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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종왕 그늘 아래 자비는 없다
화종왕 그늘 아래 자비는 없다
ผู้แต่ง: 최은솔

제1화

ผู้เขียน: 최은솔
나정은 대비를 위해 칼을 맞았다. 날카로운 칼날은 그녀의 폐부를 깊게 찔렀고 그로 인해 그녀의 몸은 병들어 버렸다. 동시에 그녀의 희생은 나씨 일가에 영광과 번영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상처를 입은 폐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고 그녀의 몸은 날이 갈수록 허약해졌다. 그렇게 그녀는 병을 떠안은 채 남쪽의 따스한 순천에서 무려 세 해 동안 요양하며 지내야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나씨 저택으로 돌아온 날, 그녀는 자신의 안채에 다른 여인이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는 자신의 사촌 여동생이었다. 그녀는 나정이 쓰던 안채를 점령하고 그녀의 몸종들을 부리며 원래 자기 것인 양 태연하게 그 모든 것들을 누리고 있었다.

나정의 부모님과 오라버니는 이제 그녀가 아닌 사촌 여동생을 더 아꼈다. 조모조차 그 아이를 ‘우리 집 복덩이’라 부르며 총애했고 그녀의 소꿉친구였던 사람마저 그녀가 나정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해 겨울, 대비는 나정에게 현주(县主)의 작호를 내리려 했지만 그마저도 나정의 어머니가 가로막아 무산되었고 그 작호는 결국 사촌 여동생의 몫이 되었다. 그녀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분노를 토해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조소와 핀잔뿐이었다.

“나정, 네가 드디어 미친 게로구나.”

그들은 가시 박힌 말로 그녀의 마음을 도려냈고 하나 둘 그녀를 짓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의 바람대로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녀가 생을 마감한 후 집안사람들은 숨을 돌리며 안도했고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귀찮은 짐 하나를 덜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원혼이 깊었던 탓일까? 그녀는 끝내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열여덟 해를 귀신으로 떠돌아다녔다. 그들 곁에서 맴돌며 자신을 배신한 이들의 최후를 지켜보았다. 그들의 욕망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들 가문이 어떻게 몰락되는지를 말이다. 아무 감정 없이 이 모든 것을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때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를 태운 마차는 궁궐을 향해 달리고 있었고 수채화처럼 흐려지는 풍경 속에서 마부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 앞에 포주의 찻집이 있습니다. 잠시 쉬어가시겠습니까?”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짧게 대답했다.

“아니. 바로 궐로 향하거라.”

그러더니 곧바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저택으로 가지 말고 안흥방으로 가자꾸나.”

옆에 있던 몸종 추화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가씨, 안흥방은 뭐 하는 곳입니까?”

“대비마마를 모시는 위 내관의 사가(私宅)이다.”

덤덤하게 대답하는 나정과는 달리 추화는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내관을 찾아가시겠다고요? 저택에 들르시지 않으실 겁니까? 먼저 대감님과 마님께 인사드려야 하지 않습니까?”

그녀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운 우려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나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생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선명했다. 그녀는 그때 곧장 집으로 향했다가 한 사건으로 인해 삶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가장 아끼던 몸종인 추화와 추란이 차례대로 살해당하며 홀로 그들과 맞서 싸우던 그녀는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나정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평온했다. 안흥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손수 문을 두드렸다. 위 내관은 그날 마침 휴일이라 마당에서 열심히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나정을 본 그는 깜짝 놀라 당황한 얼굴을 한 채 그녀에게로 달려 나왔다. 그도 대비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 나정이 칼에 맞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기에 악몽 같았던 그날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아가씨! 들었습니다. 병환이 깊으시다던데…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

그의 얼굴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오늘 막 궁궐로 돌아온 참이라 대비마마를 뵙고자 했는데 길이 어찌나 복잡한지...”

나정의 말에 위 내관은 흔쾌히 답했다.

“제가 지금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녀가 무사히 수성궁에 발을 들이자 대비가 직접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으며 오랜만의 재회를 만끽했다.

“살이 붙었구나. 고운 얼굴도 여전하고… 잘 다녀왔느냐?”

대비의 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다. 전생에 나정은 대비를 찾아가겠다고 수차례 말했으나 그녀의 어머니가 막아섰다.

“은공을 내세워 대비에게 보답을 바란다면 우리 모두가 죽는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대비가 보낸 사람들을 모조리 쳐냈었다. 하지만 나정이 세상을 떠난 뒤 대비는 법화사에 가 그녀를 위해 무려 열다섯 해 동안 등불을 밝히며 그녀의 환생을 빌어주었다. 그 모든 걸 기억하는 나정은 대비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마마,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대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말해보거라.”

“마마의 손목에 있는 그 염주 말입니다. 저에게 내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염주의 힘과 마마의 은혜를 빌어 제 앞날의 평안을 구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대비는 더없이 기뻐했다. 그녀는 기꺼이 자신의 팔목에 걸린 염주를 풀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잘 간직하거라.”

