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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410 화
사흘 후 비 내리는 밤, 자녕궁의 태후는 드디어 천둥번개 속에서 6년 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진왕을 맞이하였다.진왕은 삿갓을 쓰고 도포를 두른 채, 온몸에 빗물을 맞으며 강만여와 열댓 명의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시위들에 둘러싸여 문 안으로 들어섰다.빗물에 젖은 그의 눈매는 온화함 속에서 몇 가닥의 덧없음을 드러내었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듯 감격에 서려 있었다.“어마마마!”진왕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태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부름이 어찌나 애절하고 애틋한지, 가슴이 저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붉어진 눈가에는 참았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409 화
“부황께서는 짐과 용빈에게 건청궁 밖에서 두 시간 동안 무릎을 꿇으라 벌하셨고, 돌아가서는 용빈이 짐 때문에 체면을 구겼다며 짐에게 사흘 동안 밥을 먹지 못하게 했다.”강만여는 용빈이 바로 기양을 키운 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선황제의 총애받지 못하여 늘 원한에 차 있었고, 수시로 기양을 때리고 꾸짖었다.강만여는 기양의 성격이 이리 사납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것이 용빈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러나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어서, 그저 침묵한 채 기양이 계속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기양이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408 화
마당은 매우 고요했고, 호위들은 모두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강만여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기양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들어오거라.”그는 뒷짐을 지고, 내실로 향했다. 강만여는 할 수 없이 그를 따라 들어가 문을 닫고 내실로 들어섰다.여전히 예전의 방이었고, 책상이 있었고, 외로운 등불이 놓여있었다.등불은 예전처럼 희미하게 빛났다.연푸른색 직령포를 입은 남자가 등불 아래에 서 있었다. 훤칠한 몸집과 온화한 눈매가 강만여를 잠시 멍하게 만들었다.온몸에서 풍겨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407 화
이리 기뻐하는 것을 보니, 잠을 잘 때에도, 꿈속에서도 웃을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니, 황제는 어려서부터 험난한 풍파 속에서 살며, 살얼음판을 걷는 듯이 위태로운 삶을 살았으니, 이와 같은 여인의 소박한 정취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이제 와서 천하를 손에 넣고, 마음에 둔 연인까지 얻었으니,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이로써 어릴 적의 부족함이 채워졌다고 볼 수도 있었다.다만, 강미인의 마음은 여전히 황제에게 굳게 닫혀있었고, 그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울 것이었다.다른 것은 차치하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406 화
강연해의 서신 때문에 마음이 복잡한 강만여는 호진충의 허튼소리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자소를 시켜 은자 한 덩어리를 쥐여주어 그를 돌려보내게 했다.호진충은 또다시 상을 받고, 마음속으로 몹시 기뻐하며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 은자 한 덩어리를 목에 걸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조정의 후궁들, 수많은 궁녀와 내관 중에 오직 나만이 강미인에게 상을 받았구나.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총관의 자리는 떼어 놓은 단상이며, 나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는 뜻이구나.’자소는 호진충이 바보처럼 웃으며 멀어지는 것을 보
궁을 떠나려던 날, 황제가 변했다 405 화
태후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황나산은 천자의 어용품이니, 일개 후궁에게 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그저 양산일 뿐입니다.” 기양은 개의치 않고 강만여에게 손짓했다. “어서 가보라!”“황송합니다, 폐하.” 강만여는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물러났다.태후와 강만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가 떠나는 것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기양은 곧장 창가에 앉아 강만당에게 물었다. “진왕비의 아버지가 병을 핑계로 조회에 나오지 않는데, 무슨 병환이냐? 태의를 보내어 진찰이라도 하겠느냐?”강만당은 마음이 다
