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황후는 대공의 것이 아니다: Kabanata 1 - Kabanata 10

19 Kabanata

1화. 첫 춤

『황궁 공보: 황제 부부의 결혼 3주년 축하 연회가 열렸다.』아드리안은 엘리네의 앞을 지나 에스텔에게 손을 내밀었다.붉은 드레스 자락이 대리석 바닥에 끌렸다. 에스텔이 부채를 접어 시종에게 맡기고 황제의 손을 잡았다. 악사들이 활을 들었다. 첫 음이 울리자 황제는 에스텔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엘리네는 웃는 얼굴로 잔을 들었다.잔 안의 포도주는 입술에 닿지 않았다. 마주 선 귀부인이 엘리네의 손을 보고서야 자기 잔을 내렸다.“오늘 연회가 참 아름답습니다, 황후 폐하.”“준비하는 사람들이 애를 썼어요.”“꽃도 노르덴에서 가져왔다지요.”탁자마다 흰 꽃이 놓여 있었다. 노르덴에서는 여름에 피는 꽃이었다. 겨울에 구하려면 온실을 빌리고 마차 안에도 불을 피워야 했다.엘리네는 꽃병에 꽂힌 줄기의 끝을 보았다. 잎이 대부분 잘려 있었다.“먼 길을 왔으니 물을 자주 갈아 주라고 해야겠어요.”귀부인이 고개를 숙였다. 더 할 말을 찾지 못한 입술이 잠깐 벌어졌다가 닫혔다. 엘리네는 먼저 시선을 돌려 주었다.아드리안이 에스텔에게 무슨 말을 했다. 에스텔은 고개를 조금 젖혀 웃었다. 황제의 금발과 에스텔의 귀걸이가 등불 아래서 선명하게 보였다.엘리네가 선 곳까지 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등 뒤에서 마리엔이 작게 불렀다.“공주님.”엘리네는 잔을 쥔 손을 조금 내렸다.마리엔이 얼른 입을 다물었다. 노르덴에서 함께 온 시녀는 아직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호칭을 틀릴 때가 있었다.“목이 마르시면 물을 가져올까요?”“괜찮아. 이 잔만 맡아 줘.”마리엔이 잔을 받다가 엘리네의 오른쪽 손목을 보았다. 장갑 끝의 단추가 하나 풀려 있었다. 시녀가 손을 뻗으려 하자 엘리네는 팔을 가볍게 내렸다.“나중에.”황제의 첫 춤이 끝나기도 전에 시녀에게 장갑을 고치게 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이미 엘리네를 충분히 보고 있었다.춤을 보는 사람과 보지 않는 척하는 사람이 나뉘어 있었다. 기둥 옆의 젊은 부인은 부채를 편 채 엘리네 쪽을 살폈고, 그 옆 남자는 악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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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황후궁

『황궁 공보: 황제 부부의 기념 연회가 성황리에 끝났다.』엘리네는 포개 둔 손을 풀지 않았다.아드리안의 시선이 칼릭스에게 머물렀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엄지는 반지의 보석을 밀고 있었다.“황후 폐하께 춤을 청했습니다.”칼릭스가 말했다.“나도 봤네. 제법 잘 추더군.”“오래 익힌 춤이에요.”엘리네가 말을 받았다. 아드리안이 고개를 돌렸다.“노르덴에서도 연회는 열렸으니까요.”“그랬겠지.”황제는 엘리네의 얼굴보다 어깨 너머를 먼저 보았다. 잔을 든 시종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드리안은 잔을 바꾸어 들고 동생에게 턱짓했다.“내일은 귀환 보고를 해야겠군.”“준비하겠습니다.”“오늘 밤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어. 사람들 인사나 받게.”군복을 입은 남자들이 가까이 왔다. 엘리네는 그들이 멈춰 설 자리를 남기고 옆으로 물러났다. 칼릭스가 고개를 숙였다.지도를 어디서 보았느냐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마리엔이 엘리네의 곁으로 왔다. 시녀의 시선이 오른쪽 장갑 끝에 닿았다. 엘리네는 이번에는 손을 내주었다.마리엔이 몸을 가리고 서서 단추를 끼웠다. 벌어져 있던 장갑 끝이 여며졌다. 칼릭스는 이미 군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엘리네는 손목을 내려다보다 시녀에게 말했다.“돌아가자.”“겉옷을 가져오겠습니다.”황제에게 물러가겠다고 알렸을 때 아드리안은 에스텔이 든 부채를 보고 있었다.“벌써 가려고?”“조금 쉬고 싶어요.”“그러시오.”엘리네는 고개를 숙였다. 몸을 돌린 뒤에는 악단 쪽도, 군인들이 모인 쪽도 보지 않았다.복도에 나오자 연회장 안의 말소리가 줄었다. 시종이 문을 닫았다. 마리엔은 엘리네의 어깨에 겉옷을 덮고 반걸음 뒤를 따랐다.본궁에서 동쪽 날개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등불이 켜져 있었다. 창문마다 검은 밤이 보였다. 엘리네의 구두 소리에 시녀의 걸음이 겹쳤다.황후궁 문지기가 문을 열었다.“폐하께서 오실 때를 위해 문을 열어 둘까요?”엘리네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닫아 두세요. 오시면 그때 열어 드리면 돼요.”“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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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은 컴퍼스