나정은 남쪽 순천에서의 소소한 일화를 대비에게 들려주었다. 그녀의 말투는 밝고 유쾌했으며 밉지 않은 농담까지 섞어하며 대비를 여러 번 웃게 만들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던 터라 대비는 나정을 붙잡아 기어코 같이 점심까지 먹은 후 그녀를 놓아주었다.

“이제 막 궁궐에 들어섰던 터라 아직 조모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대비는 위 내관을 시켜 그녀를 마차까지 배웅하게 했다. 나정은 그토록 원했던 염주를 품에 안고 진남군 댁으로 향했다. 붉은 대문에 금장 문고리, 금빛 사자상이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고 밝게 빛나는 ‘진남군 댁’ 현판은 그녀가 피 흘리며 지킨 공로의 상징이었다. 이 댁의 주인이 세 해 전까지만 해도 정 3품의 무장이었다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그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녀가 문 앞에 다가서자 하인이 그녀를 막아서며 물었다.

“누구십니까?”

“크게 아뢰거라. 진남군 댁의 나 아가씨가 귀환하셨다고 말이다.”

추화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시 후 안에서 겸인이 나오더니 거만한 태도로 그녀에게 말했다.

“정문은 아무 때나 열리는 게 아닙니다. 서쪽에 있는 측문으로 들어가시지요.”

그 말에 추화는 벌컥 화를 냈다.

“아가씨가 돌아오신 날입니다. 측문이라니 말이 됩니까?”

“부디 양해 바랍니다. 지금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천천히 규율을 익히셔야 할 것입니다.”

위 내관은 점차 얼굴이 굳어지더니 마차에서 내려 옷깃을 여미며 말했다.

“진남군을 불러오거라. 대비마마의 전갈이 있다.”

겸인은 그제야 나정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과거의 소녀가 아니었다. 이제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낮춰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한품 승색을 입은 태감 앞에 그는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그 덕에 나정은 굴욕적인 측문이 아닌 당당히 정문으로 저택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녀가 들어서자 모든 식솔들이 마당으로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전생에는 그녀가 이 측문으로 들어온 순간부터 모든 위엄을 잃었고 그로 인해 누구도 그녀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생은 다르다. 수많은 시선을 뒤로하고 나정은 조용히 정문을 지나 그녀가 마땅히 있어야 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이제 그녀의 발걸음은 무겁지 않았다. 잃었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기 위한 싸움이 시작될 테니 기쁘다고 해야 할까?

위 내관은 몇 마디 덤덤히 인사를 나눈 뒤 궁궐로 돌아갔다. 잠시 후 진남군 댁, 조모가 머무는 정당에는 온 가족이 모여 있었다. 부모와 새언니, 두 명의 숙모, 사촌 형제들과 아랫사람들까지. 방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치 방금 전 나정이 대문 앞에서 하인 하나에게 무례하게 막혀 서 있던 일이 그 누구의 기억 속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이들조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고 떠들었다. 그때 조모가 눈을 살짝 감았다 뜨며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정이가 쓰던 안채는 잘 정리되었느냐?”

그러자 나씨 부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예. 혜화당은 벌써 오래전에 단정히 손봐 두었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문득 조용해졌다. 웃음소리는 멎었고 서로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흩어졌다. 나정이 집을 떠나기 전 전하께서 직접 진남군이라는 작호와 함께 저택을 하사하였고 그 저택의 문기당을 나정이 머무는 곳으로 지정했던 것이다. 문기원은 저택 내에서도 정원의 중앙에 가까운 명당으로 채광이 좋고 구조가 아늑하여 조모와 부모가 머무는 동서 정당을 제외하면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머니, 제 문기당은 지금 어떤가요?”

나씨 부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문기당은 지금 다른 사람이 쓰고 있단다. 혜화당도 그에 못지않으니 너는 그곳에서 지내도록 하거라. 동쪽 정원 뒤편이라 나의 안채와도 가깝고... 너와 함께 지내고 싶어 일부러 그렇게 정해 두었단다.”

그녀의 말투는 다정했고 태도는 당당했다. 딸의 거처를 타인에게 내어준 일이 마치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정은 예전처럼 성을 내며 따지고 들지 않았다. 전생에 그녀는 분에 겨워 울분을 토했다가 나씨 부인은 이를 빌미 삼아 조모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딸의 불효를 주장했었다. 이번 생에 그녀는 나씨 부인과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잔잔하고 유연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저는 문기당에 머물고 싶습니다. 예전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곳에 머물며 서서히 기력을 회복했지요. 그곳은 저에게 복을 가져다준 땅입니다. 이미 다른 분이 살고 있다면 저는 우선 조모의 온돌방에 묵겠습니다. 정리가 끝나면 그때 옮겨도 늦지 않겠지요.”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말없이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그 좋은 곳에는 누가 계십니까? 혹시 큰 오라버니와 새언니께서 쓰고 계시나요?”

