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 공보: 겨울 첫째 달 11일, 황후궁의 비품을 정리한다.』시종장이 헝겊을 내밀었다. 엘리네가 엄지로 닦은 손잡이와 달리 홈에는 검은 때가 남아 있었다.“문이 뻑뻑할 겁니다. 사람이 드나든 지 오래됐습니다.”“다른 열쇠는 정말 없나요?”“보관함을 다 뒤져도 이것뿐입니다.”엘리네는 헝겊으로 홈을 훔쳤다. 손잡이 가운데 둥근 구멍이 있었다.“안에 있는 물건은 그대로 두세요. 내일 올라가 보고 정하겠어요.”시종장이 고개를 숙였다.◊이튿날 아침, 마리엔은 바구니를 안고 계단 아래에서 기다렸다. 걸레와 솔, 작은 비누가 담겨 있었다.계단을 오르자 치맛단에 먼지가 묻었다. 아래층에서는 시녀들이 접시를 나르는 소리가 났다. 위로 올라갈수록 소리는 작아졌고, 꼭대기에 닿자 마리엔의 숨소리만 들렸다.문 옆 벽에는 못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엘리네는 열쇠를 넣고 천천히 돌렸다. 안쪽에서 쇠가 긁혔다.“제가 밀까요?”“같이 밀자. 바구니는 내려놓고.”둘이 어깨로 문을 밀었다. 문 아래에 쌓여 있던 먼지가 바닥에 길게 밀렸다.마리엔이 코를 가리며 재채기했다. 엘리네도 고개를 돌린 채 잠시 기다렸다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천장 아래 둥근 창이 있었다. 창살 사이로 들어온 햇빛에 먼지가 보였다. 가운데에는 천을 덮은 탁자가 놓였고, 벽에는 빈 선반이 붙어 있었다. 구석의 망원경은 창이 아닌 벽을 향해 기울어 있었다.엘리네는 탁자 주위를 걸었다. 바닥에 흩어진 종잇조각은 글씨가 지워져 있었다. 벽 쪽 의자에는 다리가 없었다.“여기서 뭘 보셨을까요?”&ldqu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