『황궁 공보: 황후가 겨울 자선 바자와 차 모임을 주관한다.』엘리네는 맞은편 창의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커튼을 여미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지도는 보관함에 넣었지만 접는 자는 밖에 남겨 두었다. 내일 아침에도 손이 닿는 자리에 두고 싶었다.등불을 끄기 전, 서랍에서 은 컴퍼스를 꺼냈다. 뾰족한 끝이 천을 뚫지 않도록 가죽집에 넣어 침대 곁에 놓았다.아침에 마리엔이 가져온 것은 얇은 종이와 하루 일정이었다.“풀은 아직 쓸 수 있어요. 붓도 씻어 두었고요.”“고마워. 지도는 돌아와서 손보면 되겠다.”엘리네가 종이를 창 쪽으로 들어 보았다. 뒤에 댄 손가락이 비쳤다. 찢어진 모서리를 받치기에 알맞았다.마리엔은 옷장 앞에서 드레스를 골랐다.“오늘은 바자에 내놓을 물건을 먼저 보신대요. 그다음이 차 모임이고요.”“인사받는 건?”“물건을 보시기 전에요.”“그럼 서 있는 시간이 길겠네. 어제 신은 건 빼 줘.”마리엔이 구두를 바꾸어 놓았다. 엘리네는 거울 앞에서 소매를 여미고 가죽집을 집었다. 허리 안쪽 주머니에 넣자 컴퍼스 끝이 손바닥에 닿았다.“그것도 가져가세요?”“주머니가 있는 옷이잖아.”“쓰실 일이 있을까요?”엘리네는 주머니 입구를 눌렀다.“두고 가면 찾게 되더라.”마리엔은 더 묻지 않고 드레스의 뒤를 정리했다.책상에는 지도를 손보려고 꺼낸 압지가 있었다. 엘리네는 깨끗한 것을 골라 접는 자와 함께 수첩에 끼웠다. 수틀을 가져가겠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저었다.“오늘은 물건을 살펴야 하니까. 두 손을 비워 둘게.”문밖에서 시녀가 출발할 때가 되었다고 알렸다.엘리네는 수첩을 마리엔에게 맡기고 복도로 나갔다.◊본궁의 접견실 앞에는 바자에 물건을 낸 귀부인들이 서 있었다. 시종이 이름을 읽으면 앞으로 나와 인사를 올렸다.엘리네는 같은 자리에서 답례했다.“올해도 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황후 폐하께서 살펴 주시니 저희가 감사하지요.”인사를 마친 부인이 물러났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치맛자락을 정리했다.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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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회색 고개

