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계적인 록스타 남친이 나만 바라본다 (실버라인): Chapter 21 - Chapter 30

120 Chapters

21화- 싱글 확정과 뮤직비디오

작업실.노아가 먼저 들어와 소파에 가방을 던졌다.“야.”마커스가 노트를 보며 말했다.“왜.”노아가 웃었다.“줄리안 어디 있냐.”마커스가 고개를 들었다.“벌써 적응했어?.”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좋잖아. 록스타 이름.”그때 문이 열리고, 이든이 기타 케이스를 멘 채 안으로 들어왔다노아가 바로 말했다.“왔냐, 줄리안.”이든이 노아를 봤다.“…적응 빠르네.”노아가 웃었다.“마음에 드는 거 아냐?”이든이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나쁘진 않아.”마커스가 피식 웃었다.“이미 인정했냐.”이든이 기타를 꺼내며 말했다.“…애리가 먼저 부르기 시작했거든.”노아와 마커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아, 그래서.”“애리 취향이네.”이든이 기타 줄을 한 번 튕겼다.맑은 코드가 작업실 안에 울렸다.마커스가 말했다.“이름 얘기는 됐고.”“일하자.”노아가 베이스를 잡았다.“뭐부터.”마커스가 짧게 말했다.“실버라인.”노아가 웃었다.“우리 첫 싱글.”이든은 기타를 잡은 채 잠깐 생각했다.이 노래를 처음 만들던 밤도 떠올랐다.그가 말했다.“…조금 고치자.”마커스가 물었다.“어디.”이든이 기타를 치며 말했다.“브릿지. 더 크게 갈 수 있어.”노아가 웃었다.“벌써 프로네.”“프로 맞아.”이든이 말했다.“우리 이제 계약했거든.”작업실 안이 조용해졌다.그 말이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노아가 중얼거렸다.“…와. 우리 진짜 시작이네.”이든이 기타 줄을 다시 튕겼다.실버라인.익숙한 코드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클럽에서 장난처럼 연주하던 노래가 아니라, 정말 세상 밖으로 나갈 노래처럼 느껴졌다.***며칠 뒤였다.맨해튼.스튜디오 건물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복도에는 두꺼운 카펫이 깔려 있었고, 문마다 작은 유리창이 달려 있었다.안에서는 희미하게 드럼 소리나 기타 소리가 새어 나왔다.노아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마커스가 물었다.“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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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인터넷 스타

작업실.노아가 소파에 누운 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한참 화면을 내려다보던 그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어?”마커스가 노트를 넘기며 물었다.“왜.”노아가 말없이 노트북을 돌렸다.“올라왔다.”마커스의 시선이 화면으로 옮겨졌다.SilverlineOfficial Video실버라인의 첫 싱글과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였다.레이블은 음원 발표와 동시에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그건 당시 신인 밴드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었다.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줄리안이 화면을 내려다봤다.“…진짜네.”노아가 웃었다.“댓글 봐.”마커스가 마우스를 움직였다.댓글이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기타 치는 애 누구야- 실버라인 미쳤다- 후렴 계속 맴돈다노아가 낮게 웃었다.“…봐.”“뭔데.”노아가 화면을 가리켰다.새 댓글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실버라이너들 어디 있어잠시 작업실에 소리가 사라졌다.마커스가 미간을 찌푸렸다.“…뭐야 그건.”노아가 웃었다.“팬덤 이름 같은데.”마커스가 짧게 웃었다.“…우리 팬 생긴 거야?“줄리안이 다시 화면을 봤다.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세 자리였던 조회수가 이미 네 자리로 넘어가고 있었다.노아가 중얼거렸다.“…이거 진짜네.”마커스가 피식 웃었다.“이제 시작이지.”줄리안은 시선을 화면에서 떼지 못했다.뮤직비디오는 계속 재생되고 있었다.붉은 조명 아래, 작은 클럽 무대.마커스가 노래를 부르고, 노아가 베이스를 치고 있었다.그리고 줄리안은 기타를 들고 있었다.마지막 마커스와 줄리안이 부르는 후렴이 흘러나왔다.Call my name and I’ll be thereWe’re always connectedOn a silver line노아가 말했다.“생각보다 괜찮은데.”마커스가 웃었다.“생각보다?”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우리니까.”그리고 다시 댓글을 내려봤다.“…줄리안.”줄리안이 고개를 들었다.“왜.”노아가 웃었다.“댓글 다 너 얘기네.”줄리안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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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앨범

