집어 들었다 다시 내려놓았다.“애리.“맞은편에서 친구가 말했다.“너 오늘 왜 이렇게 조용해.”“아니야.”“아까부터 계속 멍 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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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어긋난 토요일

새학기가 시작되고, 어느새 2주가 지나 있었다.처음 며칠은 정신없이 흘러갔다.애리에게는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금방 지나갔고, 방과 후에는 해야 할 것들이 계속 쌓였다.집에 돌아오면 애리는 자연스럽게 노트를 펼쳐 놓고 오래 앉아 있게 됐다.그 사이에 줄리안을 보는 날은 많지 않았다.연락은 끊기지 않았지만 길게 이어지지도 않았다.짧은 메시지가 오가고 타이밍이 맞으면 통화를 했다.서로 바쁜 건 알고 있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이 조금씩 늘어났다.그래도 이상하게 완전히 멀어진 느낌은 아니었다.그날도 그랬다.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저녁이었다.책상 위에 노트를 펼쳐 놓은 채, 애리는 에세이를 쓰고 있었다.한 줄을 쓰다가 멈추고 다시 이어 쓰다가 또 멈췄다.집중이 잘 안 됐다.그때 옆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애리는 잠시 내려다보다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뭐 해.”줄리안 목소리였다.애리는 펜을 손가락 사이로 굴리며 말했다.“집. 오빠는?”“나도.”그 뒤로 몇 초간 조용해졌다.줄리안이 먼저 말했다.“토요일에 시간 돼?”애리가 손을 멈췄다.“왜.”“잠깐 보자. 맨해튼으로 와.”애리는 고개를 숙인 채 책상 위를 내려다봤다.“몇 시?”“두 시쯤.”“대충 말하지 마.”줄리안이 작게 웃었다.“두 시.”애리가 대답했다.“알았어.”줄리안이 덧붙였다.“늦지 말고.”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을 한 번 더 머릿속으로 되짚었다.“응.”통화는 그걸로 끝났다.애리는 한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화면은 이미 꺼졌는데, 손은 그대로였다.방 안은 조용했고 창문 밖으로는 아직 저녁 기운이 남아 있었다.그제야 휴대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노트를 다시 펼쳤다.아까 쓰다 멈췄던 줄이 눈에 들어왔다.펜을 들었다가, 몇 초간 멈췄다.그리고 조용히 한 줄을 더 이어 썼다.***토요일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애리는 옷장을 열어 놓고 한참을 서 있었다.처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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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예정에 없던 오후

로이는 앞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잔디를 벗어나 산책로로 들어서자, 사람들 사이가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지율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애리도 마찬가지였다.둘은 말없이 걸어도 불편하지 않았다.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애리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아직 안 끝났어. 오늘 좀 길어질 것 같아.]애리는 메시지를 한 번 더 읽었다.너무 아무렇지 않은 말투라서 더 이상했다.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가락으로 화면을 눌러 끄고, 숨을 한 번 내쉰 뒤 다시 걸었다.지율이 옆에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애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조금 늦게 대답하고 애리의 시선은 앞으로 향했다.개가 뒤를 한 번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향해 뛰듯이 걸어갔다.애리가 입을 열었다.“산책 끝나고 뭐 하세요?”지율은 옆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집 가야죠. 얘부터 데려다 놔야 해서.”목줄을 살짝 들어 보였다.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아...”그리고 망설이다가 다시 말했다.“그럼 그 후에는요?”지율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특별히 없어요.”애리를 한 번 바라본 뒤 덧붙였다.“산책 좀 더 해도 되고요.”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둘은 몇 걸음 더 천천히 걸었다.“…그럼 저도 좀 더 걸을게요.”지율이 힐끗 시선을 보냈다가 웃었다.“그럴래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둘은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입구 앞에서 지율이 걸음을 멈췄다.“여기예요.”애리는 건물을 올려다봤다.생각보다 높은 건물이었다.시선이 위에 머물렀다가 다시 내려왔다.“잠깐만요. 얘만 두고 바로 나올게요.”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지율이 안으로 들어가고 자동문이 닫히자, 애리는 혼자 남았다.주변이 잠시 조용해졌다.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다시 꺼냈다.아무것도 없었다.화면을 켰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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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내가 가니까