『황궁 공보: 황궁 도서관이 북부 군사 자료를 정리한다.』엘리네는 컴퍼스의 안쪽을 엄지로 쓸었다. 새긴 글씨 사이에 잉크가 조금 남아 있었다. 천으로 닦아도 빠지지 않던 자국이었다.문밖에서 그릇이 부딪쳤다.“공주님, 풀 가져왔어요.”엘리네는 컴퍼스를 닫아 가죽집에 넣었다. 마리엔이 붓과 풀을 내려놓는 동안 지도 모서리에 얇은 종이를 댔다.“내일은 도서관에 가야겠어.”“찾으실 책이 있어요?”“회색 고개 기록. 수첩에 적어 뒀어.”마리엔이 책상 끝의 수첩을 펼쳤다.“미리 가져오라고 할까요?”“내가 볼게. 어떤 게 있는지도 모르니까.”엘리네는 종이 끝에 풀을 발랐다. 뜯어진 자리를 맞춘 뒤 깨끗한 천으로 눌렀다. 붓을 씻으려던 마리엔이 지도 밖으로 나간 길을 가리켰다.“여기서 더 올라가신 적은 없죠?”“응. 눈 때문에 돌아왔어.”엘리네는 붙인 종이 위에 자를 놓았다.“그래서 다른 쪽 기록을 보려는 거야.”◊겨울 첫째 달 5일, 도서관 앞에는 책을 실은 수레가 서 있었다.엘리네는 수레 옆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마리엔은 문가에서 외투를 받아 들었다. 긴 창 아래로 열람 탁자가 놓여 있었고, 안쪽 서가에는 사다리가 기대어 있었다.책을 나누던 사서가 급히 손을 털었다.“황후 폐하. 필요한 책을 말씀해 주셨으면 보내 드렸을 텐데요.”“직접 찾으려고 왔어요. 북부의 겨울 통행 기록이 있나요?”사서가 탁자 위의 목록을 살폈다.“상단 쪽 기록을 찾으십니까?”“군대가 지나간 기록도 괜찮아요. 회색 고개가 나온 것이면 좋겠어요.”목록을 짚던 손이 멎었다. 사서는 엘리네를 보고 안쪽 서가를 돌아보았다.“군사 자료는 따로 묶어 두었습니다. 열람 가능한 것부터 가져오겠습니다.”“밖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돼요. 여기서 볼게요.”엘리네는 창가의 탁자를 골랐다. 마리엔이 수첩을 내려놓고 의자를 뺐다.“차를 가져올까요?”“서두르지 마. 외투도 정리하고 와.”마리엔이 나간 뒤 엘리네는 수첩을 폈다. 어제 적어 둔 회색 고개 아래에 빈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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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서가 사이

『황궁 공보: 황궁 도서관의 북부 자료 열람은 정상 운영된다.』엘리네는 마지막 줄에서 손을 뗐다.“빠진 이름이 있나요?”“뒤에 도착한 보고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칼릭스는 책을 든 채 서가 너머에 서 있었다. 엘리네가 보고의 다음 장을 넘겼다. 빈 종이 뒤에는 다른 부대의 기록이 이어졌다.“고친 기록은 따로 있나요?”“군에 있습니다.”“여기에는 왜 그대로 두었을까요?”“요약본을 다시 만들지 않았으니까요.”엘리네는 수첩을 폈다. 적어 둔 제목 아래에 펜을 대려다가 멈췄다.“제가 적어도 되는 숫자인가요?”“예.”펜촉이 종이를 긁었다. 엘리네는 숫자 옆에 출처를 적을 자리를 남겼다. 칼릭스가 들고 있는 책의 모서리가 서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대공 전하께 들었다고 적을게요.”“알겠습니다.”엘리네는 이름까지 적고 펜을 내려놓았다. 칼릭스는 더 말하지 않았다. 군복의 소매가 조금 움직였고, 책이 선반 위에 놓였다.문 쪽에서 수레 바퀴가 삐걱거렸다. 사서가 눕혀 둔 사다리를 다른 직원과 들고 나가고 있었다.엘리네는 통행세 장부를 다시 폈다.“여기는 군대가 출발하기 전에 수레를 돌려보냈다고 되어 있어요.”“읽었습니다.”“말만 보낸 기록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고요.”“수레가 못 가도 말은 갈 수 있습니다.”“말도 못 가게 되면요?”칼릭스가 서가의 빈칸으로 엘리네를 보았다.“짐을 나눕니다. 사람에게도 싣습니다.”엘리네는 장부를 누르고 있던 추를 옮겼다. 천 끝이 페이지 사이에 끼어 있었다. 종이를 당기지 않고 추부터 들어 냈다.“그럼 하루에 가는 거리가 줄겠네요.”“예. 보급을 받는 날도 늦어집니다.”“돌아오는 길에 쓸 식량까지 가져가야겠어요.”“돌아올 때 남아 있을 창고를 정해 둡니다.”칼릭스의 대답은 짧았다. 엘리네는 보수 목록에 나온 창고 이름을 찾아 수첩 옆에 놓았다.“이곳인가요?”칼릭스가 고개를 조금 숙였다. 서가에 가려 글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엘리네는 책을 들어 보이려다 내려놓았다. 묶음의 끈이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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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서재

