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이 전화를 끊었다. 통화 종료 화면이 뜬 휴대전화를 바라보면서도 나는 한동안 그것을 귀에서 떼지 못했다.이혼하자는 말은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 이름이 적힌 서류가 책상 위에 놓이기 전까지는.그녀가 정말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결혼은 할아버지가 정한 일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고, 할아버지는 한 번만 만나 보라고 했다. 서윤은 내 앞에서 잘 웃었다. 집안 배경을 내세우지도 않았고, 원하는 것을 길게 늘어놓지도 않았다. 나는 그 조용한 태도를 속셈이 분명한 여자의 여유라고 여겼다. 태경이라는 이름만 얻으면 충분한 여자라고.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그녀에게 차갑게 굴었던 이유도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집에 불이 켜져 있는 풍경이 익숙해졌다. 늦게 귀가하면 데워 놓은 국이 있었고, 숙취로 누워 있으면 서윤이 물수건을 갈아 주었다. 집사에게 맡기라고 해도 그녀는 굳이 직접 했다.귀찮다고 말하면서도 손을 밀어낸 적은 없었다. 잠결에 그녀가 자리를 뜨면 나도 모르게 눈을 뜨곤 했다.내 마음을 인정해 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먼저 같이 저녁을 먹자고 말하고, 다음 주말에는 일정을 비워 보려고 했다. 그런 말을 하면 서윤이 얼마나 기뻐할지 알고 있었다.두 달쯤 전, 모르는 번호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낯선 남자가 서윤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창에 비친 조명 탓에 남자의 얼굴은 흐릿했지만, 서윤이 웃는 모습만은 선명했다.나는 보낸 사람에게 답하지 않았다. 사진이 어디서 났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느낀 모욕감이 다른 모든 의문보다 앞섰다.그날 밤 술을 마셨다. 서윤에게 직접 묻기 전에, 그녀에게서 무슨 대답이 돌아올지부터 겁이 났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다음 날 눈을 떴을 때, 호텔 침대 옆에는 채린이 있었다.그녀는 내가 불러서 왔다고 했다. 함께 밤을 보냈다고도 했다. 기억은 중간에서 뚝 끊겨 있었다. 셔츠는 의자에 걸려 있었고, 채린은 울고 있
Zuletzt aktualisiert : 2026-11-03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