나정은 그녀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

“새언니, 저도 친정에 머무는 날이 몇 해 되지 않을 텐데 잠깐만이라도 저를 헤아려주 실 수 없을까요? 제가 집을 나가면 이 집의 주인은 곧 새언니가 되실 텐데 굳이 지금부터 서두르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방 안은 또다시 조용해졌다. 그때 그 틈을 가르듯 나긋한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언니, 문기당은 제가 쓰고 있습니다.”

은실이 섞인 붉은 비단 망토를 곱게 걸친 채 한쪽에 앉아 있던 사촌 여동생 백지현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는 은근한 자태로 앉아 있었고 그 눈빛에는 자신감과 승리감이 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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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나정의 머리와 이마를 촉촉하게 적셨다.진남군은 곧바로 집안 사람들을 대열을 갖추게 하고 대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예부상서가 내관을 대신해 교지를 읊었다.“짐이 명하노니, 진남군의 장녀 나정은 명문가에서 자라 품성이 단정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헌신할 절개까지 갖추었으니, 그 마음을 기특하게 생각하여 옹성대군의 부인으로 책봉하고자 하노라. 모든 예식과 절차는 예부와 내무부에서 공동으로 준비할 것이며 길일을 택하여 식을 올리도록 하거라.”“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나정은 가장 먼저 큰절을 올리며 교지를 받았다.그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진남군과 부인 백씨의 표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유독 노부인만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예부상서가 나정에게 다가오더니 공손히 말했다.“감축드립니다, 대군 부인. 소신은 이만 전하께 돌아가 봐야 하니 이만 물러가겠나이다.”“살펴 가세요, 대감.”나정이 말했다.소하겸은 나정의 곁으로 다가가 좌중을 내려다보더니 담담히 말했다.“다들 일어나거라.”말을 마친 그는 다시 나정에게 고개를 돌렸다.“교지가 내려질 거란 말을 들고 예물을 준비해 왔다.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주는 것이니 굳이 혼수에 추가해서 가져올 것 없이 네 개인 재산으로 쓰면 돼.”나정이 감사를 표하려는데 진남군이 앞으로 나서며 끼어들었다.“대군, 소신은 이게 무슨…”그는 말까지 버벅이고 있었다.나정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소양에 돌아갈 수는 없게 되었네요. 실망시켜서 정말 죄송합니다.”진남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무슨 일로 소양에 돌아가려는 거지?”옹성대군이 물었다.“사람을 시켜 예물을 네 처소로 들여갈 수 있게 안내하거라.”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대군 관저의 관리인이 시종들을 거느리고 예물 상자들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미리 대기하고 있던 관리인이 그들을 문기당으로 안내했다.그 외에 아무도 감히 제 자리에

  • 화종왕 그늘 아래 자비는 없다   제95화

    노부인이 처음 백지현을 보았을 때 느꼈던 호감은 익숙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백지현은 백씨도 닮고 나신도 닮았으니 말이다.순간 몰려든 생각에 노부인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할머니, 화는 건강에 안 좋습니다.”나정이 노부인을 부축하며 말했다.그러자 노부인은 애써 표정을 숨겼다. 아직은 나정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이런 못돼 먹은 것들이라고!”그리고 그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여운탁은 시종에게서 우산을 받아들고 와서 백지현의 옆에 섰다.“오늘은 저를 봐서 이만 조용히 넘어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노부인, 신이는 누구를 때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저 서재에서 얘기를 나눴을 뿐입니다.”“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노부인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운탁이 냉소를 지으며 받아쳤다.“어찌 이리 막무가내일 수가! 전하께 찾아가서 고할 것입니다. 노부인, 저는 곧 옹성대군의 휘하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신이는 제 친우이기도 하니 앞날이 창창해지겠지요. 헌데 어찌 이리 장손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십니까?”그가 옹성대군의 이름을 내세우자 노부인은 덜컥 겁이 났지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여봐라, 철기 장군을 대문 밖으로 모시거라. 이건 우리 집안일이야.”잠시 후 소식을 들은 진남군과 백씨, 그리고 여운탁의 어머니인 여씨 부인이 부랴부랴 도착했다.진남군은 안색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보고 나신과 나정을 혼냈다.“너희가 말싸움을 벌인 일로 할머니까지 끌어들여?”말을 마친 그는 나정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너는 점점 무법천지가 되어가는구나. 오늘 매를 들지 않고서는 그냥은 못 넘어가겠어. 대체 이런 사소한 일에 왜 할머니까지 끌어들인 거니?”“나정이 잘못이 아니네, 대감. 오라비인 나신이 손님들 있는 앞에서 문을 닫아걸고 제 동생에게 매를 들려고 했어!”“손뼉도 부딪쳐야 한다고 나정이가 너무 예의 없이 굴었겠지요. 제 어미도 안중에 없는 애인데 오라버니는 오죽하시겠습니까? 분명 나정이가 신이를 먼저 도발했을 겁니다.”진남군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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