『황궁 공보: 노르덴 국왕께 보내는 황실 서한을 준비한다.』에스텔은 접은 부채로 손바닥을 눌렀다.“북부 기록을 보셨나 봅니다.”엘리네는 수첩 옆에 놓인 책을 덮었다.“찾는 자료가 있었어요.”“대공 전하께 여쭤보시면 빠르겠네요. 도서관 기록보다 잘 아실 테니까요.”문밖에서는 아직 구두 소리가 들렸다. 엘리네는 그쪽을 보지 않고 잉크병 마개를 닫았다.“기록과 다른 숫자를 알려 주셨어요.”“그러셨군요.”에스텔의 시선이 펼쳐진 수첩에 머물렀다. 엘리네는 잉크가 마른 것을 확인하고 접는 자를 거두었다.“이 자리를 쓰실 건가요?”“아니요. 폐하께서 책을 찾아 오라 하셔서요.”에스텔이 사서를 불렀다. 엘리네는 마리엔에게 반납할 책을 건넸다. 수첩을 닫기 전에 물길 옆에 찍은 점이 보였다.길이 바뀐 곳은 표시하겠다고 했다. 칼릭스는 알겠다고 답했다.그 말 뒤에는 다음에 언제 볼 수 있는지 묻지 못했다.◊겨울 첫째 달 7일, 황제의 시종이 황후궁에 왔다.엘리네는 수틀을 무릎에서 내려놓았다. 바늘에 꿴 실이 천 아래로 늘어졌다.“서재로 오시라는 말씀인가요?”“예, 황후 폐하. 노르덴 국왕께 보내는 서한에 서명이 필요하십니다.”“지금요?”“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시종은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엘리네는 실을 짧게 자르고 바늘을 천에 꽂았다.황제의 서재에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엘리네가 확인할 서류는 시종장이 가져왔다. 인장이 필요한 날에도 황제는 사람을 보냈다.마리엔이 겉옷을 가져왔다.“황후 폐하, 소매를 조금만 걷어 주세요.”엘리네가 손을 들자 마리엔이 손목의 레이스를 안으로 정리했다.“서명하실 때 잉크가 묻을까 봐요.”“그렇게 두면 되겠어.”“장갑도 드릴까요?”“벗어야 하니까 괜찮아.”엘리네는 서랍에서 은 컴퍼스를 꺼내 주머니에 넣었다. 수틀 아래에 두었던 손수건도 챙겼다. 마리엔은 엘리네의 소매가 걸리지 않도록 문을 더 열었다.본궁으로 이어진 복도에서 근위병이 길을 비켰다. 시종은 문 앞에 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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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동맹

『황궁 공보: 양국의 우의를 담은 황실 서한을 봉한다.』“손에 뭘 쥐고 있소?”엘리네는 주머니 안에서 손가락을 폈다. 경첩에 눌린 자리가 아팠다.“컴퍼스예요.”“서명하는 데 그런 것도 쓰나?”“늘 지니고 다녀요. 아버지께 받은 거라서요.”아드리안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서한을 당겨 서명부터 살폈다.“꿀 이야기도 적으시오. 그대 말 때문에 사람을 다시 부를 수는 없으니.”엘리네는 펜을 들었다. 꿀을 잘 받았고, 아버지의 건강을 바란다고 썼다. 종이 아래에 빈 곳이 조금 남았다.펜촉을 받침에 내려놓자 황제가 서한을 가져갔다.“이제 가 봐도 좋소.”“예, 폐하.”엘리네는 의자를 밀어 넣었다. 창 아래 탁자로 눈을 돌리지 않고 문까지 걸었다.문밖에서 마리엔이 겉옷을 펼쳤다.“오래 걸리셨네요. 손이 차세요?”“주머니에 넣고 있었어.”마리엔이 소매를 잡아 주었다. 손을 넣는 동안 서재 안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났다.“노르덴행 문서는 함께 봉하라고 해.”황제의 말에 시종이 대답했다. 마리엔이 엘리네의 옷깃을 여몄다. 엘리네는 시종이 문을 닫을 때까지 서 있었다.◊황후궁의 저녁 식탁에는 수프와 익힌 채소가 놓였다.엘리네는 숟가락으로 수프를 떴다가 내려놓았다. 식탁 건너편 의자는 비어 있었다. 시녀가 빵 접시를 가까이 밀어 주었다.“다른 것으로 가져올까요?”“아니에요. 이것이면 돼요.”엘리네는 빵을 조금 떼어 먹고 물을 마셨다. 시녀가 접시를 거두어도 좋을지 눈으로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방으로 돌아오자 마리엔이 머리핀을 빼 주었다. 거울 아래에는 낮에 쓰던 수틀이 놓여 있었다. 자른 실 끝이 천 밖으로 나와 있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실 거죠?”“응. 서류함을 가져다줘.”“어느 것을요?”“노르덴에서 올 때 가져온 것. 인장 달린 서류가 든 함.”마리엔이 옷장 아래에서 함을 꺼냈다. 엘리네는 열쇠를 찾아 뚜껑을 열었다.혼인 때 오간 문서와 물품 목록이 차례로 들어 있었다. 노르덴에서 실어 온 가구, 겨울옷, 은식기. 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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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초대장