잠시 후.작업실 문이 열리고 애리가 들어왔다.“줄리안.”노아가 바로 말했다.“오~. 신부 등장.”작업실이 다시 웃음바다가 됐다.애리가 눈을 깜빡였다.“…뭐야.”줄리안이 기타를 내려놨다.그리고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애리.”“응?”“혹시 결혼 생각 있어?”작업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그리고 다음 순간.에릭과 노아가 동시에 터졌다.“푸하하하...”마커스도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애리는 혼자 상황을 이해 못 한 얼굴이었다.“…결혼? 있지.”그녀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나중에. 한 서른쯤?”그 말에 줄리안 표정이 바로 굳었다.“…아니. 그렇게 늦게 말고.”애리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응? 그럼 언제?”줄리안은 망설임도 없었다.“…지금.”그러자 애리 눈이 동그래졌다.“나 미성년자인데.”“결혼을 지금 어떻게 해?”줄리안은 여전히 진지했다.“부모님 허락 받으면 가능할걸.”노아랑 마커스, 에릭이 동시에 줄리안을 돌아봤다.셋 다 표정이 똑같았다.‘얘 진심이네.’노아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저 미친놈.”그 말에 작업실이 다시 뒤집어졌다.애리는 여전히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채 줄리안을 바라봤다.“줄리안, 무슨 얘기야?”그 말을 듣고 에릭이 바로 끼어들었다.“아까 체육관에서 들은 건데.”“줄리안 졸업하면 너한테 대시할 애들 줄 섰다더라고.”노아가 웃으며 말을 이어받았다.“그래서 이 인간이...”“너 뺏길까 봐 1년 또 유급할까 고민 중이었어.”마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우리가 말했지.”노아가 바로 말했다.“유급 말고.”“결혼하라고.”작업실이 또 웃음바다가 됐다.에릭이 마지막으로 한마디했다.“그래서 지금 상황은...”“줄리안이 너한테 프로포즈하는 거야.”노아와 에릭은 거의 쓰러질 듯 웃었고, 그 사이에서 줄리안 얼굴만 점점 빨개지고 있었다.“아… 그만해.”줄리안이 작게 말했다.웃음이 조금 잦아든 뒤, 줄리안이 다시 애리를 봤다.“너만 학교에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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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마지막 프롬 1

4월이었다.복도 창문이 열려 있었다.점심시간에 바람이 안으로 들어왔고,누군가 붙여둔 프롬 포스터 끝이 가볍게 흔들렸다.학교는 요즘 프롬 얘기로 시끄러웠다.누가 누구랑 가는지,드레스는 뭘 입을 건지,사진은 어디서 찍을 건지.점심시간만 되면 여기저기서 그런 얘기가 들렸다.애리는 그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냥 웃고 넘겼다.원래라면 조금은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요즘은 다른 생각이 더 많았다.줄리안은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앨범 작업이 시작된 뒤로는 맨해튼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학교에 오는 날보다 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애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점심시간이면 괜히 복도 끝을 한 번 더 보게 됐고,수업이 끝난 뒤에도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곤 했다.그날도 점심시간이었다.애리는 트레이를 들고 자리에 앉으려다가,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애리.”고개를 들자 스캇이 서 있었다.농구부 주장답게 키가 컸고, 평소보다 조금 어색한 얼굴이었다.애리는 순간 눈을 깜빡였다.“응?”스캇은 목 뒤를 한 번 쓸어내리더니 웃었다.“혹시… 프롬, 나랑 갈래?”바로 옆에서 누군가 작게 “오.” 하고 말했다.주변 시선이 한 번에 몰렸다.애리는 조금 웃었다.갑작스럽기도 했고,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미안. 나 올해 프롬 안 갈 거야.”스캇은 아주 잠깐 멈췄다가, 곧 어깨를 으쓱했다.“그래? 아쉽네… 그래도 물어볼 가치는 있었지.”깔끔했다.애리는 오히려 그 반응에 마음이 편해졌다.그런데 스캇이 막 돌아서자마자, 다른 쪽에서 누군가 다가왔다.학생회 배지를 단 해리였다.애리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부터 났다.설마 했는데, 진짜였기 때문이었다.“그럼.”해리가 태연하게 말했다.“나랑 갈래?”애리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너도?”해리는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다.“스캇 다음은 나지.”주변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애리는 고개를 저었다.“미안. 진짜 안 가.”해리는 애리를 잠깐 보더니 장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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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마지막 프롬 2