저녁빛이 천천히 기울고 있었다.구겐하임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 색이 낮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희미하게 금빛이 섞인 회색빛이었다.애리는 건물 앞에 멈춰 서 있었다.사람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고, 길 건너편으로 차들이 계속 지나갔다.지율은 옆에 서서 핸드폰 화면을 한 번 확인했다.“이제 슬슬 저녁 시간이네요.”애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그때, 짧은 진동이 주머니 안에서 울렸다.애리가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끝났어, 어디야?]줄리안이 보낸 문장을 읽는 순간, 그녀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췄다.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잠시 머물렀다.[구겐하임 미술관]답장을 보내자마자 화면이 바로 바뀌었다.줄리안의 전화였다.애리는 숨을 고르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거기까지 혼자 갔어?”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생각보다 빠르게 나온 말에 애리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시선이 길 건너편을 스쳤다가 다시 돌아왔다.“아니…”그리고 조금 늦게 덧붙였다.“공원에서 우연히 지율 씨 만났어.”순간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줄리안이 물었다.“…누구.”“햄튼에서 만난 사람.”“아.”그 뒤로는 다시 말이 없었다.애리는 괜히 미술관 입구 쪽을 한 번 돌아봤다.지율은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애리가 통화하는 동안 시선을 다른 쪽에 두고 있었다.줄리안이 다시 말했다.“지금도 같이 있어?”애리는 괜히 목소리를 낮췄다.“…응.”“거기서 기다려.”애리가 눈을 깜빡였다.“뭐?”“나 지금 나가.”줄리안은 단호했다.“십 분이면 가.”애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그의 말이 너무 급하게 나와서 순간 되묻게 됐다.“…여기로?”“응.”줄리안이 낮게 말했다.“거기 있어.”짧은 숨소리가 한 번 들렸다.“혼자 아니어도 상관없어.”“내가 가.”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그대로 멈췄다.그가 다시 물었다.“밖이야?”“응.”“그럼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말고. 입구 쪽에 있어.”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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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놓을 타이밍

잠시 후 줄리안이 다시 말했다.“…연락 했을 때.”애리가 시선을 들었다.“응?”“바로 봤지?“애리는 잠깐 멈췄다가 대답했다.“…응. 봤어.”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거기 있었지."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줄리안이 덧붙였다.“나 오기 전까지.”질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웠다.애리는 작게 숨을 뱉으며 짧게 인정했다.“응.”줄리안이 피식 웃었다.“잘했네.”낮은 목소리였는데 장난처럼 들리진 않았다.그리고 한 마디 더.“근데 다음엔...”애리가 시선을 들었다.줄리안이 그대로 말했다.“혼자 있어.”명령도 아니고, 부탁도 아니었다.마치 그게 당연한 일이라는 듯 했다.애리는 순간 말이 없었다.“왜?”줄리안이 바로 답했다.“내가 가니까.”한 박자.“…굳이.”끝까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애리는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다.그녀가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들었다.“오빠.”“응.”“질투해?”줄리안은 멈칫하지도 않았다.“…아니.”짧게 말하고 바로 덧붙였다.“그냥 신경 쓰여.”그걸 끝으로 설명은 없었다.그래도 그는 애리의 손을 여전히 잡고 있었다.애리는 피식 웃었다. 이번엔, 애리가 먼저 손을 살짝 움직였다.조금 더 편하게 맞춰 쥐듯이.둘 사이는 이제 더 이상 어색하지 않았다.***식당을 나왔을 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거리에는 불이 하나둘 켜져 있었고, 차들이 일정한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공기가 낮보다 약간 더 선선했다. 둘은 말없이 걸었다.걸음은 빠르지 않았고, 속도도 자연스럽게 맞춰져 있었다.손은 여전히 잡혀 있었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상태 그대로였다.줄리안이 시선을 옆으로 흘렸다.“추워?”애리가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걸로 대화는 자연스럽게 끝났다.둘은 다시 말없이 걸었다.몇 블록쯤 지났을 때, 줄리안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차 근처에 있어.”애리가 고개를 들었다.“응.”줄리안이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잠깐 들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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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이제 시작이다