『황궁 공보: 북부군 추모 미사에 황실의 예를 갖춘다.』서쪽 담 밖 창에는 불이 없었다.엘리네는 창문 걸쇠에서 손을 떼었다. 겨울 첫째 달 9일 아침이었다. 마리엔이 탁자에 잔을 놓고 커튼을 마저 걷었다.“오늘은 바깥이 좀 맑아요.”“길에 눈은?”“밤에 치웠대요. 본궁에서 서쪽 문까지요.”엘리네는 의자를 밀어 넣었다. 조약 사본은 서류함에 넣어 잠갔지만, 서재에서 본 날짜를 적은 종이는 아직 책 아래에 있었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마리엔이 문밖에서 봉투를 받아 왔다. 황실 문장이 아닌 대공가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대공 저택에서 왔어요. 답을 기다리신대요.”엘리네는 잔을 내려놓았다.봉투 안에는 초대장과 참석 절차를 적은 종이가 들어 있었다. 초대장 아래에 칼릭스 아르벤의 이름이 보였다.『북부군 전몰 병사 추모 미사에 황후 폐하를 모십니다.』장소는 대공 저택에 딸린 예배당이었다. 미사 뒤에는 참석한 유족들에게 차와 식사를 낸다고 적혀 있었다.엘리네는 따로 붙인 종이를 펼쳤다. 황실을 대표할 황족 한 사람의 참석을 요청했으며, 황제의 일정은 본궁에서 확인을 마쳤다는 내용이었다.“폐하께서도 가시니?”“오신 분께 물어볼까요?”“아니. 시종장에게 확인해 줘. 내가 가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도.”마리엔이 나간 뒤 엘리네는 봉투를 뒤집어 보았다. 뒷면에는 다른 글이 없었다. 초대장에도 미사에 관한 말만 있었다.도서관에서 칼릭스는 단둘이 있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오늘은 유족과 장교들 앞에서 엘리네를 맞겠다는 초대였다.엘리네는 초대장을 탁자에 놓았다.잠시 뒤 시종장이 마리엔과 함께 들어왔다. 손에는 이미 펼쳐 본 일정표가 들려 있었다.“황제 폐하께서는 참석하지 않으십니다. 황후 폐하께서 가신다면 황실의 헌화도 함께 맡아 주시면 됩니다.”“참석하지 않으면요?”“황실 이름으로 꽃만 보내게 됩니다.”엘리네는 초대장에 적힌 유족 접대 순서를 다시 읽었다.“제가 갈게요.”“수행 인원을 정하겠습니다.”“마리엔도 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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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없어진 장

