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에게 연락이 온 것은 화요일 아침이었다. 다음 주 공개를 앞둔 47화에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서윤 씨, 47화 표정 수정 때문에 잠깐 통화 가능할까요?]서윤은 컵을 책상 안쪽으로 밀고 전화를 걸었다. 완성 파일을 보내고도 손을 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온 요청을 보면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마지막에 여자가 고개를 드는 컷 있죠.”은수는 인사 뒤 바로 원고 이야기로 들어갔다.“네.”“눈물을 조금 덜어도 될까요? 남자 돌아온 것만으로 마음이 풀린 것처럼 보여서요.”서윤은 파일을 열었다. 처음 콘티를 잡을 때 도현에게 설명했던 부분이었다. 한 번에 풀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 뒤 수정하면서 여자의 눈가를 너무 밝게 그려 놓았다.“빛을 좀 빼면 될 것 같아요. 우는 건 아니었거든요.”“저도 그렇게 읽었는데 모바일에서 보니 눈물처럼 보여요.”“원본에서 고쳐 볼게요.”은수는 잠깐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오늘 나오실 수 있으면 같이 보면 좋겠어요. 단행본 행사에 쓸 이미지도 확인해야 해서.”“도현 씨도 와요?”“오전에는 다른 일정이 있다고요. 서윤 씨가 대신 자료 가져다주실 수 있다고 들었어요.”서윤은 달력을 보았다. 비워 둔 오전이었다. 개인 원고를 읽을 시간을 정하려고 어젯밤에 선을 하나 그어 놓았는데, 그 칸 위로 제작사 주소가 들어왔다.“몇 시까지 가면 돼요?”제작사 접수대에서 방문 목적을 말하자 직원이 명단을 확인했다. 서윤의 이름을 한 번 더 물은 뒤 통화하러 안쪽으로 들어갔다.유리문 옆에는 『물의 가장자리』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그림 아래로 도현의 얼굴과 짧은 약력이 붙어 있었다. 서윤은 약력보다 포스터 가장자리를 보았다. 인쇄가 진하게 나와 원본에서는 보이던 창틀의 그림자가 조금 뭉쳐 있었다.“강도현 작가님 사모님 맞으시죠?”직원이 돌아와 방문증을 내밀자 서윤은 네, 하고 받아 들었다. 접수할 때 한서윤이라고 이름을 밝혔는데도, 방문증의 소속 칸에는 강도현 작가 가족이라고 쓰여 있었
Last Updated : 2026-10-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