줄리안은 장난처럼 꺼낸 얘기였는데, 끝에 가서는 다들 조금 이해한 얼굴이 되었다.그에게 중요한 건 프롬이 아니었다.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했다.그리고 이번에는 그게 아주 분명했다.그때 라이언이 자료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원래는 안 되는 일정이야.”다들 동시에 그쪽을 봤다.라이언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토요일 밤 보컬 세션은 미루기 쉽지 않아.”그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노아는 웃음을 거뒀고, 마커스도 말이 없었다.줄리안 역시 괜히 변명하지 않았다.그냥 기타를 쥔 채 조용히 기다렸다.그런데 라이언은 곧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번이 고등학교 마지막 프롬이라면서.”노아가 다시 피식 웃었다.마커스는 고개를 숙인 채 입가만 살짝 올렸다.라이언이 종이에 체크를 하며 덧붙였다.“딱 한 번이다.”줄리안은 천천히 콘솔 쪽을 바라봤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감사합니다.”라이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한 번 저었다.“대신 다음 주에 두 배로 하자.”노아가 바로 웃었다.“와. 이건 결국 손해 본 거 아니냐?”마커스도 웃었고, 줄리안도 아주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다시 음악 얘기가 이어졌다.다음 트랙 순서, 가사 수정, 보컬 톤, 마감. 말들은 다시 자연스럽게 일로 돌아갔다.그런데 줄리안 머릿속 한쪽은 여전히 다른 데 가 있었다.프롬.학교 체육관.애리.그는 괜히 기타를 내려다보다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못 빼.”노아가 바로 물었다.“뭐를?”줄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냥 다시 기타 줄을 눌렀다.그게 꼭, 이번 일정만큼은 정말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대답처럼 들렸다.***프롬은 5월 초였다.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학교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복도 게시판에는 반짝이는 종이로 장식한 포스터가 붙었고, 점심시간만 되면 프롬 얘기가 들렸다.누가 누구랑 가는지, 드레스는 어디서 살 건지 그리고 사진은 몇 시에 찍을 건지 같은 얘기들이 쏟아졌다.애리는 그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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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프롬 킹

체육관 안으로 조금 더 들어오자 음악 소리가 한층 더 크게 들렸다.DJ 부스 앞에는 이미 학생들이 모여 있었고,천장에 매달린 조명이 천천히 돌아가며 바닥 위로 색색의 빛을 흘려보내고 있었다.몇 명이 줄리안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야, 줄리안!”“진짜 왔네!”에릭이 웃으며 다가왔다.“와.”잠깐 줄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했다."얘 진짜 프롬 왔다."옆에 있던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다.“생각보다 잘 어울리는데?”줄리안이 피식 웃었다.“…시끄러.”에릭이 이번엔 애리를 바라봤다.“애리. 오늘 학교 난리 나겠다.”애리가 웃으며 되물었다.“왜.”에릭이 어깨를 으쓱했다.“줄리안이 프롬 온 것보다… 너 때문에.”“맞네.”에릭의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고 애리는 눈을 곱게 흘겼다.그때 DJ가 마이크를 잡았다.“자 여러분!”체육관 안이 조금씩 조용해졌다.“첫 번째 슬로우 댄스 갑니다!”음악이 바뀌었다.조금 느린 곡이 흐르기 시작하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모였다.줄리안이 애리를 바라봤다.“…갈까.”“응.”그가 애리의 손을 잡았다.손이 닿는 순간, 애리가 시선을 들었다.둘은 천천히 중앙으로 걸어 들어갔다.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비켜줬다.조명이 천천히 둘 위를 스쳤다.음악이 조금 더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그렇게 몇 곡이 지나고. DJ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자, 이제 프롬 킹을 발표하겠습니다!”체육관 안 공기가 다시 한 번 가라앉았다.“올해의 프롬 킹은… 줄리안 웨스트!”순간 체육관 안에서 환호가 터졌다.“와아!”“줄리안!”줄리안은 순간 멈춰서서 조금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나 학교도 거의 안 나왔는데.”예상 못 했다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애리가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가.”줄리안은 결국 무대로 올라갔다.여전히 체육관 안은 시끄러웠다.DJ가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프롬 퀸은… 제니퍼 우즈!”다시 환호가 터졌고, 잠시 후 두 사람에게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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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새로운 작업실