『황궁 공보: 추모 미사에 참석한 황후가 황실의 뜻을 전했다.』엘리네는 찻잔에서 손을 뗐다.복도에서 쟁반을 든 시종이 지나갔다. 마리엔이 길을 비켜 주었다가 다시 문 곁에 섰다. 칼릭스는 그쪽을 보지 않고 엘리네의 대답을 기다렸다.“제가 서재에 갔다는 건 누가 알려 드렸나요?”“본궁에서 황후 폐하의 서명을 기다리느라 군무 보고가 늦어졌습니다. 제게도 대기하라는 전갈이 왔습니다.”“그것만으로 제가 무엇을 봤는지 아신다고요?”칼릭스가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그 지도는 제가 수도로 돌아오기 전부터 서재에 있었습니다. 북부에서 올린 보고에 첨부된 지도입니다.”엘리네는 무릎 위의 봉투를 눌렀다. 종이 모서리가 손가락에 닿았다.“제가 보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그렇습니다.”칼릭스는 곧바로 대답했다.“보셨는지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아는 것처럼 말씀드린 건 제 잘못입니다.”엘리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칼릭스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문밖에서 수행 기사가 자세를 바꿨다. 칼집 끝이 문틀에 닿는 소리가 났다. 엘리네가 고개를 돌리자 기사는 허리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열린 문으로는 응접실 탁자까지 보였다. 차를 마시는 엘리네와 칼릭스를 가릴 것은 없었다.엘리네는 봉투를 탁자 가장자리에 놓았다.“봄 첫째 달 10일.”칼릭스의 시선이 봉투에서 올라왔다.“맞습니까?”“예.”“군사 3만도요?”“예.”엘리네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잔을 내려놓은 뒤 손잡이 방향을 바로 잡았다.“노르덴은 동맹국이에요.”“알고 있습니다.”“전하께서는 북부군 사령관이시죠.”“그렇습니다.”“그런 분이 제게 이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칼릭스는 대답하기 전에 복도를 보았다. 빈 찻잔을 거두러 오던 시종이 문 앞에서 멈췄다.“나중에 부르겠습니다.”시종이 물러났다. 칼릭스는 문을 닫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그날 회색 고개를 넘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엘리네는 봉투 위에서 손을 뗐다.“넘을 수는 있어요.”칼릭스가 엘리네를 보았다.“사람이 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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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열쇠

『황궁 공보: 황후궁의 물품과 출입 열쇠를 점검한다.』마리엔이 촛대를 조금 내렸다. 촛농이 받침 안으로 흘렀다.“열쇠는 제 주머니에 있었어요.”“알아. 네 것을 누가 가져갔다는 말은 아니야.”엘리네는 자물쇠에서 손을 뗐다. 마리엔이 들고 있던 열쇠를 받아 책상에 놓았다. 고리에는 방문 열쇠와 서랍 열쇠가 함께 걸려 있었다.“내 것도 가져와 줘.”마리엔은 옷장 안쪽 상자에서 같은 모양의 꾸러미를 꺼냈다. 엘리네는 서랍 열쇠를 나란히 놓고 홈을 맞췄다. 어느 쪽도 휘거나 닳은 곳이 없었다.“시종장이 가진 것도 같겠지?”“처음 왔을 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공주님 것을 잃어버리면 내주신다고요.”“그리고 본궁에 한 벌.”마리엔이 문을 돌아보았다.엘리네는 열쇠를 각각의 고리에 돌려 끼웠다. 남은 지도 6장은 다시 끈으로 묶었다. 매듭을 당기기 전에 종이 끝을 살폈다. 접힌 자리는 모두 익숙했다.없어진 장만 누가 꺼내 갔다.엘리네는 묶음을 서랍에 넣고 잠갔다.“내일 시종장을 만나 볼게.”“지도 이야기를 하실 거예요?”“아니. 열쇠부터 확인하려고.”마리엔은 촛대를 내려놓았다. 손수건은 아직 다른 손에 쥐고 있었다.“제 주머니도 다시 찾아볼게요.”“열쇠는 여기 있어.”엘리네가 고리를 들어 보였다.“네가 놓친 게 있는지 찾지 마. 누가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알아보는 거야.”마리엔은 손수건을 펴서 접었다. 엘리네는 그 손이 멎은 뒤에야 열쇠를 건넸다.“오늘은 네가 가지고 있어. 평소대로.”방문이 닫힌 뒤 엘리네는 서랍 앞에 의자를 놓았다. 밤중에 누가 문을 연다면 의자부터 보일 자리였다.옷을 갈아입으러 가기 전, 서랍 손잡이를 한 번 더 당겼다.◊아침 식사를 물리자 시종이 빈 찻잔을 거두었다. 엘리네는 새로 온 우편을 살피는 대신 시종장의 근무 장소를 물었다.“황후궁 물품실에 계십니다. 열쇠와 장부를 맞추고 계십니다.”“내가 가겠다고 전해 줘.”시종이 쟁반을 든 채 멈췄다.“이리로 부르실까요?”“확인할 물건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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