차는 곧 익숙한 거리로 들어섰다.애리는 창밖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집 근처였다.가로등 불빛도, 늘 보던 골목도 그대로였다.줄리안은 속도를 줄였고 차는 곧 집 앞에 멈춰 섰다.엔진 소리가 조용하게 남아 있었다.애리가 안전벨트를 풀자 작은 소리가 차 안에 짧게 울렸다.“고마워.”그녀의 말에 줄리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애리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밤공기가 생각보다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문을 닫고 돌아섰다가, 다시 한 번 차를 봤다.그는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었다.애리는 순간 망설이다 창 쪽으로 한 발 다가갔다.줄리안이 창문을 조금 내렸다.“왜.”애리가 차창 쪽으로 가까이 가며 말했다."들어가는 거 보고 가려고?”줄리안이 아주 조금 웃었다.“응.”애리는 괜히 웃음을 눌렀다.“엄마 아직 안 주무실 텐데.”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더 빨리 들어가.”그 말에 애리가 살짝 웃었다.“알겠어.”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현관까지 걸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문을 닫기 직전, 애리는 뒤를 돌아봤다.줄리안의 차는 아직 그대로였다.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문을 닫았다.***10월, 앨범이 나왔다.sILVERLINe의 첫 정규, 데뷔 앨범이었다.발표는 생각보다 조용하게 시작됐다.레이블은 크게 밀지 않았고, 티저도 짧았고 인터뷰도 거의 없었다.대신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한 번에 풀어버렸다.처음 반응은 빠르지 않았다.조회수도, 언급도 눈에 띄게 터지는 느낌은 아니었다.그런데 이상하게 흐름이 꺼지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반응이 조금씩 붙기 시작했다.댓글이 쌓였다.- 뭐야 이 밴드- 기타 라인 계속 돈다- 후렴 왜 계속 생각나냐- 보컬 누구야가볍게 시작된 반응이 며칠 사이 방향을 잡았다.하루, 이틀, 사흘.보통이면 한 번 꺾일 타이밍인데, 며칠이 지나도 그래프는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작업실.노아가 먼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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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금요일이 시작됐다 1

밤이었다.방 안은 조용했고, 불은 꺼져 있었다.휴대폰 화면만 희미하게 밝았다.애리는 휴대폰의 시간을 한 번 봤다가 다시 내려놨다.침대에 가만히 누운 채 천장을 보고 있었지만, 오늘이 생일이라는 게 잘 믿기지 않았다.아직 아무 일도 없었고 그냥 날짜만 바뀐 것 같았다.지금은 그저 조용했다.그때, 진동이 울리고 화면이 켜졌다.줄리안이었다.애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목소리가 조금 낮았다.줄리안이 말했다.“생일 축하해.”딱 자정이 막 지난 시각이었다.애리는 웃었다.“고마워.”줄리안이 이어 말했다.“지금까지 안 잤네.”애리가 작게 대답했다.“…기다렸어.”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그 짧은 침묵이 오히려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줄리안이 피식 웃었다.“알아.”그리고 덧붙였다.“축하는 내가 제일 먼저 해야지.”애리는 천장을 한 번 바라보며 괜히 웃었다.“그건 좀 멋있다.”줄리안이 짧게 웃었다.“당연하지.”둘 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정적이 불편하지는 않았다.줄리안이 먼저 말했다.“오늘 못 보니까.”애리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금요일에 보자.”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리고 아주 작게 물었다.“뭐 해?”줄리안이 조용히 말했다.“비밀.”한 박자 뒤에,“비워.”애리가 웃으며 물었다. “명령이야?”줄리안이 대답했다.“응.”애리는 한 번 더 웃었다.“알겠어.”전화는 길지 않았다.오히려 평소보다 짧았는데, 이상하게 더 오래 남은 느낌이었다.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녀는 바로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화면이 꺼질 때까지 그대로 들고 있었다.애리는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0시 17분.아직 생일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그런데 이미 금요일이 더 기다려지고 있었다.며칠이 지나갔다.학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종이 울리면 수업이 시작됐고, 학생들은 책을 펼쳤다.선생님의 설명도 계속 이어졌지만, 애리는 이상하게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노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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