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 공보: 양국의 우의를 담은 황실 서한을 봉한다.』“손에 뭘 쥐고 있소?”엘리네는 주머니 안에서 손가락을 폈다. 경첩에 눌린 자리가 아팠다.“컴퍼스예요.”“서명하는 데 그런 것도 쓰나?”“늘 지니고 다녀요. 아버지께 받은 거라서요.”아드리안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서한을 당겨 서명부터 살폈다.“꿀 이야기도 적으시오. 그대 말 때문에 사람을 다시 부를 수는 없으니.”엘리네는 펜을 들었다. 꿀을 잘 받았고, 아버지의 건강을 바란다고 썼다. 종이 아래에 빈 곳이 조금 남았다.펜촉을 받침에 내려놓자 황제가 서한을 가져갔다.“이제 가 봐도 좋소.”“예, 폐하.”엘리네는 의자를 밀어 넣었다. 창 아래 탁자로 눈을 돌리지 않고 문까지 걸었다.문밖에서 마리엔이 겉옷을 펼쳤다.“오래 걸리셨네요. 손이 차세요?”“주머니에 넣고 있었어.”마리엔이 소매를 잡아 주었다. 손을 넣는 동안 서재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노르덴행 문서는 함께 봉하라고 해.”황제의 말에 시종이 대답했다. 마리엔이 엘리네의 옷깃을 여몄다. 엘리네는 시종이 문을 닫을 때까지 서 있었다.◊황후궁의 저녁 식탁에는 수프와 익힌 채소가 놓였다.엘리네는 숟가락으로 수프를 떴다가 내려놓았다. 식탁 건너편 의자는 비어 있었다. 시녀가 빵 접시를 가까이 밀어 주었다.“다른 것으로 가져올까요?”“아니에요. 이것이면 돼요.”엘리네는 빵을 조금 떼어 먹고 물을 마셨다. 시녀가 접시를 거두어도 좋을지 눈으로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방으로 돌아오자 마리엔이 머리핀을 빼 주었다. 거울 아래에는 낮에 쓰던 수틀이 놓여 있었다. 자른 실 끝이 천 밖으로 나와 있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실 거죠?”“응. 서류함을 가져다줘.”“어느 것을요?”“노르덴에서 올 때 가져온 것. 인장 달린 서류가 든 함.”마리엔이 옷장 아래에서 함을 꺼냈다. 엘리네는 열쇠를 찾아 뚜껑을 열었다.혼인 때 오간 문서와 물품 목록이 차례로 들어 있었다. 노르덴에서 실어 온 가구, 겨울옷, 은식기. 엘
Huling Na-update : 2026-10-18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