프롬이 끝난 뒤 며칠이 지났다.뉴저지 작업실 문이 열렸다.좁은 공간은 어제와 다를 게 없었다.테이블 위에 놓인 컵,정리되지 않은 케이블,구석에 기대 세워 둔 기타까지.금방이라도 누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올 것처럼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줄리안이 안으로 한 발 들어섰다.밤새 켜져 있었던 앰프의 열기와 식어버린 커피 냄새,창문을 제대로 열지 않은 공간 특유의 눅눅한 공기가 익숙하게 느껴졌다.그는 말없이 안을 한번 둘러봤다.테이블 위에는 가사 한 장이 놓여 있었다.자기 글씨였다.줄리안은 아무 생각 없이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한동안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다시 자리에 내려놓았다.그때 뒤에서 문이 열렸다.“가자.”마커스였다.노아도 그 뒤에 서 있었다.줄리안이 고개를 들었다.“…어.”그는 작업실 안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둘러본 뒤,아무 말 없이 불을 껐다.문이 천천히 닫혔다***차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창밖으로 고속도로 풍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뉴저지를 벗어나면서 바깥 풍경도 조금씩 달라졌다.낮고 낡은 건물들 대신 유리와 금속으로 된 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노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여기 맞아?”마커스가 앞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차가 천천히 멈췄다.정면에는 유리 건물이 서 있었고, 입구 앞에는 레이블 로고가 붙어 있었다.애틀란틱이었다.차 안에서는 아무도 바로 내리지 못했다.“…와.”노아가 먼저 중얼거렸다.마커스가 웃었다.“이제 여기냐.”줄리안은 대답하지 않은 채 문을 열고 먼저 차에서 내렸다.건물 안은 지나치게 정돈되어 있었다.반짝이는 바닥 위로 발걸음 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리셉션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문이 열리며 긴 복도가 나타났다.복도 양쪽으로 늘어선 문마다 번호가 붙어 있었고,작은 유리창 너머로 장비들이 보였다.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다.댄이었다.“왔네.”그가 손짓했다.“이쪽.”문 하나가 열리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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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더 넓은 세계로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졸업식이 가까워지면서 학교 분위기는 예전보다 한산해졌다.복도는 비어 있는 날이 더 많았고, 수업도 하나둘 정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었다.줄리안은 학교에 자주 나오지 않았다.와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그래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가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얼굴만 비추고 돌아가는 날이 있었다.****졸업식 날이었다.운동장에는 의자가 길게 놓여 있었고, 천막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교복 대신 정장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의자에 앉았다.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웃음, 카메라 셔터 소리가 뒤섞였다.애리는 뒤쪽에 서 있었다.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시선은 계속 입구 쪽을 향했다.“온대?”마커스가 물었다.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온다 했잖아.”레이첼이 웃었다.“쟤 늦는 거 하루이틀이야?”그 말이 끝날 즈음, 입구 쪽이 살짝 술렁였다.“…왔다.”누군가 먼저 중얼거렸다.줄리안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셔츠 위에 재킷만 걸친 채, 머리는 대충 넘긴 상태였다.늦게 뛰어온 사람치고는 의외로 평소랑 다를 게 없었다.마커스가 웃으며 말했다.“야, 졸업식에도 늦냐?”노아가 덧붙였다.“4년 걸렸으면 오늘은 좀 일찍 오지.”레이첼이 피식 웃었다.“진짜 겨우 맞췄네.”줄리안은 짧게 웃으며 대답했다.“…시끄러.”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뒤쪽에 있는 애리 쪽으로 향했다.잠깐 눈이 마주쳤다.줄리안이 먼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애리도 아주 작게 따라 움직였다.둘 사이에 오간 건 그 정도였다.이름이 하나씩 불리기 시작했다.학생들이 줄을 서서 앞으로 나갔다.“이든 웨스트.”줄리안의 발걸음이 잠깐 멈췄다.그 이름이 이제는 조금 낯설게 들렸다.한때는 아무렇지 않던 이름이었다.학교에서, 집에서, 늘 불리던 이름.그런데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이름이 되었다.멈춰 있었던 발이 다시 움직였다.속도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서두르지도, 일부러 늦추지도 않은 채 앞으로 나갔다.앞에 선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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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독립

맨해튼이었다.차를 세우자 도시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차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 목소리, 멀리서 새어 나오는 음악까지.줄리안은 한동안 핸들 위에 손을 올린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시동은 아직 꺼지지 않은 상태였다.그러다 천천히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렸다.들고 온 건 가방 하나뿐이었다.그는 잠시 고개를 들어 건물을 올려다봤다.크게 눈에 띄는 건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낡은 느낌도 없었다.회사에서 작업 시작하면서 잡아준 집이었다. 작업실이랑 가까운 곳이 좋다면서 그냥 하나 정해준 곳.줄리안은 주머니에서 키를 꺼냈다.도어락도 있었지만 아직은 키가 더 익숙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텅 빈 공간이 그대로 드러났다.벽과 창문. 작은 싱크대와 냉장고.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줄리안은 가방을 내려놓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방 안은 조용했다.커튼도 아직 없어서 창밖 불빛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멀리 지나가는 사이렌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줄리안은 창가 쪽으로 걸어가 한동안 밖을 바라봤다.생각보다 불빛이 많았다.그런데 이상하게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그런 감정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그냥 조용했다.줄리안은 다시 방 안을 둘러봤다.그리고 가방을 열어 기타를 꺼냈다.의자가 없어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무릎 위에 기타를 올리고 줄을 한 번 눌렀다.맑은 소리가 텅 빈 방 안에 길게 울렸다.줄리안은 남아 있는 울림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창밖의 불빛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됐네.”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누가 듣는 것도 아니었다.줄리안은 다시 기타를 잡았다.이번에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아까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밖은 점점 늦은 밤으로 넘어가고 있었다.이제 정말 혼자였다.그리고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조금 실감났다.***다음 날 아침이었다.줄리안은 바닥에 누운 채 눈을 떴다.커튼이 없어서 아침 햇빛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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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햄튼과 맨해튼

며칠 뒤, 작업실이었다.짧게 이어지던 기타 소리 위로 유리창 너머의 라이언이 손을 들어 보였다.줄리안이 연주를 멈췄다.“잠깐 나와.”그는 기타를 내려놓고 녹음 부스 밖으로 걸어 나왔다.밖에는 노아가 의자에 걸터앉아 있었고, 마커스는 콘솔 옆에 서 있었다.댄은 조금 떨어진 벽 쪽에 기대 있었다.먼저 입을 연 건 라이언이었다.“이번 주에 한 번 해보자.”줄리안이 눈을 들었다.“…뭘요.”“쇼케이스.”이번에는 댄이 답했다.노아가 먼저 반응했다.“…벌써요?”마커스도 눈을 좁혔다.“지금 단계에서요?”댄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래서 하는 거야. 지금 어디까지 되는지 보자고.”라이언도 말을 이었다.“크게 하는 건 아니야. 업계 몇 명 부르고, 원하면 아는 사람들 조금 초대하는 정도.”“오.”노아가 웃었다.“장소는?”“맨해튼.”댄이 짧게 답했다.“금요일 밤.”줄리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작업실 밖 복도는 조용했다.노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근데 초대는 몇 명까지 되는 거야?”마커스가 핸드폰을 꺼냈다.“두세 명 정도겠지.”“그럼 누구 부르냐.”마커스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레이첼은 와야지.”노아가 웃었다.“당연하지. 안 부르면 나중에 한 소리 듣는다.”마커스도 피식 웃었다.“그 정도는 아닌데, 어쨌든 미리 말은 하려고.”줄리안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앞만 보고 걸었다.노아가 옆에서 슬쩍 그를 봤다.“너는?”“…한 명.”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뭐, 그렇겠지.”줄리안은 대답하지 않았다.마커스가 짧게 웃었다.***그날 저녁이었다.집 안은 조용했다.줄리안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들었다.잠시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음이 두 번 울린 뒤 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뭐 해.”“집.”줄리안이 바로 물었다.“밥은 먹었어?”애리는 대답이 조금 늦었다.“…응.”줄리안은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다시 입을 열었다.“이번 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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